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활동기록-X월 X일. 식(食)담력시험.

NANODESU 2015-06-05 0

"......"

"......"

"......"

"......"

"......"

"저기... 이건 대체...?"


신강고등학교의 차원종이 전멸하고 학교가 재건 된지 오늘로 일주일째.

우리 검은양 팀은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본부로부터 이 주간의 휴가와 학교 생활을 지급받았다.

뭐... 제이 아저씨나 미스틸은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닌게 문제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는 지금 우리를 위해 개설된 방과후활동인 "검은양 활동부" 에서 평화로운 매일을 보내는 중이다.

최전방에서 싸우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좀 죄송하긴 하지만, 본부의 명령이니 어쩔 순 없겠지.(느긋)

그런데... 대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것....


"이 불길한 느낌이 가득해서 지금 당장 차원문이 열려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한 비주얼의 냄비는 뭔가요......?"

비주얼 뿐이라면 그래도 괜찮았겠지만 뭔가 냄새도 이상하다.

냄비에 휴대용 버너까지 있는 걸로 보아 뭐랄까, 요리라도 하려던 모양인데...


"저, 전골! 이라던가... 어묵탕! 이라던가... 마, 만들려고 했는데..."

"...유리야. 전골 이라던가 어묵탕 이라던가 만드는데 왜 여긴 지금 참치 캔이 둥둥 떠다니는거니?"

심지어 따지도 않은 채 넣었다.


"...그리고 이 홍삼하고 감초하고 오메가3. 제이 아저씨가 넣으신거죠?"

"아, 아니 그, 건강은 중요하잖냐?"

......전골이나 어묵탕에 그걸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미스틸은 여기에 뭘 넣었니?"

"맥주요!"


어떻게 구한거니.


"독일산이라서 맛도 좋아요!"

먹어본 거야?! 미스틸 지금 13살 아니었어?!


......그나저나, 이런 일을 생각할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생각 나는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이세하."

"어, 엉? 왜 나한테 불똥이 튀는데?"

"네가 가장 수상하거든. 이런 일을 처음에 생각한 사람이 너 아닐까 싶어서. 뭔가 심심하다던가 하는 이유로."

"내가 심심하면 게임을 하지 이런 짓을 하진 않아."


세하가 단호히 대답했다. 하, 하긴 그렇네. 너무 당당해서 좀 깰 뻔 했지만 아, 얜 원래 이런 애였지 참. 하고 겨우 납득했다.


"그럼 대체 누가 먼저 시작한 거야?"


검은양의 리더로서 따끔하게 주의를 주지 않으면......


"......니."

"응?"

유리가 거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좀 더 큰 소리로 말 해주라구.

내 얼굴에서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유리가 심호흡을 한번 쉬더니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소, 소영이 언니."


......응?


"부, 분명 나는 세하하고 같이 평범한 전골을 끓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냄새를 맡고 들어 온 소영이 언니가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뭔가를 넣었더니 이렇게 되어버렸어..."


...에? 에? 잠깐, 에?


"......소영이 누나가 들이부은 그거, 일단 냄새부터가 아웃이었지..."

"엄청엄청 수상한 냄새..."

"아니아니, 잠깐만. 소영이 언니는 분명 강남에 있을 텐데?"

그렇다. 소영이 언니는 분명 강남역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을 터. 이런 곳 까지 올 리가 없다.

그랬더니 제이 아저씨 하는 말.


"그 소영이라는 애가 말하던데. 자기 여우귀에 뭔가 재밌을 것 같은 일이 감지 되었다고."


......안테나?!

아니, 그보다. 그 여우귀 진짜였어?!

그리고 귀로 재밌는 일을 감지한다니 그게 무슨...?!


"분명 그 귀, 뇌파로 움직인다고 했던 것 같아요."


뇌, 뇌파로?! 그 언니, 예전에 모듈을 야매로 만든 게 거의 완성품에 가까웠다는 한기범씨의 말에서 부터 어느정도 알아보긴 했는데... 설마 그정도 였을 줄은...

...근데 뇌파로 한참 멀리 떨어진 신강고의 재밌을 것 같은 일을 어떻게 감지한 거야?


"뭐, 일단. 그 소영이 누나가 그 꺼림칙한 뭔가를 들이부은 뒤로 뭔가 암흑냄비 같은 전개가 되어 버려서..."


설마 설마 했던 암흑냄비 였나...


"그래서, 뭘 넣었던 거야?"

"어... 그게..."


세하와 유리가 손가락을 꼽으며 자신들이 넣었던 재료를 되새기더니 차례차례 말하기 시작했다.


"참치 캔, 당근, 양파, 마늘, 문어..."


음, 일단 여기까진 통과. 근데 문어는 뭐야. 참치는 따서 넣으라고.


"이차원 젤, 차원종뼈국, 참치마요 삼각김밥..."


....통과.


"오메가3, 홍삼, 감초, 비타민..."
"건강은 중요하니까. 음음."


제이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저기요, 암흑냄비에 건강식품 넣어봤자 영양소 전부 날아가니까요......


"거기에 마지막으로."

"응."


"유리의 탄피, 모듈 666, 김유정 요원님 시말서, 헥사부사 부품."


......

......

......


"......응?"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응?

거기다가 뭔가 죄다 들어가선 안될 것 같은 것들 뿐인데? 응?

그리고 시말서는 대체 왜 넣은거야.

