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인간

Stardust이세하 2024-07-25 6

인간은 약했다. 아버지께서는 용을 쓰러트린 존재라고 생각한 그들을 경계하며 강하다고 평가하셨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형제들이 부화하면서 직접 교전을 해본결과 그들은 터무니없이 약했다. 날 숙주로 삼았던 인간역시 위상력도 없기에 너무나도 약했고 마지막까지 자기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쓰러져가는걸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 생각한채 죽어가며 마침내 나는 그의 몸을 먹어치우고 부화했다.


부화를 마친 나는 파리왕의 둘째 자식인 <데르마토피아>라는 이름을 가진채 나의 형제들과 아버지의 군단과 함께 인류를 침공했다. 침공당시 이곳에 위상력을 가진 존재 클로저들을 상대로 싸운결과 그들은 아버지가 우려한것과 다르게 터무니없이 약했다. 위상력을 가지고 우리를 막아섰지만 그들은 우리들에 비해 너무나 약했고 하염없이 무너졌으며 나의 총을 맞은 그들은 아버지를 따르는 군단으로 변이하였다.


서서히 인류를 지키던 클로저들에 수는 급격히 줄고 힘없는 인간들은 죽거나 우리 군단에 병사들을 부화하기 위한 숙주로 변이하게 되며 그렇게 인류는 금방 무너지게 되었다. 도시 곳곳에는 폐허가 된 건물과 우리 군단이 부화하기 위한 벌레알이나 액체가 남아있었고 생명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 인류를 끝장냈다고 싶을 무렵 군단을 풀어 아버지를 위한 영토로 자리를 잡으려고 할때 아직 살아남은 인간들이 종종 발견되어 그들을 처치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한가지 변수가 작용하였는데 아직까지도 우리 군단에 저항하는 존재가 있던거였다.


화르르....화르르....


현장에 출동했을때는 우리가 보낸 병력들이 불에 타 있었고 곳곳에는 불길이 있었다. 그걸 봤을때 아직 저항하는 인간이 있다 싶어 그를 처치하기 위해 군단을 풀었지만 그를 찾지는 못했고 오히려 우리가 점령하던 지역들에 있던 곳이 습격을 받거나 병력들이 피해를 입는 등 여러 일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숨어있던 인간들은 다시 뭉쳐서 우리에게 반격을 하였고 나는 그 모든 원인이 불꽃을 쓰는 한 클로저라는것을 생각해 그를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찾지는 못했고 심지어 나의 형제인 서피드와 무스카가 그에게 패배해 돌아온것만 발견했다.


"으아아아아! 그 인간녀석 반드시 잡아서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겠어!"


"너무 뜨거워요! 너무 뜨거워요! 그 인간 우리가 싫어하는 불꽃을 쓰고 있어요!"


나보다 강한 언니나 나보다 조금 아래인 그 무스카가 이정도로 피해를 입고 돌아온것을 봤을때 문뜩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어쩌면 아버지께서는 이런 변수를 가지고 있었기에 인간을 경계하라고 하신걸지도 몰랐고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깨닫고 인간에 대해 더욱 경계하기로 했다. 


그뒤로 바로 병력을 분산시켜 그 클로저를 찾으라고 지시를 했고 마침 우리가 잡아놓은 인간들 일부를 미끼로 쓰자 마침내 그 남성은 미끼에 걸려들었다.


화르르르!


"키에에엑!"


병사들이 집결한 광장에서 잡아놓은 인간들을 처형하던때 갑자기 전방에서 불꽃이 솟아올라 병력들이 불에타 비명을 질렀다. 속수무책으로 병력들이 쓰러져갔고 나는 남은 병력을 이끌고 적에게 향했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어오며 앞에있던 병력들이 하염없이 쓰러져갔다. 마치 우리들이 유린하던 인간들이 무력하게 쓰러지는것처럼 지금은 그와 정 반대로 우리 병력들이 당하자 나는 남은 병력들로 공격을 하라고 했지만 그는 더욱 불꽃을 주위에 크게 방출해 군단을 태워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나와 그 클로저만이 단둘이 마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유정씨."


