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5 부산 13화 황충의 왕

Heleneker 2023-11-14 4

이야기가 어느새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가고 있네요. 부산 에피, 아주 많이 남지 않았지만 또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구독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합니다












"저는 차원종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만.... 차원종들끼리, 서로 싸우는 경우가 있습니까?"

"생각보다 빈번해요. 자기들끼리도 파벌이 있달까, 자기보다 밑이라고 생각되면 거의 짐승처럼 싸운달까요. 하지만 그 둘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아오이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자온은 그 둘의 관계를 곰곰이 되새겨 본다. 그럼에도, 최소한 자신의 기억 속에선 그 둘의 접점은 없었다.

"네. 저 둘은 접점이 있을 리 없거든요. 서피드는 얼마 전 신서울에서 갓 태어난 차원종이고... 섬의 주인은 오랫동안 땅 속에 있다가 아이들의 탈출을 계기로 깨어난 차원종인걸요. 특별히 원수질 일이 없는데도, 어째서인지 서로를 적대하네요."

"저희들에게는 기회로군요. 쓰러트려야 할 적들이 서로 적대하고 있으니."
"둘이 싸우는 동안, 어느 한 쪽을 없애버린다면 어떨까요? 위험부담이 큰 주포를 사용하기 전에, 시험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써보고 싶군요."

"그럼 저희가 다시 나가서 둘 중 하나라도 처치할 수 있는지 시도해 볼게요."

짧은 회의를 마치고, 임시클로저들은 섬의 주인과 서피드가 싸우는 광안대교로 다시 향한다.




******




투콰아앙!!!!   광!!   쾅!!   쾅!!!!!


"파리왕..... 파리와아아아아아아앙!!!!!!"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하세요!"


섬의 주인과 서피드는 임시클로저들이 접근한지도 모른채,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들이 자리를 비웠던 사이에 얼마나 치열히 싸운 것일까, 서로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확연히 보인다.

"어지간히도 치열하게 싸웠나보네."

"응. 서로에게 입힌 상처가 제법...."

"이 타이밍에 뒷치기를 하면 효과적일 것 같네요."

"저만치 싸웠으면 두 놈 다 평소 컨디션은 아니겠제. 한 놈 골라가 잡아패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럼 섬의 주인부터 공격하죠. 지금은 서피드보다 저 놈의 독이 더 위험하니까요."

"동의해요. 지금도 이 독기.... 아까보다 훨씬 더 짙어졌어요."

"좋아, 가자!!"


임시클로저들이 교묘히 섬의 주인만을 향해 공세를 가하기 시작한다. 서피드가 공격한 자리를 일부러 더 타격하거나, 관절부를 집요히 가격하며 섬의 주인에게 공세를 퍼붓지만, 섬의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서피드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공격한다.

"뭐꼬, 이레 두들겨 패는데도 계속 날파리만 신경쓰네. 이러믄 내 가오 떨어진다 아이가....!"

"강한 일격이 필요하겠는데 말이죠...."

"결국은 이거 써야겠구마...."

장미숙이 피로 물든 듯한,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붉은 무기를 꺼내든다.

"뭐죠, 언니? 그 장비는?"

"주포 고치러 와준 기술자들이, 내 666 시리즈도 고쳐줬거든.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는데, 쓰고 나면은 내는 아파서 기절할지도 모른다. 그레 되면 미안하지만 내 좀 끌고 후퇴 좀 해줘."


장미숙이 666 시리즈의 코어를 장비하곤 다시 한번 섬의 주인을 향해 돌격한다. 그 잠깐의 장비 교체하는 사이에도 섬의 주인이 내뿜는 독기가 점점 짙어져 가고 있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독기가..... 이대로 가면 도시 전역에 독기가 퍼질지도 몰라요....!"



슈르르륵----- ......



"먼지보다 얇은 건 흡수하기 어렵나...! 이 이상은 바람으로 중화시킬 수 없는데....!!"


독기를 흩어놓던 칼날의 바람에 한계를 느낀 자온이 힘을 무력화하는 환인의 포용을 주변에 펼치나, 너무 고운 입자를 가진 탓에 흡수하지 못하고 기술을 실패한다. 루시는 자온의 행동을 보곤, 조용히 중얼거린다.

"흡수.... 이 독기도 결국 마물의 힘이였죠. 그렇다면 힘껏 들이마시면.... 제 몸에 거둬들일 수 있을지도...! 흐으읍.....!!"


