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양떼 -12-

PhantomGIGN 2015-03-22 14


*[주의] 전편이 있습니다.


전편을 보시면 이해가 더욱 잘 되실겁니다.


이 작품은 '엘세이드' 와 'PhantomGIGN' 의 합작입니다.

          


           [흩어지는 양떼 -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436



           [흩어지는 양떼 -2-]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459



           [흩어지는 양떼 -3-]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7&n4articlesn=1469



           [흩어지는 양떼 -4-]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574



           [흩어지는 양떼 -5-]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09


          

           [흩어지는 양떼 -6-]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633



           [흩어지는 양떼 -7-]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652


          

           [흩어지는 양떼 -8-]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4&n4articlesn=1701


          

           [흩어지는 양떼 -9-]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744


       

           [흩어지는 양떼 -10-]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1865



           [흩어지는 양떼 -1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d%9d%a9%ec%96%b4%ec%a7%80%eb%8a%94+%ec%96%91%eb%96%bc+&n4articlesn=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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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


더 이상 이 이상으로 내쉴수 없으리라 생각될정도로 거친숨을 내쉬며 슬비는 울창한 숲을 뛰었다.


뛰기시작한지 제법 되어, 평상시같으면 쉴 때는 한참 지났지만


지금의 그녀의 다리는 그럴 생각이 결코 없는지 움직임을 엄추려하지 않았다.


그녀의 긴 무산소운동을 통해 산소부족에 시달리고있는 머리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저 단 한사람만이 무사하기를 빌며 다른것 하나 의식하지 않은채,


온몸의 피가 끓어 증발해버릴것만 같은 그 고통스런 질주를 힘겹게 해내고있었다.


'이세하...!'


자신을 위해 그곳에 남아 시간을 벌어주고있는, 그리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을 충족시키려는 행동을 일체 자신에게 금해버렸던 대상인 그가 쇄도하던 뒷모습만이 떠올랐다.


다른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벅찼던것이었던가.


아니라면 다른것을 생각할만큼 고통스러웠던것인가.


자꾸 생각나는 그의 마지막 뒷모습에서 알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그녀는 계속 달렸다.


20년정도 흐른 산에서 쭉쭉 자라난 거대한 나무와 뿌리들이 그녀의 앞을 가렸지만 그저 달리기만 했다.


소음.


비명과 총성, 그리고 날카로운 금속의 울림과 피묻은 기합성들이 사방에서 짓쳐들었다.


때론 멀리서, 때로는 바로 옆에서.


그러나 길이라고 부를수 없는 길을 힘겨이 달리는 슬비로써는 돌아볼 여유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숲속을 계속 달렸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임시 대책본부가 저 만치에서 보였을때는 그저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달렸다.


이 한순간이 촌각을 다투는 소년의 목숨이 달린 일임을 아는것이기에.


점점 가까이 가자, 위생병인지 두명의 요원복을 입은 자들이 옆에 즐비하게 널린 피를 쏟고있는 부상병들을


돌보는데에 열중하다 그녀를 보고는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당황한 그들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슬비는 말했다.


"안에...하악... 특수요원이...흑...있습니다....후욱...지원...부탁드립니다."


경악에 찬 얼굴이 더욱 깊게 일그러지는것을 보며 그녀는 입속에서 쌉쌀한 혈향을 느꼈다.


기분 나빠.


"예?! 특수요원이라니 무슨소리입니까? 이곳은 수습요원들밖에...작전 참가에도 분명히..."


책임자가 말을 더듬으며 그녀의 몸에 무수히 난 상처들을 훑어보곤 앰플을 하나 건네는것을


본체만체 하며 슬비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 신설된 팀 페가수스의...하아...이세하 요원이 저희를 증원하러 와서 시간을 벌어주고 있습니다...

하아...s급 차원종 ...하아...스피더와 지금 혼자서 맞서 싸우고...하아..."


"슬비야, 그게 정말이야?!"


놀랍게도 그 말에 대답한것은 눈을 크게 뜨고있는 위생병이 아닌, 


그의 앞에서 붕대를 하나 받아들고있던 자에게서 나온 목소리였다.


슬비는 고개를 조금 거칠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말한쪽을 쳐다보았다.


