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 : 시작하는 이야기

레그레인 2015-07-17 2

*이 글은 픽션으로 게임설정 및 배경과 무관합니다.


청명하게 높은 하늘에 검붉은 기운이 스며들고
침묵의 의무를 다 하던 대지가 요동치던 날,

세계는 무너졌다.

-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위한 존재인지.
존재의 의의는 무엇인지.


그렇다고 내 존재를 의심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의심할 수 없다.


이렇게 칠흑같은 어둠이 매번 질리지도 않는지 나를 덮쳐오는데.
부정해봐도 이곳은 어디나 빌어먹을 시꺼먼 세상일 뿐인데.
좁은 '독방'이라는 세상에서 한결같은 흑빛의 총애를 받아왔는데.
아니,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빌어먹을 세상따위, 전부 사라졌으면 좋겠단 말이지.


-


[아파]


알아, 죽어버릴 정도로 잘 아니까 닥치란말이야.


[아파..]


입 다물어.


[아파]


그만해.


[아파]


그만.


[아파]


싫어.


[아파]

...


"닥치라고!!"


손이 떨려올 정도로 강하게 쥐어 벽을 내리친다.


빌어먹을, 너만 아픈 줄 알아.


작게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두 팔로 온 몸을 감싸안자 그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윽- 아프다고.."


흉하게 들리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를 죽여가며 뜨겁게 식은 눈물을 훔쳤다.
흉부가 요란히 들썩이더니 금새 쌕쌕거리는 소리도 제자리를 찾아가며 좁고 어두운 방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메마른 시멘트 위로 무언가 끌리는 소리, 가만가만히 들려오는 제 숨소리, 저 좁은 틈새 사이로 드나드는 공기소리.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차분함을 지루하다고 한편으론 외롭다 생각하기에 어쩌면 흉한 제 울음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라 생각하고마는 나타였다.
순간 흠칫하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지우는 시늉을 반복하였다.


이걸로 몇 번째 독방인지 모르겠다.
다른 '것'들 보다 처분은 항상 엄한 그였다.
같은 기물파손도 항상 그만이 독방처분을 반드시 받아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자식이 먼저 시비 걸었다고, 쳇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제가 내리친 벽에서 떨어진 시멘트의 잔해를 발로 툭-하고 걷어찼다.
억울하다는 말투와는 조금 거리가 있게 그의 얼굴은 슬픔이 서려있었다.
금새 머리통을 가득 채우는 혼란스러움과 분노감에 두 손을 말아쥐었지만 틈새로 들어오는 붉은 석양빛은 아니였지만 눈부신 형광등 빛을 보며 힘을 풀었다.
여기서 나가고 말겠다는 열망감.
그가 그렇게나 환장하는 형광등의 빛이 아닌 석양빛을 볼것이라는 그 열망.
항상 그러하였다.
지독한 상부의 명령에도, 연신 비아냥 거리는 '그것'들의 비난에도, 이 지긋지긋한 독방처분에도,
'진짜' 빛을 볼 것이라는 확신과 강렬한 소망이 나타를 가로 막았다.


회색빛 콘크리트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는 인내하였다.

그런 그를 괴롭히는게 있다면 '자신'이였다.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제가 독방에 사로잡히면 속에서 천천히 기어오른다.


어릴적의 자신이.


푸른 빛깔의 머리칼이 축-하니 늘어져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눈물을 흩뿌린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아파]


제 고통을 모두 먹어치우고는 서러움을 토해낸다.
누구보다 외로움도, 고통도, 아픔도, 슬픔도, 괴로움도, 두려움도 잘 알기에
처음에는 그는 자신을 달래려 들었다.
하지만 달래면 달랠수록 크게 울어대며 제 머리통을 아프게해오는 인영에 욕설을 내뱉었다.
항상 누군가의 체온을 그리워하고 타인의 존재를 갈망하던 나타조차 제 유년의 그는 반길 수 없는 손님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래서 언제인가부터 다시 대면하게될 존재에게 욕짓거리부터 시작하였고

꺼려하게되었으며 독방처우를 지독히도 증오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외에도 나타가 독방은 죽기보다 싫어하는대는 다른 이유 많았지만

그것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나도 커져버린 것이다.


