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3 국제공항 12화 그럼에도 우리는

Heleneker 2022-05-16 1

결국 작업하던 컴은 죽었습니다.... ///


24년도 개정판



"잘했어! 훌륭하게 제압해줬네! 전등이나 자판기도 이제 폭발하지 않게 되었고, 아주 좋아."

카밀라를 데려오고 잠시 쉬고 있자니 저수지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해주었다.
    
"피곤하긴 하네. 힘 좀 끌어올렸다고 몸이 여기저기 뻐근해."

실제로 외부차원에서 싸우던 방식으로 해보니 고려할 점이 너무 많았다.
기력이 생각보다 더 심하게 소모되었다. 게다가 능력의 순도가 저쪽에 비하면 너무 옅게 발현되어 효율이 떨어졌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나...
    
"그래, 이제 그만 쉬라고. 네가 할 일은 충분히 다 끝냈잖아."

"그래. 조금만 쉬고 그 ** 놈 잡으러 다시 나가야지."

쉬면서 다음 일을 말하자, 저수지는 기분이 좋은 듯 읏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 망할 ** 녀석, 깜짝 놀랐겠지. 기껏 저 여자애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는데, 원래대로 돌아오고 말았으니 말야. 덕분에 나는 유하나한테서 얼마나 보수를 받아내야 할까 고만하게 생겼고."
    
"뭐 털어낼만한 건 있어?"
    
"그 녀석, 돈은 얼마 없고, 무기나 인력도 내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뭘 받아내면 좋을까.... 차원종의 잔해가 좋으려나?"
    
무엇을 받아낼지 고민하는게 더 즐거워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그런 저수지를 보며 쉬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천천히 생각해봐. 그나저나 슬슬 꼬맹이 깨어났겠네. 상태 좀 확인하고 올게."
    
"그래. 지금쯤 감찰관이랑 유하나가 같이 있을 거야."
    
    
    
    
********
    
    
    

"감찰관, 꼬맹이 일어났...."

카밀라를 뉘여둔 임시 진료실에 들어가보니, 카밀라는 유하나를 붙잡고 오열하고 있었다.
    
"언니, 죄송해요. 저는......"
    
"괜찮아. 아무 말도 하지마. 너는 잘못한 거 없잖아. 그렇지?"
    
"아니에요. 언니. 저는...... 저는........ 아아아아아.....!!"
    
"뭐야, 왜 그래? 감찰관, 왜 이러는 거예요?"
    
"전우치에게 지배되었을 때, 과거의 기억이 플래시백 되었던 모양이에요. 그는 트라우마에 침투해 마음의 장벽을 부수고 지배하는 방식을 쓰나보네요."

딱 지닮은 능력이네. 진짜....! 하지만, 욕하자니 카밀라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다정했는데, 저를 사랑해주셨는데....!! 이 힘! 이 힘만 아니였으면...!!"
    
"괜찮아, 카밀라. 너는 아무 잘못 없어. 나를 봐. 괜찮다니까?"
    
"언니......"
    
"....이 아이는, 위상력에 각성하고 나서 자신의 가족을 해치고 말았어요."
    
".....!!"

감찰관이 알려준 이야기에 피곤했던 눈이 크게 뜨였다. 힘을 막 각성한 어린아이들은 제어 능력이 청소년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들어본 들어보긴 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큰 힘이였죠. 한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힘이었어요. 한 순간의 역정이었을지도 몰라요. 잠깐 짜증이 나서 투정을 부렸던 건지도 몰라요. 어린아이가 심통이 나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그런 가벼운 마음에서였겠죠."
"하지만 거기서 방출된 전격이, 아이의 부모를 해치고 집을 불태우고 말았어요. 운 좋게도 이 아이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아이의 부모에게는 운이 따라주질 못했죠."
    
"정신지배를 해제하면서 엿봤어요.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죄책감을요."
"만약, 이 아이가 위상력에 각성하면서 유니온에 들어왔다면....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알았다면, 이 아이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 거예요. 위상력이란 참.... 슬픈 힘이네요."

안타까우면서도, 동질감이 들었다. 나도 옛날엔 많이 생각했지. 위상력이란 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물 흘렸어야만 했던걸까.     
나는 카밀라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힘드냐, 카밀라?"
    
