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IF. 기적

AI미스틱 2021-07-30 0




 *이하 내용은 ‘어비스의 주인’ 외전으로, 몽환 세계, ‘기계왕’ 이후의 시점입니다.*
 *또한, 외전이긴 하나 스토리적 스포일러가 약간 존재합니다.*




 “몽환의 군주, D백작… 무료했던 내 삶에 축복을 해주는 건가.”
 “하하, 정말 오랜만이군. 별의 소원으로부터 태어난 기적의 군주… 나의 오랜 벗이여.”

 두 존재는 확실히 ‘몽환 세계’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주라는 개체가, 그런 존재가 형체를 가지고 세계에 강림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오직 연하은의 몸을 취한 ‘기적’ 뿐이었다.
 도그라와 마그라도 들어오지 못하는 이 일그러진 몽환 세계에서 주고받는 것은 잠시 찾아온 불청객과 같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심심풀이의 대화였다.
 이따금 찾아오는 인간들의, 희망에 빠진 꿈들을 지켜보며 덜 지루한 시간을 그나마 연장시켜나갈 뿐. …단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극히 최근에, 그대가 인간 차원에 들어선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었지?”
 “딱히 대단한 일은 아니다.”

 이내 주제가 여기까지 흘러들었을 때, ‘기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응수했다.
 단지 ‘삶’에 대한, ‘감각’에 대한 것이 궁금해졌을 뿐이다.
 처음 태어날 때부터 그저 의지만 존재했지, 의미도 형체도, 역할조차 없던… 별의 소원으로부터 탄생한 ‘이변’은 자신이 정말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 존재라는 것이 살아있는 건지.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동시에 ‘감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팔이 붙어있는 건 어떤 기분일까. 다리가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죽을 수 있는 육신이 있다는 건, 도대체 어떤 감정일까.
 그저 그런 흥미로부터 시작했을 뿐이다.

 “처음 골랐던 것은… 내가 탄생한 ‘소원’과 가장 가까웠던 녀석이었다.”

 별이 바라는 것은 그저 희망일 뿐이다.
 그저 희망을 바라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희망만이 가득 차, 그것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왜곡된 끝에 ‘기적’이라는 불순물로 변화해, 그를 낳았을 뿐이었다. ‘선’이라던가 ‘악’이라던가, 그런 게 아닌, 단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뿐인 무언가.
 그에 반해, 오랜 시간 차원을 부수고 넘으며 도착한 인간 차원의 한 여자는, 그런 모순된 희망과는 상당히 다르게 목적이 있었다.
 전쟁의 끝, 그리고 평화라는… 끝나지 않을지도 모를 전쟁과 언제 끝날 전란 속에서 피어오른 그 희망은 ‘기적’을 낳은 별의 소원과 한없이 비슷해, 인간에게 있어선 ‘기적’과 같은 일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육신은 ‘기적’이 바라던 삶과 감정을 충족시킬만한 ‘생명’이 있었고, 팔과 다리가 있었고, 뜨겁게 뛰는 심장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갈망하던 삶이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무심코 손대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이 사전적인 변화나 가공 없이 ‘기적’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위상능력자는 물론, 당대 정점을 영위하던 용, ‘헤카톤케일’조차도 기적의 편린만이 들어설 수 있었겠지. …그의 형, 아지다하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그런지, 인간의 몸은 쉽게 으깨져, 금방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전쟁은 끝나고 말았고, 난 육신을 잃었지.”
 “자네는 정말… …뭐랄까, 위험하달까? 아니, 이걸론 모자라. 욕망이 너무 거세다고 해야겠어. …뭐든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면 안되는 건가? 인간은….”
 “인간 따위에 선택지를 줄 만큼 난 온화하지 않아, 백작. 죽지 않고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행위에 대해 감사해야하지 않나? …인간의 감정이라느니 선택이라느니, 그런 그럴듯하고 구질구질한 말로 포장해봤자, 그것들은 결국 인간이야. 조금만 눈을 떼버리면 죽어있을 정도로 짧은 생명을 가진. …나는 그것이 가진 생명을 느끼고 싶었다. 감각을, 감정을…. 하지만 결국 실패해서 끝내 들어간 곳이라곤 증오와 분노, 그리고 복수만이 남아있는. 처음 선택한 것과는 정 반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순수했던 것.”
 “그래서, 다음은 그녀에게 들어간 건가?”
 “마지막까지 선택했던 건 다시 되살아났을 육체지만, 결국 끝맺음은 내지 못했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기적’에게 축음기가 진동하며 물었다.

 “자네라면 자네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 테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런 하찮은 짓을 하는 건가?”