그가 벽에 제 머리를 박아대기 시작했다.
이맘때 즈음 나올 법한 그의 괴상한 버릇이였는데 첫째는 징글징글한 유년기 제 얼굴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따분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이 행위를 반복하면 경비가 확인 차 독방의 문을 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순 둘, 예순 셋, 예순 넷, 예순.."


그 때, 욕심많은 독방의 문이 열리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형광들은 환하게 그를 비추었다.
오늘의 비실비실한 경비가 아닌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그렇게 까지 해서 나오고 싶었다면 애초부터 얌전하면 된다."


넷째, 40%의 확률로 독방 처분이 끝나기 때문이다.
럭키, 속으로 그리 외치며 나타는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체격 뒤로 비춰지는 빛 때문에 그는 눈가를 찌푸리며 어둡게 드리워진 그를 가만히 올려다 보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주머니에서 천쪼가리로 보이는 것을 던져주었다.


"네 녀석은 벌처스에 있어 중요한 '실험체'이다. 다른 '것'들과는 다르지. 몸을 소중히 하도록."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받아든 천으로 이마를 축축히 적신 피를 닦아내었다.

이 행위를 반복하고 마는 것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조금은 서글픈걸.


휘적휘적 앞을 걸어나가는 트레이너를 따라 나타는 그의 뒤를 쫓았다.

급하게 걷는 걸음걸이가 일에 시달리는 모양이다. 아까부터 휴대전화를 그리도 애용하는 걸 보니.

보폭을 크게하여 빠르게 걷자 그는 어느세 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리 급히 찾아간 곳은 트레이너의 사무실.

트레이너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고 그런 그를 나타는 아니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넌 늑대개 팀에 소속될 예정이다. 무슨 말인진 알겠지."

"일력손실이 심각하신 모양인데? 나를 끌어다 쓸 정도면."


트레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이후 자세한 사항은 연락이 갈테니 이대로 얌전히 네 방으로 돌아가도록."

"예, 예."


-


오랜만에 살아있는걸 벨 수 있겠네.


그는 흥분감에 젖어들었다.

두 손을 가만히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웃었다.


[아파]


귓가에 환청마냥 들려오던 빌어먹을 아프다는 징징거림도 이번 일로 모두 해결될 것이라 그는 믿었다.

반쯤 부서졌던 마지막 기억과는 다르게 말끔히 고쳐진 간이 침대 위로 제 몸을 날렸다.

누워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실 하늘을 향해 뻗었다.


아파? 그렇다면 아픈만큼 베면 되는거야.


일순간 그의 새파란 눈동자가 새빨갛게 번뜩였다.


얼마든지 아파해, 고통스러워해, 그 만큼 베어내면 되니까.


그의 입가 위로 난폭한 미소가 걸쳐졌다.

간만에 잘 수 있겠다라 생각하며 그는 뻗은 손을 내렸다.


-


오랜만이라 부르기엔 너무 오래 전일 정도로 오랫만에 그는 꿈을 꾸었다.

유년기의 어릴적 제 모습을.


기나긴 세월의 끝에 그는 제 자신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존재만이 아닌, 제 안의 눈물도 아픔도 외로움도 어둠도.


그리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


첫 소설이라, 뭔가 많이 엉성하고 괴상한 부분이 많네요.

고치고 싶은데 뭘 고치야될지 감이 오질 않아, 망할-


가벼운 -설정따위 모두 씹어먹어버린-나타 이야기 였습니다.

늑대개팀 소속전에 있었던 시절을 다루었고요.


이러다가 벌처스 편애하게되는건 아닌지...ㅂㄷ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최애 울리는거 최고-ㅋㅋㅋㅋ


2024-10-24 22:36: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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