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rs : UTOPIA 2화

신풍혈희 2015-07-12 0

2화. New Black Sheep Part 1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이었다. 기분도 울적하고 몸도 무거워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세하는 게임에 몰두 중이고 슬비는 TV에서 나오는 드라마에 열중이다. 테인이와 제이 아저씨는 둘이 오붓이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구경하고 있다. 평화란 좋은 것이지만 가끔 씩은 땀에 젖어버릴 정도로 움직이고 싶다고 마음 속에서 속삭인다.



"하~암"



 그런지 잠이 몰려왔다. 몸이 나른해지고, 힘이 풀린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정말로 잠에 들어버릴 것 같다. 그냥 오늘은 이대로 확 잠에 들어버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쏴아아..



 빗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위한 자장가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빗속에서 자연스럽게 엄마가 나에게 들려주던 자장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목소리는 빗소리의 리듬에 녹아들어 귀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나를 쓰다듬어주었던 손길마저도 느껴졌다. 그렇게 달콤한 리듬에 무아지경이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유리야..."

".. 으응?"



 빗소리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익숙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스윽


"어...?"



 따스한 손길로 누군가가 나의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이건 익숙한 손길이 아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까끌까끌한 손바닥, 나는 그 향기에 취해 몽롱해진 눈을 뜨며 나를 어루만지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유리야.."

"...응?"


"일어나.."

"응??"



"유리야!! 얘! 유리야!!!"

"헛!?"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꿈뻑거리며 주위를 쳐다보니 모두가 나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집어넣고는 잠이 덜깬 모습으로 유정이 언니를 쳐다보았다. 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하였다...



"이 애는 이번에 우리 검은양 팀을 지원하게 될 아이야. 나이는 세하, 슬비, 유리랑 동갑인 18살.. 한국나이로는.. 맞지?"

"네"

"미스틸테인에게는 형.. 제이씨에게는 꼬꼬마..겠네요?"



 검은모자를 깊게 눌러 쓴 제법 긴 머리의 남성. 그는 나를 잠깐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럼, 자기소개 부탁해"

"이번에 검은양 팀을 지원하게 된 '유니온 일본지부의 *타카마가하라'에서 파견나온 '쿠로사키 카즈야'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보여도 제법 실력있는 에이전트니까. 너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거야. 아 물론 제이씨도요"

"걱정마라"



 유정이 언니는 장황하게 무언가를 설명하고는 카즈야 라고 하는 애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고는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아직 잠이 덜 깨서그런지 상황은 대충 알겠는데 분위기 흐름은 잡히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더니 눌러썼던 모자를 살짝 들어올리며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서유리.. 맞지?"

"응?.. 어.. 응!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그거야 이름표에 적혀있으니까"

"아..!! 아.. 하하하하! 지금 잠이 덜깨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 뭐야 아하하! 잘 부탁해! 쿠.. 쿠로..?"



 그의 이름이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쿠로? 쿠로사키?... 저번에 세하가 빌려준 어떤 만화책에서 그 비슷한 이름을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는 하얀 이가 보이도록 웃음을 짓으며 다시금 나에게 말했다.




"쿠로사키 카즈야. 잘 부탁해 서유리"

"응 쿠로!"

"쿠..쿠로.."

"응? 왜 그래?"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얼굴을 하며 대답하였다.



"그게.. 내가 있었던 곳에서도 '쿠로' , '쿠로쨩'이라는 별명때문에... 하하"

"아 정말?! 입에 착착 감겨서..."

"괜찮아, 딱히 싫어하는 별명도 아니니까... 그건그렇고..."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모두를 바라보았다. 특히나 제이 아저씨에게는 조금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를 알고 있는 것일까? 쿠로는 아저씨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전설의 울프팩팀... 알파퀸과 함께 전장에서 싸웠던 소년.... 제 이름은 쿠로사키라고 합니다"

"일본지부라고 했었나?... 용케도 너 같은 놈을 보냈군"



 아저씨는 그를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은퇴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어째서 다시 돌아오신건지...?"

