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슬비와 게임 중계를 보러 가는 이야기 (2)

푸른폭염 2015-03-01 9


1화 링크: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Title&strsearch=%ec%84%b8%ed%95%98%ea%b0%80+%ec%8a%ac%eb%b9%84%ec%99%80&n4articlesn=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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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르르릉!!”



오전 7시. 자명종 소리가 어두운 방에 울려 퍼진다. 침대 위에서 이불이 꿈틀거린다.



“우으으... 그만해...”



아 좀 **주면 안 될까? 하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평범한 자명종에는 음성인식 기능 따위는 없다. 매정하게 계속 울리는 자명종 소리.



“알았어, 일어나, 일어난다고.....”



이불속에서 나온 것은 과거 차원 전쟁의 영웅 알파 퀸이라 불렸던 이세하의 어머니. 눈을 비비더니 자명종을 끈다.



“휴...... 일단 세수나 할까.”



아직 잠이 덜 깬 채 밖으로 나와 화장실에 왔다. 안에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문을 열어버린다. 안에 있던 것은 샤워를 하고 있는 검은머리의 소년.



“어?”


“아?”



약 3초 동안 정적. 이윽고 소년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문을 닫아버린다.



“뭐, 뭐야! 엄마!! 노크도 안하고 왜 들어와!!”



“아들, 부끄러워하는 거야? 귀엽네~ 아니, 당연히 아무도 없을 줄 알았지~ 애당초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




그도 그럴 것이 세하의 아버지는 출장을 간 상태이고 세하는 애당초 자기가 깨우지 않는 이상 절대 먼저 일어나지 않는다. 다크서클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밤중에 침대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틀림없지만, 종종 불시에 방을 확인해도 교묘히 검문을 피해간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빨리 일어난 거라고! 으아, 진짜.....”



“알았어, 알았어~ 빨리 나와, 엄마도 씻어야 하니까.”









“잘 먹겠습니다.”




엄마와 같이 식탁에 앉았다. 계란후라이와 된장찌개가 주 메뉴인 전형적인 아침식사. 인사를 한 뒤 아침을 먹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침을 먹다보면 엄마도 진짜 많이 늘었구나 싶다.




“확실히 엄마 많이 늘었네. 이제 나보다도 요리 더 잘 할지도.”


“그래, 엄마 연습 많이 했거든~ 이제 프로 주부야!”



차원전쟁이 끝난 후 엄마는 클로저 일을 은퇴하고 평범한 주부가 되셨다. 평범한 주부와 다른 점이라면 종종 유니온의 아카데미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강의를 하러 가는 정도? 덕분에 가사일 솜씨도 많이 늘으셨다. 과거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그건 그렇고 아들, 오늘 무슨 일 있어?”


“아, 응. 오늘은 하루 휴가 내고 신서울에서 열리는 게임 국제 대회 중계를 보러 가기로 했어”


“에휴..... 그래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뭐~. 석봉이랑 같이 가는 거니?”


“아, 원래는 석봉이랑 가려고 했는데 일이 있다고 하더라고.”


“음 그럼 누구랑 가는 건데?”



엄마가 궁금하다는 듯이 먹던 걸 멈추고 물어본다. 하긴.....내가 친구가 많이 없긴 했지...... 특히 내 수준의 게임친구라면 석봉이 말고는 없다.



“음, 이슬비라고 우리 팀의 리더 있거든? 걔랑 같이 가는 거야.”


“이...슬비?”



엄마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뭐지? 제이 아저씨나 유리도 아니고 아직 슬비를 만나본 적은 없을 텐데? 이윽고 생각났다는 듯이 눈을 뜬다.



“혹시 분홍단발에 푸른 눈을 가진 여자애니?”


“어? 어떻게 알았어?”


“그래~ 그 아이구나! 설마 세하랑 같은 팀이었을 줄이야!”


“어떻게 안거야? 만난 적 없지 않나?”


“그게~ 예전에 아카데미에 강의 갔을 때. 학생들 중에서 걔가 딱 눈에 띄는 거야! 얼굴도 예쁘고 말도 해보니까 성격도 착하고해서 며느릿감이라고 눈여겨봤었어!”



엄마가 밝게 웃으며 자랑하듯이 말한다. 뭐? 며, 며느릿감이라고?! 그 슬비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슬비의 얼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목소리를 높이며 전력으로 항의한다.



“아니, 아니 대체 무슨 소리야?! 며느릿감이라니! 애당초 게임하지 말라면서 잔소리하는 것 때문에 맨날 싸우기만 한다고!”


