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정미→제이←하나] 우리를 구해주세요, 그대... - 모두의 시점 中편

수민혜 2015-06-01 2

[중편][정미→제이←하나] 우리를 구해주세요, 그대... - 모두의 시점 中편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8%98%eb%af%bc%ed%98%9c&n4articlesn=2601


↑ 이 글의 이전편 링크입니다.








...... 어...... 네. 간만이죠?



얼마전에 단편으로 생존 신고를 하면서 왔었습니다만...... 조만간 시간이 될때 그 단편글도 분량을 길게 수정하고 싶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소영이라는 캐릭터... 정말 좋아하거든요! ' v'a


사실 시점들을 일일히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두의 시점 편이 굉장히 많이 나올 것 같다는 예고부터 하고 싶습니다.


어, 여러분들도 분량 많은거 좋아하시잖아요!




...... 너무 무자비하게 많은 분량도 싫어하시는건가!?


그... 그렇다면... lllllllllOTL



...... 어, 일단 시작하겠습니다. 저장해놓은 분량을... 하나 꺼내게 되네요.


하지만, 저장된 분량이라도 한꺼번에 올리면 재미는 없을테니... 한주에 하나씩 올리는거로......






...... 어... 저기, 저 죽이시진 마세요!




잡설은 여기까지,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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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된 것 같다. 처음 애쉬 녀석을 만났을 때 이 녀석 혼자 였었는데, 지금은 남매로 보이는 여자 아이 한명이 같이 동행을 한 상태라니. 그제서 나는, 앞으로의 계획이 내 생각과는 다르게 많이 바뀔 것이라고 직감했다.


불길한 기운이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애쉬 녀석의 말대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희생 없이는, 얻는 것 또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그 말들.


......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희생해야할 것이 뭐길래?


녀석은 내게 희생을 강요했고, 일단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의 실제 정체를 알고선 내게 희생하라는 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챈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내게 원하는 것은 대체 뭐지?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나오는 답이 없어서 답답할 지경이었다.


" 자, 애쉬. 우린 이제 재미있는 일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을 때, 듣기만 해도 간드러질 것 같은 목소리로 그에 걸맞지 않는 섬뜩한 한마디가 내 귓속을 파고 들어왔다. 재미있는 일이라니? 지금 이 괴물 녀석들 천지에 우리를 세워놓고 재미? 재미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거야? 아니, 재미라는 개념이 뭔지는 알고서 하는 말이야?


" 물론이야, 누나. 그래서 내가 재미있는걸 발견했는데 말이지...... "


말을 마치지 않고 녀석이 나를 힐긋 바라보는 바람에, 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 눈빛이 마치...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그런 사악한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서 내가 느꼈던 기분은, 연구자의 임상실험을 위해 세워놓은 실험용 쥐가 된 기분이었다. 그 것 때문에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굉장히 기분 더러웠다.


" 응? 왜? "


더스트 라고 불린 녀석이 애쉬 녀석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는 듯이 물었고, 얘기를 듣던 애쉬 녀석은 미소를 지으며 곧 나와의 시선을 벗어났다.


" 아무것도 아냐. 그건 그렇고, 그 재미있는 이야기에 관한건데. 아무래도 그 반역자의 수하가 이 근처에서 배회하려는 모양이야. "


그 말을 듣던 더스트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그래? 이제 그 녀석이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려는 모양인가봐? "


하지만 곧 애쉬의 말에 하품을 하며 대답하는 더스트라는 녀석은... 이미 애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자기들 끼리의 담소라니, 사람을 이렇게 세워놓고 할만한 짓인가 싶을 정도였다.


" 그렇겠지. 그 녀석도 입질이 오기 시작했을거야. 우리들의 목적을 알고 있다면 말이지. "


하지만, 그런 얘기에 내가 끼어들 수 없는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알 수 있는 부분은... 그 둘은 지금 흥미 혹은 자신들의 만족을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후훗, 우리 계획은 착실하게 준비되고 있는거지? "


그리고, 더스트 녀석의 입에서 다시 한번 계획이라는 말이 언급됬다. 이젠 계획이라는 말을 들을때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어버렸다.


" 당연하지. 무대에 설 주인공은 이미 준비된 상태였으니까. "


무대에 설 주인공이라는 말을 애쉬 녀석이 꺼냈던 순간, 내 머리속에서 불안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 " 너도 알잖아? 이런 세상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그만한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거 말야. "


이런 생각과 함께 스쳐간 생각. 이 얘기는 결국... 나를 두고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의미라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 목적을 이룰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도...... 그 부분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불안했다.


" 그럼 이제 슬슬 손님들을 맞이해주러 가자. 그 수하놈의 기운이 이 곳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거든. "


자신의 몸을 가볍게 털고, 우리가 있던 방향과는 정 반대의 방향에 시선을 던진 녀석이었다. 녀석이 보는 그 곳에, 누군가가 온다는 얘기겠지...?


" 후훗, 그래. 그럼 어디... 손님을 맞이하러 가자구. "


그러면서, 몸을 돌려 우리를 등진채 어딘가로 가려는 두 녀석이 보였다. 그제서 숨좀 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 물론...... "


그런 내게 긴장감을 심어주려 했는지, 얘기를 끌면서 나와 정미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애쉬 녀석. 그리고 녀석에게서 느껴진 그 눈빛은......


