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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스페셔어어얼 2015-02-28 0

강남에서 아스타로트가 쓰러진 지 사흘이 지난 어느날.


'벌처스'라고 적혀있는 한 사무실 안에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처리부대가 보내온 서류의 내용은 강남 사


건의 개요였다.'용의 군단'의 침공,헤카톤케일의 난동,김기태의 위상력 상실,데미플레인의 출현...그리고 '검은양' 팀이 아스타로


트를 쓰러트린 것까지.


남자는 서류를 훑어보더니 이내 책상 위에 내팽겨쳤다.짧게 한숨을 쉬고는 이내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의 회사,벌처스는 유니온으로부터 중앙 법정으로 나올 것을 명령받았다.강남 사건에서 벌처스가 고대용 헤카톤케일의 시체를


파츠별로 운반,조립해서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망할..!"


진실이 밝혀진 이상 발뺌해도 의미가 없다.통보를 받은지 이틀째인 오늘도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김기태...그자식이 일만 제대로 처리했어도 이런 일은..!"


당초 계획은 벌처스의 입지를 더 높이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당시 유니온이 추진하던 클로저의 권한 축소,그것이 이루어지면


클로저에게 물건을 팔면서 돈을 벌던 벌처스의 입장도 난처해지기 때문에 신서울 지부장과 모의해서 벌인 일이었다.


"왜...왜 이렇게 된거야!!왜!!!"


벌처스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차원종과 손을 잡고,고룡의 시체를 조립했다.조립된 고룡은 지부장과 손잡은 김기태가 처리하


기로 예정되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위상력을 잃어버렸다고 한다.결국 고룡은 데미플레인을 불러 오는 열쇠가 되어버렸


고 강남은 소멸 직전까지 갔다.


"차라리 강남이 사라져버렸으면 그나마 나으련만..."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강남이 사라져버리면 헤카톤케일도 무사하지 못한다.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차원종과 손잡았다는 사실


은 없어지고 유니온은 클로저의 권한 축소 건을 없던 일로 처리했을 터였다.


그러나 데이비드 국장 직속 부대인 검은양 팀에 의해 강남은 지켜졌다.게다가 살아 돌아왔다고 한다.그들의 귀환에 모든 사람


들이 환호했지만 그만은 웃지 못했다.그들로 인해 강남 사태의 진상이 밝혀질 것이었기에.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일어났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어...뭔가 대책을..."


"아~,찾았네."


갑작스럽게,너무나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너,넌?"


"음,누군지 알 필요는 없어.그냥 의뢰를 받아서 온거라서 말야."


검은색의 단발,검은 코트,검은 눈동자...온통 검은 남자가 서있었다.단 한군데,목에 두른 머플러만은 눈처럼 새하얀 색이었다.


"그리고 초면에 미안해."


"뭐가...미안하..."


남자,벌처스의 사장인 장우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말을 끝맺기도 전에 자신의 배에 길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꽃혔기 때문이다.


"커...억..?"


그것은 은색의 칼날이었다.도의 형태를 띤 그것이 우진의 배에 꽃혀 있었다.


곧이어 머플러의 남자가 칼날을 뽑자 우진의 배에서 붉은 액체가 쏟아졌다.새하얀 사무실 바닥은 붉은 액체로 물들었다.


"으...어...대,대체...왜..?"


"정말 몰라서 물어?이번 강남 사건 때 당신이 차원종과 손잡았다는 말을 들었다.그리고 난 어떤 이의 의뢰로 그런 당신을 죽이


러 온거야."


"으..아..."


우진은 땅에 엎어진 채로 문 쪽을 향해 기어갔다.가능성은 없다.그러나 아직 죽고 싶지는 않다.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그는


계속 기어갔다.


"추하다,장우진."


문에 거의 다다른 순간,거대한 그림자가 우진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넌..."


근육이 단단히 붙어 있는 거대한 몸,우스꽝스러운 레슬러 가면을 뒤집어쓴 남자.파견지에서는 김가면이라고 불리는 벌처스의


부사장이었다.


"왜...네가..!"


"사장님은 너무 큰 죄를 지었습니다.차원종과 손을 잡고 강남을 파괴하게 한 행동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군요."


"그건!다 벌처스를 위한..!"


"벌처스를 위해서였다...사장님께서 그런 일을 저지른 덕분에 저희 사원들도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이곳 벌처스에는 깨끗한


과거를 가진 사람들은 드뭅니다.그런 사람들이 인간답게,인간적으로 살기 위해 들어온 곳이 바로 벌처스입니다!그런데 사장님


께서는 그들을 이용해 차원종을 만들고...또 그들을 숙청했습니다!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누구보다도 사장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부사장의 일갈에 우진은 움츠러들었다.사원들로 하여금 헤카톤케일을 조립하게 한 것도 자신이고 그 사원들을 죽이라고 처리


부대에 명령한 것도 자신이다.또한 자신의 죄로 인해 벌처스의 입지는 땅에 떨어졌고 사원들 또한 경제적인 피해를 보았다.


"난...난..."


"이봐,부사장."


"음?"


"나가있어.여긴 의뢰주의 영역이 아니야."


"...그러지."


김가면은 남자의 말대로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얼마 후,붉은 액체가 묻은 검을 닦으면서 남자가 나왔다.


"처리했어.숨은 확실히 끊어놨다."


"그래...수고했네.여기 보상일세."


"필요없어.당신이 의뢰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일의 주모자는 없앨 생각이었으니까."


남자는 김가면이 내민 돈뭉치를 밀어내면서 말했다.그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자네,이제 어떻할 건가?"


"뭘 어떻해.강남도 무사하겠다,예전처럼 해결사 일이나 계속해야지."


"그거,수입은 괜찮은가?"


"그럴리가.하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그애를 돌볼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목에 두른 머플러를 만졌다.소중한 것을 다루듯하는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고 다정했다.


김가면은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떠나려는 남자를 붙잡았다.


"응?또 뭔가 의뢰하려고?"


"의뢰라기 보단 자네에게 제안하는 거지."


"제안이라...일단 들어나 보자."


후우,김가면은 심호흡을 하고선 말을 이었다.


"자네,데이비드 국장에게 가 보게."


"이번에 신서울 지부장이 된 사람?그런 사람한테는 왜..."


"내가 그에게 소개장을 써 주겠네.만약 자네가 그의 소속이 된다면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을걸세.그러면...오늘같은 더


러운 일은 안해도 되겠지."


"...아냐.만약 그렇다 해도 그가 날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그건 자네에게 달렸지."


강한 어조로 말하는 김가면에게 압도된 것인지 남자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잠시 후 그는 김가면에게 답했다.


"알았어.한번 가볼게."





"신서울 지부장 데이비드 리,라..."


김가면이 써 준 소개서를 들고서 남자는 중얼거렸다.지금 그가 있는 곳은 복구 작업이 한창인 공사지였다.


김가면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데이비드는 근처의 무사한 호텔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위치를 알려줄테니 소개장을


들고 예의바르게 행동해라,김가면이 헤어지면서 한 말이었다.


'정부가 하는 일도 그리 깨끗하지만은 않겠지만...'


계속 중얼거려도 의미는 없다.남자는 짧게 한숨을 쉬며 김가면이 알려준 호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2024-10-24 22:24: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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