루시는 다른 임시클로저들 몰래, 섬의 주인의 독기를 흡수해보기 시작한다.




꿀꺽......





두근!!




"하윽.... 끔찍한 맛.... 이렇게 비리고 역한 건 처음.... 이에요...! 그래도 조금만..... 조금만 더....!!"


"하아아아앗!!!!"




카아아앙!!!!!!   



캉!!!



카아앙!!!!!


루시가 독을 흡수하는 사이 장미숙의 연격이 조금은 통한 것일까, 그제야 섬의 주인이 임시클로저들에게도 시선을 돌린다.

"성가신 놈들.... 방해하지 마라....!!!"

"쪼까 통했나...!!"

"인간..... 너에게서도 끔찍하게 몸서리쳐지는 냄새가 나는구나. 그 지긋지긋하고 끈질겼던, 어린 인간의 냄새가....!!"


서피드의 대한 공세를 멈춘 섬의 주인이 장미숙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린다.

"파리왕에 대한 복수로 눈일 멀었나보군... 내 복수의 대상이 하나 더 있었는가...."

"뭐라카노?"

"원통하다. 이런 몸이 되어 권속을 부릴 힘이 사라지고 말았는가.... 이 몸이 낼 수 있는 독기도 한참 부족하구나...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네놈들의 모든 흔적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결코!!"

"양분이 필요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양분이...."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우왓?!"""""""

섬의 주인이 자신의 거체를 세게 내리쳐 다리를 흔들어 놓는다. 워낙 튼튼하게 설계된 다리였지만, 다리의 차선을 거의 차지하는 거체가 일으킨 충격에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흔들거린다. 이에 임시클로저들도 공격을 멈추고 균형잡기에 급급해한다.


쿵!! 쿵!! 쿵!! 쿵!! 쿵!! 쿵!!


그 틈을 탄 섬의 주인이 남포동을 향해 다시 되돌아가며 임시클로저들을 따돌린다.

"모두 괜찮으세요?"

"괜찮요. 근데 둘 다 놓쳐버렸네요."

"서피드는.... 섬의 주인을 쫓아갔어."

"우리도 서둘러 돌아가도록 하지. 예감이 좋지 않다."

"근데 이 놈들이 우릴 얌전히 보내주진 않을 것처럼 보이는데?"

서피드와 섬의 주인이 떠난 자리에, 수륙 차원종인 머맨타입이 바다에서 올라와 임시클로저들의 진로를 가로막는다. 이에 임시클로저들은 차원종들을 토벌하며, 거점을 향해 복귀를 서두른다.




*****




"큰일이야! 후퇴한 섬의 주인이, 시가지의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어! 그 녀석, 자기 독에 중독된 사람들을....."

임시클로저들이 돌아오자마자, 저수지가 다급하게 상황을 말해준다.

"진정해! 너는 지금 흥분해선 안된다고! 네 안의 마스테마는, 네 감정이 고조되면 활동하기 시작해. 네 안에 있는 벌레부터 걱정해야 한다고."

"쳇... 이거, 되게 거슬리네. 아무튼, 너희가 돌아오는 사이에 후퇴한 섬의 주인은 병원으로 향했어. 내가... 직접 안내했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있는 병원으로 말이야. 특경대 대원들이 녀석을 막아보려 했는데, 도저히 막을 수 없었나봐."

저수지가 입술을 꽉 깨물다가, 분개하며 말한다.

"녀석은... 병원에 있는 사람들도 자신을 위한 핑키로 보였겠지."


"병원으로 모셔다드린 할아버지는, 내가 자기 손주랑 꼭 닮았다고 했어."
"어떤 할머니는, 도움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하면서도... 병원에 도착하니까 나 먹으라고 사탕 하나를 꺼내서 주더라."
"또 어떤 할아버지는... 옛날 생각이 나서 무섭다며 엉엉 울기도 했어."
"또 어떤 할머니는, 멍하니 서서 독기를 받아들이며 죽음을 기다리고 했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병원으로 안내했었단 말야. 용서 못해....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 녀석은 배를 마음껏 채우고 나서, 서피드와 싸우기 위해 넓은 곳으로 향했어. 나는 신경 쓰지 마. 녀석을 없애는 것만 생각해. 그런 녀석이 활개치고 다니는 꼴을 보면, 내 안의 벌레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으니까."