"내 나름대로의 사정이다. 꼬맹이는 알 것 없어..."



 묘한 신경전이 감돌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슬비는 목기침을 하며 모두의 주위를 끌었다. 그녀는 특유의 냉랭함 그에 걸맞지 않게 달아오른 불그스름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이슬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쿠로사키 카즈야. 네 얘기는 유정이 누나한테 들었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사람은.."

"이세하... 이제 게임 좀 끌때가 되지 않았니?"

"잠깐만 가다려봐. 지금 히든루트란 말이야"



 슬비는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골머리를 앓는 듯한 얼굴로 세하를 쳐다보았다. 그때, 쿠로가 세하의 게임기에 흥미가 생긴듯 조용히 그의 뒤로 다가와 게임의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는 잠깐동안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뭔가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 얼굴에 편안한 미소를 머금은채 세하에게 말했다.



"아 이거 '신곡'구나?"

"어?! 너 이 게임 알아?"

"물론. 올클리어 달성했지. 여기 히든 보스가 '버질'이었나? 걔 잡으려면 최소한 포션 300개 하고, 스킬 6개는 마스터하고 가야되."

"스킬 6개 마스터라고!? 나 아직 70렙밖에 안돼!"



 그렇게 그 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었다...



"버질 레벨이 99니까 최소한 80은 찍고 들어가야지. 그리고, 보니까 여기 스테이지에 숨겨진 아이템들을 다 안찾았네. 여기 아이템 다 모으면 '천국으로의 인도'라는 버프스킬이 보스 클리어때까지 지속되."

"천국으로의 인도? 그게 뭐야?"

"마나 50% 상승하고 지속적인 체력회복이 붙어있고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이 모두 20%씩 상승해, 그리고 너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버프가 '히트 라이저'잖아? 여기서는 '히트 라이저'가 적용이 안돼."

"아.. 어쩐지 뎀딜이 제대로 안꽂히더라.. 저지먼트 컷 디엔드때마다 진짜 멘붕이던데..."



 그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보다못한 슬비는 그 둘에게 소리를 뺵! 하고 지르며 말했다.



"게임 꺼!!!"

"으악!!"



 그녀의 고함에 쿠로도 덩달아 놀라 뒤로 물러났다. 테인이는 그 모습을 보더니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세하형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 같네요"라고 중얼거렸다. 쿠로는 쓰고있었던 모자를 벗어 툭툭 털어내고 책상에 올려놓았다. 모자를 썼을때는 알아 볼 수 없었던 여자같이 긴 장발머리에 흔하지 않은 회색 빛깔의 눈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그는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흔들어보이며 슬비에게 물었다.




"자, 그럼 리더씨"

"응?"


딱!


"임무.. 설명 부탁해~"


찡긋






 오전 11시... 어느 도시의 폐쇄구역..



퍽!!!



 묵직한 발소리가 땅을 울린다. 갈라진 아**트의 틈새로 뼈와 살점들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 뼈와 살점들을 지르밟으며 한 사람이 유유히 걸어나온다. 붉은 색의 후드와 심상치 않은 얼굴로 누군가를 지긋이 바라보는 어느 남성. 그가 올려다본 무너져내린 건물에서 두 남녀가 사뿐히 지상으로 내려오며 그에게 말한다.



"설마 당신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를 찾아온거야?"


"착각마라... 나는, 나의 집을 부수려 드는 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아.. 그래.. 그래서 그렇게 처참하게 우리 부하를 죽였구나"

"실력은 여전한걸?... 과연 알파의 거울..."



 그들은 의미심장한 말을 그에게 전한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오른손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다시 그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미 옛날 이야기다."


"옛날 이야기? 그런것치고는.. 그때보다 더 강해진거 아냐? 블랙 나이트.. 아니.."


스으..


"오메가 크라운..."



 그들의 말을 듣자마자 그는 가렸던 오른팔을 내보이며 그들을 경계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도통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를 부르는 말에는 무언가가 감춰져있는 것으로 보였다. 백색머리의 여성은 그의 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자신의 동생의 손을 잡으며 다시한번 공중으로 떠오르며 남성에게 말했다.



