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최근 서울이 이상합니다

첨지 2014-12-25 1

 안녕하세요, 서울의 어느 구석진 곳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한 소년가장입니다. 저희 집은 너무나 가난한지라, 제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판이죠.


 크흠, 잡설이 너무 길어졌네요.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최근의 서울은 어째 좀 많이 이상합니다. 특히나 사람들의 시선이 말이죠.


 며칠 전의 어느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그날도 형님들을 따라 차원종 시체를 처리해서 재료를 얻어 공방으로 향하던 중이었죠.


 그날따라 유난히도 어두웠던 골목길은 아무도 지나가지 않고 있었고, 따라서 거기에는 저와 형님들 뿐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어? 저기 저거 세하 아녀?"


 평소 딸을 나으면 예린, 아들은 외자로 한이라고 지을거라던 꿈 많은 노총각, 나백천 형님이 갑자기 푸른 빛이 터져나오는 곳을 손가락질하며 말했습니다.


 "어디... 어? 정말이네?"


 형님이 가르키던 곳을 바라보자 정말로 세하가 그곳을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코트와 제복을 입은 뒤, 한 손에는 커다란 칼을 든 채로요.


 그걸 본 이철웅 형님이 옆에 있던 세하의 아버님, 이진철 아저씨를 툭툭 치며 말씀하셨습니다. 네? 세하네 아버님은 아저씨인데 왜 형님들은 형님이라고 부르냐고요? ...주먹은 법보다 가까운 법입니다. 더이상 묻지 마세요. 알면 다쳐요.


 "야, 야. 니는 요즘처럼 위험한 세상에 늦게까지 돌아댕기게 허면 우쩌냐?"

 "에이, 뭐 어때? 저녀석도 요새 지 엄마처럼 위상력 각성해서 일하러 댕기는데."


 이철웅 형님의 사이비 사투리에 아저씨는 걱정말라며 적당히 대답하신 다음 지나가던 세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여―――, 이세하! 또 일하러 가냐?"

 "어..., 아, 아빠?!"

 "뭐하는 거야, 이세하! 달리는 것도 똑바로 못해?"


 아저씨가 부르자 세하는 깜짝 놀라며 넘어질 뻔 했고, 어디선가 나타난 분홍머리의 꼬마아이가 세하를 잡아주고는 타박했습니다. 어째 저거... 꼼짝없이 잡혀사는 공처가와 기가 센 아내 같은 모습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 서계시던, 공처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저씨를 조용히 응시하자 아저씨는 당황하며 횡설수설 하셨습니다.


 "무, 뭐야! 니네 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아니, 아무것도 아녀."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럼, 고럼."

 저렇게 반응하시는걸 보니 찔리는게 없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아저씨가 혼자서 변명하는걸 보고 있자, 그동안 가만히 계시던  비연태 형님이 입을 열며 말씀하셨습니다. 참고로 변ㅌ..., 아니 비연태 형님은 자기 이름이 콤플렉스이신 분이죠. 뭐, 최근에는 아들도 하나 나았던가 했지만요. 아마 이름이 비류연이었나? 왠지 장래에 나백천 형님과 사돈이 되실 것 같습니다.


 "조용히 해 봐. 뭔가 이상하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과연 비연태 형님의 말씀처럼 어디선가 쇠 부딪히는 소리와 형용할 수 없는 괴성, 그리고 폭발음이 들려옵니다. 뭔가 이렇게 말하니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같지만, 아쉽게도 차원종의 시체를 처리하다보면 이정도는 기본이죠. 진짜 괴물들은 따로 있어요.


 "흐음... 소리로 봐서는 스캐빈저인가?"

 "아무래도 우리 세하가 온 것도 다 그놈들 때문인가 보네."

 "자, 그라믄 우찌 할랑가?"


 다들 태연하게 감상을 말씀하시고는 저를 쳐다보시네요. 그렇게 제 의견을 구하는 척 하셔봤자 결국에는 갈거면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이게 바로 답정너라는 거죠? 그쵸?


 "어차피 갈거면ㅅ....."

 "좋아! 그럼 가자!"


 에휴..., 정말로 답이 않나오는 분들입니다.


 소리가 들려오던 곳으로 향하자 칼과 총을 쓰는 왠 착한 몸매의 여자아이 하나와, 세하, 그리고 아까의 분홍 꼬마아이가 열심히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큰 수적 열세는 어쩔 수 없었는지, 서서히 지쳐가는 것이 보이는군요.


 잠시 지켜보던 형님들도 슬슬 등장해야 할 때라는 걸 깨달은 듯, 주머니에서 하나, 둘, 무기를 꺼내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주머니에서 버터플라이 나이프, 일명 발리송을 꺼내며 이리저리 돌렸습니다. 이거, 꽤 멋져보여서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능숙해지기 전까지는 허구헌날 손에서 피가 났었다죠. 형님들 말로는 손가락 안나간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하셨던가요...? 트레이너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어이, 꼬맹이들."