"네놈....이 숙주에 지인이였군."


이제야 기억났다. 내가 잡아먹은 숙주에 기억속에서 가장 소중히 생각하던 남자 그녀가 관리하던 팀에 소속된 클로저이며 한때 전 폭식의 왕을 쓰러트린 불꽃을 가진 남자였다.


"네가 말하는 그 여자는 이제없다. 나는 그 여자를 먹고 태어난 다른 존재일뿐. 그래, 나는 폭식의 왕에 수하인 데르마토피아다."


"아니, 네녀석이 데르마토피아여도 그 안에 아직까지 난 유정씨가 남아있다고 믿어."


"헛소리 하는군. 그렇다해도 어쩔거지? 지금 이 광경을 보고도 모르나? 네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너 혼자만 남았다. 그리고 네가 지키려던 이 여자도 결국은 나의 숙주가 되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거냐."


이렇게 말했음에도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주먹을 쥐자 주변에 불꽃이 그의 반응해 요동치고 있었다.


"알고있어. 남들이 그렇게 말해도 내가 알던 유정씨는 없겠지. 하지만 지금 이 작은 불씨를 피워 큰 불꽃이 되는것처럼 그 안에 유정씨가 남아 있다는걸 보여주겠어!"


남성이 다가오자 나는 가볍게 공중으로 올라 피했으나 놀랍게도 바로 불기둥을 방출해 피해를 입었다.


화르르르!


"크윽...."


슈우우웅!


"한눈팔면 안돼지!"


순식간에 공중으로 올라온 그는 주먹을 연발로 날리자 총알처럼 퍼붓는 공격에 대응하지 못했다. 곧바로 발차기로 내려찍자 나는 땅에 떨어졌고 전투태세를 갖추려고 했지만 이미 내쪽으로 온채 공격을 퍼부었다. 빠른 주먹과 강력한 발차기에 공격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였고 최대 속도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원거리 공격에 나섰다.


애초 내 주특기는 원거리 공격이였기에 이 정도로 떨어진 거리라면 그녀석에게도 충분히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불꽃을 방출한채 달려오며 내 공격이 무의미했고 바로 나에게 주먹을 내지르기 직전 갑자기 그녀석이 피를 토했다.


"쿨럭!"


공격이 멈추며 그 남성또한 제자리에 멈춰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이틈을 기회로 삼아 총알을 장전한채 대량으로 공격을 퍼붓자 순식간에 남성은 바늘이 수십개를 뚫린 천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아직....아직....안끝났어!"


"끈질기군. 죽어라!"


피슝!


"커헉!"


피를 토한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그가 쓰러졌고 땅은 그 남성에 피로 물들어졌다. 자세히 보니 그는 애초부터 몸이 멀쩡하지 않았다. 곳곳에 살이 베인 흔적과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 몇번이나 치료를 받거나 꿰맨 흔적과 멍이든 것을 보아 얼마나 치열한 전투를 치뤘는지 알 수 있었다.


인정한다. 그는 내가 지금껏 상대한 인간중에서 가장 강한 상대라는것을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서 끝이고 이 자리에서 그를 죽여 우리 파리왕의 군단을 위한 초석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직접 처형을 할것이다.


"도망쳐요. 제이씨."


"뭣?!"


"뭐지....내가 지금 무슨말을...."


순간 나 자신과 상관없이 내뱉어진 말에 나와 그 남성은 당황했고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유정씨? 방금 그거 유정씨 맞지?"


"저리비켜!"


탕! 탕! 탕!


남성이 더욱 다가오자 머리가 조이듯이 아파왔고 나는 그를 떼어놓기 위해 총을쏘며 위협했다. 부상까지 당한 탓인지 더는 그가 다가오지 못했고 나 또한 더이상 상대할 상황이 아니였기에 결국 먼저 자리를 이탈했다.