"이렇게라도 만나서 반가웠어. 오메가... 이번에는 이렇게 물러가도록 할께... 우리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어서 말이지"

"하지만, 다음에 만나게 될 때는.. 각오해두는 게 좋을거야. 블랙 나이트"



 그들은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린다. 그들이 모습을 감추고 나서야 그는 보이던 오른팔을 다시금 옷으로 가린다. 그는 등을 돌리며 자신이 머물렀던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은 너무나도 이상할 정도로 어둡고 또한 인간으로는 느낄 수 없는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 담겨져있었다...


 그는 오른손에 주먹을 강하게 쥐며 중얼거린다.



"알파퀸..."


터벅 터벅..


쩌적!


"서지수....!!"



 복수심이 잠들어 있는 그의 조용한 분노가 느껴진다. 바람은 그에게 진정하라는 듯 잔잔하고도 서늘함을 머금은채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는 바람과 함께 다시한번 세계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슈슛!



휘오오!!



 하늘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두 남녀가 그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그를 보니까 느껴져.."

"응?"

"인간들의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마령검의 황제'... 가장 강력했던 존재 중 하나..."

"후후후.. 그래 맞아.. 아직도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 그가 그 존재를 쓰러뜨리는 그 모습은..."



 

 그들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충격적이었지만 가장 짜릿했고 하찮게 여겼던 인간들의 힘이 한계를 뛰어넘는 그 모습을...



 수십년전...




"네놈은 우리와 같은 괴물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편에서 싸우겠느냐!!!"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이냐!!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싸워나갈 뿐이다!! 힘을.. 더 큰 힘을 위해서!!"



 그의 오른팔과 그의 검이 부딪친다. 일반인은 절대로 살아남지 못하는 거대한 위상력의 파동이 도시전체를 뒤덮는다. 근처에 있던 차원종들과 그들과 싸우던 클로저들은 위상력의 파동에 의해 발생한 강력한 중력에 의해 땅바닥에 눌려진다.



파츳 파츠츳!!



 검을 든 존재가 남성에게 묻는다.



"더 큰 힘으로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이냐!"

"나는..."



찌잉..



"그녀를 위해..."



찌이잉!!!



 남성의 주위에서 고체인지 액체인지 모를 은빛의 물질이 그의 오른팔을 감싸고... 그는 왼팔로 검을 튕겨내며 오른손으로 그 존재의 심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푸촤악!!



"크허억!!.. 허억..!!"


주르륵...


"오메가... 크라우우운!!!!"



...




"그래 맞아... 우리는 그 모습을 지켜봤었어... 후훗.."

"나는 기대하고 있어... 나의 세하가 그 처럼 '최후의 존재'가 되는 것을...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그 모습을 말이야.. 아하아.. 너무나도 흥분되!! 반드시 내 손으로 만들어보일꺼야"



샤아아..



"후후후후후... 그럼 우리는 이쯤에서 실례하자구.. 누나"



파팟!



다음 이야기


3화. New Black Sheep Part 2


[언제까지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터벅 터벅


"우리의 귀여운 꼬맹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기대되는데?"



To Be Continued... Return of the Alpha Queen...



[다음화 예고]


 내 인생은 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내가 위상능력을 각성하였을때부터.. 내 불행은 시작되었다..



- 설정자료.


 극비사항 데이터 제 666번


 '제네시스 크로네서스'의 실험체 666번. 약간의 경련과 발작증세를 일으켰지만 최종적으로 융합에는 성공했다. 일반 인간에게 융합시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결정화가 되었지만, 위상능력자를 실험체로써 사용한 결과, 불안정함은 보였지만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다. 차원전쟁 중인 지금, 우리가 만들어낸 이 강력한 무기는 차원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킬 '심판의 검'으로써 사용되어질 것이다.


 유니온과 어느 결사단의 보고 기록 중...

2024-10-24 22:36: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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