“흐응~ 그럼 걔가 싫은 거야?”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 세하가 데이트라니~ 아마 이게 처음이지? 구경이나 가볼까?”


“무슨 소리야! 절대 오지 마!”


“알았어, 알았어~”



그러고 보니 어제 유리와 테인이가 미행한다고 선전포고를 했었는데...... 표가 없으니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걔네들이라면, 특히 유리는 방심을 할 수가 없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어..... 그보다 이거 역시 데, 데이트....인건가?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상대는 리더 이슬비님이시라고? 그 이슬비......



“음 근데 아들."



고뇌 하던 중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를 보니 제법 진지한 표정.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 거지? 역시 여자애와 단 둘이 놀러 간다니 걱정이 되시는 걸까?



“네, 왜요?”


“우리 며느리 언제 인사 오는 거니?”


“아, 좀!!!”









“휴... 약속 장소는 여기었지?”


그 뒤로 엄마가 자기가 옷을 골라 주겠다고 하질 않나, 저질러 버리는 건 안 된다고 하질 않나, 여러 가지 헛소리를 받아내느라 벌써 힘이 다 빠져 버렸다. 설렁설렁 나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남자가 먼저 가서 기다려줘야 하는 거라며 쫓아내는 바람에 10분이나 일찍 나왔다. 뭐, 기다리는 동안 게임이나 하고 있을까. 주머니 속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꺼낸다.



20분정도 지났을까, 헐떡거리면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이슬비가 저쪽에서 달려온다. 평소 입는 요원복과는 달리 밝고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있다. 슬비의 분홍색 머리카락과 잘 어울려서 뭐랄까.... 평소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미, 미안 늦어버렸어.”


“아니 괜찮긴 한데 웬일이야? 네가 지각을 다하고?”


“그, 그게..... 무슨 옷을 입고 올지 고민하느라......”



슬비가 얼굴이 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뭐라고 중얼거린다. 소리가 작아서 뭐라고 하는건지 듣지 못했다.



“응? 뭐라고? 작아서 잘 못 들었어.”


“시, 시끄러워! 늦을 수도 있는 거지, 바보 이세하!”


“하아? 왜 내가 바보 소리를 듣는 거야?”



다시 고개를 숙이고 중얼중얼 구시렁거리는 슬비. 그런 슬비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약간 멋쩍은 듯이 말을 걸었다.



“음, 근데 뭐랄까, 그 옷... 잘 어울린다.”


“에, 엣? 으, 응. 고, 고마워......”



다시 얼굴이 빨개지고 고개를 숙이는 슬비. 아니 아까보다도 더 심한 것 같다. 머리카락과 얼굴색이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상해진 분위기를 깨고 세하가 먼저 말을 건다.



“음, 그럼 가볼까?”


“으, 응 그래 안내해.”









“와...... 사람 많네......”


“그러게...... 역시 국제 대회여서 그런 건가?”



경기장 입구에 도착한 세하와 슬비. 줄이 경기장 밖까지 이어져 있어 기다리는 데만 40분 정도는 걸릴 거 같다. 둘은 표를 확인하고 줄을 서기 시작한다. 잠시 뒤 주머니에서 게임기를 꺼내는 세하. 슬비가 엄청난 눈빛으로 세하를 노려본다.



“이세하, 레일건 맞기 싫으면 당장 넣지?”


“하아? 줄 서는 동안 하는 것 정도는 문제없잖아?”


“나, 나는 그동안 뭐하라는 건데? 내, 내가 있잖아 내가. 나랑 대화하라고......”


“아니 내가 왜...... 알았어, 알았어. 대화 하자 대화.”



위험해, 위상력의 상승이 느껴진다. 그녀의 위상력은 염동력. 슬비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이세하는 바로 항복했다. 그나저나 대화라......



“......”


“......”


“어이 이슬비 대화 하자며. 뭐 좀 말해봐.”


“무슨 소리야? 이럴 땐 남자가 리드해줘야지?”


“아니 그건 드라마 속에서나.....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대화거리를 생각하라고 하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잠깐 옆을 보니 죽여버릴듯한 표정의 슬비가 있어서 빠르게 생각을 한다. 떠올라라, 떠올라라......



“그, 근데 말야. 우리가 클로저 일을 하는걸 보면 꼭 게임 같지 않아?”


“야 이세하. 기껏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 그러니까 생각을 해봐? 우리 같은 애들이 염동력을 쓰고 건물을 뛰어 넘는다고? 이게 게임이 아니면 뭔데?”


