[이벤트]가을엔 피어난다.

도마독 2014-12-29 1

※필자는 서유리 캐릭터를 플레이 하지않았습니다 스토리상 이야기가 맞지않아도 이해해 주세요.







"유리야 너 가을타는거같다?"

요즘 이런 소리를 자주듣는다. 10월. 절기는 상강을 지날무렵-  어느세 거리의 바닥에는 노랗고 풀이죽은 낙엽들과 조금씩 옅은 추위가 감돌고, 가로수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색깔을 뽐내고있었다. 벌써 그런계절이 왔다. 



나도 내 자신의 감정이 이상하다는건 자각하고있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언제나 돌아다니고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던 나도 어느세 창밖을 내다보며 초점없는 눈동자와 힘없이 누워있을뿐… 물론 원래부터 이랬던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러 생각하지않아도 몸은 솔직해서, 자꾸 기억하고 곱씹는것만 같았다. 어린시절부터 이어져오던 그날의 기억들이














이야기는 오래전으로 올라간다. 내가 가장기억할수있는 오래된기억. 
나는 어려서부터 몸이 별로좋지않았다. 부모님의 말로는 예정일보다 한달더 일찍 태어난 미숙아라고 말해주셨다.
체력이 유독 약해서 움직이는걸 싫어하고 추위와 더위를 잘탔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한창뛰놀고 호기심에 만지고,보고,느끼는것보다 집에서 책을읽거나 창밖을 보거나 잠을자고 티비를 보는것이 즐거움이었다. 아니면 가끔 부모님이 사들고오는 치킨이라던지. 그런 나를보던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오빠를 설득해서 오빠가 다니던 검도장에 나를 억지로 등록해버렸다. 



오빠는 나보다 3살많았는데 몸집은 평범했어도 운동신경이라던지 센스는 정말 좋았다고한다. 그래서 중학생과 겨루어도 쉽게 지지않거나 되려 이겨버리곤 해서, 우리가 다니던 검도장에선 영재소리를 들었다고했다. 그런 오빠가 부러우면서 싫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비교를하며 주늑들게 만드는 사람이 많다는걸 그때쯤부터 알게되었다. 오빠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내 자신한테는 열등감이라는 존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리고 더 싫었던 이유는 성격도 좋고, 특유의 외향적인 성격때문에 주변에 사람도 많으면서, 나에게는 유독 장난을 심하게 굴었다.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어린남자애라는것과 남매라는것이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검도장에는 정말가기싫었다. 밖에는 힘들고 무서운것이 많았으니까. 가기싫다던 나의 반대를 반대하고 결국 보내졌다. 그러나 검도장에 들어섰을땐 그 위압감에 그런것쯤은 잊어버렸다. 우리 검도장은 시에서 운영할정도로 엄청큰 검도장이였는데, 국가대표였던 사람이 사범을 하고 수강생도 100명은 그냥 넘어버리는 정말 큰 검도장이였다.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모르던 나에게 기초체력을 다지는것은 힘들었다. 그러나 건강해지는느낌, 살아있다는 느낌
그런것? 들이 들고나니 내 생활에는 활기가 돌기시작했다.




검도장을 가고 학교에 입학을 하니 그동안의 생활과는 달랐다. 볼것도 많고 궁금한것도 많고 느낄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았으며 세상엔 재밌는게 많다는걸 알게되었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매일매일 나가 놀면서 행복했다. 그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생활이 끝나는 무렵, 찾아왔다. 내가 지금 현재 느끼는 감정의 원인이 되는 사건이





어김없이 같은날들이 계속되고있었지만, 이런 일상에 무게를 느끼는것보다 좀더 즐기는 방법을 고려하는 내가 되있었다.
그리곤 졸업을하고 처음받는 졸업장과 졸업의 느낌은 무척 씁쓸했다. 
어느때나 만날수 있어도 우리들사이에 무언가 끊어져버린듯한 그 이상하고도 축축한 감정은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상관없다. 담임선생님이 말해주셨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는 사람은 헤어지게 되어있으며 떠난자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그리고 오빠도 나에게 말해주었다.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 만날수있다고. 몸은 떨어져있어도 마음은 연결되있다는걸 기억하라고. 그러면서 애써 감정들을 삼켜버리고 좀더 밝게 보기로 마음먹었다.




