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해에게로.

동백김지수 2015-06-15 0

추적추적..


빰 한쪽이, 등 전체가, 온 몸이 비에 젖었을때 쯤 세하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끄러운 앰뷸런스 소리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뒤섞여

세하의 머릿속은 블랙홀처럼 어지럽다.


간신히 눈을 뜨고 길었던 전투의 파편을 맞춰 보았다.


'분명, 차원종과는 다른 놈들이었어...'


세하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철조망에 기대 숨을 몰아쉰다.

붉은 조명을 가리는 우산에 세하는 고개를 들었다.


슬비였다. 어젯밤 날뛰듯 뛰쳐나가는 세하의 뒤로 들린

원망섞인 목소리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세하를 바라본다.


"가지 말랬잖아. 함정일게 뻔하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리야.. 유리라고.. 내 손으로 꼭 구해야해."


서슬퍼런 눈을 하던 슬비는 우산을 어깨에 툰 던져 내리고 돌아섰다.


다시 붉은 조명 아래, 세하가 혼자 남았다.

세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어둠 속을 파고 든다.


클로저스 정식요원 승급 후, 차원종과의 전쟁은 3년간 지속되었다.

1년전 대 차원전쟁시 어쩔 수 없는 연합으로

벌처스와 유니온의 대립도 끝났지만.

아직 모든 전쟁이 끝난것은 아니었다.


<신서울 강남, 이자까야_ 제이가 긴 바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신다>


종업원은 계속 눈치를 보며, 제이를 살핀다.


"아저씨..많이 취하신것 같은데, 그만하시죠"


"손님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아저씨라니."


"죄송해요"


"그럼 한 잔 더..."


종업원은 엎어진 제이의 뒷목을 흘겨보며

제이의 머리 맡에 술 잔을 놓는다.


"이걸로 마지막이에요 저희 가게도 문닫아야 한다고요."


제이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술잔을 든다.


'좋은 시절은 다갔어.. 차원종 전쟁때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지....'


제이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이자까야 출입문 쪽 Exit 조명을 바라본다.



<신 서울_ 강남 변두리, 세하의 숙소>


라디오 방송이 나오고 있는 원룸.

샤워실 쪽에는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샤워꼭지가 돌아가고, 세하는 머리를 털며 거실로 나와

라디오 주파수를 바꾼다.


" 2종 차원 경보.. 마리트 호텔 뒷 편 출동 대기중, 경찰 병력 둘에 차원종 3마리..

  아니.. 2마리다. 경찰 무력으로 진압 불가, 경찰 무력으로 진압 불가..."


"클로저 대원 1인 출동, 3분간 대치 바람"


세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주파수를 맞춘다.


"치 --익...치 --익 차원종으로 의심되는 변종 출현..물리력이 통하지 ....지..원.. 요..치 --익"


세하는 잔뜩 눈에 힘을 주고 급하게 상의를 벗는다.


요원복을 입으려는 찰나,


세하의 목 뒤에서 단검이 날아와 라디오에 꽂힌다.


" 가지 말라고...세하."


"또 너냐..."


슬비는 다시 무서운 눈으로 세하를 노려본다.



"보낼 수 없어. 넌 이제  클로저스 요원도 아니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넌 이제 리더도 아니니까!"



슬비는 단검을 띄워 세하의 얼굴을 겨눈다.



"가지마, 이세하. 니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세하는 참착한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슬비의 당황한 표정 만큼이나 슬비의 단검도, 세하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세하는 그대로 문을 나서려 했다.


슬비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재웠다.


"유리도 바라지 않을거야!"


세하는 묵묵히 발을 다시 옮겼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렸간다.


슬비는 단검을 내려놓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세하의 오토바이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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