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미스틸

LanceAngel 2015-03-03 1

"우웅~"

별이 높게 뜬 어느 밤. G타워 옥상. 폐자재로 이루어진 높은 산 위에 걸터 앉은 미스틸이 다리를 흔들었다. 자그마한 얼굴에 고뇌가 가득한 것을 알아채고 유리가 그 옆에 엉덩이를 걸쳤다.

"무슨 일 있어 미스틸?"

"아! 유리 누나!"

돌아오는 환한 웃음에 유리는 영문도 모르고 마주 웃었다.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은 감출 수 없었지만 미스틸은 개의치 않았다.

"역시 한국 말은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거? 물어만 봐! 내가 다 가르쳐 줄게!"

"좋아한다는 말이요."

"......으, 응?"

"그러니까- 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썹을 찡그렸던 미스틸이 돌연 유리에게 말했다.

"전 유리 누나가 좋아요!"

"어?!"

"슬비 누나도 좋구요, 세하 형이랑 제이 아저씨랑 유정이 누나도 다 좋아요!"

"그, 그래. 그렇지? 휴우."

"유리 누나는요?"

"어- 응. 나도 미스틸이 좋아."

"헤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서로 그런 말을 잘 안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응...?"

"유리 누나도 세하 형이나 슬비 누나한테 좋아한다는 말 하시나요?"

"으음- 아니... 너처럼 그렇게 직접적으로는 안하지......."

"왜요?"

"왜냐니... 낯간지럽달까...?"

"반응도 왜 그렇게 달라지는 거예요?"

"반응이라니 어떻게?"

"슬비 누나요. 제가 좋아한다고 했을 때에는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며칠 전에 세하 형이 좋아한다고 하니까 얼굴이 **처럼 빨개지더니 도망가셨어요."

"그럴때는 원래 사과나 홍당무라는 단어를 쓰지만... 뭐?!"

유리의 눈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강가에서 빨래하던 아줌마가 남의 집안 ** 소문을 들은 것 마냥 흥미와 재미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거, 진짜야? 진짜?!"

"네. 지나가다 봤어요."

"좋아!! 진실을 파헤치러 간다 이세하!! 꺄하하하!!"

"유, 유리 누나?"

잔해들을 밟고서, 사이킥 무브까지 사용하며 쌩하니 눈앞에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미스틸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다시 하늘로 시선을 고정했다. 역시 어려운 일 같다고 생각하며 다리를 흔들고 있자, 이번에는 어른스러운 또각또각 발소리와 함께 유정이 옆으로 다가왔다.

"미스틸. 그런데 있으면 위험하잖니."

"아, 이 정도는 가뿐해요."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무슨 생각 하고 있었니?"

"으음- 유정 누나. 어른들은 왜 좋아한다는 말을 서로 잘 안하나요?"

"에, 엑?"

"저는 제이 아저씨도 좋고 유정 누나도 좋은데... 유정 누나는 제이 아저씨를 싫어하세요?"

"아니, 그럴 리가."

"근데 좋아한다고 말하시는 거 한 번도 못봤어요."

"......어, 어른에게는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란다."

"우웅...?"

"그러니까- 미스틸이 말하는 '좋아한다'랑,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을 때 꺼내게 되는 '좋아한다'는 의미가 조금 다르단다."

"어떻게요?"

"...........그... 그건 뭐랄까 그게...... 이성으로서... 쉽게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고... 여, 여간 어른에게는 조금 힘들어."

"헤에...."

미스틸이 이번에는 고개를 숙였다. 아래로 떨어진 시선은 유정이 아닌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잠깐 침묵이 흐르나 싶더니만, 눈을 가늘게 뜬 미스틸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사람도 힘들게 꺼낸 얘기였을까요...?

"그 사람?"

"유정 누나. 저요, 가끔 꿈을 꿔요. 아니... 깨어 있을 때도 이따금씩 어렴풋하게 떠오르곤 해요. 하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저를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말이에요. 전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왜 굳이 힘들게 저를 좋아한다고 말한 걸까요?"

"......."

미스틸에 대한 정보는 유정도 적게나마 알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까진 몰라서 그의 기억이 '조작'이 아닌 '불안정성'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을 내리긴 했지만, 적어도 그녀가 하는 위로는 절대 틀리지 않았었다.

"가족으로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나이에 상관 없단다. 언제든 할 수 있고, 언제 들어도 고맙고 소중한 말이지."

"가족...으로요?"

"그래. 우리 검은양도 모두 네 가족이야. 모두 너를 좋아해 미스틸."

"......Vielen Dank."

"어? 그게, 그러니까, 감사하다는 말이었지?"

유정의 당황한 목소리에 미스틸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쑥스러워 어깨를 움츠리면서, 유정이 돌아가고 난 뒤에도 한동안 미스틸은 몇번이고 그 말을 떠올렸다.

"...저도 좋아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이렇게 쉽게 나오는 말을 왜 그 꿈에서는 하지 못했을까. 따뜻한 온기, 뜨거운 눈물, 마음을 감싸 안던 애정까지 모든 게 생생한데. 자신을 좋아해 주었던 사람에게 왜 자신은... 같은 말을 전하지 못했을까.

"그때 말하지 못한 몫까지... 지금 모두에게 할래요."

하늘을 올려보며 웃어보이자, 미스틸의 눈에는 별도 자신에게 인자한 미소를 짓는 느낌이 들었다.

*

"긴급 출동이야! 남은 차원종들이 이성을 잃고 날뛰고 있어! 모두 용의 궁전으로 서둘러줘!"

"으으... 망할 서유리... 덕분에 한 숨도 못잤네."

"내가 캐물은 건 2시까지였잖아! 그 후로는 네가 게임하느라 안 잔거겠지~!"

"......너희 둘, 새벽에 같이 있던 거야?"

"어이 유정씨. 어제 만들어 준 특제 건강차 맛은 어땠어? 평가 좀 줘봐."

"......."

긴장감 하나 없이 시끌시끌한 팀을 보면서 미스틸은 뒷짐지고 허리를 살짝 숙였다. 이런 게 가족이구나.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뿌듯해져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아- 정말!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미스틸이 선두에서 니드호그로 차원종들을 몰아주렴. 대열은 그에 맞춰 서도록 하고."

"네! 알겠어요!"

데미플레인으로 떠나기 직전. 선두에 서서 사이킥 무브를 준비하던 미스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참지 못하고 빙글 뒤돌아 모두를 바라봤다.

"왜 그래?"

"위험해지거나 위상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물러나. 제이 아저씨가 선두를 바꿔주실 테니까."

"대장. 기왕이면 오빠라고 해주지 그래."

"가자!"

모두가 이쪽을 바라봐준다. 자신을 믿어주고 의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었던 꿈과는, 다르다.

"모두 좋아해요!"

갑작스러운 고백에도 검은양 팀- 미스틸의 가족은 당황하지 않고 웃어주었다. 미스틸은 약속했다. 나이를 먹게 되더라도, 이 소중한 가족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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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GA ;ㅅ; 입니당 ;ㅅ; 미스틸 너무 좋ㅇ아영 헝헝

작중에 진도가 조금 나간 아이들이 있습니다 흫흐흫 (G타워에서 미스틸의 훈련프로그램 퀘스트 내용 보고 마음대로 이음)

미스틸아 행복해야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24-10-24 22:24:0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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