 D백작의 질문에, 잠시 축음기를 쳐다보던 ‘기적’은 피식 웃었다.
 창조. 확실히 하고자 한다면 우주를, 수많은 세계를 창조하고 없애고, 또 유지할 수도 있으며, 침략하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을 수 있겠지. 동시에 ‘기적’이 원했던 육신을 무한하게 만들 수도 있고, 무한하게 없앨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것’들이 쓰다가 버린 것이 꽤 마음에 든다.”
 “호오?”

 군주라는 개체를 ‘것’이라며 폄하하고, 그들이 사용하다가 버리고, 내던져버린 것들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가끔가다가 주워보기도 하지. 이렇게 손으로 슥 들어 올려서… 내 마음대로 장난감으로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난감으로, 다른… 군주라는 이름을 참칭하는 쓰레기들을 처벌하고, 그것들을 내 아래 담근 채, 오욕으로 물들이지. 패배하는 것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즐거웠다. 제들이 만들어놓고 버린 쓰레기를 보고, 왜 버렸지 하며 구슬프게 바라보며 울부짖는 그 소리는 아름답기까지 하지.”

 그러나 장난감은 쉽게 망가지기 마련.
 도전하다가 부서진 것도 수없이 있으며, 하물며 다가가기도 전에 미리 망가져 부서져 버린 것들도 꽤 많이 있었다. 혹은… 싸움이 끝난 직후, 자신의 창조주와 함께 생을 마감하길 원하는 쓰레기도 간혹 존재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그가 가진 장난감은 고작 해봐야 11개밖에 남지 않았다.
 돌아갈 곳 없는 괴물과 만들어 낸 창조주가 없는 이도 있었고, 혹은 어떤 한 세계에서 계속해서 발굴되는, 흥미로운 쓰레기들도 꽤 많았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바에 따라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장난감에도 무료한 시간을 풀이할 여유 정도는 필요한 법….”
 “그렇게 시간 풀이 용도로 수많은 차원 세계를 부숴왔나?”
 “뭐, 어중간하게 그렇다고 해도 좋겠지.”
 “하지만 그대의 말이 그렇다면─”

 ─어째서 그대는, ‘피어’라고 불리는 공포의 상징을 스스로 만들어낸 건가.

 그 말에, 마치 역린을 건들이기라도 한 듯 순간 검은 색이 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주 한순간일 뿐이었다. 이 불안정한 몽환 세계에서 직접적으로 의지를 드러낸다면, 확립되지 못한 이런 공간 따위 순식간에 부서져 버린 채, 그들은 다시금 이야기를 나눌 곳을 찾아야만 하겠지.
 결국 힘을 거두어들인 ‘기적’이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입이 길군, 백작….”
 “자네는 만들어낸 장난감들이 자신의 첫 창조주를 부수는 걸 즐겁게 보았다고 했지.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건가?”
 “…그저 호기심이지.”

 알고 있을 터였다.
 다른 것들이 쓰고 버린 것을 주워서, 장난감으로 만든 뒤, 장난감으로 부쉈을 때의 쾌감. 그것은 단순히 즐거워서가 아닌, 스스로의 후회와 절망으로부터 나오는 감정에서 기반된 것이라는 것쯤은.
 하지만, 그런 그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었으니, 만들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방치해 제 뜻을 관철하게 두고 있지 않았던가.

 “…자네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지 않나.”

 D백작이 말했다.
 ‘기적’이라 불리는 존재는 이미 그것의 결말을 알고, 그것이 하려고 하는 일을 안다. 그럼에도 굳이 무시하고 애써 눈과 귀를 닫고있는 것은.

 “여흥인가, 유희인가?”
 “기대다.”

 단순한 유희나 여흥도 아닌 기대라고 말한 기적은, 한동안 입을 다물던 이내 눈을 흘기며 말했다.

 “IF의 세계를 바라보는 건가, 백작?”
 “이런, 들켰군. …혹시 내가 불편한 일이라도 했나?”
 “아니, 딱히.”

 그가 IF의 세계를 들여다보건 들여다** 않건, 그것은 기적에게 있어서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그대가 어떤 미래를 보고, 어떤 과거를 보더라도 그곳에 나는 없을터이니.”

 기적은 일어난다. 하지만, 그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별로부터 소원된 기원이었다.
 그것은 기적이라 불리며, 동시에 단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
 수많은 미래의 시간선, 그리고 그만큼이나 방대한 과거의 시간선… 어쩌면 무한히 있을 이 ‘현재’의 많은 시간선 속에서 ‘기적’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은 바로 이 현실 뿐.

 “기적은 절대 나누어지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틀어 단 하나의 시간에만 고정되어, 결코 움직이지 않지. 그것이 바로 그대의 형상이 아닌가.”

