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가정실습은 그와 그녀들을 고달프게 한다。프롤로그

Prile 2015-06-08 6









『그의 주부생활은 고달프다。』 시리즈 단편.

[방과후] - 가정실습은 그와 그녀들을 고달프게 한다。 < 프롤로그 >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떠난 학교에 창문으로 스며 들어오는 저녁놀이 교실 안을 붉게 물들인다.

어두워지는 길가에는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학생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하던 학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함을 내뿜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나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향해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겠지만, 본의 아니게 학교의 가정실습실에 남아 두 명의 요리치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왜 이렇게 됐지……?"

침대에 누워 게임기를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가정실습실에 남게 된 원인인 두 요리치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 이세하 이것보다 더 작게 썰어야 하는 거야?"

"……야, 적어도 네가 쓰는 지우개 크기만큼이라도 썰고 말해라."

"그, 그렇지만……."

슬비는 큼지막하게 썬 양파와 나를 번갈아가며 울상을 짓고는, 양손으로 눈가의 맺힌 눈물을 닦고는 다시 식칼을 고쳐잡고 양파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맵냐?"

"……눈이 너무 매워."

"참아. 그것밖엔 답이 없다."

"……불친절한 선생같으니."

슬비는 중얼거리더니 볼을 작게 부풀리곤 불만이 가득 담긴 시선을 보내왔다. 키로 보나 외모로 보나 삐친 중학생같아 귀여워 보이긴 하지만 속에 담아두겠지. 뒤끝 심하니까.

"그럼 불친절한 선생은 더욱 더 스파르타로 나갈까 합니다만, ……각오는 됐냐?"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몇분동안 슬비를 살펴주고 있자, 옆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힐끗 돌리자 찰랑거리는 흑발의 주인인 유리가 팔짱을 끼고는 자기 앞에 놓인 양념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양념장을 바라보고 있던 그 시선을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 쪽으로 돌렸다.

"세하야, 이 양념장 약간 짜게 하는 편이 좋은 거야?"

"너 닭볶음탕 만들기로 했다며. 그럼 약간 짜고 맵게 만들면 되지."

"약간 짜고 맵게……? 그럼 이정도면 되겠네."

"닭이나 빨리 손질해. 그러다가 언제 다 만들래?"

"에이, 손질이야 대충하면 되지!"

"모르는 소리! 요리의 시작은 손질, 그리고 칼질이다! 칼질이 무뎌지면 그 요리는 결국 최고가 될 수 없는 거라고!"

"따, 딱히 최고까진 되고 싶지 않은데……?"

"시끄러. 양념장은 다 만들었으니까 이제 닭 손질하고 양파랑 감자, 당근, 그리고……."

"대파?"

"그래, 대파. 그것들만 썰면 나머진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돼."

"오케이~!"

생닭을 한 손에 잡고 다른 한 손으론 식칼을 돌리며 유리는 사전에 내가 가르쳐 준 대로 닭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야, 야 아무리 식칼보다 긴 칼을 평소에 쓰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위험하게시리 칼 돌리지 마라.

나는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탁자에 철푸덕 엎드려 창문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진짜 왜 이렇게 됐냐…….




























좀 더 휘갈겨서 본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2024-10-24 22:28: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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