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RS -D- (15)

건강한J 2015-06-17 0

전편은 검색하시면 금방 나옵니다 보니까 다음페이지에 있네요


[본 소설에서 진행되는 세계관은 다른 세계의 클로저스 세계관입니다.  많은 설정에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부제 -몸부림-


제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직도 해가 보이지 않는 칙칙한 강남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직접 만든 녹즙을 한모금 들이켰다.

가히 녹즙 장인이라고 불리우는 제이의 미간이 조금 찡그려졌다.


뭔가가 안맞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몸의 절반이 기계로 된지도 이제 2주, 그 사이에 일어난 다양한 변화가 제이의 입맛이나 녹즙의 레시피에 조금의 변화를 일으켰다.

어떤 요리도 레시피에서 조금의 변화가 일어나면 맛이 달라진다. 하다못해 가장 기본이 되는 물 조차도 10ml, 50ml의 차이로 맛이 변하기도 한다.


"흠.. 더욱 더 정진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제이가 말했다. 그는 입맛을 다셨다. 오늘의 녹즙의 문제점은 대체 무엇일까..


[제이씨.. 지금 자세 굉장히 웃긴거 아세요? 무슨 녹믈리에도 아니고..]

그런 제이의 생각을 깨려는듯 그의 오른팔에서 유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녹믈리에.. 유정씨. 미안하지만 요즘 개그센스가 많이 올라갔어." 제이의 말에 다시금 오른팔에 불빛을 내는 유리부분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이는 이윽고 다시 바깥을 쳐다보았다.

차원종인 이슬비가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이곳에 침공해 온지도 다시 4일정도가 흘렀다.

다행히 유리와 제이가 그 공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차원종들의 지휘계통은 상당히 많이 흐트러졌다. 그 뿐만 아니라 벌처스의 사장 김가면이 죽은뒤, 수 많은 벌처스 사원들, 그리고 강제적으로 벌처스에게 일한 불쌍한 사람들도 전부 강남을 되찾으려는 유니온과 특경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이 시간에도 많은 보급 물자와 수 많은 지원병들이 계속해서 특경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전황은 급격하게 인간측이 유리해지고 있었다.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제이의 왼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조금 들어갔다. 자신이 더욱 노력해서 검은양팀과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겠다.. 제이의 머리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한번 세하동생은 뭐하고 있는지 한번 가볼까.."

제이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옆으로 조금만 더가면 세하가 아직 입원해 있는 병동이였다.

세하는 김가면과의 격전에서 입은 상처가 아직도 치료되지 않은듯 계속해서 입원해 있었다.

물론 가끔 몸을 움직이기 위해 더스트와 같이 훈련을 하기도 했지만, 그외 대부분은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신세였다.


제이가 세하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방안에서 더스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까지 들려왔다.


"세하님! 아~~ 하세요. 어서 이 더스트의 사랑이 가득담긴 스프를 드셔보세요."

더스트가 숫가락을 세하의 코앞까지 들이대고 있었다.


하지만 세하는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먼저 세하는 이런식으로 극진한 간호를 받아본적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더스트가 들이대는 스프의 색때문에도 곤란해 하고 있었다.

보통 스프색은 우유빛 아니였나...스프의 색깔이 평범하면 모를까.. 더스트가 손수 만든 '수제'스프의 색깔은 그녀의 머리색깔 만큼이나 은색빛이였다.


"괘..괜찮아. 더스트 요즘 나랑 훈련하느라고 무리하고 있잖아? 내가 나중에 천천히 먹을게."

세하가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메이드복을 입어서인지 봉사정신이 MAX가 되어버린 더스트는 눈을 반짝이며 수저의 고도를 낮추지 않고 있었다.


"아니에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식으로 한번 쯤은 세하님에게 스프를 먹여드리고 싶었어요. 자 어서 입을.."

더스트의 간곡한 부탁에 세하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마치 금단의 문을 연것마냥 세하의 입안으로 스프가 들어갔다.


꿀꺽..


세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식감이 기묘했다. 마치 스프가 살아서 입안을 헤집는듯한.. 정확히 말하자면 스프가 살아나서 세하의 입안에 있는 이빨 하나하나를 날름날름 핣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맛도 이상했다. 보통 스프면 고소한 맛이 나야 정상인데 더스트의 스프는 고기맛 따로, 야채맛 따로, 우유맛이 따로 나고 있었다. 한마디로 전혀 조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았다.


