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세하]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어?-2-

SehaL 2014-12-27 0

바늘의 둔탁했던 불안감은 적중했다. 어쩌면 옛날 부터 이미 예상해 왔던 걸지도 모르지.

"세하야, 최근 차원종의 수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너도 익히 알고 있을거야. 그래서 유니온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했어. 그 이름은 '검은 양' 이고. 엄마는 네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나를, 아니 세상을 구하는 것에 힘 써줬으면 좋겠어. 세하는 엄마 아들이니까 잘 해낼 수 있을거야 그치?"

..바쁜 것인지 내게 다급히 용건을 내뱉는 입이 야속했다.
엄마 아들이니까 잘 해낼거라고. 그거 그냥 너는 영웅의 아들이니까 너도 당연히 영웅이 돼야 해! 이러는 거랑 뭐가 달라?
진짜..어른이란 것은 가끔씩 내게 참을 수 없는 끔찍함을 선사한다. 검은 양인지 뭔지 이름 한번 중2병스럽네요.

하기는 싫다. 하지만 어머니의 성격으로는 억지로라도 어떻게든 시키겠지.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난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옛날 부터 시키던 훈련도 아마 이것을 위한 발판이었을 터이다. 하긴, 영웅의 아들이 훈련하는게 단순한 호신술 정도일 리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알겠어요. 유니온 본부인가 거기로 가면 되는 거죠?"

내가 안 하겠노라 깽판이라도 칠 줄 알으셨는지 눈에 띄게 안도하셨고 나는 .오랜만에 어머니가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지친 웃음 이었지만.

-결국 영웅은 행복할 수 없다. 그 악순환은 멈출줄 모르는 고장난 톱니바퀴였고, 나는 어느샌가 거기에 휘말려 들었다.-


 
다음날이 되고 주말이었기에 느긋하게 만렙을 찍고 싶었던 나는 어제 아침의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큰 폭탄 때문에 황금 같은 시간을 유니온에 찾아가는 것에 썼다.

본부에 들어서고 더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에 입고 있던 후드 집업의 후드를 푹 눌러 쓰고는 안내 데스크에 어머니의 아들 이세하인데 검은 양 프로젝트에 대한 안내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물었다.

"앗 그 분의 아들이시군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세하군."


내 이름, 아니 이름과 함께 나오는 어머니의 이름을 들으면 나오는 반응 1번이다. 이제야 알았다는 듯 손뼉 치는 모양새. 반짝거리는 부담스러운 눈. 으 이래서 여기는 오기가 싫어.

느긋한 발걸음으로 안내원을 따라가며 어제 세이브한 게임을 되새기고 있는데 가운데 안내원은 어느 방 문 앞에 멈추어 섰다 .

"여기가 검은 양의 임시 본부에요."


 
..여기가?
아기자기한 양 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방 문에 붙어 있었고, 또한 동글동글한 글씨로 '검은 양 임시 본부!' 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정말 들어와도 되는 걸까..?

어찌 됐든 들어가기는 들어가야 겠기에 약 3분 정도 문 앞에서 고민하던 것을 멈추고 방 문을 열었고 그 곳에서는..

이상한 사람들의 천지였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넘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오합지졸 같달까.
무엇 보다도 여기에 서 유리가 있다는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너..너 왜 여기 있어 서유리..?"

"어 이세하! 왔네? 너 안올줄 알았는데!"

씩 웃으면서 손을 힘차게 흔드는 그녀는 분명 같은 반인 서 유리 였다. 맙소사..위상력을 깨우쳤다는게 사실이었나..

"당신이 이세하 입니까?"

그리고 서유리 뒤쪽에서 살짝 날카롭게 들리는 목소리에 서유리 뒤편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하는 상대를 찾았다.

분홍머리에 심기가 불편한지 살짝 올라간 눈매 그 속의 푸른 눈동자.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거부감에 눈가를 찌푸렸다. 어려 보이는데 웬 존댓말이래.