"당신......"
    
"위상력이라는 거, 참 원망스럽지? 잠깐의 투정인데 모든 걸 앗아가고, 제발 있어달라고 빌 때는 정작 없는 변덕스러운, 그런 힘이잖아?"
    
"너, 나랑 싸울 때 기억해? 뭘 해도 반응 없었던 너는 네 언니가 기다린다고 말한 그 한 순간, 너는 그 힘이 도와준 덕분에 잠깐이나마 조종에서 벗어났었어."
    
"여전히 네 모든 것을 앗아간 그 힘이 원망스럽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그 힘이 지금의 네 언니를 만나게 해주었고, 그 힘이 저항해준 덕분에 다시 네 언니 곁으로 돌아왔잖아."
    
"그 힘을 원망해도 돼. 이런 힘 없었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말해도 돼. 그래도 네 언니와의 인연을 만들어준 그 힘을, 너무 싫어하지는 마."
    
"그 힘을 완벽하게 제어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강해져. 이번처럼 다시 조종당하지 않을 정도로,"
    
"그 망할 도사 놈도, 차원종한테도 몇 방이든 먹일 정도로,"
    
"네 인연을 지키기 위해, 네 힘을 받아들이고 품어내서, 피워내. 나는 그렇게 하기엔 이미 늦어버렸었지만, 네겐 네 언니가 남아 있으니까.... 꼭 그렇게 해."

그래. 아직 지켜야만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강해져. 누구도 구할 수 없었던 무력했었던 어린 나와 어리석은 지금의 나와 달리, 아직 그럴 수 있으니까.

카밀라는 그런 나의 눈 속에 담긴 감정을 엿보기라도 한 것인지 얌전히 물어보았다.
    
".....당신도 나처럼 소중한 걸..... 잃어버린 건가요?"
    
"응. 너무나도 그립고 소중했던 나의 태양과.... 결국 구해주지 못한.... 나의 친구."

형님과 희망이를 생각하자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일어났다.

"하..... 말이 길어졌네. 잘 회복하고 있어. 특히 이마. 내가 좀 세게 박았잖냐."
    
"자온 씨...."
    
그의 말을 듣고 이마를 만져보는 카밀라를 뒤로 하며, 나는 다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
    
    
    

"자온 씨. 아까 카밀라와 하던 이야기, 조금 들었어요."
    
함께 돌아온 감찰관이 통신을 하는 사이, 민수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내용을 어떻게 알았나 싶었는데, 깜빡하고 떼지 않았던 통신기로 엿들은 모양이다.
    
"들었어? 뭐 별로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그 위로... 서글픈게 왠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태양이라고 부른 사람.... 자온 씨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실 수 있나요?"
    
"별로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뭐, 조금은 괜찮겠지. 게다가 침식도 보여줘 버렸으니..."
    
"침식.... 그 이야기도 들어야겠어요. 카밀라가 폭주할 때 보여준 모습, 마치 차원종과 인간이 섞인 것 같은... 자온 씨는 어떤 분인가요? 그 전에 사람은 맞으신거죠...?"
    
"마지막 질문부터 대답하자면, 난 사람이야. 최소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는 거지만."
    
민수현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형님 비운에 대한 이야기. 유니온과 교단 사이에 얽힌 이별과 만남. 슬픔 속에서 쌓아온 힘.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에서의 대부분을 말해주었다.
    
.".....그렇게, 사람도 차원종도 되지 못한 어중간한 것. 그게 나야."
    
"하지만 그 때엔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잖아요. 차원종이 내부차원에서 영향을 받는 것처럼, 사람도 외부차원에서 영향을 받다가 차원압력으로 죽어가는 그런 상황에서 어린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었을까요?"
    
"감찰관님도 자온 씨에 대해 들으신 건가요?"
    
"직접 들은 건 아니에요. 다만 뷜란트 씨.... 자온 씨와 계약한 차원종이 제게 자온 씨에 관한 정보를 흘려넣어줬기에 그 때의 상황을 알고 있는거죠".
    
