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6화 이름 없는 자

DianBurned 2021-06-03 0

잔해 수집과 정보를 수집하고 돌아와보니, 저 멀리서 정도연 박사가 차트를 찬찬히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 그녀도 나를 봤는지, 차트를 덮으며 다가와 말했다.

"아, 당신이군요. 희망 씨가 수술을 받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어요. 당신과 다른 분들이 설득해주신 덕분이겠죠. 정말 고마워요. 곧바로 수술을 진행하겠어요."

"수술의 성공 확률은 절반 정도라고 하셨죠?"

"네. 이 수술은 위상능력자들도 벅찬 수술이예요. 하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그래요.... 믿고 기다릴게요. 희망이 그 녀석한테 빚이 있으니 꼭 다시 만나야 하니까....잘 부탁드려요."

"네. 최선을 다할게요."

정도연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임시 거점에 돌아와 있던 세 사람과 합류하러 갔다.


******


"희망이의 수술이 시작되려는 모양이군요. 수술 전에 희망이한테 리스트를 보여줬는데요, 결국 자기 진짜 이름을 못 찾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희망이 얼굴이 창백했는데 왜 그랬을까요?"

"긴장해서 그런거겠죠. 수술 전이니까. 우린... 그녀석 수술 잘 되는걸 빌면 돼요."

"아니, 다른 일도 있잖아. 나쁜 놈들 조지는 거."

"....그렇네. 희망이한테 신경쓰고 있었더니 그쪽은 기억에서 미뤄두고 있었네."

"잊을게 따로 있지. 기억력에 문제 있는거 아냐?"

"허어...?"

"두 분, 거기까지 하세요. 두 분 모두 희망 씨를 신경쓰시느냐 예민해 지신건 알겠지만요 싸우려하시면 안 돼죠."

".....그렇네. 미안해. 은하, 루시, 고마워"

"나도 좀 예민해져 있었네요.....미안."

"후훗. 자. 그럼, 화해의 악수요."

루시는 험악해 질 뻔한 분위기의 두 사람의 손을 끌어다 악수를 시켰다. 막상 악수를 하니 서로 미소를 짓.....진 않았고 서로 뭐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루시의 미소를 보며 순순히 악수를 마쳤다.

"자, 여러분. 희망이가 수술하는 동안 저희는 사업을 재개 하도록 하죠. 희망이를 위해서라도....."

"여러분이 그동안 열심히 잔해를 수집해 주신 덕분에 반금련 씨한테 제공할 정보료가 거의 다 모였습니다. 앞으로 한 번 정도만 더 돌아주시면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수고를 좀 해주시죠"

"그렇게 모았는데도 부족해요? 어디서 빼돌린 거 아니예요?"

"아,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제 눈을 보면 아실겁니다!"

"썬글라스라도 벗고 말하신던가...."

"뭐, 아재가 이제와서 우릴 속일 사람도 아니고. 이번 한번만 더 빡세게 돌자고."

"그래. 갔다 오면 수술도 끝나 있으려나....?"

"그렇겠죠? .....갔다오면 조금은 진정되겠죠. 갔다 올게요!"

"이따들 보자."

"기왕 가는거니 열심히 벌어와요들."

은하, 루시, 자온은 각자의 기도와 막연한 불안감을 품고 다른 구역으로 나눠서 간다.



******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있었네. 수술도 벌써 끝나 있겠다..."

차원종 잔해를 한아름 끌어안고 아이들이 머무는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마침 병원 근처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정도연의 모습이 보이자,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보았다.

"아, 돌아오셨군요."

"수술은요? 희망이 녀석 수술, 어떻게 됐나요!?"

제발, 잘 끝났다고 말해줘.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단 말이야.
다시 만나기로 했단 말이야. 내 친구의 수술이.... 잘 끝났다고... 제발 말해줘.

"일단 침착하세요. 다행히... 희망 씨의 수술은 무사히 종료됐어요. 당장 큰 문제는 없는거 같아요.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정말요? 다행이다...."

무사히 끝났다는 말에 긴장이 풀려버렸다. 나, 정말 그 녀석의 수술이 잘 끝나길 바랐나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정도연 씨. 그리고...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러요. 기계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는지,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하니까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거예요."
"죄송하지만 그동안에는 누구도 희망 씨를 만날 수 없어요. 그러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셨으면 해요."

"그래요. 기다리는 건 익숙한 편이니까요."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당신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잠시 시간을 내주셨으면 해요."

"뭐, 지금 급한 건 없으니까요. 뭔가요?"

"예의... 쓰레기섬이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는 저도 전달 받았어요. 친분이 있는 클로저와 닥터가 상황을 설명해줬죠."
"하지만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였어요. 당신이  일부러 자신들의 존재를 감췄기 때문이겠죠."