검은 머릿칼과 대비되는 흰 피부가 눈에 띈다.


입꼬리가 떨리는 미세한 반응마저 이런 지친 상황속에서도 인식가능하단것을 깨달으며 슬비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맞아, 유리야...그러니까 도와...야...해...하아..."


"하지만, 보다시피 지금 전투불능자도 속출하고있고, 다른 증원가능 한 이가 없습니다!

탄약이고, 앰플이고 바닥을 치고있는데 어떻게 s급 상대를 위한 인원이 남아있을수 있겠습니까!"


짜증내다시피 퉁명스레 말하는 위생병의 눈에는 거의 자포자기라고 봐도 될만큼 상황에 대한 확신이 어려있었다.


"내가 갈게."


그러나 그는 바로 자신에게서 받아든 붕대를 상처난 팔에 감아버리고는 대답하는 어린 소녀를 보고는 당혹했는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 다시 말을 간신히 꺼내었다.


"그럼, 그곳의 좌표라도 불러주셔야 지원이라도 갈거 아닙니까."


"G-H23...이요.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갈무리했던 지도를 펼치는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G라인은 물론이요 23의 수치는 지도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G-H23이요? 그럼 단말기로 확인하고 전투가능한인원중 최대한을 투입시켜드리겠...."


이어 말하는 위생병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지?


G라인, 23. 분명히 없었다.


천천히 상황을 인식하는 머리는 가속을 거부했고, 더이상의 노동은 물론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것 조차 거부하고있었다.


하지만 분명 필요한 일이고 해야하는 일이다.


"잠시만요, 좌표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데요?"


"슬비야, 넌 세하 어딨는지 알지?"


의아하다는듯 묻는 위생병의 말을 거의 끊다시피 말을 잇는 유리의 말까지 듣느라


슬비는 약간 현기증을 느꼈지만 간신히 대답했다.


"응, 근데..."


"업혀! 빨리!"


갑자기 앞으로 와서 무릎꿇는 유리에게 쓰러지듯 업힌 슬비를 보고 유리는 고개를 홱 돌려 위생병에게 말했다.


"제가 GPS 단말추적기가 아직 몸에 붙어있으니까 증원인원이 오면 그쪽으로 투입시켜요!"


말을 마치지도 않고는 사이킥무브로 높이 뛰어오르는  그녀의 뒤에는 당황한 얼굴로 본부로 돌아가기위해 급히 몸을 돌리는


위생병만이 신음하는 부상병들 사이로 지나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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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배의 붉은 부분을 정확히 관통한 세하의 블레이드로부터 강한 진동이 느껴졌고,


아직까지 다리는 기하학적으로 꿈틀댔다.


하지만 의미없는 사후 반사작용이란것을 아는 세하로써는 그다지 큰 위협거리는 되지 못했다.


스피더. S급차원종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얽히고 감겨 복잡한 기분을 만드는것을 가만히 느끼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늘이 보인다.


시야를 가리던 나무들은 죄다 박살이난 상태라, 짙푸르고 순수한 푸른 하늘만이 보인다.


시릴듯 푸른 하늘.


뒤끓고 요동치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는것마저 마치 남의 일이듯 관조하며 그는 몸을 조금 일으켰다.


웬만한 소의 몸집보다도 큰 스피더의 몸에있던 위상력으로 만들어진 슈퍼아머가 해제되려는지 마치 거품이 터지는소리가


연이어 들리며 그 부분만이 마치 비닐로 씌운것처럼 주름지게 뒤틀렸다.


차원종의 확실한 죽음을 의미하는 그 동작은 너무나도 확실한 확인 사살이었다.


이것이 달성감이고, 이것이 성취감인가?


"하하..."


힘찬 웃음이 나올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힘빠지고 맥없는 웃음만 메마른 입술사이로 비실비실 흘러나왔다.


"하하하..."


입모양은 아예 웃지조차 않는다.


왜인지 모르지만 기쁘지도 않고, 달성감이나 성취감이라 생각되는 그 어떠한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그 어떠한 감정이며 기분, 심지어는 당연한 승리의 기쁨마저도 느껴지지 않아 그는 당혹했다.


