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g Collar -늑대개의 어느 일상-

그레이색 2015-05-31 0

Bog Collar -늑대개의 어느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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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던 도중 방 밖 복도에서 쾅쾅 불만 가득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리가 문과 가까워짐과 동시에 문이 떨어져 나갈 듯이 엄청난 기세로 열리고는 옅은 하늘색 머리의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세상의 불만이란 불만은 모두 가지고 있는 것 마냥 화난 표정으로 제 목에 감겨있는 목걸이를 거칠게 잡아 목에서 떼어내려 당기지만 그것은 도저히 끊길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목에 상처를 낼 뿐이였다. 그런 일을 십여 분간.. 누가 보면 이상한 쇼(?)를 보여준 남자는 힘이 다 빠졌는지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고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목을 자세히 보아하니 오랜 시간 동안 줄로 당겨져 빨개지고, 손톱으로 긁었는지 대각선으로 빨간 선이 몇 줄 그어져 있는 그곳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 내린다. 일단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되어 옅게 한숨을 푹 쉰 후 책을 덮고 일어나 뒤쪽에 있던 선반으로 몸을 옮겼다. 하얀색의 구급상자가 어디 있는지 눈으로 쫒은후 그것을 들고는 그의 뒤로 가 어깨 위에 손을 올리자 그가 버럭 화를 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나의 모습을 보고는 뭐라 작게 중얼거리더니 조금 잠잠해진 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 상처 치료해야죠 "




그 말에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필요 없다는 듯이 손을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미간이 인상을 써봐도 그는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계속 시간 아까운 눈싸움이 길어지는가 싶던 순간, 그러든가 말든가 하며 그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리모컨을 손에 들고 에어컨을 켰다.




" 넌 덥지도 않냐? 밖이 몇 도라고 생각해? "

" 화내면서 열 내지만 않으면 별로 덥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

" 뭐-!? 그럼 내가 잘못했다는 거냐!? "




꽤 당당하게 긍정했더니 그가 어이가 없다며 고갤 흔들었다. 치료를 위해 책상 위에 구급상자를 올려놓고 일단 콜과 솜을 꺼내 솜을 알코올에 적신 후 목의 상처에 문지르니 아프다며 어린애처럼 날리치기 시작하는 그의 팔을 꾹 잡고 치료를 계속했다. 비명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릴 지르지만.. 그가 나한테 그리 화낸 적은 별로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같은 동류] 라고 생각한다. 동료라던가, 팀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닌.. 같은 철창 속의 동물,똑같이 갇혀있는 무언가. 사실 그가 왜 저리 화내는지,무엇이 이유인지 잘 알고 있다.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철창 속에 갇혀 있으며 어른들을 위한 것, 그들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 이라 하지만 결국엔 그들을 위한 동물이 된다. 마치 서커스의 동물처럼 키워진다. 단지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한다는 목적으로 그것으로 사람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말이다. 웃기는 소리.. 모두 결국엔 자신이 최선이면서.. 결국엔.. 버릴 거면서. 거짓말 쟁이들.




" 쟁이.. "

" 엉? 방금 뭐라 했냐?"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부린 후 어느새 가만히 놀고 있는 손을 움직여 상처에 문질렀던 솜을 휴지통에 가볍게 던져 넣고 반쯤 말린 연고를 손에 쥐고 그 밑을 조금 힘주어 눌러 검지로 연고를 받아내 목 상처에 바른다. 밴드를 부쳐도 되겠지만 자꾸 목을 긁을까 싶어 일단은 붕대로 목을 칭칭 감았다. 왠지 크게 다친 사람처럼 보여서 실소가 흘러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게 뭐냐면서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가르켜 보이는 그 때문에 웃겨 웃음이 터져 나와버렸다. 불만 가득한 그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냉장고로 가서 아이스 모찌 2개를 꺼내든다. 달달한 걸 싫어하지 않으니까 좋아할 지도.. 라고 생각하니 꼭 주사 맞은 후에 아이한테 주는 사탕같은 느낌이라 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 오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샀어요, 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달까.. 하나 드릴게요. "
" 호.. "
" 무슨 맛 드실래요? 녹차랑 딸기 있는데. "
" 딸기 "
" 의외로.. 소녀적 감각이 라던가? "
" 뭐,뭣!뭐어!? 녹차 맛이 써서 싫은것 뿐이거든─!?"




재밌는 반응에 살짝 미소를 짓고 딸기맛 아이스모찌를 건넨 뒤 앞자리에 앉아 포장 비닐을 벗겨내며 돌연 목걸이가 많이 불편하냐 이야기를 건네 보았다. 그는 살짝 불편한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도로 펴지고는 아이스 모찌를 한입 베어 물고 나한테 되물었다. '너는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고 나는 애써 글쎄요라고 돌려 말하니 하, 그러셔? 하며 고갤 옆으로 돌린 체 한입 더 베어 물었다. 포장지에서 꺼낸 말랑한 감촉의 모찌를 가만히 보다 나도 한입 물고는 이번엔 밝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밝게 하자고 마음 먹었다.