보통같으면 맛없다고 크게 소리를 지를 판이였지만.. 세하는 더스트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홍조를 띈채 세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런식으로세하는 아직도 입안에서 날뛰는 스프들을 애써 혀로 다 모아서 목으로 삼킨 뒤 말했다.


"마..맛있어."

그 말에 더스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곤 스프를 다시 한숫가락 떠서 세하의 입으로 다가갔다.


"자 계속해서 드세요. 세하님. 저 지금 정말 기뻐요."

세하는 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저주하며 다시금 그 스프를 자신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고생하는 동생을 보면서 제이는 다른방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자 제이의 뒤에 유리가 바닥을 쳐다보면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제이가 앞에 있는지 몰랐던 유리는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고 걷다가 그만 그녀의 머리가 제이의 가슴에 툭 하고 닿았다.


유리는 놀라며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제이를 보자마자 갑자기 표정이 심하게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 피하고 다녔던 삥을 뜯는 전교 일진을 만난 빵셔틀의 표정이였다. 그녀가 급하게 몸을 돌려서 제이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제이가 유리의 어깨의 자신의 차가운 강철팔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동생.. 왜 자꾸 날 피하는거야? 아직도 '그 날'은 아닐거 아냐."


제이의 말에 유리의 작은 어깨가 계속해서 들썩거렸다. 제이도 오늘만큼은 그녀가 계속해서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알아야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팀워크에 악영향이 끼칠것이다.


유리는 크게 한숨을 쉬고 제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 역시도 결심한듯 제이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큰 두눈망울이 흔들리고 있었다. 유리가 입을 열었다.


"사..사실.. 미..미안해서요."


"미안하다고?"


"네. 제가 그때 멍청하게.. 앞으로 나가지만 않았어도, 아저씨가.. 유정 언니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거 아니에요."

유리의 말에 제이는 그때 그 일을 떠올렸다. 차원종의 수장이 된 이쪽 세계의 세하가 처음 자신들 앞에 나타났을때 제이는 유리를 지키려다가 지금처럼 되었다.


하지만 제이는 그 일에 대해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제이는 생각하고 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이 소녀는 그 일을 지금까지 계속해서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전 아저씨 한테 평생남을 상처를 입혔어요. 아저씨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찢어지는거 같았다구요. 또 막상 살아계신걸 알았더니 왠지 계속해서 아저씨를 지켜주고 보살펴 드리고 싶고... 또.. 아.. 모르겠어요. 저도 아저씨를 향한 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요."

유리가 눈을 감은채 크게 소리쳤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조금 흘러내렸다. 유리는 평생 제이를 지켜주고 싶었다. 자신때문에 몸 절반이 날아가버렸으니.. 그러자 유리의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사실 그때 자신을 지켜준 제이의 등이 유난히 커보였던건 우연이 아니였던걸까. 복잡한 유리의 머리를 식히려는듯 제이가 오른팔로 그녀의 검은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제이가 말했다.


"미안하군. 내가 동생의 마음을 몰랐어. 그래도 너무 신경쓰지마. 일단은 이 상황을 이겨 내야지."


제이는 자신의 대답이 상당히 서툴게 느껴졌다. 자기 자신도 여성 경험이 별로 없으니 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이라도 해**다고 제이는 생각했다. 아직도 떨리는 유리의 어깨를 보고 제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일이 끝나면 동생의 말을 전부 다 천천히 들어줄게. 난 모든걸 받아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니까 말이야." 그 말에 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마치 정말이냐고 물어보는듯한 그 눈빛에 제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가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문제도 한 걸음 해결된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두 사람에게 김기태가 다가왔다.


"오.. 보기 좋은데. 그건 그렇고 데이비드가 불러. 앞으로의 작전에 대해 말할게 있나봐." 기태의 말에 유리와 제이, 그리고 방안에서 아직도 사투를 벌이고 있던 세하와 더스트도 데이비드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왔군. 그럼 이제부터의 작전을 설명하지." 데이비드가 모여있는 4명의 검은양팀을 보며 말했다.


데이비드가 벽에 펼친 지도는 바로 유니온 터릿과 그 주변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렇게 지도로 보니 세하는 또 다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데이비드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벌처스 붕괴와 김가면을 쓰러트리면서 벌어진 싸움에서 차원종인 이세하, 그리고 이슬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차원종측의 지휘나 전선이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강남의 많은 부분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남주변에 특경대들이 손쉽게 강남내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유니온 터릿때문이였다.