돌아온뒤로도 머리가 욱씬거렸고 조금은 나아졌으나 한가지 내가 알지 못했던게 일어났다. 설마 아니지만 죽은줄 알았던 숙주에 기억이 방해를 일으켜 이런 상황을 만들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언니인 서피드나 동생인 무스카는 별 다른 징후는 없는데 어째서 나한테만 이런일이 일어난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데르마토피아다. 파리왕의 둘째 자식이고 아버지의 방해가 되는 적을 헤치우는 자랑스러운 군단에 수하이니 반드시 우리에 적은 없애버릴것이다. 그래 나는 더이상 그 남자 검은양팀에 제이라는 남자를 관리하는 관리요원 김유정이라는 인간이 아니다.






***







"제이 요원님! 정신이 들어요?"


눈을 뜨자 민수현이 반겨줬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처가 심해 그 자리에서 나는 쓰러졌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구출되었다고 한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지?"


"거의 반나절동안 쓰러지셨어요. 그 탓에 파리왕의 군단이 공격해와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것밖에 안돼요."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나갔을때보다 돌아온 사람은 얼마 없었다. 가뜩이나 저들과 싸울 위상능력자들이 부족한 상황이였고 심지어 이곳에는 어린아이나 노인들도 많았기에 지켜야 하는 존재가 너무 많았다. 


"내가....과연 잘하고 있는걸까?"


"무슨 소리에요! 알파 나이트님이 계시니까 저희가 지금까지 희망을 잃지않고 싸울 수 있는거잖아요!"


수현이가 다독여줬지만 그럼에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전에 아바돈과 싸울때도 사실 힘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일말에 가능성이라도 있었고 부산 시민들에 많은 용기와 응원이 있었기에 나는 그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파리왕이라는 적과 싸우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잃었고 심지어 내가 지키려고 했던 아이들과 사랑하던 여자를 지키지 못한채 눈앞에서 쓰러진 모습만 바라보며 나는 도망쳐 지금 이렇게 한심하게 살아있다.


이 모습을 보면 죽은 전우들이나 아이들 그리고 유정씨는 뭐라고 생각할까. 그들을 희생하며 살아남았다 해도 그 결과 나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내가 정말로 살아있는게 맞나 싶었다. 


"oh, 제이 요원, 여기 있었군요."


사람들에 의료를 담당하는 캐롤이 내게오자 곧 바로 내 몸상태를 체크했다. 


"일단 한동안은 무리하면 안돼요. 몸이 회복되었어도 기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요. 전반적으로 한동안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요."



"난 됐으니까, 다른 사람들이나 살펴줘. 의료용품도 얼마 없잖아."


우리들은 현재 매우 열악한 상태다. 거점은 물론 식량이나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비나 용품이 많이 부족했다. 바깥에서 물자를 지원하러 나가려고 해도 파리왕의 군단들이 지상을 제압하고 있어서 쉽지가 않고 번번히 실패를 했고 심지어 지하에 위치한 이곳 배수로에도 놈들이 알들을 설치했기에 지하마저 놈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더 최악인건 식수가 부족하다는거였다. 지상이 점거되어 구하는게 힘들어 그나마 배수로에서 깨끗한 곳을 찾아 그곳에서 식수를 보급하며 살아봤지만 하필 그곳마저 놈들에게 점거되어 물이 오염되었기에 갈수록 우리에 생존률은 떨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물론 캐롤이나 수현이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쳐 나가려고 하고있고 지금도 잠을 아끼며 수현이는 작전을 짜고 캐롤은 사람들을 돌봐주고 있었다.


"일단 상황을 정리하자면 배수로쪽에 있는 플라이 타입들 제거부터 해야겠어요. 가장먼저 식수를 구해야 하니 그곳을 뚫고, 지상에서 역으로 적들에 본진을 공격하면 타격을 줄 수 있을거에요."


"승산은 있다고 보나?"