어머니를 넘었고


동료를 구했고


친구들을 지켰는데


왜?


순수한 물음만이 다가왔지만 그는 애써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사실은 알고있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그것.


일차적인 목표, 그리고 그것 하나뿐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걸로 끝이었고, 모든 뒷감당을 질 각오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모든 일들이 눈 깜짝할새에 지나가고 상황이 다가오자 점점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그를 불안히 만들었다.


올라탄 놈의 가느다란 허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그는 놈의 배에 박힌 건블레이드를 빼내었다.


그때 불안한 감각만이 몸을 스쳤다.


형용할수 없는 본능이라는것이 어떤것인지 눈치챘을때,


이상한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초록빛의 가스가 그를 뒤덮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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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이야?"


막 사뿐히 착지한 유리의 등에서 슬비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지형들임은 확실했으나,


내려오면서 정말 잊혀지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며 기억한 방위이기에 틀릴거라 우려하지는 않았다.


"슬비야,  아직 넌 싸울수 없으니까, 여기에서 기다려줄래?

아까 사이킥무브로 높이 떠있을때 주변을 보니까 적어도 이 근처에서 전투하는 인원은 없더라. 조금만 기다려!"


거의 반쯤은 강제적으로 말하고나서,


사뿐히 자신을 내려놓고 빠른속도로 사라져가는 유리에게 말하려고 슬비가 입을 열었을때에는,


빼곡한 나무들의 미로속으로 그녀가 사라진 후였다.


'살아 있어줘!'


달려나가는것인지, 날아가는것인지 모를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는 유리의 머릿속는 단 그것 하나만이 위치했다.


언젠가 자신에게 보였던 서글픈 미소며, 항상 투덜대기만 했어도 결국 그것마저도 하나의 배려란것을 깨달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안에 그가 죽어버린다면 얼마나 슬플지 너무도 잘 아는 자신이었기에


더욱 강한 염원이 생긴것을 잘 알았다.


나뭇가지에 뺨이 긁히면서도, 늦지 않으려는 마음은 결코 그정도로 멈추지 않는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더 빠른속도로 수풀을 헤치고 나갔을 뿐이었다.


그렇게 달려나가던 그녀의 눈에 순간 이상한것이 들어왔다.


나무밖에 없는듯하던 주위에 기괴한 각도로 기울어져있는 나무가 보였다.


거의 45도 정도로 기울어져있는 나무는 결코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할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재빨리 다가가 그 주변을 살펴보자 거인의 손이 한번 훑고 지나간듯이 쓰러지고 박살난 나무들의 흔적이 펼져져있었다.


믿을 수 없을정도로 광범위하게 초토화된 주변을 보면서 불에 탄 흔적도 발견한 그녀는 불길한 감정이 더욱 고조되는것을


느끼며 주변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녀가 막 다섯번인가 여섯번째로 조각난 나무들의 모퉁이를 돌았을때,


그곳에는 너무나도 보고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또한 그는 힘없이 쓰러져있다는 것 역시 그가 있다는것이 꿈이 아닌것이란것과 같은 확실함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세하야!"


거의 비명지르듯이 이름을 부르며 그에게 달려간 그녀는 쓰러지다시피 옆에 앉아 그의 힘잃은 머리를 조심스레 받쳐들었다.


"일어나란말이야! 이세하!!"


정말 토하듯 외치면서도 그녀는 손을 움직여 세하의 옷깃 단추를 풀어헤쳤다.


낯뜨거운 일이라며 평소에는 당황할만한 일을 직접 벌이면서도 그녀에겐 그런 의식따위는 없었다.


맥을 짚어보아도 반응은 너무 미약해서, 정말로 심장이 멈춘 줄로만 알았으나, 옷섬을 다 풀고는 왼쪽 가슴에 귀를 대어보자


아직은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그의 가슴에 저도 모르게 맥을 잃고는 머리를 기대었다.


다행히도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불현듯 그와 싸우고있을 s급 차원종이 있을거란 사실을 알고


급히 경계자세로 들어갔으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힘없이 기괴한 다리를 징그럽게 뻗은채 죽어있는 차원종 하나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 쉬었다.