유니온 터릿과 주변에 있는 많은 차원종들이 고지대에서 폭격을 가하고 있었고, 터릿에 장비된 소형 터릿들이 그 주변에 접근하는 헬기와 비행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공중지원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 결과 건물 곳곳에 숨어있는 차원종들의 게릴라 전술을 특경대가 당해 낼 수가 없었던것이다. 이에 검은양팀의 다음 최우선 목표는 유니온 터릿 탈환이였다.


"그리고 이건 내 추측이기도 하지만.. 터릿에서 데미플레인쪽으로 발사하는 강력한 에너지 방출기구가 있는것 같네." 데이비드가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심각한 타격을 입은 차원종 이세하때문에 데미플레인을 보호하는 척력장은 약해져 있어야 정상이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측정되는 척력장의 수치는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 말은 척력장을 담당하는 기계가 어딘가 다른곳에 설치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유니온 터릿 부근에 차원종의 밀집도가 상당히 높아.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면 저곳에 뭔가가 있다 이거야."

김기태가 사탕을 빨면서 말했다.


데이비드가 지도에 있는 3개의 유니온 터릿중 하나를 지정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는 터릿이였다.


"동시에.. 가장 심하게 부숴진 터릿이군요."

더스트가 말했다.


"그래. 가장 심하게 부숴진곳이고 차원종들은 이곳을 수리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

그렇기에 우린 먼저 이곳을 점령하고 이곳을 기점으로 다른 터릿들도 점령한다. 일단 데미플레인을 공격하기 전에 강남주변에 있는 차원종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돼."  데이비드가 말했다. 다음으로 정하기로 한 건 정찰임무를 맡아야할 클로저였다.


"일단 세하 동생은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 무리겠고.. 그럼 나나 유리가.."


"아뇨. 제가 할게요."

제이의 말을 끊고 놀랍게도 더스트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그녀의 눈엔 굳은 결의가 느껴지고 있었다.


"저도 언제까지 짐만 될 순 없으니까요."

 더스트가 말을 이었다. 자리에선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다른때와는 달랐다.

그때, 그들이 모여있던 회의실에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활기차고 건강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계신거에요? 저도 좀넣어주세요."

애꾸눈의 특경대 대장 송은이가 그곳에 있었다. 더스트는 은이를 보자 뭔가를 생각해내었는지 데이비드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은이언니와 같이 정찰임무를 가겠습니다. 허락해주세요."

데이비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은이의 활약상은 데이비드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찰임무이니 만큼 이런 특수작전에 익숙한 인물이 필요했다.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바로 송은이였던것이다. 은이를 보고 있던 제이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은이 오랜만이야."


"와 제이 아저씨잖아요. 이거 오랜만... 으에에엑!! 유..유령이다!!!"

제이가 죽은줄로 알고 있던 은이는 제이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면서 복도를 뛰쳐나가서 정신없이 달라기 시작했다.


임무 시작전, 은이를 달래는데 1시간이 더 걸린건 두말 할것도 없는 사실이였다.



더스트는 은이와 함께 목표인 유니온 터릿 아랫쪽으로 이동했다. 검은 하늘아래에서 두명은 조심스럽게 터릿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은이는 예전에 사용했던 신무기 잭슨 제니퍼 7세를 들고 있었다. 그땐 김유정이 만든 노출도가 높은 복장을 입고 있었지만, 지금은 평범한 특경대 전투조끼를 입고 있었다.


"설마 총을 당기자마자 옷이 펑 하고 찢어지진 않겠지?"

은이가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움직였다. 더스트는 원래의 정식요원복을 입은채 아직 푸른거인을 소환하지 않은 채로 은이와 같이 행동했다. 앞에는 유니온 터릿중 가장 심하게 부숴진 터릿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강남 재침공때의 상흔이 아직도 터릿여기저기에 남아있었다.


"근데 더스트야.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계속 표정이 안좋은데.." 

 은이가 더스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비록 한쪽 눈만 있는 은이였지만 가위바위보에서 상대손의 근육만 보고도 뭘 낼지 아는 그녀의 눈빛은 더스트를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말이죠.."