" 미리 이 둘에게 얘기를 해놓는게 낫겠지. 아주 재미있는 정보들을 말야. "


이제 너희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그런 눈빛인데, 이 눈빛이...... 굉장히 불순해보이는 의미로 느껴지는... 그런 흥미의 눈빛이었다. 그걸 느끼기라도 한걸까, 나와 내 옆에 있던 정미도 식은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빌어먹을... 어디 있어...! 어디 있는거냐!! "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인 강변길에서, 나는 그 주변에 출몰한 차원종들과의 전투를 벌이는 것과 함께 두 아가씨를 찾는데에 집중했다. 혼자선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원종 수가 나를 가로막았지만 두 아가씨들이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 것을 어렵다며 투덜거릴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에 생각을 그만두고 오직 그 두가지 일에만 전념한 것이다.

 

중간에 이전의 악몽 같았던 전쟁 시절때와 비슷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차원종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와 교전을 벌였고, 그 시절의 노련함이 아직 남아 있었는지 그 녀석과의 전투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강남 때에서부터 몸을 풀어왔기 때문인지 그 때의 노련함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애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겠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말야.


...... 하지만, 그랬는데도 아직까지 두 아가씨를 찾지 못한 상태. 덕분에 나는 초조함과 답답함에 못이겨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어쩌면 둘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라면... 정말 이 정도로 불안에 떨어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 " 선배님! 선배님! "


그 때, 내 무전기에서 누군가의 교신이 들려왔다. 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한 순간에 날카로워진 나는 그 교신을 향해 무전기를 대고 입을 열었다.


"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가하게 무전기 굴릴 시간 없어. 그러니까 알아서 연락 끊어주길... "

- " 선배님, 혹시 정미 선배랑 하나 선배를 찾고 계신거죠? "


내 말을 끊고서 그 말이 들려온 순간, 난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아니, 마칠 수가 없었다는게 맞는 말일수도 있었다.


" 그걸 그 쪽이 어떻게... "

- " 일단 나중에 설명해드릴테니, 먼저 듣기부터 하세요. 지금부터 제가 두 선배가 있는 곳을 찾아낼거니까, 찾게되면 그 장소를 바로 알려드릴게요. 얼마 안걸리니까 조금 기다려주시구요. 아시겠죠? "


나는 그 교신자의 목소리를 듣고서 침묵을 일관했다. 애써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 " 선배, 찾았어요! 지금 계신 강변길에서 길따라 가다보면 나오는 대공원의 벚꽃길에 두 사람의 반응이 감지되고 있어요! "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소식을 전한 그 목소리에게, 속으로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 나중에 찾아가지. 고맙다고. "


나의 대답에,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에선 쑥스럽다는 듯이 반응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 " 뭘요, 선배님! 그럼 선배들을 꼭 구해주세요! "


...... 목소리로만 판단하면, 나보다 나이 먹은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모르겠군.


" 바라는 바야. "


나는 그대로 무전기의 교신을 끊었다. 그리고 벚꽃길 거리를 향해 몸을 돌렸고, 도움닫기 자세를 취했다.


" 가보자고! "


그리고 곧 내 신형은 공중을 활보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 너...... 대체 무슨 일에 휘말려 있는거야? "


나는 지금까지 있던 모든 상황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단 몇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 앞에 벌어진 상황들은 몇년에 걸쳐서 일어날만한 악재가 한순간에 덮쳐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유니온 에서의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 우리를 데리러 온 차를 타고서 한강을 지나고 있었을 때, 우리 쪽을 뒤따라오던 차들이 괴물들의 습격을 받은 것을 가장 먼저 목격했고, 이후론 조금 시간이 지나더니 나와 하나가 타고 있던 차 역시 괴물들의 습격을 받았다. 위험한 상황인걸 직감했는지 몸이 먼저 반응해서 차 안에 있는 손잡이를 놓치지 않는 바람에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우리를 태우고 운전하던 분은...... 사고가 나자마자 우리를 두고 도망을 가버렸다. 공무원 이라는 인사가 사람을 버리고 도망이나 가다니... 라고 생각했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었는지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 아마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았다. 굳이 그러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습격을 받은 차 주변에는, 정말 끝이구나 싶을 정도로 괴물들이 득실거렸다. 차원종이라 불리는 이 괴물들은... 인간들을 보는 즉시 죽이려고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곧 이 괴물들한테 죽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 체념을 했다.


그런데...... 그런 괴물들이 우리와 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위협적인 행동조차 하질 않았다. 그 때문에 놀라면서, 주변에 그럴 지능이 있는 우두머리 격의 괴물이 있는지 재빠르게 살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의 괴물은 없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이변적인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이 가던 하나는 너무 침착해서 내가 과민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했을 정도였다. 아까 전에 그 사람한테 구출됬을 때도 그런 분위기가 보인 것 같았더니...... 그 상황까지 갔는데도 이정도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는거라면... 하나가 누군가에 의해 휘말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주장에 손을 들어주게 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 " 잘 들어둬, 우정미 양. 지금 이건 네 머리속에서만 들리는 말이니 너무 놀란 반응은 하지 않길 바래. 그렇게해서 옆의 친구를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


우리를 앞에 두고서 자기들끼리만 얘기하던, 남자애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 요구에 우선 응해주기로 했던 나는, 그 애의 뜻대로 움직여주었다.