"여러분, 섬의 주인과 서피드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었어요! 위치는 감만 부두. 서둘러 향해주세요!"


"야들아, 미안타. 내는 몸 좀만 회복되면 바로 갈테니까 니들 먼저 가 있으라."

666 시리즈의 반동에 지친 장미숙을 제외하고, 좌표를 확인한 임시클로저들이 감만부두를 향해 다급히 달려간다.




******




투쿠아아앙!!!



콰광!! 투카아앙!!!



부두에 즐비해 있던 컨테이너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간다. 대교에선 비슷하던 힘의 균형이 섬의 주인에게 기울어져, 서피드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윽, 뭐... 뭔가요? 아까보다 좀 더 강해졌어요. 아까보다 좀 더 강해졌어요. 매니저! 어디에 있어요, 매니저!"
"아이돌이 위기에 처했잖아요! 빨리 도와줘야죠, 빨리 도와줘야죠! 매니저! 어디에 있어요!!"

목소리를 높여 전우치를 찾는 서피드. 그런 서피드를 몰아붙이던 섬의 주인이 중얼거린다.

"너는.... 알겠다. 파리왕의 어린 자식에 불과하군. 기껏해야 자식과 싸우는 정도인가.... 놈도 아닌, 놈의 자식에게 고전할 정도라니! 이것이, 한 때 폭식의 좌에서 위대한 존재를 모시던 자의 비참한 말로인가!"

"먹어치워주마, 모조리 먹어치워주마! 그것을 소화하여 내 양분으로 삼아, 나는 다시금 위대한 존재를 모시는 자가 되리라...!!!"


"두 벌레가 영역 다툼을 하는 꼴이 가관이군."

"서피드가 밀리고 있어. 서피드부터 노리는게 나을려나?"

"서피드는 잠시.... 무시하자. 녀석을 쓰러트릴 기회는 올 거야. 지금은 서피드보단 섬의 주인을 먼저 없애야 해."

"그래요. 일단은 위험성이 높은 녀석부터 처리하자고요."

"그래. 독이 더 짙어지기 전에 쓰러트리자...!"

임시클로저들이 서피드 측으로 가세해 섬의 주인에게 맹공을 펼친다. 섬의 주인은 그들의 맹공에도 서피드만을 주시하며 더욱 더 짙은 독을 퍼트린다.

"독이 사방으로...! 이 뒤에는 시민 여러분들이 계실 텐데....! 조, 조금만이라면.... 마셔도 괜찮을 거예요...! 으으으흡.....!!"

싸우면서도 루시는 다른 클로저들 몰래 조금씩 독기를 흡수하기 시작한다. 루시의 남모를 고군분투에도, 섬의 주인이 내뿜는 독의 기세는 조금도 줄지 않는다. 되려 루시의 몸이 먼저 한계에 도달해 버린다.

"하윽.....!!"

"샤아아아아아!!!!"

"염라의 갑주!!"



티이이이이잉----!!!



"끄읏....!!"

루시가 주저 앉은 순간, 날아온 섬의 주인의 공격. 자온이 루시를 감싸며 공격을 막아내긴 하나, 급하게 방어한 탓에 방어한 채로 뒤로 함께 튕겨져 나간다.



콰광, 쾅!!



쾅!!


"""우읏...!"""

섬의 주인이 일으킨 충격에 나머지 임시클로저들이 튕겨져 나가자, 단독 대치 상태가 된 서피드를 향해 순간적으로 공세가 집중된다. 공세의 부담을 덜어주던 임시클로저들이 없어지자 서피드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악!! 아아아악!!!"

섬의 주인의 거구가, 서피드를 제압하며 깔아뭉겐다.

"내 예쁜 몸에 상처를 냈어요!! 아파! 아프다고요! 매니저, 매니저!!! 얼른 와서 저를 도와달란 말이에요!!!"

"이것이 네 몸뚱이인가, 파리왕의 자식이여. 내가 친히.... 그 맛을 봐주도록 하마."




콰득, 콰드드득!!!!





"아아아아아아악!!!!!"


서피드를 제압한 섬의 주인이 서피드의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한다.

"아빠, 아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오!!!!"

"서피드를.... 잡아 먹고 있어....!"

"후하,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과연 파리왕이 낳은 자식이로군! 온 몸에 양분이 넘쳐흐른다!!"

"아아, 빛바랜 기억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둔탁했던 두뇌가 분명한 사고를 자아내기 시작한다!"