 비연태 형님이 품속에서 꺼낸 비도로 저글링을 하며 말씀하셨습니다.


 "무협지 좋아하나? 한 무협지에는 이런 말이 있어."

 쉬이이익! 허공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가는 비도 한 자루. 보라색 스캐빈저 한마리는 당황한 듯, 비도를 막기 위해 허둥지둥 칼을 휘둘렀지만 형님이 가볍게 손짓하며 왼손으로 한 자루를 더 던지자....


 휘리릭. 퍽.


 ...비도의 끝에 달려있던, 차원종의 시체를 이용해서 만든 실이 비도 채로 녀석의 칼을 휘휘 감아 궤도를 비틀었고, 이어서 날아간 두 번째 비도가 녀석의 목에 박혔습니다. 이어진 결과는 당연히 절명.


 비연태 형님은 무협지광 답게 한 무협지에 나오는 말을 읊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건 살을 찌를 날붙이와 틈을 파고들 약간의 요령으로 충분해. 그건 차원종도 마찬가지 아닐까?"


 웃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비연태 형님은, 제가 봐도 정말로 ** 놈 같았습니다. 그건 다른 형님들도 마찬가지였던 듯, 스캐빈저 한 무리를 쓸어버리신 이철웅 형님이 다가와 머리를 후려치며 말했습니다.


 "멍충아! 그르케 말허면 야들이 겁먹지 않겠나? 그리고 니 말뽄새는 또 와그러는데? 니 중2병이가? 3대 불치병중 하나라는 그 중2병이가?"


 불치병은 아마 3개가 끝이 아닐 것 같지만..., 철웅이 형 GJ(굿잡)!


 "무, 뭐? 중2병? 이런 옘ㅂ...!"

 "키익!"


 그에 열받으신 비연태 형님은 뭐라고 반박하려 하셨지만, 갑자기 치고들어온 보라돌이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후읍...!"


 다행히 이철웅 형님이 들고 있던 장검의 옆면으로 후려치셨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큰일 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뭐, 발단은 어차피 두분이 원인이시니 자업자득이지만요.


 "아들~. 도와주러 왔어~. 하하."


 그와중에 미소를 지으며 세하에게 손을 흔들어 주시는 아저씨.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아저씨는 세하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다가오는 녀석들을 발로 차버리거나 하면서 날려버리셨고, 웃으면서 스캐빈저 한 마리의 목을 날려버리신 아저씨는 뭐랄까... 좀 많이 무서웠습니다. 과연 전직 차원전쟁 넘버 투. 정말 대단하십니다.


 참고로 우리중 위상력을 각성한건 비연태 형님과 아저씨, 그리고 저 뿐입니다. 이철웅 형님과 나백천 형님의 경우에는 차원종을 벨 수 있는 검을 제외하고는 그저 순수 무력으로 싸울 뿐이라니... 정말로 대단합니다.


 "잠들어라!"


 그 순간 나백천 형님이 크게 외치셨고, 그에 형님을 바라보니 온 힘을 다해 휘두른 단 한번의 검격으로 얼추 20은 넘을 것 같은 스캐빈저들을 베어내셨습니다. 정말... 누가 괴물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그만큼 강력한 형님들의 무위는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올라오게 한 원동력이죠. ....가끔 저렇게 외치는 이상한 말만 아니면 정말로 좋을텐데요.


 스캐빈저들을 쓸어내버리고 있는 형님들을 보며 저 또한 뛰어들어 녀석들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향해 다가오는 무리를 보니 어째 수가 너무 많은 듯 싶어 어쩔 수 없이 위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일시적인 각성상태에 들어가 능력치를 증가시켰죠. 정말이지... 이거 한 번 쓰면 온 몸이 쑤신다고요.


 어째 우리를 보는 세하와 양 옆의 여자아이들의 눈빛이 왠 괴물을 보는 듯 했습니다. 사람을 괴물보듯 하다니... 괴물은 저 차원종들이지, 우리가 아니라고요?


 정말이지, 최근의 서울은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특히나 사람들의 시선이 말이죠.


 참고로 제 이름은 이현암입니다. 그렇다고 월향이라는 귀신들린 은장도라던지, 청홍검이라던지, 태극패가 있거나 태극기공을 쓸 수 있는 것도, 한빈거사님을 만난 적도 없지만 말이죠. 생각해보니 우리 팀의 이름은 정말로 특이한 것 같네요. 그 주변인물 들도요.


 역시나 최근의 서울은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2024-10-24 22:21: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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