- " 현명하군. 역시 네 옆에 있는 유하나와는 차원이 달라. 그럼 두서는 전부 거두고서 본론부터 말하도록 하지. "


그 애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들을 모두 전하기 시작했다. 이 곳에 누군가가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라는 얘기와, 그 누군가에게 자신들이 만나는 손님에 대한 정보와 약점 같은 것들을 모두 설명해주었는데...... 그 얘기들을 듣고 나선 과연 그 얘기들을 믿어도될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일단, 이 얘기를 하고 있는 아이의 정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 우선 순위였고... 그 것으로 이 아이들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또한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또 뭐고?


수많은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점은...... 이 아이들은 나와 하나를 돕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게 어떠한 의미를 가진 도움인지는 아직까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믿는 수밖에는 없었다.





애쉬라는 아이와의 그런 대화에서 유추한 예상들 때문이었다. 앞의 얘기들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이정도로 우리가 모르는 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건...... 그 아이들이 그 사람이랑 애들보다는 더 높은 직책에 있거나 이 주변에 있는 괴물들과 똑같은 괴물들이라는 것인데. 실제로 괴물이라면 이러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서 그런 판단을 내려버렸다. 그래서 난 그 애들도 클로저니까 내 머리속에 직접 의사를 전달하겠거니 싶어서 정체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의 상황이었다. 이 모든 상황들에 대해서 너무 태연한 모습의 하나를 보고서, 조금 다른 시선의 생각이 들어버렸다. 어쩌면......


" ......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


그런 내 질문에 아까 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답해주는 하나의 모습을 봤다. 그 사람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그제서야 난 하나가 지금까지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됬다.


" 너...... 역시 뭔가 있는거야? 그런거야? "


나의 그 말에, 하나는 나를 흘깃 보면서 입을 열었다.


" 네가 상관할 일은 아니잖아? 그냥 얌전히 구조나 기다려. "


조금 짜증섞인 톤으로 내게 답하는 하나를 보자, 조금 빈정이 상해버리긴 했지만 그건 지금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하나의 목숨이 달린 중요한 문제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금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네가 지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 것 같아. 그러니까... 말해줘. 너...... 뭔가 알고 있는거야? "


그렇게 간곡히 묻자 하나는 나를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봤던 눈빛은, 말을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라는 고민스런 눈빛도 보인 것 같았다.


" ...... 너무 많이 알면, 네가 크게 다칠거야. "


결국, 하나는 걱정어린 목소리로 내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이 이상은 알아채지 못해주었으면, 이 이상은 제발 알지 않아줬으면 하는...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러니까, 알려하지마. 네가 날 아직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게 해줘. "


그 마음을 읽은건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 이후로 난 하나에게 무언가 더는 묻지 않았다.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야했다.


" ...... 우정미. "


조금 시간이 지나서 였을까, 하나가 나를 불렀다. 나는 말 없이 고개만 하나를 향했다.


" 그 날 이후로, 우리 사이가 좋지 않아졌다는거 알아. "


하나가 말한 그 날은, 나도 잘 알고 있는 때였다. 왜냐하면...... 클로저에 대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아서 싸웠던... 그 때였으니까.


" 그 날, 그 때의 이야기에 대한 내 의견을 바꿀 생각은 없어. 실제로 난 클로저들을 존경했고, 그런 클로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으니까. "


그 말에 몸이 움찔했던 나는 화가 나있을법한 표정으로 하나를 지켜봤다.


" 하지만...... "


곧, 하나는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었는지 조금 뜸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 그 때의 일은...... 사과할게. 내 얘기가 심했던 것도 있었으니까. "


그 때의 일을 아직까지 후회하고 있었다, 라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 때의 일을 지금까지...... 신경 쓰고 있었던 거구나.


" ...... 그래. "


나는 어떠한 얘기를 더 꺼내기보단, 이렇게 짧게 답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보다 더 확실한 말이 있을까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 것을 이해했는지, 하나도 뭐라고 더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말없이 서로의 시간이 지나갈 뿐이었다.







" 큭... 이... 이놈들! "


인간 형태로 보이는 기괴한 형상의 괴물. 인간들이 칭하는 존재인 차원종이, 눈 앞에 있는 완전한 인간 형상을 지닌 둘에게 분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아,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 꺄핫! 기세 좋게 달려들더니 그게 끝이야? 넌 진짜 쓸모없는 녀석이구나! "


그 차원종이 보고 있는 두 대상은 다름아닌 애쉬와 더스트. 그리고 그 반응에 상당히 도발적인 목소리로 반응을 보인 쪽이 더스트였다. 그 반응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반응을 보이며 주춤거렸다.


" 어째서지...? 어째서 네놈들이 여기 있는 거냐!! "


그러면서 둘을 향한 질문을 던지는 차원종,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인간들의 기준에 의하면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차원종들은 그만큼 강력하다고 판정된 존재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런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블래스터의 눈 앞에 있는 애쉬와 더스트에게는 역부족 이었는지 손을 쓰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 그였다.