"....딱히 고의로 그런건 아니지만요."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심문이나 해코지를 하려는건 아니니까요. 희망 씨에게 당신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당신이 나쁜 분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당신이 정규 클로저가 아닌, 미등록 위상능력자인 것도 알고 있죠.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지금이라도 등록을 하겠다고 한다면, 제가 보증을 서드릴 수 있어요. 관계자들에게 말을 잘 해드릴 수도 있고요."

".....미안하지만 제 개인적인 사정상 대답하기 어렵네요."

"그렇다면 하다못해 사정이라도 설명해 주면 안 될까요?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아직은 말하기는 그래요. 지금의 상황이니까, 말하기 더욱 곤란하거든요."

"좋아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마음이 바뀌면 다시 절 찾아와 주세요. 당신이 괜찮다고 할 때까진 그분들... 오세린 요원이나 닥터 캐롤리엘에게 당신의 존재를 말하지 않을께요."

"고마워요. 그래도... 당신을 진심으로 신뢰하게 되면 꼭 먼저 말씀드릴게요."

"그래요. 기다리도록 하죠. 아, 그러고 보면 그들도 미등록 클로저들을 보호 및 관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미래 씨와 김철수 씨...라고 했던 것 같네요. 지금은 신규 클로저가 되기 위한 연수를 받는 중이라고 해요."

"그래요? 그 때 봤던 사람들인가?"

"그들도 섬 출신의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이에요. 얼마 전에, 수상한 사람이 아이들에게 접근했다는 이야길 듣고, 혈안이 돼서 주위를 탐색 중이라고 하더군요."

"수상한 사람이요?"

"섬의 관리자....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

생각치도 못한 단어에 신경이 쭈뼛 솟아났다.

"섬의 관리자? 확실한 겁니까?"

"사실이에요. 분위기가 변한 걸 보니, 역시 당신도 그 사람과 접점이 있는 모양이군요. 어쩌면 아직 이 근처에 그가 있을지 몰라요. 어떤가요? 한 번 탐색해 보시는게?"

"그래야겠어요. 그 망할 놈.... 이번엔 꼭 찢어 발겨주마...! 정도연씨, 희망이 잘 부탁합니다!"

급히 장비를 점검하곤 정도연이 알려준 좌표를 향해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


신논현역 인근, 조용히 주변을 살피며 나아가고 있었다.

"이 부근만 유독 조용하네....뭐야, 저건?"

끼기... 끼기기기긱

벌레처럼 보이는 황록빛의 차원종이 시야에 보였다.
저 차원종, 알고 있어. 분명.... 고향을 지옥으로 바꿔냈던....!

"....메, 메뚜기잖아!? **! 여기도 나오는 곳인가?"

진정하거라, 아가. 침착하고, 자세히 다시 보거라. 저게 메뚜기로 보이느냐?

자온이 패닉에 빠지자, 뷜란트는 그를 진정시키며 다시 메뚜기, 호퍼 타입을 다시 집중해서 관찰시키게 하였다.
실눈을 뜨고 천천히 다시 관찰하더니, 이내 눈을 바로 뜨고 집중해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네. 이제 보니까 다르게 생겼네. 혹시 그 망할 놈인가?"

확인해 볼 거지, 아가?

"당연하지."

평정심을 되찾은 자온은 호퍼 타입을 닮은 갑옷을 입은 누군가의 앞을 가로막았다.

"흠? 네 녀석은 누구지? 전우치의 호출을 받고 나왔더니 묘한 녀석을 만나게 되는군. 혹시 전우치가 보내서 온거냐? 새로운 견습도사인가?"

"도사? 전우치? ......너, 그 환술 쓰는 망할 놈이랑 같은 교단의 광신도구나."

"무례한 놈! 위대한 프로메테우스를 섬기는 우리한테 광신도라니!"

"위대하긴 쥐뿔이. 힘 있는 침략자 놈들이나 섬기고, 힘 없는 이들을 소모품으로나 생각하는 멍청한 것들이 뭐라는 거야?"

"건방지기 짝이 없는 주둥이구나..! 위대한 프로메테우스를 대신해서, 그 주둥이를 불태워주마!"

"그래? 덤벼. 널 털고 정보도 털어주마."

"건방진!"

쿠우우우우웅------


파아아앙! 


콰아아아앙!!!


갑옷을 입은 교인이 팔을 뻗자, 손에서 위상력이 빔처럼 방출되어 자온에게 착탄했다.

"이쪽이거든?"

무수한 빛의 실을 다리에 엮어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한 자온은 무수한 실들을 구현해 다리를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파아앙!! 팡!! 파아앙!!

교인, 견습도사가 위상력 포를 연사했지만, 여유롭게 피하며 접근해 발차기를 휘둘렀다.

"극각!"

카아아아앙!!!  쿠드드득...!

"큿...!"

