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3-

이케아라 2015-04-10 4

유니온 본부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있다.
일반인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부터 클로저들을 위한 훈련소와 위급한 환자를 위한 의무실까지.
다양한 시설들이 완비되어 있는 유니온의 본부에서, 세하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중환자실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삑...삑...삑...


세하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기계음과 산소마스크속에 가려진 세하의 숨소리가 교차하고 있었다.
여기는 유니온본부안에 설치된 의무실로, 키텐과의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세하를 치료하고 있는 곳이기도하다.
온몸의 붕대를 칭칭 감은채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있는 세하는 숨소리가 나는것만 제외하면

죽은사람처럼 보일정도로 편안하고 조용하게 누워있을 뿐이었다.


"...."


중환자나 다름없는 세하의 손을 마주잡고 있던 오세린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되짚어봤다.
세하의 위상력을 진단하기 위해 미국으로 오자마자 반유니온 테러조직이 자신들을 습격해왔다.
아무리 세하가 대단한 실력을 지닌 클로저라곤해도 단 한명의 클로저를 없애기 위해 A+급 차원종인 키텐을 아무도 없는 황야에 소환했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이건 유니온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라는게 되는걸까...?'


자신들은 A+급의 차원종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소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니온에 알리려는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건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유니온에 적대하며 세상에 혼란을 가져올것이라고 말한 그들이 선전포고외에 행동을 할리가 없다.
그렇게 그들의 목적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던 오세린의 곁에, 듬직한 보디가드처럼 생긴 다니엘이 문을 열고 들어와 말을 걸었다.


"오세린요원. 지금 막 이세하요원의 자세한 치료결과가 나왔습니다."


단정한 검은 정장과 바위와도 같은 근육, 얼굴에 듬성등성난 주름이 인상적인 그는 이번에 세하를 미국의 유니온본부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던 베테랑 보디가드인데, 세하가 키텐과 혈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다니엘이 유니온에 구조지원을 요청한 덕분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은 세하가 빠른 속도로 본부로 이송되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요?!"


다니엘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뒤 데이터가 담겨있는 종이를 건네자, 오세린이 재빨리 그 종이를 받아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어려운 영어단어와 복잡한 의학용어가 난무하는 글을 아무런 문제없이 독파한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일시적 위상력 상실증...이런 병이 있었나요?"


"이번에 처음 보고되는 증상이라 박사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인걸 겁니다. 정확히는 위상력 상실증의 일종이라고 했습니다만... '일시적'이라는 말이 붙은 걸로 봐선 금방 위상력을 되찾겠지요.그리고 세하군의 부상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다니엘이 또 다른 종이를 꺼내며 그 안에 적혀있는 내용을 훑어본뒤 설명을 이어갔다.


"늑골(갈비뼈) 다수 골절, 부서진 뼛조각 때문에 안에있는 장기에 구멍이 좀 뚫렸고, 두개골엔 4개의 금이가고

전두엽과 측두엽이 약간 손상됐습니다. 그리고 사지(四肢)곳곳이 찢어졌으니 치료능력을 지닌 클로저가 있어도 최소 1달은 입원해 있어야 한다더군요."


"그...그렇군요..."


오세린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했다.
'사람의 몸이란건 저 정도나 되는 부상을 입어도 치료가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표정이었다.


"일단 그가 정신을 차릴때까지 곁에 있어주십시오. 뇌에 손상을 입긴했지만 빠른 치료덕분에 기억도, 생각도 온전하니까요. 자기가 일어났을때 연인이 간호를 하고 있다는걸 알면 이세하요원도 마음이 놓일 겁니다."


"아니...! 저희 그런 사이가 아니라...!"


오세린은 방금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다른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여기서 더 괜히 말을 해봤자 사태가 악화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흠흠... 그런데 다니엘씨. 아까부터 기운이 없어보이시는데... 무슨일 있었나요?"


"아... 차원전쟁 당시 이세하요원보다 어린 소년한테 목숨을 구원받았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일이 생각나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다니엘씨도 차원전쟁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던 건가요?!"
 

오세린이 의자에서 박차올라 환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그녀는 차원전쟁 당시에 활약했던 클로저들을 전부 외우고 있을정도로 전쟁영웅들에대한 선망이 강했기 때문에 차원전쟁에서의 일을 얘기하는 다니엘의 말에 흥분했나보다.


"하하... 그런건 아닙니다. 그저 차원종에게 죽을뻔했던걸 어떤 클로저가 지켜줬던것 뿐이지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질문해오는 세린을 보고 다니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적당한

자리에 앉은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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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여년전.

차원전쟁이 중반으로 치솟고 있던 시대.

위상력에 각성한 인간들이 유니온으로 집결되고, 그런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 고위급 차원종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던

차원전쟁 중반부.하루에도 수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생물들이 차원종에 의해 도륙당하고, 그 이상으로 많은 차원종들이 인간들에 의해 소멸당했다. 뭐 하나 멀쩡하게 남아있는 건물도 없고,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던 도시들은 계속해서 폐허가

되길 반복했다.이런 지옥같은 환경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양팔에 피를 흘린채 다급한 움직임으로 도주를 시도하고 있었다.


"헉...헉...헉...!"


"캬아아아!!"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 폐부를 찔러대는 숨을 계속 들이쉬며 도망치고 있는 남자의 뒤에서 사나운 괴물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온갖 동물들을 합성해서 만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하고 기괴하기 짝이없는 사족보행 차원종. 합성차원마수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내밀은채 빠른 속도로 남자를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이런...!"