" 말 조심해. 넌 지금 군단의 최고간부 앞에 서있는 거야. "


그런 그의 앞에 대치하며 얘기를 꺼내는 소년, 애쉬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에서 나온 말은 기품이 서려있는 느낌마저도 들게 했다.


" 네 주인은 상관에게 예의를 표해야 한다는 것도 안 가르쳐줬나? "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를 도발하려는 듯한 언사까지 추가로 드러내는 애쉬. 비록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 못한 블래스터 였다. 블래스터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못마땅했는지 그의 옆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날선 목소리를 꺼내든 더스트.


" 그래!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해야 할 판국에, 감히 우리에게 덤비다니! "


그렇게 외치며 어서 그렇게 하지 않고 무얼 하느냐는 눈빛으로 블래스터를 노려보는 그녀. 비록 애쉬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긴 마찬가지의 외모였으나 그 것에서 나오는 기운은 정반대의 성질을 띠고 있었다. 힘에 의해 압도당한 그였지만, 굴복하지 않고 몸을 움츠리며 천천히 목소리를 드러낸다.


" ...... 이 몸이 섬기는 건 오로지 용뿐이다. "


얘기를 잇다가 팔을 들어 둘을 향해 가리키는 블래스터.


" 그리고, 용은 너희와 다른 길을 걷기로 하셨지. 지금 같이 너희가 우리를 방해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냐? "


곧 가리키던 팔을 천천히 내리면서 전투 의사를 거두었던 그는 마저 얘기를 이었다.


" 우리를 방해하지 마라. 우리와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번엔 물러나지만, 다음엔 포기하지 않는다. 성장을 끝내고 나면 오늘의 빚을 갚아주마! "


블래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둘에게서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보더니 벌써 끝? 이라는 듯한 뉘앙스의 표정을 애쉬에게 드러내는 더스트였다.


" 어? 도망가버렸잖아? 쫓아갈까, 애쉬? "


네 생각은 어떠냐는 듯한 톤으로 의견을 요구하는 그녀. 그 물음에 답하려는 듯 입을 여는 애쉬였다.


" 저런 보잘 것 없는 녀석에게 신경쓸 필요는 없어, 누나. 꼭 우리가 아니라도 놈을 쓰러트릴 자는 있으니까. "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돌리듯이, 몸을 뒤로 돌리며 누군가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안 그래, 퇴물? "


애쉬가 말한 그 곳엔, 강변길의 차원종들에게 지옥을 경험시키고서 곧바로 소식을 받고 달려온 제이가 있었다.


" ...... 꽤, 너희들도 인간 같은 행동을 하는군. 나쁜 쪽으로 말이지. "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며 빈정거린다는 듯이 얘기의 운을 띄우는 제이.


" 뭐, 감정 싸움 같은걸로 싸우는게 아니란건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어. 하지만 굳이 묻고 싶어지는군. 왜 너희들끼리 싸우는거지? "


그는 마치, 서로에게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냐 라는 듯한 톤으로 애쉬를 향해 물었다. 인간과의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차원종은 전쟁 시절때에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그 이상의 단계는 별개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얘기를 듣던 애쉬는, 재미있는 질문을 들었다는 듯이 시큰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해주었다.


" 후후. 다 알면서 그렇게 묻는걸보니, 파벌싸움에 휘말려봤던 그 시절이라도 떠올랐나봐? 뭐...... 굳이 답을 해주자면, 너희끼리도 서로 싸우는데 우리라고 우리끼리 싸우지 말라는 법이 있나- 로 답변해주지. "


애쉬의 답에선 너희들은 본질이 맞지 않는 것 이외에도 항상 싸우고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역질문을 한 것 같았다. 너무 들어맞는 답변을 들은 탓일까, 제이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 그래. 서로 굽히지 못하고 따로 노니까 과거에도 그런 사태를 뒷수습하기 급급했던거 아니겠어? 그렇게 당하고도 또 서로 헐뜯고 있으니, 우리가 오히려 너희들을 보면서 더 신기할 정도라니까? 하핫! "


소년의 답에 더하려는 듯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인간으로써 비수를 박는 말을 서슴찮게 꺼내는 더스트. 그 때문에 화가 나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속으로만 칼을 갈기로 한 제이.


" 무엇보다, 지금은 우리를 신경 쓸 때가 아닐텐데? 들은게 있으니까 보잘 것 없는 몸을 이끌고, 이 곳까지 직접 온거 아니겠어? "


그는 제이를 향해, 이렇게 시간을 끌어도 상관 없냐는 듯한 분위기로 물었다. 그랬다. 제이는 지금 둘과 말싸움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닌, 누군가의 정보를 받고서 정미와 하나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 ......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내가 찾던 둘이 이 곳에 있다는 것 쯤은 알겠군. 같잖은 친절을 발휘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지. "


애쉬의 말에 제이는 지지 않겠다는 듯 분노를 삭히며 대꾸했다.


" 하지만, 그 두 아이에게 손을 댔다면... 내가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을거다. "


그래도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는지 둘에게 경고하듯이 얘기를 하는 제이. 지금은 비록 그 둘이 자신에게 협조적인 쪽에 속하지만, 둘은 엄연히 적이었기 때문에 드러날 수밖에 없던 반응이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다한들, 둘이 적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 걱정 마. 걔네는 무사하니까. "


제이의 말에 더스트가 대신 답했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면서 얘기를 이었다.


