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별밤하늘의은하 2024-10-25 2

이제 12월이면 여기 올렸던 게시물 모두 삭제되네요. 침식의 계승자는 N피아에서도 계속 볼 수 있다지만 팬아트랑 만화들 사라지는 건 상당히 아쉬워지네요...

독립한다니 걱정되는 부분도 많지만야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네요. 잘 되길 바랍니다, 클로저스!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뭐, 좀 더 생각해 봐. 작전 수행 전까지 시간은 있으니까. 아. 그러는 김에 거점도 좀 둘러보고. 새로운 얼굴들도 있고, 반가운 얼굴들도 있을거야."

"그럼 다들 이따 보자! 난 영양 보충하고 올게! 잘 먹어야 잘 싸울 수 있거든!"

경정님은 시원하게 웃으시면서 보급품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진짜 대단한 언니네."

"그러게... 진짜 대단하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정님과 클로저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우리는 경정님의 강인한 마음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나름의 마인드 컨트롤이다. PTSD나 쉘 쇼크를 피하기 위한."

"겉으론 밝게 웃고 계시지만.... 속으로는 많이 힘들어하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그 마음 뒤에 타들어가고 있을 속마음을 우려도 들었다.

"차라리 울음을 터뜨리셨다면, 위로라도 해드렸을 텐데..."

"가끔, 그런 사람이 있지. 우는 걸 지지리도 못 하는 사람이 말이야. 아무리 거지같은 일을 겪어도 울지 않는.... 그래서 의연하기만 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거겠지? 은하, 너처럼 말이야"

"....왜 거기서 내 이야길 꺼내는데?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야."

은하가 머플러를 입가에 푹 눌러쓰며 부정했지만, 하지만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서로를 너무 잘 알아버린 우리는 은하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은하는 우리를 살짝 째려보다가 내 곁으로 살며시 다가오더니, 위상력을 살짝 실은 주먹으로 옆구리를 퍽 쳤다! 쿠헉! 다같이 웃었는데 왜 나만 때리는 건데!?

"그보다도 다들, 거기 좀 봐요. 수현 형씨가 클로저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고 있나 본데.... 얼마나 잘 하는지 좀 보자고요."

조용히 보복을 마친 은하는 억울해하는 나를 처절히 무시하며 수현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안녕하세요, 신서울지부 여러분. 평소 오세린 요원님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는 유니온의 관리요원......이 아니라 지망생.... 견습 요원인 민수현이라고 해요."

얼얼한 옆구리를 어루만지며 수현 쪽을 보니, 수현은 클로저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사하고 있었다. 저만한 수에 둘러 싸이니 괴롭힘 당하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하하.... 이렇고 소개를 하니 되게 없어 보이네요. 배테랑 클로저 분들 앞이라 위축되는 것도 있고요."

"잘 하시고 계신 거 같은데요?"

"그런데 어째..... 수현한테 관심없어 보이는데?"

"다들, 아오이를 보고 있어."

클로저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표정으로 아오이 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저들의 시선이 아오이 쪽으로 향한 걸 눈치챈 민수현은 자기 소개를 잠시 멈추고 그녀를 소개하려 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보니 소개를 안 드렸네요. 이쪽은 저희 집안에서 일하고 있는....."

"아오이 님? 아오츠키 아오이 님이십니까?"

"가정부 여자! 너... 살아 있었던 거냐?!"

"네. 남포동에서 뵌 아오츠키 아오이입니다. 지금은 시장님의 동생이신 민수현 님을 모시고 있죠."


아오이 씨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클로저들에게 가벼우면서도 깍듯한 인사를 보이셨다.

"아핫!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이에요!"

"잘 살아있어줬다! 팔랑팔랑 녀석! 임금님도 기쁘다!"

"그때는 갑자기 사라져 죄송했습니다. 한심하게도 언터처블의 계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리야말로 미안해. 그 녀석 때문에 여러모로 착각하고 말았어."

"요사스러운 변장에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쭉 변신한 언터처블을 너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정작 네가 위험에 처해 있는 줄도 몰랐지."


우리가 오기 전 부산을 엉망으로 만든 주범이라던 언터처블의 이름을 들은 아오이 씨의 미간이 자그맣게 찌푸려졌다.

"그 괴인.... 역시 제 모습을 이용했었군요. 어떻게든 제때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살아서 돌아오셨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니에요?"

"맞아. 다시 만나서 반갑군. 안 그런가, 소년?"

"앗, 네. 마, 마, 맞아요. 맞습니다, 아, 알파나이트 님...."

나이트를 알아본 수현이 잔뜩 긴장 하며 대답하고 있었다. 쩔쩔매는 모습에 순간 피식 웃었는데 어째 나도 나이트 앞에 서면 똑같이 저럴거같단 느낌이 왜 이리 들지....

"그런데 여러분...? 아오와는 아는 사이셨어요? 신서울지부를 도왔다는 건 들었는데.... 설마 클로저 분들과도 교류가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이러면 그냥, 다시 자기 소개를 하는 게 낫겠네요."

"방금 아오가 말했던 대로, 민수호 부산시장의 동생 민수현이라고 해요."

"저희 형님이 여러분들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유니온과 클로저를 그토록 싫어하시는 분이셨는데.... 분명 그 정도로 많은 헌신을 보여주셨기 때문일테죠. 그래서, 저도 뵙게 되면 꼭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신서울지부 여러분. 저희가 사랑하는 도시를, 마을을, 집을 지켜주셔서요. 그러니 이번에는 저희들 차례예요.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의 싸움을 지원하겠어요!"

