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단편 아닌것 같네라고 생각하며 세하가 햄스터가 되었을 뿐입니다..?

chizru 2015-03-01 8

떨어지면서 별 생각을 다한 것 같다.

 

엄마 몰래 숨겼던 성적표와 게임기의 세이브 파일이 이슬비의 손에서 부셔졌던 일

 

유리의 라면을 훔쳐먹었다가 얻어터졌던 일과 제이 아저씨가 만들어준 특제 영양 드링크를 먹고 그 하루동안 배탈이 났던 일까지

 

...생각해보니 이거 주마등이잖아.

 

 

이런 저런 일들을 떠올리며 곧 바닥과 부딪쳐 온 몸이 아플거라는 생각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제발 죽지는 마라!'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사고회로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가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내 몸이 붕 뜨기 시작했고,

 

혹시 모를 두려움에 한 쪽눈만 살짝 떠보니 이슬비가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손가락을 치켜들고 나를 향해 염동력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의기양양한 표정의 이슬비를 보며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구세주!!'

 

 

초롱초롱해진 눈망울로 이슬비를 계속 쳐다보자, 이슬비는 살짝 웃으며 한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 내 몸은 녀석의 손짓에 이끌려 점점 가까워져 갔고,

 

나는 슬비에게 구해져 살았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었다.

 

....손이 닿으면 햄스터에서 곧바로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슬비의 손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을 때,

 

 

"슬비야, 유리야. 보급품을 갖고 왔...!!! 아, 안 돼!! 슬비야!! 그 햄스터를 손으로 만지면 안 돼!!"

 

 

그 순간, 거의 경악에 가까운 유정누나의 비명소리 덕에 나는 사고회로를 다시 작동시켰지만

 

...이미 늦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

 

"찍-!! 찍, 찍찍!!!"

 

 

그렇게 말하고 있는 틈에도 나는 이슬비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가 듯이 끌어당겨졌고,

 

이슬비의 손에 안착하는 순간...

 

 

'펑-'

 

 

....사람이길 포기하고 싶어졌다.

 

 

"꺅!"

"우왓!!"

 

 

'우당탕'

 

 

내가 사람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이슬비는 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고,

 

나는 이대로 넘어지면 코뼈가 아작날 거라는 살벌한 생각에 두 팔을 힘껏 뻗었다.

 

적어도 바닥에 손이 닿아 얼굴이 부딪친다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하지만 차가운 바닥에 닿을거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내 손이 닿은 건...

 

 

'물컹'

 

 

?

 

물컹?

 

 

"어, 어딜 만져!! 이 ** 이세하!!!!"

"아, 아니ㅇ..!!"

 

 

'짝-!!'

 

 

화끈한 소리와 함께 내 얼굴이 엄청난 기세로 돌아갔고,

 

나는 이슬비의 손과 내 손이 떨어지자 마자, 곧바로 햄스터로 돌아갔다.

 

하지만 체구가 작아진 덕분에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없이 이슬비의 몸 위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슬비야!! 괜찮아?! 근데 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세하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거고?"

 

 

유리가 한순간 벌어진 상황을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정신이 들었는지 바닥에 쓰러진 슬비를 일으키며 물었다.

 

하지만 슬비는 빨갛게 익은 홍시처럼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상체를 두 팔로 가리며

 

울듯 말듯한, 하지만 화나보이는 표정으로 바닥을 응시했다.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어."

 

 

너가 모르면 나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아까 전에 느꼈던 촉감이 다시 피어나는 듯한 손의 감각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휙 돌렸다.

 

그래봤자 짧은 햄스터의 목은 그렇게 많이 돌아가지 않았지만..

 

 

"얘들아, 다친데는 없니?!"

 

 

유정누나가 한 손에는 보급품을 든 채, 재빠르게 달려와 나와 슬비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내 별 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유정누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친데가 없어서 다행이구나."

 

"저, 유정언니...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순간, 이슬비가 지금 내가 가장 듣기 괴로운 말을 꺼냈다.

 

 

"...상황 설명 부탁... 드립니다."

 

 

안 돼...

 

그냥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게임과 현실은 너무나도 차이가 났다.

 

 

 

 

*

 

 

 

"그, 그러니까 이 귀엽게 생긴 햄스터가 사실은 세하다... 이 소리죠?! 게다가 이성의 손을 잡으면 사람으로 돌아온다니..."

 

 

유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유정누나에게 재차 물었고,

 

유정누나는 참담한 표정으로 "그래, 맞아." 라는 대답을 해줄 뿐이였다.

 

나는 그런 무안한 분위기 속에 고개를 돌린 채, 코만 훌쩍거렸고

 

이슬비는 그런 나를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째려보았다.

 

 

"캐롤의 말로는 약효의 지속시간은 오늘 하루까지만 이라니까 별 큰 문제는 없어. 다만, 현재 이 근처에서 차원종이 나타나면 출동해줄 요원이 너희밖에 없어 난감한 상황이야..."

 

"하여튼 이세하, 일 크게 벌이는데는 뭐 있다니까..."

 

"찍?!"

 

 

'지금 뭐라고 했냐?!'

 

 

라는 의미의 찍이였지만 역시 쥐의 언어가 해석될리 만무했다.

 

그렇게 서로 으르렁대며 째려보고 있을 때, 유정누나가 중재하려는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는 위상변곡률이 안정되어있는 지역이니까 굳이 세하까지 필요할 정도의 차원종이 출현하지는 않을거야."

 

"...그나마 다행이네요."

 

 

이슬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나는 서둘러 꼬리를 말고는 몸을 둥글게 감쌌다.

 

...이슬비가 저런 눈이 되었다는 건 정말로 화가났다는 거니까.

 

그렇게 한동안 대화 없이 우리 넷은 이상한 침묵 속에 빠져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슬비의 쿡쿡 찔러대는 듯한 눈빛을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하고 있었다.

 

 

'...눈길 좀 돌려줘.'

 

 

내 간절한 희망은 통하지 않은 것인지, 이슬비의 시선은 나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나는 그런 시선을 감지하고는 더욱 동글게 몸을 말았고,

 

이내 유정누나의 벨소리에 그 이상한 침묵이 깨졌다.

 

그리고 이내 나의 소원대로 이슬비의 시선이 나에게서 떨어졌지만,

 

그 떨어진 이유가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왜냐면...

 

 

"...큰일이야, 현재 이 학교 안에서 A급 차원종의 개체가 발견 되었어. 위상변곡률이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까 보통 놈은 아닌 것 같다고 해. 아직 피하지 못한 학생도 있다고 하니까 서둘러야 할 것 같아."

 

 

유정누나의 표정과 목소리가, 그리고 현재 벌어진 상황이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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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가무샤무.. 아니고 감사합니다.

 

현재시각은 새벽 3시군요. 이제 개학하면 이렇게 여유롭게 새벽에 소설을 쓰지 못할 것 같네요.

 

흑흑, 내 3주의 시간은 어디로 간거야..

 

그리고 저번화 댓글을 보니까 염동력으로 세하를 끌어 올릴 거라는 추측 댓글이 있었는데,

 

네, 정답입니다.

 

설마 제가 스포당했을 줄은(웃음)...은 무슨;

 

아무튼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빈유는 애정입니다, 여러분. (내가 빈유라서 그러는거 아닙니다(단호)

 

 

 

 

 

 

 

2024-10-24 22:24: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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