" 저 뒤로 가다보면 네가 찾던 둘이 있을테니, 어서 가서 구해주라고. "


이야기를 잇는 목소리 톤에선, 애초에 정미와 하나를 건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한 뉘앙스가 풍겨져 있는 상태. 그런 태도를 보던 제이는 순간, 둘에 대한 의심보단 둘이 무사해있다는 것에 안심을 했다. 그렇게 둘을 경계하며 그 사이를 지나친 뒤, 그녀들이 있는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던 그 순간......


" 그건 그렇고, 이거 꽤 신기한데 그래? "


그를 붙잡으려는듯, 질문을 던지듯이 얘기하는 애쉬의 말에 제이는 몸을 돌리곤 시선을 애쉬를 향했다. 그리고...


" 그 때의 너희들은 그들을 무시했으면서, 이제와서는 그렇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유가 뭐지? "

" ......!? "


그의 물음에, 제이는 놀람과 동시에 그 어떠한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애쉬가 말한 그 때와 그들은, 제이가 가장 잘 아는 시기와 순간.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잊지 못한 악몽을 깃들게 만든 이들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던 반응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곧바로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누군가가 그 표정을 본다면 저런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랐을 것이었다.


" 이런, 내가 실언을 했나? 둘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말을 꺼낸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그렇지, 누나? "


하지만 그런 것엔 괘념치 않는다는 듯, 여전히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제이를 도발하는 듯한 언사를 드러내는 애쉬.


" 어머, 애쉬. 너무 짖궂은거 아냐? 뭐,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말야! 아하핫! "


그 것에 맞장구를 쳐주며 애쉬의 옆에서 똑같은 톤의 언사를 드러내며 제이의 분노를 한층 더 높여주는 더스트였다.


" 우린 이만 실례하지. 이쪽에 너무 오래 있으면 피곤해지거든. "


한층 여유로운 애쉬의 목소리가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키는 더스트가 덧붙이듯 말했다.


" 으응~! 말 그대로야. 빨리 가서 쉬고 싶어. 게다가 저 험상궂은 아저씨를 봤더니 더 피곤한 것 같다구. "


그러다가 기지개를 다 켰는지 도발적인 눈빛을 드러내며 제이를 노려봤다.


" 후훗, 다음에 볼 때까지 잘 버텨보라구, 늙은이! "


그 것을 마지막으로, 둘의 형체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 ...... "


제이는 그 이후로, 어떠한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꺼낼 수 없었던 그 때의 으스러질 듯이 아팠던 그 기억을 들춰내며 그의 심장에 상처를 주고 가버린 둘과, 자신이 찾던 둘이 아직은 무사하다는 것에 긴장감이 풀린 것으로 인하여...... 제이는 참고 있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두개의 감정이 서로 상충하여 나타난 결과였다.


그리고 곧, 제이는 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반쯤은 이성을 잃어버린...... 어떠한 상황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지금의 상태로, 둘을 향해 나아갔다.









" ...... "


아...... 진짜, 우정미 이 녀석 정말. 왜 그런 말들을 해가지고... 덕분에 서로 말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한 것도 꽤 지난 상태다. 게다가 이렇게 괴물 녀석들이 우글대는 곳에... 끔찍해도 너무 끔찍한 상황이지만, 이 괴물들이 나와 우정미 녀석을 공격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연히 이 상황을 받아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건, 저 괴물들 사이에서 우리를 흘겨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 것 때문일까... 어쩌다가 눈이라도 한번 마주쳤다 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아까 전에 애쉬가 내게 했던 그 눈짓이 떠올라서 아까만큼 기분이 더러워진 것은 덤인 것 같았다. 진짜... 짜증나.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했던건지... 우정미 녀석한테 사과해버리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속마음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녀석과 나는 꽤 친한 편이었다. 정말 누가 본다면 우리 둘만큼 친한 사람도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녀석도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가치관으로 인해 싸우고 절교했다. 클로저에 대한 이야기로 말이다.


클로저에 대해서...... 나는 우호적이었지만, 정미 녀석은 적대적이었다. 그 것으로 실랑이를 벌이다 감정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우린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버린거다. 결과적으론... 이런 관계가 된건 내 책임이 컸다. 녀석한테 그런 안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 것은 싸우고 난 이후였으니까.


사이가 틀어진 이후론 서로 말을 섞지도 않았다. 시도하려 했지만...... 정미 녀석도 그렇고, 나도 그러길 원했다는 듯 서로 모르는척 해버린 결과로 여기까지 오게 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풀어야할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았고, 어떻게 되었든... 결국 이 관계는 회복되지 않을거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주 잠깐,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어서 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엔......


" 뭐... 뭐야...! "


내 목소리 때문에 옆에 있던 정미 녀석도 나와 같은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엔... 우리보다 훨씬 큰 괴물 녀석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보다 훨씬 큰 그 괴물이 우리들 눈 앞에 있는 것에 놀랐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 키익, 키익, 키익! "


그 큰 괴물 녀석의 머리 오른편으로, 상당히 대조되서 보이는 작은 괴물 녀석한테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히 우리를 내려다보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눈을 조금씩 굴리는 그 과정이 큰 괴물한테 신호를 보내는 표시 같은거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는 곧 우리들 앞으로 나타났다.