"바보같아. 혼자서 왜 무모하게 싸웠던거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안에서 따듯하게 녹아내리는것을 느끼며 그녀는 천천히 그의 머릿칼을 쓸어내렸다.


조용히 말하며 그를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다가


문득 옷 섬을 다 풀어 헤쳐놓아 셔츠가 그의 탄탄하게 잘 다져진 상반신을 가리는 구실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어머!"


최대한 그쪽을 보 지 않으려고 눈을 꼭 감은채 고개돌리며 손끝 감각만을 의지해


서툴게 단추를 잠궈가는 그녀의 손 끝에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유리는 얼굴이 시시각각 달아오르는것만 같아서 더욱 눈을 꼭 감았다.


"윽..."


그리고 그때 하필이면 소년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것을 듣고는 그녀는 순간적으로 돌아 보아야 하나,


보 지 말아야 하나 하는 원초적인 질문에 답하는것을 굉장히 고민하고야 말았다.


"괘...괜찮아?"


그렇기에 그녀가 대답했을때는 그 하얀 살결이 붉게 물든채 고개를 반쯤만 돌리고 눈도 한쪽은 간신히 감은채인,


매우 정상적인 안부를  묻는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끄러워... 힘들단 말이야..."


몸이 솜처럼 축 처지고 감각이 거의 없다는것을 느끼며 세하는 늘어지는 그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유리를 보며 그는 피식 웃고야 말았다.


"너야말로 왜 그래?"


질문을 날림과 거의 동시에 자신의 셔츠가 풀려있다는것을 알고는 그는 잠깐 당황했지만,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치 어린 새처럼 당혹해하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나 간호한거야? 고마워."


"으아?"


왠지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야예 고개를 팩 떨구어버리는 그녀에게 의아함을 느끼며 세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힘들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못할것 도 없었다.


그녀가 거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움직이지도 못한채


그대로 가슴에 올려놓은 손을 조심스레 치우고 자신이 직접 단추를 여몄다.


방금 전 무언가에 의해 의식을 잃었으니, 아마 가스나 독일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따라서 해독을 할수 없으므로 몸의 상태만으로 판단해야 했지만


정작 아무런 고통도, 느낌도 없으니 그저 그려려니 했다.


"슬비는 어딨어? 다른 팀원들은?"


아마 유리가 왔으니 슬비가 어찌어찌 유리를 만난것이리라 짐작하며 묻자,


그녀는 간신히 심호흡을 몇번 하더니 고개를 돌리고서,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떨어뜨린채로 대답했다.


"슬비는...저쪽에서 잠깐 쉬게 했어...제이아저씨하고 테인이는 부상당해서 진료소에 있을거야..."


아직도 눈을 들지 못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하는 천천히 걸어가 떨어진 건블레이드를 잡았다.


"그럼, 빨리 다른사람들도 도우러 가자."


"뭐? 그런 몸으로? 말도 안돼!"


거의 비명지르는듯 외치는 유리의 말대로 그의 몸은 피투성이였고,


방금 전의 혈전으로 온몸은 삐그덕댈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고개를 조금 젓고는 말했다.


"그래도, 도울수 있을때 도와야지."


s급 차원종은 처리했다.


하지만 사실상 s급 차원종보다는 다수의 A급 차원종이 더욱 무섭다.


그리고 놈들은 아직 전투를 벌이고 있으리라.


"지금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밀리고있는거야?"


억양의 변화없이 차분히 말하는 세하에게 유리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잘 하고 있대. 전사자는 스무명 조금 넘고, 전투 불가상태인 요원들도 스물쯤 된대."


그래봤자 100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둘이었기에, 더 이상의 희망찬 발언도 쓸모 없단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러니까 네가 굳이 나설 필요 없어 세하야, 넌 좀 쉬고있어!"


하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지 검을 적당히 옆으로 비껴들었다.


"아니, 아직은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끝내지는 못했어."


그리고 일순간, 보이지도 않을정도로 빠르고 강렬한 푸른색의 빛무리가 유리쪽으로 쇄도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뒤에서는 강력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크에에에엑!"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위상 탄환에 맞아서 몸을 움츠리고있는 차원종 하나가 땅에서 일어나려하고있었다.