헥사부사는 또 뭐냐고. 곧 있으면 선우 란 요원님의 비명이 들려올 것 같다.

거기에 결코 장착해선 안될 그 전설의 모듈도 들어있잖아. 어떻게 만든거야.


"그리고 지금 막 다 끓은 참이라서 한번 먹어보려고 했어."

"그만둬. 죽을 확률이 75% 이상으로 간주되는 위험물이야. 당장 폐기하겠어."

"자, 잠깐!! 이왕 만들었으니 먹어보자! 맛있을수도 있으니까!!"
"그럴 일은 결단코 없을테니 안심해. 이건 내가 책임지고 차원종에게 뒤집어 씌울테니까."

"차원종이 불쌍할 수준이구만..."

"음... 맥주를 더 넣을까요?"

"아니, 필요 없어. 리더의 권한으로 명령하지. 이세하, 당장 이걸 열로 증발시켜버려. 폭렬검 전소를 써도 상관 없으니."

이왕이면 내 위성 폭격으로 전부 날려버리고 싶지만.


"예예. 명령이라면야..."


세하가 건블레이드와 냄비를 들어 밖으로 나갔다. 아마 운동장에서 처리하려는 모양이다.

저 녀석, 그래도 은근히 배려심은 있네. 다른 사람을 걱정해서 밖으로 나가다니...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커, 커헉!! 우욱!!"

털썩.


"!?"
"세하야?!"

"형?!"

"설마 또 차원종!?"

교실의 문을 열고 나오자 그곳엔 쓰러져 있는 세하와 냄비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칼바크 턱스 처럼 클로킹을 사용하는 종 인건가?

"리더 권한으로 긴급 작전 개시! 전원 전투태세!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 해서 처리합니다!"

교실 안에서 전원의 무기를 띄워 쥐어주고 세하를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싸 보호진형을 펼쳤다.

어디냐..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끄..끄으..."


등 뒤에서 돌연 좀비같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 어깨에 돌연 손을 올렸다!


"히, 히익!!"

순간적으로 단검을 휘둘러 적을 떨쳐냈다. 급하게 비트를 사출하고 적에게 날리려는 순간!

"기, 기다려! 나라고! 이세하!"
"아, 아..."

세하였구나. 다행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냐? 왜 갑자기 고통스러운 소리를 낸거야?"


제이 아저씨가 세하의 얼굴을 마주보며 말했다. 그러자 세하가 내 눈치를 보더니 살며시 눈을 피하며 말했다.


"....먹었습니다. 저거."

세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혼돈이 가득한 새카만 타르액같은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던 냄비가 널브러져 내용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저걸 먹었다고? 저거 지금 바닥을 녹이고 있는 것 같은데?


"....폐기 하라고 했잖아."

"아니 그래도 아깝잖아. 한번쯤은 괜찮겠지 했더니..."


세하가 꿀꺽, 침을 삼키더니 왠지 석봉이의 얼굴이 떠오르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유리 스타에 스페셜에 일섬을 동시에 3명의 유리에게 맞는 느낌이 들었어..."


그 말과 함께 세하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거의 말도 못 이을 정도의 멘탈 붕괴 상태가 되어 버렸다.

......무서운 음식, 아니 정신 파괴 병기다.

차원종에게도 써먹을 수 있다면 차원문 같은거 진즉에 닫아버렸을 듯 한 느낌까지 준다.


"...진짜로 폐기 해야겠네."

"ㄴ, 네..."

"세하가 저렇게까지 망가지는 건 처음 봤군... 그렇지 유리ㅇ..."

"으웅?"

이번에도 등 뒤에서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뭔가 손가락을 쪽쪽 빠는 듯 한 소리가 들려 왔다.

...서, 설마!!

"유, 유리야!!?!"
"먹은 거에요?!"
"얘넨 대체 왜이래?!"


진짜 그 말대로다. 얘네 대체 왜 이래. 왜 이런 때만 의욕이 넘치냐구.


"......"


유리가 조용해졌다.

불안하다. 엄청. 방금 전의 세하의 반응을 보면 안 좋은 생각 밖에 안 든다.

엄마 아빠, 도와줘요.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마.....이...."

"유, 유리야..?"


유리가 살며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온 몸을 불안 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더니...


"맛있어어어어어어!!!!"

"...으에?!"
"하아?!"

"이 깔끔한 목넘김! 간간히 씹히는 물렁해진 탄피!! 거기다가 시말서의 맛이 가장 좋아!! 이건 신의 음식이야!! 진짜!!"

유리가 평소보다 3배는 더 눈을 반짝이며 냄비를 들어 이젠 내용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자, 잠깐!! 어째서 저런게 맛이 있는거야!?"

"숱한 맛없는 건강식품을 먹어 온 나도 전혀 이해가 안 갈 수준이다... 쟤 미각 정상인거 맞지?"
"우, 우와아.. 전부 마셔버렸어요..."


심지어 다 마시자마자 스테이터스가 무적에 돌입했다.


"으오오오오!! 힘이 용솟음친다!!! 차원종은 어디냐아아아아!!!"

"으와아아! 여기서 검 휘두르지 마!"
"난 도망친다!!"

"가, 같이가요 아저씨!!"
"으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혼자서 차원종 잡으러 다닐 때가 제일 평화롭고 좋았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2024-10-24 22:28: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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