몇주 뒤, 곧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거나 새로운 일들과 친구들을 볼생각에, 같이 수다를 떨고 추억을 만들생각에 취할때쯤





오빠가 쓰려졌다. 처음에는 믿지않았다. 그런사실이 일어날이 없으니까. 그러나 내 눈과 현실은 냉정했고, 침대에 누워서 한없이 앓고있는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의사의 말로는 




'급성백혈병'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했던 오빠의 모습이 이렇게 망가진것은 나에게 무척 충격으로 다가왔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이것이 정말 현실인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이야기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가 버릴것만 같을 정도로 이질적인 모습이였다. 어디선가 진짜 오빠가 나타나서 나를 장난치지는 않을까, 내가 꿈을 꾸는것인가.
머릿속은 정전이 되어버린지 오래고 애써 외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오빠와 함께 점점 나도 시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입학한 중학교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어느센가 예전의 모습으로… 죽은듯 집에 틀어박혀 창밖을보고, 시계를 보고, 티비를보고, 아무런 생각없이 침대에 누워 우울감에 쌓여있어도 상관없었다. 친구들의 부름따위는 시끄럽고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으며 '나는 왜 살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과 질문으로 꼬리를 이어가는 생각만 존재했었다. 





학교에서도 나를 그렇게 두드리던 친구들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다. 처음보는 애들은 나를 그저 생각없이 사는 애라고 생각했을꺼고 실재로도 맞았으며,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않는것이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썩어가버렸다. 그리곤 느꼈다. 그렇게 싫고 싸우고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맘에들지 않았던 오빠라도 오빠이기에 정말 소중했다는걸. 그 동안 저질렀던 기억들도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오빠가 다니지 않으니 나도 자연스레 검도장에 가지않았다. 오빠가 없는 검도장은 어색했다. 저곳은 오빠가 있어야할 자리인데. 오빠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연습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오빠가 상을탔던 대회 사진이나  주변에서 나를향해 수근대는 소리만이 귀를 자극할뿐. 친구들은 나를 변함없이 대해주려했지만, 정작 변한건 나였다. 그리고 은근히 동정하는듯한 행동과 말들은 나를 더 짓눌러버렸다. 그래서 가지않았다. 그렇게 재밌던 검도도 당연히 부질없어졌다.
그리고 또한 오빠의 병원비로 들어가는 모든것 때문에 집도 이사를 가게되었다. 이제는 집에서 뛸수도 없을정도로 작은, 이사한 집에 들어섰을땐 '나랑참 비슷하게 생겼네.' 라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런것들이 더욱 우울했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두달쯤 지났을까.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더욱더 신선해졌다. 그리고 담당의가 우리가족을 불러냈다.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으니 당분간은 돌아다녀도 좋다고. 이런 기회에 가족끼리 추억이나 만들어 보라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우리가족은 고민을하다가 섬으로 여행을 가게되었다.
그 섬은 마땅한 다리를 짓기엔 너무 떨어져 있어서 배로밖에 못가는 섬이였다. 그런것 치고는 꽤나 컸기때문에 관광명소로
유명했던 섬이였다. 그리고 그 섬을 갔던 이유는 부모님의 신혼여행 장소중 하나라고 말씀했다. 도착하고나선 간단하게 밥을먹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만나고, 사랑하고, 웃고, 울고. 그렇게 결혼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던 이야기들을 들었다. 부모님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신기했다. 절대 그러지 않을꺼같던 부모님도 사실 그런 날이 있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님은 그때 가봤던 곳을 한번 둘이서 가보시겠다고 두분이서 따로 가셨고, 나와 오빠만이 남았다.
그리고는 걸었다. 길을 걸었는데, 그 길은 정말 잊을수없다. 가운데로 흙길이 깔려있고 그 양옆으로 사람의 몇배는 되보이는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가로수들이 가을의 정기를 마시며, 물들이면서 낙엽을 떨어뜨리는 그 길과 장면은 무척 아름다웠다.






"너 요즘 살쪘다?"

"하! 어떻게 그런 무례한 말을 대뜸없이 하지? 예나 지금이나 정말 똑같다니까"

오빠는 웃었다. 예전처럼.