 원한다면 미래에도 나타날 수 있고, 원한다면 과거에도 나타났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 이곳에 있는 순간… 그런 미래나 그런 과거는 이루어지지 않고, 오직 이 현실만이 ‘점’을 이루며 달린다.
 그리고 그런 그가 여태껏 수많은 시간 속에서 형태를 드러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쓰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시간이라는 촉매에 얽매여 움직이지 못하는 필연적 존재이기 때문이지.

 “상당히 그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군.”
 “상당히? …그럴지도 모르지.”

 솔직히 그녀에겐 필요 이상의, 그리고 자신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증오와 절망을 심어주면, 그대로 포기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토록 저항한 끝에 ‘기적’이 신경쓰지 않았던… 갈라진 미래를 들춰냈으니 이토록 마음에 들만한 인간이 어디 있을까.

 “마음같아서는 그녀의 생전에 만나고 싶었네. …결국 만나지 못했지만.”
 “그럼 내가 대신 감상을 말해주지. …딱히 별 볼 일 없었다.”
 “그건 자네가 말할 요소가 아니지. …그녀의 감정을, 자네가 알고있을 리 만무하니.”

 쯧, ‘기적’이 혀를 차고 나서는,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었는지 살며시,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선 말했다.

 “그건 그렇고, 그대가 맞이한 이번의 손님은 어땠나,”
 “으음?”
 “그… 그…. 그래, 망가져버린 그 친구의 ‘도구’말일세.”
 “자네….”
 “하찮지 않은가? 고작 해봐야 다루어질 뿐인 도구 따위가 감정을 가지고, 마음을 가져버리고. …오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망가진 도구에 산산조각이 나 사라져버린 군주들도.”

 꽈악, 쥐어올렸던 손을 푼다.
 그곳에서 떨어지는 검은 흔적들은, 그가 가져왔던 장난감들의 흔적. ‘군주’라 불렸던 것들의 유해. 그 조각들.
 세계를 부술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들마저, ‘기적’이라는 개념체의 앞에서는 저토록 하찮은 조각으로 분류되어, 흘러가는 바람에 사라질 뿐인가.
 하지만.

 “취소하게.”
 “호오….”

 그 말을 끊어낸 D백작은, 끝내 수많은 군주를 짓밟은 기적의 앞에서 ‘취소하게’라는 말을 꺼냈다.
 그가 그런 말을 꺼낸 데에는 이유가 필히 있으리라 판단한 기적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니, 축음기가 부르르 떨고있는 모습이 비쳤다.
 화가 난 것인가? 고작해봐야 도구 따위가 부서진 것에.
 아니지, 아니지. …확실히 화가 날 수도 있겠지. 그도 그럴게, 인간에 호기심을 가진… 어찌보면 멀리 돌아온 친우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백작.”
 “자네는….”
 “어차피 우리의 삶에 있어서 그런 장난감이나 도구 정도는… 잠시 눈감고 뜨고나면 사라지거나 망가져 버린 쓰레기나 다름없는데.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반각 일초라도 무료함을 달랠만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름 용도를 다한 것이 아닌가.”

 마음을 알게됐다 해서, 동포가 됐다 해서, 친우가 됐다 해서 뭐가 달라지느냔 말이다.

 “어차피, 세월에 풍화되어 스러져갈 먼지에 불과한 것을.”

 손 한번 내밀면, 닿기 전에 무너져버리는 돌탑처럼.
 파도치는 바닷가에 멋들어지게 세워진 모래성처럼.
 훅, 불어닥치는 바람 한줄기에, 쓰윽 밀려오는 파도 한줄기에 덧없이 사라져버릴 허무에 불과하거늘, 고작 그딴 것에 마음을 가지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자네가 인간을 흥미로워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결례가 됐다면 사과하지. 고작 인간, 고작 장난감, 고작 도구… 내게는 그렇겠지만, 자네에겐 아닐지도 모르니.”
 “…됐네, 됐어. 이제 와서 자네에게 사과받을 생각은 도통 없네. 하지만 생각해보게. 자네의 인생 속에 없었던… 무한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무한한 감정을 가지고, 화려한 인생의 이야기를 써내리는 종족이 있다면… 자네는 과연 그들을 지켜** 않고 못배기겠나? …도구니 장난감이니 해도, 그 소녀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 지금의 자네는 누가 봐도 무언가에 미련을 가지고 못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군.”
 “…….”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반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자네 멋대로 날 판단하지 말게. 만약 아직 내가 그대를 적대하고 있었다면… 싸움이 벌어졌을테니.”
 “그건 삼가고 싶군. 자네는 내 힘에 얽매이지 않는 기적의 존재니까. …어떤 꿈을 꾸건 어떤 희망을, 어떤 절망을 보여주건, 그대가 바라보는 세계는 변하지 않고, 꿈은 그저 꿈으로 남을 뿐이지.”