계속해서 도주를 반복하던중, 남자는 무너진 건물탓에 꽉 막혀버린 길을 보고 좌절했다.
지금까지 죽을 힘을 다해서 차원종으로부터 도망치쳤건만, 이렇게 널부러진 고층빌딩탓에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수없는 자신의 처지를 보고 남자가 절망하기도 전에 지겹도록 남자를 추적해온 차원마수들이 몸을 날려 이빨을 들이대려했다.


"으아아악!!"


꼴사납게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싸매는 남자의 몸에 차원종이 입을 들이대기 바로 직전.


"음이온 펀치!!"


새파란 위상력을 몸에 두른 소년이 음속과 같은 속력으로 차원종의 턱에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뿌드득!! 콰득!!


기괴한 소리를 내며 턱이 부서진 차원종은 그자리에서 쓰러져 재가되듯 사라졌고, 다른 차원종들도 소년이 이미 처리했나본지 순식간에 소멸되어 버렸다.


"뭐...뭐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남자가 자기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의문을 품었을때, 차원종을 전부 해치운 소년이 빛을 잃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걸 알 수있었다.


"...아직도 민간인이 있었나?"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여대는 소년은 아직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렸다.
위상력에 의해 변질된 머리카락과 그와 대비되는 검정색 눈동자. 검은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유니온의 정식요원복을 보자, 남자는 큰소리로 소리치며 경악했다.


"클로저?!"


클로저. 차원종의 섬멸이 가능한 유일한 인류. 차원문에 의해 방출된 위상력에 노출되어 이능의 힘을 손에 놓게된 돌연변이.
차원종과 싸울수있는 인간의 구세주. 여러가지 별명으로 불리고 있지만 클로저는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남자의 행동에 쓴웃음을 지으며 슬픈눈을 한 소년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에 귀를 대며 통신을 시작했다.


"여긴 루키(rookie). 전투지역에서 민간인을 한명 확보. 시급히 구조지원을 해주길 요청."


어리숙하지만 요점만을 말하며 순식간에 통신을 마친 소년이 사이킥 무브로 이동을 실행하려고 했을때,


"잠깐!!"


남자가 다친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워 소년의 곁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뒤 말했다.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


진심어린 감사가 담긴 남자의 말에 소년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차원종들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왔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짠것처럼 같은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괴물. 저리가!"


"히익! 인간처럼 생긴 차원종이...!"


"야, 재 클로저래, 까딱하면 죽일지도 몰라."


"너 클로저지? 민간인에게 손을 대면 안된다면서? 그럼 이 형님한테 기부 좀해라."


기피,공포,질투,오만함. 누구도 자기같은 클로저의 공적을 생각해 주지 않고, 감사해 하기는 커녕 차원종보다 더 두려워하며 괴롭히고, 따돌리기 바빴다.그런데 이 남자는 꼴사나울 정도로 처참한 모습을 한 주제에 자기 몸을 보살피긴 커녕 일부러 가까이 다가와 눈을 마주보며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처음 겪어보는 일반인의 감사인사를 듣고  소년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진정된듯 힘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됐으니까 몸이나 챙기시지. 이런데서 꼴사납게 죽지나 말라고. 아저씨."


어린소년에 입에서 나온 말은 사납고 험했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상냥한 의미를 단번에 알아챈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긍정했다.


"그래... 너도 무사해라."


하늘에서 울리는 헬리콥터소리가 소년의 귓가에 닿자마자 소년은 사이킥무브를 사용해서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고 홀로 남은 남자는 부상당한 몸을 힘들게 움직여 헬기에 올라타 전투지역이 되버린 도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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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점을 바꿔서 세하가 입원한 중환자실.
오세린은 다니엘이 들려주는 차원전쟁당시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다니엘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기운이 없는 이유는... 이세하 요원이 저희들을 지키기위해 목숨을 건 동안, 저 같은 일반인은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는 무능력함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가 쓸모없는 인간인줄은 차원전쟁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지요."


"네..."


오세린도 그의 말에 공감한듯 분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다니엘씨같은 분들의 말 덕분에 저희같은 클로저가 보람있게 일할수 있는거니까 너무 그렇게 속상해하지 마세요.
차원전쟁때도 클로저에게 감사할줄 아셨던 아저씨라면 충분히 유능하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다니엘은 점점 어두워지는 바깥을 내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세하요원이 깨어나면 제게도 연락을 주십시오."


"네. 살펴가세요."


문밖으로 나간 다니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한 오세린은 편안하게 잠들고 있는 세하를 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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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우엣취!!"


재해복구본부에서 제이의 기침소리가 검은양팀의 대기실을 가득채웠다.
이제 곧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검은양팀의 멤버인 슬비와 유리는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위해 일찍 쇼핑을 나갔고, 미스틸테인은 아침운동의 일환이라며 차원종을 사냥하기 위해 임무에 나간지 오래다.홀로 남겨진 제이는 미국에서 먹을 영양식과 보약을 제조하기위해 휴대용믹서기를 들고 대기실에서 약물을 제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가루가 코에 잘못 들어갔는지, 아니면 갑자기 나온건지 성대한 기침을 토해내며 제이가 코를 닦았다.


"휴... 누가 내 얘기를 하나? 기침을 하다니... 이거야 원. 기침에 효능이 좋은 약도 하나 만들어야겠어."


농담섞인 어조로 혼자 중얼거린 제이는 정말로 누가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다는걸 깨닫지 못하고 인터넷을 뒤지며 검색창에 '기침'이라는 단어를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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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다음편을 쓸수있었네요. 제가 시험기간+수행평가+ppt발표등등의 일때문에 글이 좀 늦어질것 같습니다 ㅠㅠ

죄송해요. 그래도 1주일에 1편은 올릴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시험이 끝나는 5월까지 휴재하고 싶지만 그럴수야 없쥐 +_+)




2024-10-24 22:25: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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