더스트는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더스트는 부상당했던 세하가 몸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세하와 같이 시간이 날때마다 빈 공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이라고 해도 거창한것이 아닌 서로 같이 달린다던가 더스트가 소환한 푸른 거인과 세하가 간단한 대련을 한다 정도의 훈련이였다.  처음에 더스트는 세하의 몸을 생각해서 거인을 약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세하의 부탁에 의해서 훈련 강도를 상당히 높게 상승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세하한테서 이런 제안이 나왔었다.


"연계기...요?"


"그래. 나날히 적들도 강해지고 있으니 우리들도 뭔가 호흡을 맞춰서 차원종들을 공격하면 더욱 쉽게 쓰러트릴 수 있을거야." 세하의 제안을 더스트는 쉽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도 항상 사모하던 세하와의 연계기라니.. 생각만해도 즐거운 일이였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연습용 더미를 목표로 세하는 건블레이드가 아닌 평범한 목도를 사용하면서 기술을 맞춰보았지만, 세하의 움직임에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세하가 위상력을 모아서 더미를 더스트쪽으로 날렸다. 원래대로라면 더스트가 다시 그것을 세하에게 되돌려 보내야 했다. 하지만 더스트의 손가락이 일순간 늦게 반응했고, 그 결과 거인 역시도 늦게 움직이고 말았다. 결국 더미는 더스트의 머리에 정통으로 부딫히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세하님을 보는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아.. 어떻하면 좋을까요. 은이언니" 더스트가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은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은이는 애써 더스트의 얼굴을 외면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어느때건, 훈련 땡땡이 1순위는 바로 송은이 자리였으니 말이다. 팀원과의 연계따윈 그녀에겐 임기응변의 한 수단에 불과했다.


"도움이 못되서 미안.." 은이의 입에서 결국 이런 유감스런 대답까지 나오고 말았다.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유니온 터릿을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었다. 운좋게도 차원종들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끔 앞으로 드라군 타입의 정찰병들이 지나다녔으나 은이의 은신술과 더스트의 작은 몸집으로 정찰병들을 모두 지나치는데 성공했다.


더스트가 마지막으로 터릿의 외곽지형의 특이점을 자신의 핸드폰에 입력 후 돌아가려는 순간, 그녀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어디선가 엄청난 양의 위상력이 휘몰아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더스트? 어디가?" 은이가 갑자기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는 더스트의 뒤를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더스트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터릿 안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더스트가 간곳은 말 그대로 터릿의 안쪽부분이였다. 외벽이 파괴되어서 드러난 터릿의 안쪽부분에 뭔가가 돔 형태로 씌여져있는것을 더스트는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이곳에서 엄청난 양의 위상력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녀가 앞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바닥에 있던 적은량의 잿가루가 하늘에 흩날렸다. 더스트가 무시하고 앞으로 가려는 순간, 송은이가 빠르게 달려가서 더스트를 끌어 앉은채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 즉시 더스트가 있던 자리에서 검은 폭발이 일어났다. 더스트가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갔더러면 순식간에 그녀의 몸은 저 하늘로 날아가버렸을것이다.


"괜찮아?"

은이가 더스트를 보며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여기가 발견됐군. 바깥에 정찰병놈들은 뭐하고 있는거야?"

더스트와 은이 앞에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그 소년은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배를 내놓은 노출도 있는 복장, 그리고 재처럼 하얀 머리.. 차원종인 애쉬가 지금 더스트와 은이 앞에 서있었다. 은이는 빠르게 무기를 꺼내서 애쉬를 조준했다. 그리고 더스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하수인인 푸른거인을 소환했다.


그 모습을 본 애쉬는 어이가 없는지 피식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 앞에 뭐가 있는거야?"

더스트가 애쉬를 보고 소리쳤다. 그 말에 애쉬는 조용히 더스트와 은이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는 벌레를 보는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애쉬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윽고 그의 손에 검은색의 조그마한 구체가 만들어졌다. 애쉬는 가만히 그 구체를 더스트를 향해 날렸다. 파란거인은 그 순간 재빠르게 구체를 오른팔로 쳐내었다. 구체가 위로 튕겨져 나가서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이 신호였다.


송은이는 잭슨 제니퍼 7세의 방아쇠를 당겼다. 조준은 필요 없다. 무수히 많은 개틀링건의 탄환들이 일제히 애쉬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더스트는 자신의 종을 움직였다. 하지만 애쉬의 주변에서 잭슨 제니퍼 7세의 총탄은 그대로 정지한듯 멈춰있었다. 