- " 그워어어어!!! "


우리를 내려다 볼때부터 온순하게만 있던 그 괴물 녀석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면서 무언가로 인해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화가 우리한테로 향할 것을 알았던 우리는...... 이 이후로의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콰광!!



그 때, 우리들의 오른편 먼 곳에서 익숙한 굉음이 들려왔다. 무언가 부서지면서 폭발하는 듯한 소리... 이 소리는 분명...!


" 제이 오빠...! "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을 외치자 옆에 있던 정미 녀석이 놀란 눈으로 내 옆에서 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었을 즈음...


" 비켜!! "


그 마음을 단번에 거두게 만든 살기어린 외침이 내 머리 속을 멤돌아버렸다. 그 때문에 순간 멈춰버린 내 몸.



콰앙!!



뒤이어 우리가 본 광경은, 그 사람이 우리들을 위협하던 거대한 괴물 녀석한테 자신의 어깨로 아까만큼의 굉음을 내며 들이받는 것이었다. 그 굉음만큼 충격도 상당했는지 그 한대를 맞고서 비틀대다가 결국 콘크리트 바닥으로 등을 기대며 쓰러져버린 괴물이었다.


튕겨져 나갔다는게 맞는 말일 정도의 광경을 보던 우리는, 뭐라고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다른 애들의 정보에 의하면 보는 것과는 다르게 허약 체질의 이상한 아저씨라는 것 외에는 없었는데, 지금 우리가 보고있는 이 광경은 무엇이란 말이지? 아무리 위상력이 있는 클로저라고 해도, 보통 힘이 아니고서야 저런 괴물을 단번에 쓰러트리게 만들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이 사람은 지금 애들한테도 이런 모습을 숨기고 있다는 말이라는것 아닌가? 내가 알던 정보와, 전혀 다른 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람은 우린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 우리를 둘러싸고만 있었던 괴물 녀석들을... 무자비하게 처치하기 시작했다. 보는 우리가 그 괴물들을 보며 안쓰러워할 정도로...... 괴물들은 그렇게 고통스런 비명 섞인 괴성을 지르며 죽어나갔다. 그러면서 얼핏...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의 입가에서 지어진 희미한 미소와...... 선글라스 너머에서 흐르는 그 사람의 눈물을......









그렇게 삽시간 만에 거짓말처럼 우리를 둘러싼 차원종들을 처치해버린 그 사람...... 하지만 지금 내가 보는 그 사람의 모습은... 인간의 탈을 쓴 괴물과 다를게 없는 모습이었다. 클로저들을 옹호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방금 전의 거대한 괴물 녀석과는 차원이 다른 살기가... 그 사람에게서 풍겨져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살기는... 정말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서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도 들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그게 원인이 되서 지금같은 살기가 온몸에서 느껴지는 것일지도...


그러다가, 그 사람이 주변에 널부러져있는 괴물들을 보더니 곧 우리들을 위협했던 거대한 괴물 녀석한테 다가갔다. 아까부터 그 괴물에게서 약간씩의 움직임이 보였었는데, 그 것을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다가간 그 사람은 곧 괴물의 앞에 섰다. 그리고......


" ...... "


그 사람은 괴물의 배로 보이는 곳에 올라섰다. 곧 흉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가 싶더니......


콰직!!


몸을 숙이면서 자신의 주먹으로 그 괴물의 얼굴 쪽으로 무자비한 주먹을 선사해버렸다. 주먹이 괴물의 얼굴을 향해 충돌할 때마다 보기 흉한 모습으로 계속 찌그러져갔고, 그럴 때마다 튀기는 피로 인해서 그 사람의 몸에 괴물 녀석의 피로 뒤덮이는 모습이 보였다. 난... 더이상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터억!!


그 사람의 등 뒤에 밀착해서, 그 사람의 팔을 있는 힘을 다해 꼭 잡았다.


" 제이 오빠...! 이제 그만해요! "


나는 애써 다 끝났다며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이 것 자체가 이미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나를 거칠기게 뿌리치고는 같은 행동을 다시 반복했고...... 나는 이번에야말로 필사적으로 말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그 사람의 팔을 있는 힘껏 잡았다. 그리고......


" 방해하지... "


드디어 떨어진 그 사람의 입. 그런데......


" 말란 말이다!! "


그 사람의 그런 외침과 함께 나는 다시 거칠게 뿌리쳐졌고, 그 때문에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버린 모습이 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었던 것은... 내 행동으로 그 사람이, 이제는 죽은 시체가 되버린 괴물에게서 떨어진 것이 그 이유였다.


" 으으... 으으으...... 으아아아아----!!! "


문제는,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완전히 폭주해버린 그 사람을 막을 방법이 없었던 모양...... 이라는거다.


" 대체 왜... 왜 날 방해하는거냐!! 어째서!! "


그리고, 다시 한번 보였다. 선글라스 너머에서 흐르는 그 눈물이......


