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3 】

휘영청 2015-03-16 6

【 0 】 검은 고치

【 1 】 별빛에 잠겨라(1)

【 1 】 별빛에 잠겨라(2)






[ 1 ] 별빛에 잠겨라(3)

 




*   3   *



 1주가 지났다. 그 사건─세 번째 군단장이 나타난 사건 이후 나를 포함한 검은양 팀 전원은 강제휴가를 받았다. 작전구역을 찾아가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학교는 아직 복구가 되지 않아 휴교상태. 할 게 없어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게임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게임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은 아스타로트 때 이상으로 긴급 상황이다. 이대로 당장 전 인류가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그런대도 나는 그저 하는 것도 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다.


 정작 중요한 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난 대체 뭘 위해 클로저가 된 걸까.


 …생각해 봤자 머리만 복잡하다.


 결국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잠을 청했다.



*   *   *



 1주일 하고 이틀이 더 지나자 호출을 받았다.


 강제 휴가를 받은 이후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와 바라본 하늘은, 하늘에 보이는 데미플레인은 이전보다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모인 사람은 제이 아저씨를 제외한 검은 양 전원. 제이 아저씨는 아직 치료중이라고 한다. 상태를 생각하면 못해도 한 달 이상은 입원해 있지 않을까. 어쩌면 두 달이 넘어갈지도 모른다.


 우리를 호출한 사람은 유정누나였는데, 정작 도착하자 우리를 반긴 사람은 데이비드 지부장님이었다.


 “갑작스레 호출해서 미안하네. 일단 미리 말 해 두겠지만,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전부 극비이네. 그리고 오늘 주는 임무는 명령이 아니야. 아니,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거절해 줬으면 하네. 자네들에게 시키기에는 너무 위험한 일이야.”


 “괜찮습니다. 우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만나자마자 사과와 함께 이번 임무에는 거부권이 있다고 말 하는 지부장님.


 단순히 너희에게 이런 위험한 일을 맡기고 싶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부권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역시 그 정도로 위험하다는 거겠지.


 …그나저나 이슬비는 변한 게 없었다. 말을 꺼내길 주저하는 지부장님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 모습은 정말 당당해보였다.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쟤라고 해서 이 1주간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닐 텐데도 이전과 변한 게 없다. 나는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는데.


 “후…. 우선 요 1주간의 이야기를 하겠네. 자네들이 쉬는 동안 다른 클로저 팀이 데미플레인을 정찰했네. 그 과정에서 3개 팀이 전멸, 2개 팀이 리더가 사망, 4개 팀이 사실상 전멸했네.”


 “……!”


 평균적으로 한 팀이 아무리 적어도 5명이 넘는 걸 생각하면 최소 30명 이상이 죽었다는 이야기다.


 “정찰 결과 확인 된 것은 이전과 같은 두 체의 하이브 마인드와 ‘둥지’의 존재. 우선 하이브 마인드는 역시 이번대의 용인 ‘그’가 직접 겸하고 있네. 즉, 그를 쓰러트리지 않는 한 데미플레인을 막을 수 없지. 그리고 문제는 두 번째 하이브 마인드니에만….”


 아스타로트와 마찬가지로 용인 그가 직접 하이브 마인드를 맡고 있다. 지부장님은 그렇게 말 한 뒤 문제는 안드라스와 같은 위치인 두 번째 하이브 마인드라며 사진을 보여줬다.


 “이건…!”


 지부장님이 건넨 사진은 심하게 흔들려있어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틀림없이 ‘아스타로트’였다.


 “일단 사진을 찍은 생존자의 말에 의하면 의식 없이 침입자를 배제하는 느낌에 가까웠다고 하네. 그의 이야기대로라면 다행히 제3위상력은 없는 듯하네만, 그 자체가 이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해진 것 같더군. 일단 이전의 아스타로트를 상대해 본 클로저가 자네들뿐인 탓에 이전과의 구체적인 비교 데이터는 없네.”


 이전보다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제3위상력이 없다면 어떻게든 막을 방법은 있다. 최악의 경우 위상반전탄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으리라.


 다만 문제는 역시 아스타로트를 이전보다 강한 상태로 부활시켰을 이번대의 용의 존재. 최소한 아스타로트보다 강하다는 것이 확실하졌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둥지’네만, 이곳은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장소지. 이전에 단순히 아직 차원을 넘어오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이번대의 용이 만들어낸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만은 최우선적으로 파괴해야 하네. 그리고 자네들에게 맡기는 임무가 바로 이곳의 파괴지.”