내 질문에 수현은 곧 바로 입을 꾹 닫고는 표정이 굳어졌고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현재 남아있는 특경대 대원들과 제이 요원님을 포함한 소수 클로저들로 기습과 포위를 해서 공격하고, 그 뒤에 남은 파리왕에 자식들을 쓰러트리면...."


더는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채 브리핑 자료를 잡고있던 손이 풀려 그만 서류들을 떨어트렸다. 그걸 본 나랑 캐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도저히 적을 쓰러트릴 수도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시간만 벌다가 결국은 최후를 맞이하는것 밖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기운내요! 우린 틀림없이 헤쳐 나갈 수 있어요!"


"....네, 꼭 이 상황을 이겨내요! 우리 대신 희생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요. 그러면 이길 수 있는거죠 제이 요원님?"


수현이 내게 질문하자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솔직히 우리 애들에게도 고난에 상황이 왔어도 난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말조차 못내줄것같다. 그래 이제는 난 그만 현실을 마주한거다. 이길 수 있다는 이상적인 희망을 품는걸 관두고 모든걸 포기하고 끝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을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거짓으로 말했다.


"그럼! 꼭 이겨낼거다! 다들 나만 믿으라고!"


모두에게 안심이 되게 말을 내뱉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이들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에게 한것이였다. 결국 나는 20년전처럼 그때 그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거였고 그런 내 모습이 한심해 피가 날때까지 주먹을 쥐었다.





***





타닥....타닥....


이윽고 어두운 밤이 찾아온 심야시간때 나를 제외한 대부분 인력들은 취침에 들어갔다. 수현이는 남아서 작전을 재검토 한다고 했지만 며칠간 무리를 하느라 지쳐있었기에 나와 캐롤에 말에 설득당해 겨우 잠들게 했다. 그리고 나는 홀로 구석에서 모닥불을 쬐며 요 며칠간에 있던일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역시 또 그 검증되지 않은 약을 드시는건가요?"


그때 내가 옷 안주머니에서 약물을 먹으려 하자 캐롤이 뒤에서 나타났다.


"이게 있어야 잠이 안오거든."


"수면부족으로 인해서 작전에 문제 생기면 안되잖아요. 그러지말고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시는게 어때요."


"그건 피차 마찬가지같은데, 당신도 요새 밤을 세웠잖아."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일이니 이정도는 별거 아니죠. 하지만 여기에는 연구시설도 재료도 없기에 제가 할 수 있는건 응급처치나 간단하게 진료를 보는 정도에요. 솔직히 도저히 힘을 낼 수 없어요."


이미 그녀도 망가질때로 망가져 더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어떤말도 내뱉지 못했다.


"제이씨, 만약 유정언니가 살아 있었다면, 저보다는 더 좋게 상황을 만들었겠죠?"


"...."


"아,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언니 이야기를 해서."


"아니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마. 내가 볼때는 당신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그럴까요?"


캐롤이 반신반의 하듯 조심히 말하자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며 위로해줬다.


"당연하지! 그러니 오늘도 끝까지 살아남자고, 당신이 있기에 우리가 마음껏 싸울 수 있는거니까."


"후훗, 그렇게 말하니 저도 힘낼 수 밖에 없잖아요."


내 말을듣고 기운을 차린걸까. 위로 같지도 않은 말에 위로를 받으며 그녀는 평소처럼 해맑게 웃었고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 힘을 받은덕에서인지 그녀는 긴장이 풀렸나 밀렸던 피로가 쌓이자 서서히 눈을 꿈뻑꿈뻑 거리고 있자 나는 그녀를 부축해 따로 잠자리에 그녀를 데려다줬다.


"Oh....저만 자기에는 좀 그런데요."


"걱정마. 나도 조금은 눈을 붙일테니까, 그러니 안심하고 자도록해."