" 우리도... 우리라고 이런 모습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었어... 하지만 이런 힘이 있었기 때문에 너희들을 지킬 수 있었단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감수하며 너희를 지켜왔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째서 우리들을 비난만 하는거지? 우리가 무슨 각오를 하면서까지 너희들을 지키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는 말이다!! "


나는... 그제서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지금까지 아파하고 있던 것이었다. 남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의식, 그 능력으로 인한 다른 사람들의 멸시와 질투, 시기를 겪으며 지금까지 왔다며 터져버린 감정......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듣고 있는 내 마음 속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평범해지고 싶었지만, 평범할 수가 없었던...... 그 사람과 같았던 자신들의 모습을 그 사람이 대표로 나서서 토해낸 듯한 그런 느낌. 하지만......





' 나는 오빠처럼 그렇게, 약해지지 않을거에요. 난 오빠랑은... 다르니까요. '





라고 생각해버렸다. 설령 그 것이 진심에서 나온 충고라고 한들...... 난 오빠처럼 강한 클로저가 되고 싶어요. 제 자신을 버려가면서 얻을 수 있는거라면...... 기꺼이 내 자신을 버릴거에요. 난... 강해져서... 누구보다 주목받고 싶으니까. 그렇게 해서... 나를 지킬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사람... 제이 오빠가 나를 향해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저기 시체들처럼 널부러지기 전의 괴물들에게 달려가는 것처럼... 그래서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눈을 질끈 감아버린 나. 어쩌면 이대로 오빠한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몸은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무서움과 함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 ...!! "


갑자기 내게 무섭게 다가오던 오빠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낌새가 이상해서 눈을 천천히 떴는데, 정미 녀석이 내 앞에 서면서 나를 막아주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앞에, 주먹을 쥐고서 내지르기 이전의 모습을 취한 오빠의 모습마저도 보였다.


" 우정미... 너...! "


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정미 녀석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면서 따지려고 했을 때, 나는 뒷말을 더 잇지 못했다. 녀석의 다리가...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떨면서까지 나를 보호하려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단 한순간에 멈춰선 제이 오빠의 모습......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길게 내쉬어버렸다.


" 그... 렇게 말한다고, 아저씨가 클로저인 것은 변함 없어요... "


그런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표현하고 있을 때, 정미 녀석이 오빠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오빠 역시, 당황한 모습으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클로저를 싫어한 이유는, 사람을 구하는데 있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기 때문이에요. 3년 전,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을때도 그랬으니까요... "


녀석은 곧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나 조차도 내막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녀석의 과거를 나 역시 듣는 순간이었다.


" 그 때의 클로저들은, 정부에서 일하는 고위 간부들의 호위를 담당해서 그 바로 건너편에 있던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어요. 분명, 무서웠겠죠. 분산이 되면 클로저들에게 인명 피해가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니까요. 뭐...... 인정할게요. 아저씨 같은 클로저들도 사람이니까... 무서운건 피하고 싶을거라 생각해요. "


나와 오빠는 녀석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고, 그 때문에 어떠한 의문도 드러낼 수 없었다. 그게 이야기의 흐름상 시작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은 아닐까...


" 사람을 구하는건... 옳은 일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그 사람들만 구했어야 했나요? "


오빠에게 건넨 녀석의 질문에, 오빠는 주먹을 쥐고 있었던 손에서 힘을 빼놓았다. 마치, 빼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듯한 반응으로 보였다.


" ...... "


그리고 녀석의 질문에, 오빠는 말문이 막혀버렸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아저씨 같은 클로저들은...... 전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들만 구하는... 그런 집단이에요? 그래서 3년 전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에요? 당신들한테 이익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 사람들은 구할 필요도 없는거에요!? 정말로, 당신들은...... 사람을 가치로 판단하는...... 그런 냉혈한 집단이냐구요!! "


악을 지르며 외치듯 말한 녀석은, 그 얘기를 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그나마도 내가 부축을 해주고 싶었지만...... 나 역시 힘이 모자란 상태여서 그러지는 못했다.


" 자신에게 이익이 되고...... 사람을 가치로 판단하면서 구출하는 클로저들이...... 인간의 탈을 쓴 차원종들이랑...... 뭐가 달라요...? 대체 뭐가 다르냐구!!! 으흑...... 흐아아아앙---!!! "


끝내, 녀석은 그렇게 눈물을 터트려버렸다. 그 모습은...... 전쟁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피투성이가 되버린 전쟁 전사자들 사이에서 생기 없는 적막함에 슬퍼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다. 나와 제이 오빠는... 그런 슬픔을 터트리는 정미 녀석을 위로해줄 수가 없었다. 그저 나는...... 녀석을 뒤에서 꼭 껴안아주면서 슬픔이 잠잠해지길 바랬고, 오빠는......


" ...... "


그런 정미를 살피지 않은채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면서 오빠의 품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무전기. 그 무전기를 들고서 어딘가로 교신을 하는가 싶더니......


" ...... 이 쪽은 제이. 유정 씨, 들리나. "


잠겨버린 중저음 목소리. 그 목소리 하나만 들어도, 곧 제이 오빠가 속으로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짐작할 수가 있을 정도였다.


" 민간인 둘을 구조했어. 좌표는...... "


마치 브리핑을 하듯이 읊어 내려가는 오빠의 목소리는...... 생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있어도 미약한 그 생기는,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더 이상 그 빛을 발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 ...... 그럼 뒤를 부탁할게. "


그 얘기와 함께 무전을 끊어버린 오빠. 그리고 우리 쪽을 보더니, 어렵게 입을 여는 오빠였다.