"아니 내 객관적인 눈이 그렇게 인식해서 느끼게 만드는데? 난 그저 솔직한 생각을 말했을 뿐이지"

"정말 진짜 저 주둥이는 좀 닫았으면 좋으련만."

"그럼 안돼는데...  행동으로 밖에 못놀리잖아 아쉽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딱밤을 날리려던 오빠의 손을 뿌리치고 잔뜩 놀려먹었다. 오빠는 그냥 웃기만 했다.

"너 요즘 검도안하지?"

"남이사 검도를 하던말던 무슨상관이시래요?"

"검도... 꼭해라. 부탁이다. 진지하게."

"갑자기 민망하게 왜이리 진지해? 어색하잖아 저리가"

"가만있고 듣기나해 짜샤. 내가 이러는게 얼마나 오그라드는줄알어?"

"아휴... 내가 착하니까 봐줘야지"

오빠는 평소와는 다르게 말했다. 아니, 사실 다르지않았지만 느낌으론 느낄수있었다. 확실하게. 

"내가 만약 죽어도 검도는 꼭다녀라. 난 니가 검도할때가 제일 이뻐. 살아있는거 같아서. 열심히 하는게 기특하더라."

"넌 내가 특별히 가르쳐준것도 많으니까 아마 도 대회쯤은 우승할수있을꺼야. 나 눕고나서 너 많이 힘들어한다는거 
엄마한테 많이 들었어. 괜히 나만 죄책감느끼니까 그런짓 그만하고, 열심히 살아. 그리고 엄마아빠도 그땐 니가 챙겨야 하는거알지? 엄마아빠 나때매 고생한거 잘 알지만 니가 옆에서 있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지켜볼꺼니까 반드시 그래라. 알겠지?"

순간 눈물이 왈칵할뻔했다.

"… 제대로 낫고나서나 그런말해."

"그래… 괜히 미안해지네."

그러고는 내머리를 툭 치더니 달려갔다. 특유의 비웃는 표정으로. 역시 제대로 넘어가는법이 없다.










여행이 끝나고나서 이런저런생각을 하고 오빠의말을 들으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로 했지만.
여행을 기점으로 오빠는 점점 쇠약해져갔다. 눈에는 멍이든것처럼 그늘이 지고, 몸에는 빨간 염증들과 수많은 주사자국,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괴로움은 오빠를 난폭하게 만들기도 했고, 손은 또 왜이리 차갑고 가늘어 졌는지 나보다도 약해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가다 보니 중학교도 거의 마쳐갈 즈음이 되었다. 이제 학교에선 그럭저럭 생활하는 통에 또다시 졸업이라는 것도 마주하게 되고 그동안 쌓아올린 학교에 대한 기억도 추억이 되어갔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의외로 아빠에게서 온 전화다. 그것을 본다면 누구라도 단번에 알아차릴것이다. 받자마자 들려오는건 딱 한마디. 

"병원으로 와야겠다. 유리야..."










병원에서는 벌써 담당의가 부모님께 말했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께 들었다. 조만간 준비를 해**다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결국은 이런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날 이후 학교는 쉬기로 했다. 담임선생님은 평소 나의 행실을 아시기에,적극적으로 도와주시면서 격려의 말 또한 해주셨다. 아빠는 어쩔수 없이 일을 하시러 가셨고, 나와 엄마는 밤낮으로 오빠를 지켰다. 그냥 계속 지켜봤다. 말도 없었다. 그저 밥을먹으라거나 밖에 잠시 나갔다오신다는 말뿐. 적막이 흐른다

잠잠하던 오빠는 며칠뒤에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아빠가 보고싶다고. 꼭 보고싶다고. 그말을 전해들은 아빠는 부리나케 달려와서 오빠의 손을 꼭 잡아줬다. 오빠는 말을 하기시작했다.











"벌써 가을이야? 시간 참 많이 흘렀네…"

"그동안 여행도 갔다오고 갔다오면서 나을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노력했는데도 그게 잘 안되네"

오빠는 우리가족의 얼굴을 보더니 미소를 지어줬다. 그런 모습을 본 엄마는 그저 손을 잡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새기며 우시고, 아빠는 오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멍하니 지켜만 보았다. 눈물같은건 생각조차 나지않았다.