어떻게든 캐롤을 설득하자 그제서야 그녀는 잠이 들었고 나는 그뒤에 마저 원래있던 자리로 가 다시 약물을 복용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적에 기습이 있을수도 있기에 잠을 안자려고 한것이였고 무엇보다 데르마토피아 즉 유정씨의 대한 생각으로 인해서 잠이 안왔기에 작전 시간때까지 견뎌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침이 다가올 새벽 시간이 되자 나는 홀로 지상으로 나왔다. 아직 어두운 시간때라 그런가 주위에 파리왕의 군단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녀석들에 특성이라 해야 할까 낮에는 활발하게 돌아다니지만 밤에는 따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뭐 그렇다고 아예 안하는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낮에 비해서는 활동시기나 공격이 많이 없는걸로 봐서는 파리왕 군단들도 밤에는 크게 활동하지 않다는걸 알 수 있었다. 


바깥에 나오자 새벽에 부는 바람이 내 몸을 감싸듯 스치자 온몸에 추위가 느껴졌지만 곧 있을 결전이 있었기에 이정도 추위쯤은 무시한채 나는 곧바로 적에 진영으로 홀로 쳐들어갔다.







***








해가 떠오르자 우리 군단은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무스카의 증언에 따르면 자기가 보낸 수하들이 야간에 정찰을 한 결과 배수로 쪽에서 인간들이 모여 있다는게 확인 되었다. 나름 세력과 그곳에서 생활을 할 터전을 만들었다고 하니 본진이나 다름 없었고 우리들은 그곳으로 쳐들어갈 총격전을 펼치기로 했다.


퍼어어엉!


"뭐지? 저건 불기둥?"


갑자기 불기둥이 솟아 오르자 모든 군단은 그곳에 시선을 놨고 언니인 서피드가 교신을 보냈다. 지금 막 한명에 클로저가 불꽃을 발산한채 우리 군단을 유린하고 있다고 그것도 압도적으로 공격을 거세하자 도저히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감히 나의 누이를 상처 입히다니, 제가 직접 나서서 놈을 처치하겠습니다."


"아니, 너는 작전대로 다른 인간들에 본진을 습격해라. 괜히 저 남자 한명에게만 집중하면 다른 쪽에서 우리가 공격 당할 수 있어."


"과연....그럼 둘째 누이에게 이곳을 맡기고 이 무스카는 아버지를 위해 움직이겠습니다."


군단을 데리고 무스카도 가버렸고 나도 곧바로 병력을 이끌고 불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굳이 움직일것도 없이 알아서 그 불꽃에 주인은 내쪽으로 향해왔다. 그럴때마다 병력들은 처참히 불에 타 비명을 지른채 쓰러졌지만 어차피 병력이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니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있는곳으로 왔다.


화르르르....화르르르....


"기어이 여기까지 왔구나. 그래,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끝내주마."


"그래야겠지. 인류를 위해서 당신은 꼭 쓰러트려야 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내가 아는 유정씨로 돌려 놓겠어."


"어디서 헛소리냐!"


탕! 탕! 탕!


나는 곧바로 총알을 연발로 날렸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불꽃으로 막아 돌진했다. 일단 거리를 벌리기 위해 총을 쐈지만 그는 무식하게 불꽃을 방벽으로 삼아 쭉 달려오며 내 복부를 주먹으로 공격했다.


퍼어억!


"크악!"


복부에 느껴지는 뜨거운 고통에 한순간에 기절 할 뻔했지만 그는 쉬지않고 빠른 속도로 공중에서 나에게 공격을 했다. 그곳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채 나는 얻어터지자 병력들에게 이 남자를 공격하라 지시했지만 그는 불꽃을 방대하게 펼쳐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 맞다가 내 위로올라선 남성은 운석과 같이 주먹을 내리치자 나는 지상에 추락했고 곧 바로 남성은 천천히 걸어왔다.


콰아아앙!


"하아....하아....있을 수 없다. 어떻게 그때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거지?"


"그야 아직 내 마음속에 불꽃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니까."