"나는 만물을 먹어치우는 황색의 폭풍!"




"내 몸에서 떨어져나온 티끌은 황충의 무리!"




"나다...! 나야말로, 진정한 폭식의 왕이다!!!"




"폭식의 왕....? 설마, 저 놈은.....!!!"

"부활을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각하."

자온이 무언가 눈치 챈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익숙하면서도 나긋한, 그들에게 있어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매니저...! 늦었잖아요, 늦었잖아요!!"

"저는 신의 뜻을 따르는 교단의 말석에 앉은 자. 바라옵건데, 전우치라고 불러주십시오."

전우치는 섬의 주인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한다.

"기억에 있다... 죽은 나의 파편을 그러모은 자들 중 하나로군."

"네. 죽은 당신의 몸에 끊임없이 영양분을 공급해드렸던 자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 내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나와 상당히 다른 것 같은데.... 이 또한 네놈들의 짓이냐?"

"각하의 용맹한 모습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격전 끝에 뿔뿔히 흩어진 각하의 육신 중에서 어떤 것이 살아날지 몰랐기에.... 저희들은 모든 파편에 양분을 공급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모습으로 부활하게 되신 점... 부디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공로를 인정하마.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으니까."

"감사한 말씀이로군요. 각하의 다른 파편께서는 모습이 달라진 점에 격노하셨는데... 부활한 파편마다 성격의 차이가 있는 모양이군요."
"아...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이 아가씨를 모셔가도 괜찮겠습니까? 이분 또한 제가 모시는 자.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겠사오나.... 부디, 여기서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과한 소망을 품었군. 네놈의 분수에 맞는 것을 바라는 것이 좋을 텐데."

"모쪼록.... 이 과한 소망을, 부활을 도와드린 보상이라 생각해주시길 청하겠습니다."

"...... 흥, 좋다. 그것이 파리왕의 자식이라면, 언젠가 놈이 죽었을 때 다시 나의 군단에 속하겠지. 제 아비가 죽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울부짓는 것도 괜찮은 여흥이 될 테고."

감사합니다, 역시 폭식의 왕이라 불리는 분. 배포가 무척 크시군요.

"물론....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지. 잘 살아남아보거라, 내가 내는 독안개 속에서."







뚜벅....뚜벅....뚜벅....뚜벅....




".....그래. 하고 싶은 말들은, 이제 끝났어?"




------!!!




일순,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은 날카롭게 벼려진 공기가 살을 찢는 것만 같은 감각이 받았다.
창과 검, 칼날을 주위에 두르고, 전방위로 벼려진 살기를 내뿜던 자온은 섬의 주인,아바돈을 향해 살기를 집중시키며 다가간다.

"너는.... 그래, 기억나는군. 성가신 무기를 쓰던 인간. 지금의 나는 기분이 매우 좋으니 썩 **라."

아바돈의 말을 듣기는 한건지, 자온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본다.



슈륵.....




자온의 다리에, 자온의 팔에 실들이 조용히 감기고 엮이며, 응축되어간다.



실이 근육을 압축하고, 신경을 감싸고, 혈관의 흐름을 강제 가속시킨다.



그러며 떠올린다. 자신이, 자신을 대행해준 형님이 받았던 장기가 녹아내리던 통증을.



잊어왔던 고통을, 슬픔을, 분노를 응축하고, 또 응축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최고조가 되는 순간, 그 순간까지 눌러왔던 모든 것을 터뜨리며 섬의 주인을 향해 쇄도한다.









"아바도오오오오오오온!!!!!!"








--------!!!!!!



부활한 아바돈의 갑피에 자온의 발차기가 내리이자, 주변에 충격파을 일어난다. 모든 걸 부술 것만 같던 일격이였음에도, 그 공격은 아바돈의 갑피에 거의 아무 영향도 주질 못 했다. 그럼에도 자온은 다리처럼 강화시킨 팔을 내지르며 다시 일격을 가한다.


일격을,


또 일격을,


자신의 팔이 망가지면서도 미련하게 일격을 계속 꽃아넣자, 아바돈의 몸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참으로 성가시고 불쾌하구나, 인간....! 네놈 때문에 그 불쾌한 인간이 떠오른다....!! 다 죽어가면서도 네놈처럼 주먹을 내지르던 그 인간이....!!"