강화한 발차기에 견습 도사의 몸이 잠시 공중으로 들썩였지만, 갑옷이 충격을 줄여주었는지 빠르게 다시 움직여 자온의 다리를 잡더니 멀리 던져버리며 다시 위상력 포을 쏘아냈다.

"침ㅅ..."

콰광! 쾅! 쾅!


후득.....후드득.......

이번엔 빼도 박도 못하게 위상력 포에 직격 당했다. 자온을 견제해 너무 많은 포격을 쏜 탓에 일어난 먼지 구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에이... 모양 안 나게... 진짜, 그 갑옷 신경 쓰여 죽겠네. 무의식적으로 힘을 잘못 조절해서 공격했잖아."

불평불만하는 소리가 들리며 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왼팔에 갑피를 두르고 왼쪽 눈동자가 역안이 된 자온의 모습이 드러났다. 변한 그의 모습을 확인한 견습도사는 놀라며 캐묻듯이 묻기 시작했다.

"네 놈, 정체가 뭐냐? 우리 교단도 아닌 놈이, 어떻게 세례를 받은 그 녀석들 같은 힘을 쓰는 거냐!?"

"알 필요 없어. 그리고....네놈들과 같은 취급 받는 거, 짜증나거든."


꾸득, 우드드드드득!


"커, 커억!!"

침식의 힘까지 두른 발차기가 견습 도사의 복부에 박혀 들었다. 어지간한 차원종도 으스러 트리는 침식의 힘이 실린 발차기였지만, 견습 도사가 입은 외골격 갑옷이 튼튼한 것인지 정신을 잃지 않은 그는 다급히 후방으로 후퇴했다.

"뭐야, 겨우 이 정도야? 15%밖에 안 되는데. 그 뭐냐....전우치? 그 놈처럼 귀찮은 능력이 아니니까 상대하기 편하긴 하네."

"입 다물어라! 나는 그녀석보다 약하지 않아! 그 녀석은 환술 따위에 의존하는 녀석이다! 나약하고 비겁하기 짝이없지! 그런녀석이 프로메테우스들께 이름을 부여받고... 내게는 아직 이름이 없다니!"

자신을 비교하는 말에 불쾌했는지, 견습도사는 큰 목소리로 짜증을 부렸다.

"나는 곧... 더 위대한 경지에 이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도 이름을 부여 받을 수 있을 거야. 무명의 견습 도사가 아닌, 진짜 도사로서의 이름을 가지게 될 거란 말이다!"

"예, 예. 나중에 실컷 들어줄 테니까, 일단 한 숨 자라."

"입 다물라 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견습 도사는 위상력을 방출시켜 강렬한 돌풍을 일으켰지만, 자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풍을 뚫으며 천천히 견습 도사를 향해 걸어갔다.

삐빅, 삐빅, 삐빅

갑자기 어디선가 기계음이 울렸다.

"칫. 벌써 가동시간이 다 됐나? 부화가 불가능한 돌연변이를 코어로 쓴 덕분에 부작용은 없어졌는데 말이야. 가동 시간이 형편 없이 짧아진 게 문제군."

"조만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내 심기를 거스른 이상, 앞으로 너에게 편히 잠들 날은 없을거다....!"

"도망치려고? 뭐, 나는 뭐 그거 손 놓고 구경할 거 같나 봐? 와라, 첫 번째 칼날."


도망치려는 기색이 보이자 재빨리 초승형 칼날들을 구현해 견습 도사를 향하여 날렸다. 


카강! 카강!! 카가각‐‐‐‐‐ 카가가각! 가각‐‐‐‐


칼날들이 도주하는 견습 도사의 갑옷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칼날들은 갑옷을 뚫진 못했지만, 튕겨져도 다시 외골격에 달려들며 갑피에 꾸준히 갉아내기 시작했다.

"치잇!!!"

위협을 느낀 견습 도사는 급히 추가로 연막을 흩뿌려 아예 시야에 벗어나 버렸다.

"이런.... 많이도 퍼뜨렸네. 이러면 공격하나 마나인데."

앞을 완전히 가린 연막에 보이질 않자, 칼날을 거둬들였다.
연막이 걷히자, 역시나 견습도사는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그러니 항상 말했잖느냐. 끌고 갈 생각이라면 검으로 아예 팔 다리 하나 정도 자르는 게 편하다고. 그리고서 지혈만 잘하면 쉽게 끌고 갈 수 있다 했잖느냐.

미흡한 그의 후처리를 지켜봤던 뷜란트는 한마디 한마디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예, 예. 들었어요, 들었어.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쉽게 생포하는 방법들을 기초부터 다시 알려주마.

싫거든. 끊을 거다, 영감.

어딜 끊느냐. 절대 잊지 않을 정도로 반복해주마. 처음 신경 써야 할 것은....

하아.....

전음의 연결 단절에 실패한 자온은 뷜란트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거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2024-10-24 23:36: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