그가 묵묵히 대답하며 걸어왔고 당장이라도 날 죽일 살기를 내뿜었다. 물론 그가 좀 더 빠르게 상황을 대처했다면 말이지.


피슈우우욱!


"쿨럭! 크아아아악!"


"하하하! 그래도 역시 네녀석도 무적은 아니구나!"


"쿨럭! 쿨럭!"


녀석에게 얻어 맞을때 그사이 나 또한 맞고만 있지 않았다. 공격하는 틈 사이에 나도 총을 들고 조금씩 여러 곳에서 공격을 했고 마지막 주먹을 내지를때 나도 총에 힘을 실어 일격을 날리자 남성은 복부에서 피를 흘린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떠냐! 이제 더는 일어설 힘도 없겠지?"


"크윽!"


그사이 내 몸은 빠르게 회복이 되어가자 나는 속도를 올려 사방에서 그에게 총알 세례를 먹여줬다.


피슝! 피슝! 피슝!


"크아아악!"


"하하하! 그래,  더 비명을 지르거라! 네녀석이 비명을 지를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지니까!"


수십번에 총 소리가 들려오는 전장에서 그의 비명까지 들려오며 우리들 쪽으로 기세가 기울였다. 더이상 서 있기도 버거웠는지 남성은 무릎을 꿇은채 늘어져 있었고 전신이 피투성이인 그는 당장에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상태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서 싸운 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에게 다가가며 머리에 총을 겨눈채 그가 남길 말을 듣기로 했다. 그러자 남성은 숨을 헐떡인채 나를 노려봤다.


"유정씨....아직....당신이 살아있다면....목소리를 한번 더 들려줘...."


"그게 네녀석에 말이군. 잘 들었다, 허나 이 여자가 다시 일어날 일은 없을거니 네녀석에 바램은 지옥에가서 듣도록."


방아쇠를 당겨 머리를 날리려고 할때 갑자기 두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몸이 말을 안들어 총의 궤도를 다른곳으로 돌렸다. 


"제이....씨...."


"유정씨?"


"아아악! 머리가 아파! 뭐야? 대체 이 기억은 뭐냔 말이다!"


머리가 아파왔고 순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남자에 이름을 불렀다. 아무래도 죽은줄 알았던 숙주의 의식이 나를 방해하는거 같았고 내 의식과 그녀의 의식이 지금 부딪치면서 서로 몸에 소유권을 얻기위해 싸우고 있었다.


"유정씨, 아직 남아있는거지? 유정씨의 마음이...."


남성은 다가왔고 나는 몸이 멋대로 이동했다. 그리고 남성은 나를 안아버리며 자꾸만 이 여자의 이름을 불렀고 내 몸은 뜻과 상관없이 그 남성을 안아버렸다.


"유정씨....괜찮아....내가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


남성은 괜찮다는 말과 함께 이 여자를 다독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저 의식을 장악하려고 발버둥쳤고 이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남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제이씨....제이씨....저....제가...."


"그래, 일단은 돌아가자. 돌아가서 캐롤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갉작갉작....


"....유정씨."


"먹을테야....먹을거야....죄송해요 제이씨....하지만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갉작....갉작....갉작....


"크윽....!"


결국 본성은 파리왕의 심복이 된 몸을 거부하지 못한 탓인지 본능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기가 사랑하던 남성을 먹게 되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모든것을 먹어치우는 나의 아버지 폭식왕의 힘이다. 아무리 그녀가 의식을 장악 했다고 해도 몸과 마음 그리고 자기 뜻과 상관없는 이 본능앞에 먹어치우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제 남은건 자기가 구하려던 여자 앞에서 먹히며 비명을 지른채 그걸 듣는것만이 남았다고 생각하던때 오히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더욱 내 몸을 끌어 안았다.


"제....제이씨...."