"어 내가 이세하인데?"
거부감에 따라 자연스레 말투도 곱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상대방의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워 졌다.
"당신은 지각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사과는 커녕 말투조차 무례하기 그지 없군요. 기다린 우리는 뭐가 되는건지.."
마지막 말은 거의 한숨 쉬듯 내뱉어 졌다.
기다리지를 말던가. 왜 초면부터 성질이야. 그거 15분 좀 늦었다고 되게 뭐라 그러네.
"아 예예 그것 참 미안하네"
"에이 처음 보는데 왜그래- 앞으로도 볼려면 좋게 좋게 지내야지! 그나저나 야 이세하 니가 여기 올 줄은 몰랐다? 명단에 있긴 했지만 여기 사람들이 그냥 넣어 놓은줄 알았거든!"
언제나 긍정적인 분위기의 서유리가 날카로워져 가는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었다.
역시 긴장감 없는 녀석..
"아 그거. 그냥 넣어 놓은게 맞을걸- 나도 막 어제 아침에 엄마한테 통보 받은 거라서-"
"음 역시 역시. 어머님이 시키신 거였군? 하긴 니가 여기 자발적으로 올 리가-"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서유리를 무시하고 방을 둘러 보았다.
임시라는 장소 답게 좁고 난잡했다.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는 와중에 키 작은 남..여자..?아이가 말을 걸어 왔다.
"저기 형- 형이 그 '영웅'님의 아들이에요?"
존경심에 반짝거리는 눈. 그리고 기대를 담은 말.
..순수한 어린 아이는 싫지 않다. 하지만 그런걸 나한테 묻는건 정말이지
넌덜머리 난다고-..
아니 그것보다 남자였어?!
"..어 이세하야 너는?"
"와아- 진짜였구나!! 아 저는 미스틸 테인이에요! 잘 부탁 드려요 형!"
불쾌함도 잠시, 남자 아이 치고는 굉장히 소녀 같은 몸짓-(내 대답에 미스틸 테인은 두 팔을 위로 흔들며 방방 뛰었다.)의 미스틸 테인에 정신을 못 차렸다.
맙소사..저게 남자라니 머리만 짧지 여자 아냐..?
"어-이- 꼬맹이들아, 볼륨 좀 낮춰라 시끄럽다-.."
"앗 제이형! 이제 일어나라니까요! '검은 양의 역사적인 첫 모임과 첫 회의'가 이제 막 시작될 참이라구요!!"
저쪽 의자에 등을 받치고 앉아 선글라스를 매만지는 '제이'라 불린 남자는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게 여기 리더인가 싶었다.
그런데 정말 일 안할 것 같은 아저씨네.

"그래 아저씨! 이제 슬슬 일어 나라구! 얘도 왔으니까 이제 회의 시작하자 리더님!"
"끄응..내가 어쩌다가 이런 꼬맹이들을.."
머리를 뒤적이며 투덜거리고는 의자에 나름 제대로 앉는 아저씨(어째 초면인데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그리고 서유리는 아저씨를 향해 호탕히 소리 치고는 내 목에 팔을 감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미약하게 찌푸린 분홍머리를 향해 '리더님'이라 불렀다.
..'리더님'..?
"..뭣..쟤가 리더야?!"
"엉? 몰랐냐? 슬비가 리더님이야!"
서유리는 내 기분과는 정반대의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분홍머리..그러니까 '슬비'를 가리켰다.
"불만입니까? 빨리 자리에나 앉으시죠. 당신 덕분에 15분 늦어진 회의를 시작 하고 싶군요."
차갑게 일갈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늦은 것은 사실이기에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서유리한테 끌려간 것이 반이지만.
회의는 사무적이고 필요한 것만 말하는 분홍머리에 의해 빨리 끝났다. 그러니까..12월 23일 오후 2시까지 강남 CGV? 이었지.
오 좋아 이제 집에 가서 남은 주말을 만끽 해야지. 이제 이런 주말도 없을 거 아냐...
..아냐 우울한 생각은 그만 두자..지금을 즐기는 거야..
"..이상으로 검은 양 첫 회의를 마칩니다. 모쪼록 첫 실전날에 '지각'은 없었으면 좋겠군요."
슬쩍 날 노려보며 말하는 분홍머리를 눈을 옆으로 피하는 것으로 무시해 준 나는 게임 할 생각이 머릿 속의 대부분 이었다.
"으음..그럼 이제 뒷풀이를 하나요??"
열성적인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던 테인이 턱에 손을 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내뱉는 말은 터무니 없었다.
뒷풀이..? 윽 내 황금시간을 그런데에 쓸 수는 없어! 아니 뭘 했다고 뒷풀이야!
"오-뒷풀이라니 그거 좋은데?"
"귀찮다 꼬맹아 너네들 끼리 해라-"
"으엑- 너무해요 제이형! 제이형이 제일 연장자면서! 무-책-임-해-!"
"와앗 백수 아저씨 같이 생긴 아저씨 여기 중에 제일 아저씨면서 무-책-임-해-!"
"...그래 그래 난 무책임 하니까 낮잠을 주무셔야 겠다."
..잘들 논다. 미스틸 테인과 서유리는 아저씨를 놀리는 데에 재미를 들였나 보다. 콤비가 무슨 10년지기야.
그리고 서유리..너 한마디에 아저씨를 세번이나 넣었어..
아저씨는 아저씨라는 말에 조금 굳더니 애써 무시하듯 떨쳐냈다. ..저런..
"뒷풀이 같은 것은 실전에서 좋은 성적이라도 거둔 뒤에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해산입니다."
오-분홍머리 웬일로 도움이 되네
"그래 우리가 뭘 했다고 뒷풀이야- 난 게임하러 가셔야 겠으니 12월 23일에 보자고-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에엑! 너무하셔요!' '야 이세하! 어휴 그 놈의 게임..' 등등의 소리를 무시하며 문을 박차고 나왔다.
후..이제 자유군. 12월 23일 까지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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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시는 모바일로 쓰지 않겠어요...클로저스 직원님들..모바일 앱 같은거 얼른 만들어 주셔요..
제 임의의 설정이 많이 포함됩니다. 다음은 슬비의 시점이군요! 지름작에 계획도 없지만 그때그때 쓰는 About세하 많이 봐주세요!!
2024-10-24 22:21: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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