"하 나 이제 더이상… 힘이 없어."

그때 오빠의 우는 모습을 처음봤다. 항상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던 오빠에게 그런일은 일어나지도, 상상도 하지못했던 일이다.

"엄마... 나 초등학교 5학년 겨울대회때.... 어이없이 실수하던거 기억나? 그때 솔직히 정말 무서웠어. 어떻게 올라간 대회인데 그렇게 실수해버리고 사범님도 그때 처음 날 호되게 혼냈는데 엄마는 그냥 웃으면서 안아줬지. 그때 엄마한테 너무 고마웠어 정말정말… "

"그럼… 다 기억하지… 너가 제일 잘했으니까…"

"그리고 아빠랑 같이 갔던, 단둘이 갔던 여행 정말 재밌었어. 그때 아빠가 밥하는법도 알려주고 낚시도 가르쳐주고 별자리도 알려주고  정말 재밌었는데. 그때 잡은 고기들로 국도 끓인건 아직도 가끔생각나. 아빠도 기억하지? 다시 또 같이 가고싶었는데 아쉽다." 

"왜 그렇게 우는소리를 해 다시가면 되지… 다시가면…" 

"그리고 사랑하는 내 동생 유리… 지난 가을 여행때 했던말 기억하지? 넌 엄마아빠의 자부심이니까 기죽지 마라."

"당연히 기억하지… 자꾸 그런말 하지말고 일어나 제발…"

오빠는 웃었다. 내가 기억해서였을까? 아니면 마지막은 웃고싶어서였을까.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장례식은 작게 치루려고 했으나, 오빠의 손을 거친 사람은 많았기에 사람이 많았다.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오랜만에 보는 사람도 있었고 부모님의 지인들도 많았다. 그리고는 다들 울어주었다. 오빠는 자기가 죽어서 이렇게 울어주는사람이 많다는걸알까? 적어도 외롭진 않을거다. 



부모님 일을 도와주면서 장례객들의 여러가지말을 주워들었다. 그동안 오빠의 평소 행실이나 성격, 그리고 고마웠던 이야기들이나 같이했던 추억들, 오빠는 이런사람이였다는걸 증명하는 토론장이되어 너나할거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오빠의 친구는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오빠가 대신 해결해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검도장의 사범님은 오빠의 겸손한 행동과 바른인사성을 그토록 열변하셨다. 이웃 아줌마는 가끔 자기집 얘랑 놀아준다고 고마워 하셨고, 그 얘는 이제 오빠는 언제 만날수 있냐고 계속 물어보았다. 나한텐 못되게 굴었을지 몰라도 오빠는 그런 사람이였다는걸 이로써 또 알게된다.



그리고 마지막… 화장을 하는그때. 오빠가 사라져가는 그떄. 또다시 울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아무생각없이 그냥 눈물만 났다. 내가 자각하지못했어도 사실은 오빠가 내 안속에서 이렇게 커다란 존재였다는걸 눈물이 증명해주고있었을뿐이다. 









장례를 치르고 한달뒤, 우리가족은 납골당을 찾았다. 유리벽 안에 있는 항아리와 사진... 보면서 엄마는 언제나 눈물을 흘리고 아빠는 그냥 말없이 사진을 보신다. 난 사진을 보면 오빠의 말을 꼽씹게된다. 계속해서. 약속했으니까 이제 내가 오빠에게 해줄수 있는 마지막은 그것뿐이니까. 



건물안에 있을땐 몰랐지만 나와보니 어느세 첫눈이 내리고있었다. 계절은 바뀌었지만 나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바뀌어야 하기에 눈을보며 다짐을 한다. 우리가족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듯이 아빠의 반찬투정으로 시작해서 어제는 술을 왜그렇게 마셨냐니, 그렇게 끊는다고 하면서 자꾸 아빠를 쏘아붙히고 있었다. 마치 슬픔을 잊으려는것처럼
그때 찢어지는듯한 자동차소리가 들려왔다. 