"다시 생각해도 다 죽어가는 10살 짜리에게 선택지는 없었지. 그래도 처음 만난 존재가 영감이여서 다행이였지. 영감은.... 최대한 나를 존중해 줬거든. 대신 막 반차원종화의 힘을 얻었을 땐 힘의 영향력과 형님을 보낸 충격으로 정신적인 부분이 심하게 오락가락했었지. "
"그렇게 인간이랑 차원종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인간보다 차원종을 더 많이 만나다 보니까 점점 감정이 많이 무뎌졌어. 게다가 최근엔 어떤 강적과 싸우고 난 후부터는 환청도 들리더라."

    
[형을 살해한 모든 이들에게 복수하자]

[감정을 태우고, 지워버려. 그래야 복수를 성공할 수 있어]

[용서 따위 하지 마. 자비는 버려. 온정을 태워버려]

[그래야만 너를, 네 형을 그렇게 만든 세상에 복수할 수 있어]


"그 환청은 얼마 남지도 않은 사람으로써의 마음과 감정을 사그라뜨리는 것 같았지. 부정해진 인간적임이 결코 보답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버리지 못한 것을 나 스스로 일그러뜨려서 들려진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버티고 버텨보다가 이곳에서 만들어낸 인연이 무너져서, 버텨오던 인간적인 마음이 무너질 뻔했지."

그래. 희망이 네가 죽었다는 그 말에 버텨왔던 인간성을 모두 버릴 뻔 했으니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슬아슬했지.

"그래도 그 마음을 다시 지탱해준건, 사라져 버린 인연이였어."



    
[당신은 자신이 용서받지 못하고, 보답받지 못 할 것이라 말했지만, 선하고 약한 이들을 지키려는 맑은 하늘빛같은 그 마음은, 결코 보답받지 못 할 일은 없을 거예요.]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려 한다면, 제가 바랠게요. 간절히 바라고 바라서, 당신의 마음이 보답받길 바라는 제 작은 소망이 기적처럼 피어나길 바랄게요. 제가 사라진다 해도, 그 마음이 계속 빛날 수 있도록 제 마음을 전부 보내드릴게요.]




희망이 네가 남긴, 나를 위해 남겨준 유언. 그 덕분에 나는 인간성을 아직 붙들고 있는 거겠지.

"무너지던 그 마음을 받쳐준 그 말들은... 어릴 적에 한 작은 마음에 다시끔 맹세하게 해줬지."
    
"몸이 차원종과 가까워질지 언정, 작은 소망을 품은.... 이 마음만큼 사람으로써 살아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고 싶어하는.... 그저 흔할 것 같은,"
    
한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아아. 별 쓸데없는 얘기한 것 같은데."    

괜스레 머쓱해져 버렸다.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의 진심을 조금 알게 되어서 조금 다행이에요. 제가 건네받은 기억의 당신은 많이 어두운 면도 많이 보였으니까 걱정스러운 면도 있었거든요."
    
"그 마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 마음이라면 언젠가 마주할 그날의 진상을 마주하더라도 극복하실 수 있을거예요."
    
"저도 미력할지라도 같이 도와드릴게요. 힘드실 때 제게도 조금은 의지해 주세요. 자온.... 형."
    
"...고마워. 그런데 감찰관, 연락하던 건 다 끝난거예요?"
    
"안 그래도 그것과 관련해서 공지 드릴 사항이 있어요. 상부에 지금 상황을 보고드렸는데, 상부에서는 서피드와 전우치를 다른 팀에게 맡길 생각인가봐요."
"저희들의 조사는 이 정도 선에서 그치고, 다른 팀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만 정리하고 있으라는 명령이에요."
    
"설마 이 일에서 완전히 손 떼려는거 아니죠?"
         
"새로 도착하는 팀과 연계해 추격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해볼게요. 아마도 지휘권은 그쪽으로 넘어가겠지만요."
         
"추적만 계속한다면야, 상관없어요."
         
"우선은 전우치와 서피드에게 지배된 차원종들을 제거해야겠어요. 한 번 출현한 차원종을 방치해두면, 위상변곡률이라는 수치가 상승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고위급 차원종이 나타날만큼 커다란 문이 열리니, 차원종의 수를 줄여 이 수치를 안정화 시켜야해요."
         
"차원종 놈들 잡으면 된단 애기죠? 쉽네요. 그럼, 빠르고 신속하게 갔다오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원종 처치를 하러 나섰다.

TO BE CONTINUE......


2024-10-24 23:36: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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