"그래....어차피 망가진 몸 더는 버티지 못할거....차라리 이렇게 내 몸을 당신에게 내줄 수 있다는것에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 예상과 다르게 남성은 더더욱 몸을 내주며 먹히고 있었다. 나는 이런 묘한 기분에 그를 떨어트리려고 의식을 장악하려고 했지만 내 숙주에 의식이 강하게 잡고 있어서 끼어들지 못했다.


"자, 그러니까 유정씨 원한다면 다 주겠어. 그러니까 날 먹어치워서 당신안에 내가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주겠어. 그러니까 당신도 이거 하나만은 약속해줘. 내가 사라지고 당신에 의식이 사라진다 해도 날 기억해달라고 할 수 있지?"


"제이씨....네....당연히 당신을 기억해야죠!"


갉작.....갉작....갉작....


그런와중에도 내 숙주는 그를 먹어치웠고 남성은 비명을 끝내 지르지 않은채 먹혔고 이제는 그의 살점은 흔적도 없이 깔끔히 먹어치운 상태였다. 그리고 그 남성이 바라는것과 다르게 나는 끝내 숙주의 기억과 의식을 완전히 장악해 이제는 비로소 이 안에 김유정이라는 인간은 남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데르마토피아만이 존재했다.


"이걸로 다 끝난건가."


전쟁은 우리가 이긴거나 다름없었다. 인간들을 이끌던 이 남자가 죽었고 무스카쪽에서도 마침 연락이 오자 살아있던 생존자들과 남은 클로저들을 쓰러트렸다고 보고가 왔다. 이제 더이상 우리를 방해할 존재는 없다고 싶었고 이로서 내부차원은 파리왕의 영역임을 선포하였고 우리는 아버지가 이곳에 오기를 기다리며 남은 군단을 정리하려고 할때 갑자기 눈가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투욱....투우욱....


"뭐지?"


이유없이 눈물이 쏟아져 닦으려 했지만 이상하게 평범한 눈물이 아닌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내 머릿속에서 자꾸만 그 남자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며 더욱 눈물이 길게 쏟아졌다.


"그런건가....나는 결국....그 남자를 잊지 못하는건가."


이로서 깨달았다. 아무리 데르마토피아로 살아가더라도 인간을 숙주로한 이 여자에 기억은 계속해서 남아 있을거라는걸 그리고 그 영향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여자의 감정이 영향을 준다는것에 우리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라는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 마지막까지 싸운 그 남자와 내 숙주였던 김유정이라는 이 여자를 인정하며 제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남자는 앞으로도 내가 싸워온 그 어떤 인간들보다 강한 마지막 클로저이자 전사로서 앞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은채 살아갈것이다.










작가의 말



간만에 파리왕 스토리로 한번 써봤네요.


예전에도 한번 파리 삼형제로 글을 써본적이 있는데 그 뒤에이어 이번에 한번 써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파리왕 이야기는 파리왕이 인류를 정복하고 남은 생존자들이 사투를 벌이는걸로 나타냈는데 그중에서


데르마토피아가 유정의 기억을 가진채 제이와 조우와 두 사람간에 충돌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봤는데요.


현재 시점에서도 무스카와 서피드는 원래 숙주를 통해 부화했지만 데르마토피아만이 그러지 못하게 되었죠.


그래서 혹시나 유정이 숙주로 사용되어 데르마토피아까지 부화를 하고 파리왕이 인류를 정복해 남아있는 인류중 그중에서 제이와


기억이 가진채 있는 데르마토피와 만남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이야기를 만들어봤습니다. 뭐 아마 유정의 기억을 가지다가


제이를 알아보는 경우가 있겠지만 파리왕 스토리 자체도 거의 비극이나 다름없기에 마지막에는 기억을 가졌어도 끝내 비극으로 마무리를 하는게


파리왕다운 결말이지 않을까 싶어 이야기의 결말을 비극으로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파리왕 관련 이야기는 비극을 나타내는 소재로서 참 재미있는거 같네요. 그럼 전 다음 작품에서 찾아 뵙기로 하고


앞으로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10-24 23:37:5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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