자신의 고향을 지켜준 클로저들에게 감사를 전한 소년은 쩔쩔 매던 모습에서 활기차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



소개가 얼추 끝나고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이 향후 작전을 논의하려는 와중,

"저기.... 클로저 여러분. 괜찮다면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중요한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입니다만...."

아오이가 클로저들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트더니,

"다름이 아니라... 하얀 악마... 송은이 경정에 대한 것입니다만, 좀..... 어떻던가요? 괜찮아 보였습니까? 어딘가, 무리하는 느낌은 없었나요?"

악연이라고 해도 부하를 잃은 그녀가 꽤나 염려스러웠는지 송은이의 상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후후. 걱정이 많구나, 아오. 그러고 보니 송은이 경정님과는 친구라고 했었지?"

"네!? 무, 무슨 말씀이신가요, 도련님?! 친구라뇨?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겁니까!"

아오이 씨가 눈을 부릅뜨며 주변을 빠르게 쏘아보기 시작했다. 음, 그.... 유언비어 아닌 유언비어 말한 사람, 저 같은데....? 초진동 하고있는 눈동자를 안 들키려 시선을 돌려보니... 미래나 김철수는 그러면 안 됐나라는 표정을 하고 있고, 루시랑 은하는 나처럼 눈동자가 초진동 하고 있었다. 너희도 말하고 다녔냐!?

"아... 아니였어? 저번에 송은이 경정님이 그러셨는데..."

"아닙니다! 절대! 결단코! 아닙니다!! 적으로 만난 적도 있고, 일시적으로 동료였던 적도 있지만! 한 번도 친구였던 적은! 없습니다!!"

아오이 씨는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반응하셨다. 칼같이 한음절 한음절 끊으면서까지 노발대발하시는 거 보니 쌓인 게 많으셨구나....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자니 수현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아오이 씨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 그랬구나... 그런 것 치곤 나쁘지 않은 사이 같아서...."

"같은 전장을 누빈 연대감 정도라면 있으니까... 그렇게 보이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그 여자를 걱정할 하등의 이유도 없으니까요."
"다만 토벌해야 할 대상이 대상이다 보니.... 그녀가 제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듭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무스카는 송은이 경정의 부하였던 분인지라..."

"흥, 그 경찰 여자라면 놈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 넣어주겠다더군."

"....총탄을 박아 넣어주겠다 했다고요?"

네. 그러시곤 그게 대장으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도 말씀하셨어요."

나타와 레비아의 말을 들은 아오이 씨는 아주 잠시 멍한 얼굴을 하시더니 이내 살짝 웃으셨다.

후.... 정말이지, 못 당하겠네요. 역시 세월이 흘러도 하얀 악마는 여전하군요."

"응? 뭐야, 아오짱? 방금 나, 칭찬한 거야?"

"웃! 하, 하얀 악마!?!?!?!?"

철컥! 철컥!

기척을 죽이고 다가온 경정님 때문에 놀란 아오이 씨가 총을 뽑아 경정님께 겨눴고, 경정님은 경정님대로 또 놀라서 총을 뽑아드셨다!

"우앗! 위험하잖아! 갑자기 총을 뽑아 겨누면 어떻게 해!"

"너야말로 내 뒤에 서지마라! 기척도 없이 다가오지 마!"

"나, 참. 예민하게 굴기는. 장난 좀 쳤다고 되게 뭐라고 하네."
"얘들아, 내 친구가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 담이 작아졌나 봐."

"담이 작아지긴 누가 작아졌단 거야?! 그리고 은근슬쩍 친구라고 하지 마!"
"우리 사이는 그러니까.... 그렇지! 호적수다! 우리는 호적수 사이다!"

"네, 네. 호적수. 호적수."

"하얀 악마아아아아!!!!"

"참으세요, 아오이 씨!"

"이해해요! 이해해! 그래도 참아주세요, 아오이 씨!"

필사적인 아오이 씨에 반해, 경정님은 엄청나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아오이 씨는 하악대며 경정님께 달려들려 했고, 그런 아오이 씨를 막느냐 우리가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다들 마음은 정했어? 슬슬 작전 시간이 되어서 말이야."

뒷편이 난리인 와중인데도 경정님은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에게 조금 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물어보았다.

"대답은 이미 정했던 걸요. 무스카를, 쓰러트리러 가요."

"무스카를 쓰러트리는게 채민우 경정님에 대한 최고의 애도가 될테죠."

"채민우 경정이 더이상 모독당하지 않도록.... 끝을 내러 가자고."

신서울지부 클로저들은 결의에 찬 눈으로 대답했고, 그들의 대답을 들은 경정님은 씨익 웃어보였다.

"헤헷.... 좋았어! 그럼 다들 따라와! 얼른 작전지로 출발하자!"

"자, 잠깐! 기다려, 하얀 악마! 나도 간다! 이 푸른 유성이 힘을 빌려줄테니까...!"

"자, 잠시만요! 그대로 가시면 길 잃어요!! 스톱, 스토오오옵!!!"

경정님이 뛰쳐나가는 모습을 본 아오이 씨가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길도 제대로 모르시는 분들이 왜 뛰쳐나가시는 거야!?
우리는 황급히 두 분을 멈춰세우며 구체적으로 진입 루트를 정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투닥거리는 송은이와 아오이의 모습을 본 민수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저 둘.... 친구.... 맞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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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03:47: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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