 “그 둥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임무를 하달하는 지부장님에게 이슬비가 반문했다.


 …뭐랄까, 조용하다. 그야 임무를 하달 받는 중이니 조용한 건 당연하지만, 지금까지는 조금 더 뭐랄까. 지금까지는 ‘저기, 저기 그거 성공하면 보너스 있어요?’라거나, ‘후… 약 사러 갈 시간도 안 주는군.’라거나, ‘이번엔 어떤 사냥감을 만날까요?’라는 식으로 조금 더 활발한 분위기였다.


 그게 생각이 나 주변을 둘러보자, 제이아저씨는 없었고 서유리와 미스틸은 보기 드믄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런 광경, 한 번 본 기억이 있다. 언제였더라… 그래. 아스타로트를 처음 마주친 직후가 이랬었다. 다들 좌절하고 포기하려 했던 때.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누구도 포기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모두들 눈빛에 기합이 넘친다.



 나만 제외하고.



 나는 그 때 어떻게 아스타로트에게 맞설 수 있었지? 만약 헤카톤케일이 죽으며 데미플레인에 공격을 가하지 않았더라면, 아스타로트가 나를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애쉬와 더스트가 내게 제2위상력을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 때도 알고 있었다. 아스타로트를 이길 수 없다. 싸우면 반드시 패배하고 죽는다. 그 사실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스타로트에게 맞섰었다.


 …어떻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아스타로트에게 맞섰지?


 지금의 나는 그 때와 같은 용기가 나질 않고 있었다.


 “둥지는 크리자리드와 마룡혼, 우로보로스, 아지다하카등의 용의 군단의 차원종들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추정되네. 이곳은 촬영하던 카메라를 파괴당해 사진이나 영상은 없지만, 생존자의 말에 따르면 차원종들이 ‘여왕’이라고 부르는 개체를 보호하고 있었다더군. 이 여왕의 몸에서 이어진 촉수 끝에서 알 형태의 위상력 덩어리가 나왔으며, 그렇게 나온 것과 같은 위상력 덩어리가 둥지 안에 가득했다더군.”


 “그럼 그 여왕이 차원종을 ‘낳는’건가요?”


 “그래. 우리는 그렇게 추정하고 있네. 차원종 전체가 그런 건지, 용의 군단만이 그런 건지, 아니면 이번 대의용이 새롭게 만들어낸 것인지는 모르지만, 차원종이 어떻게 나타났는지에 대해 역사가 기록된 이래 최초로 알게 된 사실이지. 우리는 일단 이 여왕을 ‘티아마트’라고 부르기로 했네.”


 티아마트. 수메르 신화의 창세기인 에누마 엘리시에 나오는, 신과 괴물들을 낳은 태초부터 존재한 뱀의 형상을 한 여신. 다른 차원좋을 낳는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인가.


 “이번 임무는 둥지를 파괴하고 티아마트를 섬멸하는 것이네만, 처음에 말했다시피 거부권이 있네. 나로썬 제발 거부해줬으면 하는군.”


 “만약 저희가 둥지를 파괴하지 못한다면, 아니 좀 더 나중까지 봐서, 데미플레인을 막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역시 이번에도 위상반전탄을 쏘는 것인가요?”


 “…그래. 그 이야기도 해야겠지. 이건 유일하게 ‘용’을 만나고 온 팀의 생존자가 촬영한 영상이네.”


 이슬비의 질문에 지부장님은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태블릿PC로 영상을 틀어 우리에게 건넸다.


 그 태블릿PC는 이슬비가 들었고, 우리는 이슬비의 주변에 모여들어서 함께 그 영상을 봤다.


 [흠. 너희 팀의 리더는 누구지?]


 이미 한 차례 전투를 치른 듯,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이 쓰러져있었고, 그 앞에 상처 하나 없는 이번대의 용, ‘이세하’가 서 있었다.


 […나다.]


 태블릿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마 촬영 중인 사람이 리더인 모양이다.


 [탐사를 위해 왔으니 기록을 하고 있을 터. 아마 영상을 찍고 있겠지. 아니면 사진이거나. 촬영 중인 것은 누구지?]


 [그것도 나다.]


 [그런가. 그렇다면 잘 됐군.]


 용 ‘이세하’가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 주변에 쓰러져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낸 소리일까 싶어 힐끗 쳐다봤지만, 다들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이라 누가 낸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네놈은 살려주지. 말을 전할 자가 필요하니까. 카메라를 숨겨 둘 필요는 없으니, 흔딜리지 않도록 잘 찍어라.]