이윽고 거인은 애쉬의 작은 머리를 짓눌러버리기 위해 주먹을 뻗었다. 그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작은 어린아이외 거대한 골렘과의 싸움처럼 보였다.하지만 애쉬의 머리위에서 거인의 주먹은 그대로 멈춰있었다. 아니 힘을 줘도 그 이상 주먹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역시.. 넌 너무 약해 더스트."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애쉬가 주먹을 들어 거인의 주먹을 툭하고 살며시 밀었다. 거인은 그 순간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빠르게 튕겨져 나가서 벽에 쳐박혔다.


순간 더스트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애쉬가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서 단숨에 더스트의 옆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애쉬가 손을 더스트를 향해 휘둘렀다. 검은 재가 애쉬한테서 치솟아올라서 더스트를 강타했다.


강렬한 고통이 더스트를 덥쳤다. 더스트는 고통에 중심을 잃고 몸을 비틀거렸다. 그리고 애쉬는 더스트의 배를 오른발로 걷어찼다. 더스트는 순간적으로 공중에 솟구쳐 올랐다. 그녀가 고통에 비틀거릴때 애쉬는 오른손으로 더스트의 뺨을 때렸다.


더스트가 뒤로 부웅 튕겨져나갔다. 은이는 계속해서 잭슨 제니퍼 7세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계속해서 총탄은 애쉬의 주변에서 정지하고 있었다.

애쉬는 가볍게 자신의 위상력을 방출했다. 그러자 은이도 마찬가지로 뒤로 튕겨져 나갔다.


더스트와 은이는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애쉬는 따분한듯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역시.. 너무 심심해. 이세하라면 모를까.. 넌 너무 약하다고. 다른 애들은 전부 성장하지만 넌 별로 성장하지 않아. 한심해."

애쉬가 더스트를 조롱했다. 더스트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굴욕에 찬 표정을 본 애쉬는 뭔가 다른것을 하나 생각해내었다.


"아. 그럼 한가지 내기를 하지."

그렇게 말하곤 애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애쉬의 옆에서 작은 차원문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차원종이 천천히 저벅저벅 걸어왔다.


이윽고 차원문에서 모습을 들어낸것은 하이브 마인드와 용을 수호하는 정예 차원종, 안드라스였다. 다만 다른것은 그 안드라스의 몸엔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었다는것이다.


"한번 이겨봐. 그럼 내 뒤에 있는 저 장치에 가는 길을 열어줄게."

애쉬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바위에 앉았다. 마치 싸움을 구경하는 어린아이처럼 애쉬는 즐거운 표정으로 안드라스를 쳐다보았다.


더스트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안드라스가 비록 정예병이라고 해도 예전에 아스타로트의 호위를 맡았던 차원종과 싸워본적이 있다. 그런 생각에 더스트는 푸른 거인을 앞으로 움직였다. 거인과 안드라스는 키차이가 조금 안났다.


비록 거인이 조금 작지만 별로 차이는 나지 않았다. 거인이 오른주먹을 안드라스를 향해 뻗었다. 더스트의 눈빛이 빛났다. 하지만 그건 더스트의 착각이였다.


안드라스는 가볍게 거인의 주먹을 피하고는 빠르게 들고 있는 낫으로 거인의 턱을 쳐버렸다. 그리곤 짧고 굵은 다리로 거인의 배를 차버렸다. 거인이 다시 저 멀리 뒤로 튕겨져 나갔다.


더스트는 몰려오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억속에 있는 안드라스와는 전혀 다른 파괴력에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한가지 말 안한게 있는데.. 그 안드라스는 너도 본 '미스틸테인'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안드라스 타입중 하나야. 다른 안드라스와 똑같게 보면 곤란해."

애쉬가 말했다.


안드라스는 자신있게 덤비라는듯이 괴성을 한번 내지르고 가만히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가리켰다.
더스트와 은이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더스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걸 쓰러트리면.. 난 더 강해질수 있겠지. 세하님과... 함께 나아갈 수 있을거야.


조용히 더스트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

안녕하세요 언제나 부족한 소설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엔 더스트 편입니다. 내용을 곰곰히 보니 클로저인 더스트가 활약하는 장면이 별로 없었네요.

그래서 이렇게 거의 단독으로 활약하는 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제이가 누구랑 커플이 되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흔히 제이유정이 좋네 제이유리가 좋네 이러는 사람들이 있는데

솔직히 제이는 누구랑 커플이 되도 어울립니다.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2024-10-24 22:28:5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