" 오늘 말이죠, 위에서.. "



오늘 있었던 일, 상부가 재미나게 깨진 일부터 차근차근해 하가면 늘 어둡던 그의 표정도 가끔씩 밝은 기운이 겉돈다. 역시 오래 알고 지내면 그냥 무표정에서도 기분이 좋은 건 캐치 할 수 있어지는 걸까,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 쯔음 이번엔 그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통 그가 먼저 뭘 말하려는게 없었는데 뭔가 화를 내면서도 재밌어하는게 느껴졌다. 흥미를 느낀다고 해야 할까.. 검은양의 이야기. 거기서 만난 사람에 대한 불만과 .. 적대감. 그는 무엇 때문에 적대감을 느끼는 걸까. 지난번 임무를 방해했다는 이유 외에 또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까진 난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 그 녀석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뜨거운 뭔가가 들끓는다고, 또 보게 되면 결판을 봐주겠어! "



이름만 들어본 [검은양] 그의 흥미를 부추긴 사람은 누군 걸까? 궁금해진다. 나도 그 사람을 만나면 저런 기분이 들까? 흥미의 인물, 또 다른 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우리들처럼 투명한 목걸이를 찬 강아지 같은 사람들? 아니면 그저 방목되고 있는 어린 양들? 아니면 주인들에 의해, 늑대에 의해 모든 것을 유린당하는 양?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양들일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언젠가 머지않을 시기에 만날 수 있을 거란 느낌이 왔다. 그것이 무엇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저 여자의 감일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평범하면서도 영양가 없는 이야기 속에서 나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개 목걸이를 찬 철창 안의 늑대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에 녹아드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감각. 나는 이런 감각이 오히려 안심이지만 그는 아닐 것 같다. 이 남자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특별한 감각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그 특별한 것을 폭주하고 싶어하는 좋게 말해서 고고한 나쁘게 말해선 고삐가 풀린 망아지. 뭐.. 특별한 자신을 뽑내고 싶어하는 걸 막을 생각은 없다. 보통 나이또래를 보면 그럴테니까. 남자는..



' ( 중2병... ) '

" 내 말 듣고있냐? "

" .....듣고 있어요."

" 내가 뭘 말했는데?"

" ..음, 아이스 모찌가 맛있다 라는? "

" 싸움 거냐. "



내가 그의 전부를 알 수 없다. 아직 모르는게 잔뜩 있으니, 쉽게 그를 이렇다 하고 결과를 낼 수 없다. 그저 그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무슨 과거를 숨기며 어른들을 증오하는 걸까? 그때 복도에서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다가오고는 문 앞쪽에 서서 활짝 열린 문을 보고는 고갤 갸웃였다. 그러고 보니 문이 활짝 열린 후 부터 지금까지 문이 저 상태였던 걸 잊고 있었다. 거기다 에어컨까지 켜놓고 있었으니.. 문 앞에 서서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남자와 대조적으로 나는 눈을 내리깔며 몸을 경직시켰고, 하늘색 머리의 그는 반항하듯이 얼굴을 일그려 트린다.



" 에어컨을 켤 땐 창문과 현관문은 닫는다. 기본 중에 기본이지? 우리 강아지들?"

" 죄송해요.."

" 비 맞고 있는 강아지 같은 얼굴 펴고, 앞으로 주의해. 자 이거 서류. "

" 이게.. 뭐죠? "

" 이번에 유니온 지부의 지부장이 바뀌면서 우리 일도 조금 바뀌게 됐어."

" 바뀌어요?"

" 아마 빠르면 다음 달이나, 다다음 달 즈음에 유니온쪽을 돕는 일을 할 거야. 뭐 같이 다니는 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쪽 일거릴 손봐주는 것뿐이야. 나타 이건 너도 마찬가지니까 잘 봐둬."

" 내가 왜 그 녀석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되는데? 여기서 말 듣는 것도 짜증 나서 속이 뒤집힌다고."



혀를 내미는 모습에 남자는 그 소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마구 헝클린다. 크악! 하고 재밌는 소릴 지르는 소년의 비명에 웃던 남자가 머릴 두어 번 토닥인 후 그럼 잘 읽으라는 말만 남기고 문을 닫고 남자는 가버린다.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투덜거리는 그는 이것을 보려고도 안 할 테니 일단 내가 읽고 그한테 가르쳐 주는 게 좋겠지, 나는 서류를 천천히 읽어갔다. 새로운 무언가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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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생각난 즉흥 소설이라 좀 이상하네요.

걍 재미로 봐주시길.



2024-10-24 22:28: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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