 왕좌에 앉으며 용이 말했다.


 [이 영상을 볼 인간들, 아마 데이비드겠지. 이건 선전포고이며 동시에 최후통첩이고 마지막 권고다. 아스타로트는 신서울을 거점으로 만들려 하였었지. 하지만 나는 그런 머저리와는 다르다. 이대로 데미플레인을 낙하시켜 데미플레인을 지상에 내려놓는다.]


 데미플레인이 지상에 내려온다. 즉, 지상에 있는 신서울은 땅과 데미플레인 사이에 눌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도망치는 자는 쫓지 않겠다.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마주친다면 죽이겠지만, 쫓아가서까지 죽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살고 싶다면 도망치도록 해라. 무의미한 반항을 한다면 그 목숨을 거두어들일 뿐이다.]


 우리를 업신여기며 몇 번이나 살려 보냈던 아스타로트와는 다르다. 우리를 업신여기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는 자비를 보이지 않는다. 마주친다면 반드시 살해당하리라.


 [그리고 둥지에도 침입자가 있었더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만, 둥지를 공격하는 짓은 그만두는 게 좋다. 둥지는 ‘이 몸이 직접 지킨다.’ 죽음을 앞당기는 짓은 하지 않도록 해라. 자, 그러면 돌아가도록 해라.]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정예들이 대거 사망한 탓에 더 이상 투입할 인력조차 남지 않았네. 그리고 위상반전탄을 쏘던 쏘지 않던 신서울의 초토화는 확정된 일이지. 어쨌든 결과는 같고, 우리는 위상반전탄을 발사하기로 했네. 그 전에 마지막으로 자진하여 데미플레인에 들어갈 클로저를 구하고 있는 것이지. 이전, 위상반전탄을 발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돌입한 자네들이 데미플레인을 막음으로 인해 신서울이 무사했던 전례에 따르는 것이네.”


 본래라면 이런 명령조차 없이 곧바로 쐈을 위상반전탄의 발사를 미뤄가면서까, 정예요원들이 전멸한 상황에 우리에게까지 이런 명령을 전달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단 한 번 임무를 성공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겨부권이 있네. 다시 한 번 말 하지만, 부디 거부해줬으면 하는군.”

 “…가겠습니다. 저는 클로저에요. 저 하나 무사하자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슬비가 말했다.


 “저도 갈래요. 사냥감을 놔두고 도망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요! 이번 임무 성공하면 이번에야말로 보너스 주는 거 맞죠?”


 미스틸도, 서유리도 임무를 받아들였다.


 “자네들 정말… 후우. 내 위치상 자네들을 설득할 수 없는게 한탄스럽군.”


 그렇게나 거부하라고 했음에도 가겠다 하는 세 사람을 보며 지부장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아마 내가 가겠다고 선언하며 검은양 팀이 하나가 되는 그런 광경을 상상하고 있겠지만.


 “저는… 쓸게요. 그 거부권.”


 임무 거절. 그 한 마디에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변했다. 아무도 내가 이런 대답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거겠지.


 “이세하 너…!”


 이슬비가 뭔가를 발 하려 하였지만,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래. 안 그래도 위험한 임무에 한 명이 빠졌네.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지지. 다들 다시 생각 해 주지 않겠나?”

 “제 뜻은 확고합니다.”


 내 대답에 이어 지부장님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셋에게도 다시 한 번 물었지만, 그들의 대답은 같았다.


 결국 나와 이 자리에 없는 제이아저씨를 제외한 검은양 전원이 임무를 받아들였고, 브리핑을 하는 모두를 뒤로한 체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전 편 이후 너무 오래 걸려 버렸네요.
사실 쓰는 데 오래 걸린 게 아니라 그동안 그냥 쓰질 않았어요... 제이 정식 찍어주고 사퍼 제키엘 연습하느라...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오늘은 3시간 걸려서 2편을 스트레이트로 썼습니다.
심지어 이 편도, 다음 편도 평소의 두 배 분량!

평소에는 아래아 한글 기준 2페이지 정도인데 이번 편과 다음 편은 각각 4페이지와 5페이지입니다!
분량으로 보면 평소 기준 4편!

다음 편은 아침이나 낮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p.s

아스타로트가 되살아났다는 부분은 신지역 파일 중에서 아스타로트 부활로 추정되는 파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들어봤습니다.



실제론 이 녀석이 어떻게 나올런지 궁금하네요.
또 우리에게 부... 소중한 구슬을 선사해주면 좋겠네요.
2024-10-24 22:24:3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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