 D백작이 다루는 세계는 꿈.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는 한, 그것은 그저 ‘꿈이었던 것’으로 남고, 꿈이었을 터인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백작을 비웃으며 현실로 변화해버리겠지.
 그것이 ‘기적’이 꾸는 꿈이다.
 물론, 백작의 모든 힘과 권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여태껏 많은 적들을 우롱하고, 동시에 그들을 농락하며 수세를 취했던 백작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지 않으면, 패배하는 쪽은 어떤 껍데기를 쓰고있더라도 반드시 백작의 것이 되리라는 것을.
 나비효과…였던가. 고작 나비가 펄럭이는 날개짓에 태풍이 일어난다는. …‘기적’이란 그것조차 자신의 의지처럼 다룬다. 손뼉을 쳐서 하늘이 무너진다던가 땅이 갈라진다던가… 혹은 갑작스레 화산이 터진다던가 하는 말도 안되는 일조차, ‘기적’이라는 일로 쉽게 포장할 수 있다.
 그게 ‘기적’이다.

 “그럼, 슬슬 돌아갈 시간이군.”
 “벌써 가는건가? 오랜만에 온 것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가는 건 어떤가.”
 “관심 없다.”

 이제 흥미도 없었다.
 인간따위, 앞으로 만날 일이 있다 해도 얼마나 손을 대겠는가.
 이 몸을 ‘기적’으로 유지하고 저장하면서, 이제 반영구적으로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을.

 “…뭐야, 그녀의 형체로 의지를 구상화한 게 아닌건가?”
 “그럴 리가 있나. …그 육체에 조금 오래 머무르게 됐을 때, 조금 편법을 부렸지.”

 살아있는 인간의 신체라면 조금 더 복잡하고 오래 걸렸겠지만, 죽어있는 육체라 그런지 딱히 복잡한 과정은 필요 없었으며, 이제 이 육체를 되살리는 일만 남았다.

 “물론 다시 살아났다 해도, 이 육신은 나의 것이겠지만.”
 “그녀는… 죽었으니까.”
 “그럼,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다시 오지. 그대가 그리 좋아하는 인간의 꿈도… 내게 재밌으리라 여겨진다면 어디 보관해보게.”

 그렇게 ‘기적’은 손을 흔들며 몽환 세계에서 사라진다.
 …뭐야, 관심이 있었으면서 꿈을 보관하라는 건.

 “결국 자네도, 인간에게 흥미를 가져버린 것이 아닌가.”

 남은 건 백작의 너털웃음 뿐이었다.




AI미스틱입니다.
어비스의 주인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IF나 만들고 앉았군요.
스토리적 스포일러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 있는 정보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곳에서 알려져있는 엔딩에 대한 이야기는 IF세계입니다.
물론, IF가 되는건 해피엔딩일지도 모르지만요.

기계왕 나오고 나니 뭔가 삘받아서 만들어 봤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대부분 다른 차원에서 주워왔으면서 굳이 딱 하나 창조할 것이 있나 싶고요.
그렇다고 딱히 특별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관리하는 차원이 없는 것마냥 쏘다니는 것도 그렇고.
아예 망나니같아서 만들어 봤습니다.

보시다시피 이 기적이라는 친구는 애초에 뭘로 태어난건지 모릅니다.
원래 구축되어 있던 세계에서 태어난 건지, 아니면 미래에 태어날 별이 ‘태어나기를 원해서’ 이 친구가 만들어진건지도 모르죠.
확실한 건 이 친구는 별이라는 절대적인 자연적 생물의 어긋나버린 소원으로 인해 태어난 무언가라는 겁니다.

파워밸런스적인 요소는 꽤 생각했습니다. 물론 D백작을 상처 없이 이긴다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딱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도 말씀드리지 않았고, D백작이 적극적 공세에 취해야만 한다고만 언급했을 뿐입니다.
승패야 뭐 둘이서 치고박고 싸우면 알겠고….
그리고 이 기적이라는 녀석이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조금 간결하게 적어뒀습니다.

간결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래서 어쩌라고’ 같은 식입니다.
살아있고 죽었고, 그게 인간이건 무생물이건 괴물이건 아무 관계 없으며.
설령 죽어도 그게 뭐 어쨋냐는 듯한 식이죠.
사실 태어난 요소부터가 이상한 친구인지라.

뭐, 애초에 도덕적 요소를 바라면 안됩니다. 이런 초월적 존재에게.
우리가 개미를 볼 때 ‘개미다’ 정도의 느낌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딱히 개미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는 데에 누구도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동시에 누구도 그 행위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이니까요.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그럼 IF ‘기적’,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이나 설정 등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캐릭터 설정도 가능합니다.

코로나 일평균 1500명을 뛰어넘은 이 시국에.
모두 건강하시고, 입원하신 분들은 쾌원하시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2024-10-24 23:36: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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