차가 굉장한 속도로 날뛰고 있었다. 운전자는 이성을 잃은지 오래인것처럼 보였고 점점 우리가족에게 다가온다. 자신이 사고가 나거나 죽을때가되면 그순간이 굉장히 느리게 보인다던 어느 책에서의 글귀가 생각났다. 그리곤 직감했다. 이건 피할수가 없다는걸. 주마등이 스쳐간다. 그동안 있던 모든일들. 굉장히 빠르게 흘러가면서도 모든것이 생생히 기억나는… 그리고 가장 마지막 기억. 오빠와의 약속 또한 지나갔다.
아직 약속을 지키긴 커녕 시작조차 못했는데 이렇게 가는건 정말… 신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렇게 나를 놓아주지 않는걸까. 원망스럽다. 아직 죽긴싫다. 죽을순 없다. 아니 죽어도 약속은 지키고 싶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차는 멈췄다. 정확히 내 발앞에서. 그리곤 나를 포함해서 그곳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상식적으론 있을수 없는 일이니까. 기적이있다면 이런때에 쓰는 말이라는걸 잘 알수있다. 
어찌됐는 다치지않았기에 무사했다. 그리고 약속또한 꺠지지않았다는것에 자랑스러웠다. 






아빠는 저녁시간에 이야기를 해주었다. 차가 급출발을했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안들어서 그렇게 됬다고. 그분과는 알아서 잘 풀었으니까 걱정하지말자고. 그러나 갑자기 멈춘이유에 대해서는 보험회사도 정비사도 누구도 모른다고. 그자리에있던 우리가족또한 모르니까. 그저 다행일뿐이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어찌해서 그 사건을 알게되었는진 모르지만 유니온 팀에서 메일이 왔다. 나에게 관심이 있으니 찾아달라고. 그리고 그 이유 또한 알려주겠다고.



유니온의 예감은 정확했다. '위상력' 그 한마디에 모든것이 납득이 간다. 유니온은 이런나이에 위상력이 나타난건 굉장히 드문일이라며 축하해줬다. 또한 그에대한 책임과 경고까지도. 어찌되었는 위상력이 나타났으니 나도 이제 유니온에 포함되어 여러가지 조사를 받게될거라 말해주었다. 클로저가된다면 공무원이 될수있는 자격또한 주어진다는것도 알게되었다.



조사가 끝나고 나오면서… 어김없이 또 눈이 내린다. 나는 이것에 대해 생각을 하다 결론을 내렸다. 아니 이것말고는 딱히 없잖아? 오빠의 선물이라는걸.



유니온의 조사를 받고 클로저가 될수있다는 관계자의 말에 나는 승낙했다. 이제 우리집의 기둥은 나다. 이건 정말좋은 기회니까. 오빠또한 이걸 바랬을꺼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예전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더이상 약해질 이유도없다. 마침 학교도 클로저들이 있는 곳으로 갈수있게 되었으니, 문제될껀없다. 다시 시작이다. 이젠 어느때보다 열심히 한다. 딱히 오빠와의 약속이나 그런거라기보단 내 스스로가 그런걸 용납하지 못하는것 같다. 검도도 다시 시작했고, 사범님도 부쩍 느는 실력에 감탄하셨다. 예전으로 돌아간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많이 달랐다. 고등학교라는것 이전에 클로저들이 모인곳이니 그에따른 수업도 다르고, 우리들에 대한 인식도 다르니 굉장히 편했다. 이곳에선 내가 일반인이라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세 학교생활도 다시 즐기게 되었고, 긍정을 되찾았다. 사범님이 대회를 추천해주셔서 그에대한 연습도 열심히한다. 하루하루 행복하다. 그리고 약해질때면 다시 생각한다. 오빠를. 그리고 외친다. 나는 엄마아빠의 자부심이라는걸.



하지만 가을이 되면 우울해지는건 어쩔수없다. 앞서 말했듯 생각하지않아도 몸이 기억한다고. 그래서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엔 오빠의 향기가 피어난다.




Fin.





태어나서 처음 글을 써보는데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어려운부분이 굉장히 많네요. 원래 좀 민망해서 안쓸려고 했는데 하고싶은일은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민망함을 참고 써봤습니다. 평소에 글을 써보고 싶긴했는데 이런기회로 글을 써보네요.
아무쪼록 여기까지 감상해주신 독자분들. 감사드립니다.















스크롤만 내린 당신! 3분만 읽어주세요. 






2024-10-24 22:21: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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