자온에게서 누군가를 떠올린 아바돈이 그를 떨쳐낸 뒤, 자신의 거체를 그를 향해 내리친다. 자온은 그 공격을 무작정 몸으로 받아내고, 그 충격에 자온의 양팔은 다진 고깃덩이처럼 흉측하게 뭉게져 버렸다.


"침식, 뷜란트 모드!!"



푸특, 우드드득....!!



뼈와 살점이 다시 재조립되어 재생되는 소리와 함께, 잿빛의 갑주를 몸에 두른 자온이 다시 아바돈의 앞으로 다가간다.

"그 냄새.... 기억에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한낱 인간이 어떻게 그 존재의 은총을 가지고 있는거지? 그는 유폐되어 있을터인데?"

"시끄럽고, 죽어."

분노에 잠식당했는지, 자온은 아바돈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그를 향해 쇄도하며 주먹을 내지른다. 이에 아바돈도 거체를 휘둘러 그를 견제하려는 순간,




"두번째 구름, 너울."





슈팟.....     아아아----!!



갑자기 일어난 충격파에 자온과 아바돈의 몸이 각자 뒤로 튕겨져나간다.

"그 기운.... 그 냄새....!! 어떻게, 어떻게 유폐되었을 당신이 있는거지, 침식황!?"

"글쎄. 황충 너도 다시 살아나는 세상인데, 갇혀있던 이 늙은이가 나와있는게 그리 이상한 일일까."

뷜란트는 피식 웃으며 그리 말하곤 자온에게 다가가 말한다.

"아가, 지금은 여기까지 하거라."

"비켜, 영감. 저놈은....!!"

자온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여전히 아바돈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아바돈이지. 너와 네 형, 그리고 네 고향을 망가트렸던 놈. 심정은 안다만 지금은 물러서야 한다. 아가들, 후퇴할 준비..."

"아바돈인걸 알면서 내버려둔다고? 웃기지 마... 저 놈 때문에 나도, 형님도 얼마나 고생하고 아팠는데....!! 나와!! 지금 여기서 저 놈을 끝낼 거니까....!!"

"그래.... 언제는 내 말을 들었냐만은... 그래도 지금은 얌전히 가자꾸나."



파바바바바밧!!!!



말을 마친 뷜란트는 급속히 힘을 끌어모아더니, 무기를 구현해 아바돈과 자신 사이에 꽂아넣어 벽을 만들며 먼지구름을 크게 일으킨다.

"이거면 잠시 막을 수 있겠지. 아가들, 누구 하나 아가 좀 일으켜 세워주겠니?"

"끄으읏...... 뭔 짓을.... 한.. 거야, 영감....?"

뷜란트의 곁에서, 자온은 갑자기 지친 기색을 내비치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금 활동하는 이 몸. 구현, 유지, 사용되는 힘 모두 네게서 비롯된단다. 즉, 내가 과하게 힘을 쓰면 그게 다 네 힘에서 빠지는 거지. 너라면 금방 회복은 되겠지만야."

"이봐요, 영감님. 지금 물러나는 거 굉장히 이해가 안 되거든요? 뭐라도 설명 좀 해주시죠?"

"동감이다. 방금 상황에 우리가 합류했다면 저 놈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었을 거다. 어째서 막는 거지?"

"돌아가면 왜 그랬는지 꼭 알려주마. 그러니 지금은 날 믿고 돌아가자꾸나."

"....꼭 설명해 주시기예요."

"물론."

"자온, 루시, 괜찮아?"

"저, 저는 괜찮아요..."

"....."

"아가는 일부러 내가 힘을 소모시키는 중이라 아마 대답할 기운도 없을게다. 서두르자꾸나."

"꼬마 언니."



스팟!


은하가 칼로 손 끝을 살짝 베어 피를 내곤 루시를 향해 건넨다.

"무리했죠? 얼른 마셔요."

"고마워요, 은하 씨...."

은하에게서 힘을 흡수해 조금 기운을 찾은 루시. 미래와 김철수는 자온을 일으켜 부축하고, 다함께 거점으로 돌아간다.





카아아앙.....



아바돈의 시야와 앞을 가로막던 무기가 흩어져 사라지자, 그는 혼자 중얼거린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군, 침식황."
"뭐.... 상관없나. 더 많은 양분이나 취하러 갈까."


더 짙어진 독을 흩뿌리며, 아바돈도 그 자리를 벗어난다.




TO BE CONTINUE

2024-10-24 23:37: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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