“영화나 만화 같다고 할 수도 있잖아! 왜 게임인건데 왜!!”


“너는 정식요원 승급 때 큐브 40바퀴가 영화처럼 느껴졌냐? 나는 쓰레기 RPG게임의 노가다처럼 느껴졌는데?”


“윽, 화, 확실히 그건......”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건지 슬비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진다. 나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잠시 우울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슬비가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 그런데 난 검은양 팀의 리더인데 왜 3번째로 승급한 거야? 당연히 처음으로 승급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그걸 나한테 화내 봤자......”



슬비의 위상 잠재력은 나와 다르게 그리 높지 않다고 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나도 나름 노력 했지만 역시 내가 이정도로 하는 것은 엄마의 위상잠재력을 물려받아서 일 것이다. 그와 다르게 슬비는 순수히 노력으로 지금의 힘을 얻게 된 것. 그런 슬비 보다 내가 먼저 승급을 할 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승급을 하고 기뻐하는 슬비를 볼 때 왠지 안심이 되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뭔가가 떠올랐는지 씨익 웃으며 말을 거는 슬비.



“아 그러고 보니 이세하, 그때 네 모습의 홀로그램이 유성검을 쓰며 ‘별★빛★에★잠★겨★라!‘ 라고 엄청 크게 소리쳤다? 너무 웃긴 나머지 피할 타이밍을 놓쳐서 위험할 뻔했다고?”


“으윽..... 그만.....!”



학교에 있을 때 박심현 요원이 홍보 영상을 만들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낮은 피격 횟수와 함께 멋진 장면을 주문 받아서 고민하다가 그런 대사를 외쳤는데, 내가 미쳤지..... 그 뒤 한동안 팀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잊혀졌다....... 고 생각 했는데, 큐브에서 나오는 내 모습의 홀로그램들이 그 대사를 외쳐대는 것이다! 덕분에 새로운 정식요원 승급자가 나올 때 마다 계속 정기적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안 좋은 기억에 잠겨 있는 사이 슬비가 말을 걸었다.



“이세하, 우리 차례야. 표 줘봐.”


“어, 어? 벌써? 여기 있어.”



벌써 들어간다고? 앞에 그렇게 많던 사람은 어느 새 전부 사라졌다. 슬비에게 표를 준 뒤 시간을 확인 해 보았다. 어느새 지나가버린 40분. 평소에는 게임을 해도 체감 상 40분은 상당히 긴 시간인데...... 믿기진 않지만 아무래도 슬비와 대화하는 것이 게임보다 더 재밌어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데 슬비가 말을 걸어온다.



“이세하? 안절부절 뭐 하는 거야?”


“아, 그게 뭐랄까, 40분이 굉장히 빨리 지나간 것 같아서......”


“기다리면서 다른 일을 하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지. 당연하잖아?”


“아니 그러니까...... 게임을 하면서 기다릴 때에 비해서 훨씬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달까......”



슬비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윽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잔소리를 시작하는 슬비.



“그것 봐. 시간을 보내는 데에 게임 말고도 이렇게 유익한 방법이 있잖니? 그러니 앞으로는 뭔가를 기다릴 땐 게임을 하지 말고 대화 같은 걸 하라고.”


“에휴..... 또 시작이네. 그럼 네가 맨날 나랑 대화 해 줄 거냐?”



.....어이, 이세하 미쳤어? 나 무슨 소리를 한 거야?! 그렇게 되면 진짜 게임 못하게 된다고? 무, 물론 확실히 슬비와 대화하는 게 재밌긴 했지만 게임을 버리는 건 좀 아니잖아?! 좋아 이세하 지금 당장 취소하는 거야. 농담이라고 말한다면 아직 빠져 나올 수 있어! 세하가 이런 저런 계산을 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얼굴을 붉히더니 쭈뼛거리면서 말을 하는 슬비.



“...워, 원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대화해도 상관 없...는데?”


“어, 뭐..... 고, 고맙다......”



슬비의 귀여운 태도에 취소를 못해버린 세하.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게임 할 시간이 훨씬 줄어들게 틀림없다. 하지만 어째선지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다.



“......뭐 상관없나.”


“이세하, 안내해. 난 여긴 잘 모르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저만 따라오시죠.”



그렇게 둘의 모습은 경기장의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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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화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나름 잘 써본다고 열심히 했는데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틀 뒤면 개학인데 그렇게 되면 쓰는 속도가 많이 줄어 들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3화 분량인 이 소설을 내일 3화를 써서 끝내고 싶은데....될지 모르겠네요.....)

2024-10-24 22:24: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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