" 곧...... 구조 인원이 올거야. 그 때까지, 하나 양. 정미 양을 잘 부탁해...... "


나를 향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곧 들어가버린 입을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건넸다. 그 모습을 보던 오빠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 ...... 늦어서 미안해. 둘 다. "


그 얘기를 남기면서 우리의 눈에 띄지 않게 모습을 감추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특경대원들과 오빠의 팀원인... 애들이 도착해서 우리들을 안내해주었다. 괜찮냐고 묻는 그 아이들의 안부를 들으면서...... 말이다.










" ...... "


정미의 이야기를 듣고 난 순간, 나는 어렸을 때의 그 날이 떠올라버렸다. 그래...... 유정씨에게 말했던, 어렸을 때의 그 날 말이다.


" ...... 오늘따라... 예전 생각이 많이 나는군... 그래. "


그 때의 참담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아니, 설명할 수는 있는걸까?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왔음에도...... 그 때의 일에 대한 내 감정은...... 참담하다 못해 죽고 싶은 심정마저도 들게 만들었다. 내 동료들이, 일전에 죽어가면서 나를 보며 그 때의 선택을 후회했던 것처럼...... 나도 그 때의 선택을 지금까지 후회한... 미련 덩어리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생각 했었으니까. 그래서...... 정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떠한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 어떠한 답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 ......! "


그 때, 갑자기 밀려오는 현기증 때문에 몸을 가누지 못해서 등에 벽을 기대며 천천히 내려앉았다.


" 큭...! "


그 현기증이 심했는지, 눈 앞이 아른거릴 정도였다. 이런 정도인데, 지금까지 몸을 혹사 시키면서 움직였다는 말인가?


" ...... "


하지만, 나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지금은...... 해야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 ...... 용서...... 아직 못받았으니까. "


속마음에 있던 말은, 애써 입을 열어서 꺼냈다. 그 결심이 변함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했다.


햇빛이 부서져 내려와 나를 비췄다. 푸른 하늘은 내 모습을 보며 위로하듯이 빛을 발했고, 마찬가지로 그 빛을 가리며 그늘을 지게 만든 벚꽃 나무들은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소리를 내주었다. 피로 물든 내 모습을 보고서, 내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모습인지는 알고 있다. 이런 풍경들이 나를 보며 비웃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분명한 사실 단 하나......


" ...... 어째... 너희들은 그렇게 생기를 띠고 있는거냐. "


그 싱그러움이 너무 과하다 생각한 나머지...... 그런 풍경 아래에서, 초라해지는 내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 기분이 싫었던 나머지 애써 눈을 감으며 그런 내 모습을 부정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 안가서 곧 쪽잠을 청해버리는 나였다.






- " 가치로 사람들을 판단하는 당신들이 사람의 탈을 쓴 괴물이지, 당신들이 사람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건가요? 대답해보세요!! "





" ......!!! "


나는, 악몽이라도 꾸었던 것처럼 쫓기는 사람처럼 숨을 가쁘게 몰아쉬어버렸다.


" 허억.... 허억... 허억...... "


전신에서 흐르는 식은땀으로 인해 몸에서 한기가 느껴졌고, 그 식은땀으로 인해 입고 있던 옷 전부가 눅눅해져서 기분이 나빴다. 망할... 갈아입을 옷도 지금은 없을텐데...... 하고 생각할 때였다. 품 속에서 교신음이 들려왔고, 그 교신음을 따라 무전기를 들어 교신을 받았다.


" ...... 무슨 일이지? "


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 제이 씨! 대체 어디서 뭘하고 계신거에요! 단독 행동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지는 알고 계신거에요!? "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주던 유정씨로군......


" ...... 미안하게 됬어. 곧 돌아가도록 하지. "


유정씨는 내 답변에 잠깐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런...... 아까 전의 이야기를...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건가?


- " ...... 알았으면, 어서 돌아와요. 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조금 안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어버린 것 같았다.


" 그 민간인 학생 두명은...... 무사한거지? "


나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물었다.


- " 그걸 알고 싶으면, 어서 돌아오라구요. "


물어볼 줄 알았다는 듯한 목소리. 그제서야 완전히 안심한 나는...


" 그러지. 조금 있다가 보자구, 유정 씨. "


무전기 너머의 그녀에게, 그렇게 답했다. 교신을 끊고서 곧바로 전신을 약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단 몇분간의 쪽잠이어도 살 것 같았는지, 아까보다는 훨씬 개운한 내 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도움닫기를 취하다가......


" ...... 가보자고. "


한순간에 큰 도약을 하면서, 높게 뛰어올랐다. 매섭게 맞이하는 바람이 식은땀으로 젖어버린 내 몸을 식혀주는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말 없이 집결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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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번편은 어떠셨나요?


표현력들을 조금 달리 해봤는데,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떤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이전에 썼던 글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나요? 어... 느끼지 못하셨다면......




...... 수행이 부족한 모양이군요. 반성하겠습니다...! llllllllllOTL





으음, 앞에서 말을 다했기 때문에 후일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모두 좋은 나날들 되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여기까지 와주신 분들께...... 수고하셨다는 말씀 전합니다. 이번편은 제가 봐도 굉장히 기이이일군요.


그럼 진짜 이만!



2024-10-24 22:28: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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