재빨리 검을 뽑고, 허벅지에 위치한 홀스터에서 총을 리로드하며 겨누려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분명히 자신의 뒤에 있던 세하의 모습이 일렁이듯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다.


급히 몸을 뒤틀며 그에게 일격을 차원종이 날렸지만 거의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검을 들어 옆으로 퉁겨낸 그는 그대로 차원종의 목을 부여잡고는 한바퀴 회전시켜 하늘로 높게 치켜들었다.


그 광경에 한번 더 놀란 유리가 어떠한 말을 하기도 전에,


그대로 머리통에다가 건블레이드의 총구를 들이 밀고는 폭음과 함께 격발시키는 세하의 주위로 차원종이었던


고기조각들이 박살나 흩어지는것을 보고 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슬비가 어디 있다고? 여기로 차원종놈들이 들이 친 모양이야, 빨리 걔를 찾고 전투 인원과 합류하는게 우선이야."


숲의 지형 상, 더욱 난전이 되기 쉬운 백병전 양상의 전투는 더욱 더 복잡한 난전으로 치달아갔기에 어디서 놈들이


튀어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재빨리 움직이는 세하를 따라가기 위해 움직이는 유리에게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아까 그건 A급 차원종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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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캠프


지금은 유니온에서 파견나온 요원들의 임시거처라 할수 있을정도로


수많은 장비들이 설치된 곳에  헬기 한 대가 조그만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굳이 정식 명칭을 붙이자면 넓은 공터에 헬기가 착륙 할 수 있는 너른 공터 구석에 준비된 막사와


각종 취사도구며 탄약, 그리고 긴급하게 만들어진것인지 흰 모포위에 신음하며 누운 몇십명의


요원들이 그것을 보고는 움직일수 없는 몸이 아닌, 입으로써 그들의 신세를 자조하듯 말했다.


"뭐야? 지원이라도 보낸거야?"


"에이 설마, 자네도 알잖아, 이 작전에 지원같은건...!"


그렇지만, 헬기의 목적지는 이곳이 맞는지 계속 날아오고 있었고,


그 헬기의 실루엣이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그 형태를 본 자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에어포스 - AE.


웬만한 공격은 모조리 다 튕겨낼만큼 강력한 본체와 수없이 장착된 미사일이며 각종 무기들은


결코 전투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방어용.


대통령급이나 장관급이 아니라면 결코 보는것 조차 금지되어있는 헬기.


그리고 그것은 놀라우리만치 조용하고 사뿐히 공터에 착륙했고,


그곳에서 내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붉은 복장으로써 통일감을 나타내었다.


"뭐야, 정예요원?"


"정말이야? 지원군이야?"


막연한 기대감에 차있는 부상병이며 특경대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헬기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사내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내린 정예요원들은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요인 호위의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보는이들로 하여금


너무나 많은 추측을 하게 했고, 그 사내는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었기에 그것은 더욱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정도의 헬기와, 열명남짓한 정예요원들 앞에서 특경대들은 일렬로 서서 경례를 취했다.


그것이 관례였기도 했고, 일단 용건을 모른다.


경례한 그들에게 스쳐지나가듯 경례하며 검은양복을 입은 사내는 천천히 걸었갔다.


이우현.


대한민국의 실질적 권리를 쥐고있는 사람임에도 그를 모르는자들은 꽤 많았다.


전형적 베일속의 흑막인 그는 이 결과에 상당히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가 특경대의 끝에 위치한 책임자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그는 이우현에게 경례를 하며 물었다.


"충성! 이번 지리산 토벌대의 총 책임자 박상민이라고 합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떤 분이시며,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이름따위, 어찌되든 좋았다.


그는 안중에도 없는 이였으며 굳이 말하자면 관례때문이리라.


그에게 거의 집어던지듯 명함을 건네며 그는 경악하는 책임자의 얼굴을 보고 비틀린 입꼬리로 중얼거리듯 그에게 답했다.


"울타리를 넘어버린 용감한 양을 만나러 왔다네."


마치 약속된 파멸을 노래하듯, 헬기의 날카로운 프로펠러 소리가 바람의 현을 날카롭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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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기다리셨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고 댓글부탁드려요^^

2024-10-24 22:24: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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