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액션! 클로저스 - 강남 CGV에서

BlackBullet 2014-12-27 2

"하아~ 잔뜩 기대해서 왔는데 대기라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유리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게임만 하고 있는 팀원들 사이에서 리더인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모르겠다. 유리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다독이고 세하에겐 좀더 의지를 가지라고 독려해야 하는건가? 그냥 유리의 기운이 반의 반의 반정도 만이라도 세하에게 갔으면 좋겠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 영화관이지?"

"응? 영화관 이였던 곳이지"

"아냐, 아냐. 사용하지만 않을 뿐이지 영화관은 맞잖아?"

"...제발 내 상상이 틀렸길 바란다"

 세하마저도 멈칫하곤 한숨 가득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가끔 먼저 툭툭 말을 내뱉기도 하는 세하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이틀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였기 때문에 유리의 말이 어느 정도 인지를 알 수 있었다.

"어차피 대기 하라 했으니까 영화보자!"

"하아..."

"저기, 유리야? 아무리 유니온이 통제하고 있다지만 멋대로 사용하는건 안되"

 유니온 통제하에 들어온 구역은 기본적으로 클로저들이 필요에 따라 이용 할 수 있다, 라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그건 '필요에 의해' 즉, 작전 수행에 따라 불가피 하게 사용하게 되는 경우다. 아무리 요원들이라곤 해도 멋대로 사용하는건...

"자아, 그럼 결정된 거지?"

"딱봐도 지금 다 거부하고 있잖아?!"

"자, 가자구"

"그래도 리던데 말좀 듣지?!"

 성큼 성큼 CGV 건물 안으로 사라져 버린 유리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게임기에선 눈을 떼지도 않고 그 뒤를 세하가 따라 지나갔다. 대체 오늘 무슨 바람이 분건지.

"으으..."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선 나는 유정이 언니에게 연락이 올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무전기를 들여다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무전이 올리는 없겠지.

[지직- 아아 - 들려?]

"우왓, 네, 네!"

[해가 질 때 쯤에 차원종들이 활동할 것 같아. 그 때 까지는 대기해줘]

"알겠습니다"

[그럼- 지지직-]

 한동안 잡음을 흘려 보내던 무전기는 곧 잠잠해졌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간 떨어질 뻔 했네. 어느덧 매표소까지 온 나와 세하는 유리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렸다. 아, 세하는 빼고. 정말 이 게임 중독자를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으려나.

"유리야 어디에...."

"으아앙!! 슬비야!! 팝콘이, 팝콘이 없어....흑..."

"....당연하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리의 머리를 토닥여 주며 팝콘이 목적이였음에 안도감의 한숨을 한번더 내쉬었다. 진심으로 슬픈 표정을 짓던 유리는 곧바로 눈빛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안되, 하지마. 그러지마, 유리야.

"팝콘 대신에 영화라도 봐야겠다!"

"1관에 가있어. 내가 영사기 돌릴줄 아니까"

"너 오늘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영사실에 있으면...조용히 게임 할 수 있으니까"

 한템포 쉬며 유리를 흘긴 세하는 멋대로 영사실을 찾아 떠나가 버렸다. 아아, 아무리 그래도 유리를 혼자 상대하기는 너무 벅찬데. 가만히 앉아 있더라도 2:1 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것을 위안 삼으며 버텼는데. 가끔 도움될 때도 있고.

"자자, 그럼 1관으로 가보실까?"

"그래, 그래..."

 결국 더이상의 저항은 무의미 하다는 판단에 군말 없이 유리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 보니 영화관, 처음인데. 그것을 깨달은 순간, 묘한 흥분으로 심장이 두근 거렸다. 애써 진정해보려 했지만, 처음 경험하는 것에는 도저히 저항 할 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나까지 들뜨다니, 리더로서 자중해야되는데.

"후후, 이 넓은 곳에 둘 뿐이라니, 멋지다~ 그치?"

"으응, 그렇네"

 대충 가운데 자리에 앉아 영화관을 천천히 훝어 보았다. 마치 거대한 큐브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였다. 쿠웅, 하는 박력감 넘치는 사운드에 압도되는 느낌은 오히려 짜릿하기 까지 했다.

"무슨 내용일까..."

"큭큭...슬비야, 이거 광고야"

"에? 지, 진짜네..."

 제작사 홍보를 왜 이렇게 쓸데없이 거창하게 해놓은 거람. 화끈해진 볼을 들킬까봐 양손으로 꾸욱 꾸욱 누르다, 오히려 그게 더 웃겨 보여서 손을 내렸다. 뭐랄까, 상당히 페이스가 흐트러져버렸다.

"세하야, 거긴 괜찮아?"

 답변 대신에 스크린에 가벼운 v 표시 그림자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절대로 게임기에서 손을 뗴지 않는 세하인데, 조금 신기했다. 아무리 게임 중독자라곤 해도 묘하게 들뜬 모양이였다.

 그렇게 조용히 영화 감상을 하던 나는....그러니까....

"우음..."

"큭큭..."

"으응...?"

미미한 노랫소리에 황급히 주위를 둘러 보니 이미 엔딩 크레딧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큭큭 거리며 웃고 있는 유리, 그리고 왼쪽에는...

"너 사진 찍었지?!"

"하암...슬슬 나가자. 벌써 2시간도 넘게 지났어"

"세하 너!! 자는 모습 찍었잖아?! 이리내, 얼른!!"

 결국 하루 종일 세하를 노려 보았지만 사진을 찍었는지 아닌지 확인 하지 못했습니다. 
2024-10-24 22:21: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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