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3장 8화, 폭풍전야

AI미스틱 2021-06-02 0

 부산 외각 지역에 머물러있는 팀 ‘이자나미’.
 위험성 때문에 관리요원은 물론, 의료요원까지 대동하지 않은 그것은 도대체 무슨 마음가짐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부에 보고할 필요가 존재하는 관리계 요원을 데려오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이 활동이 반역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끝날거야….”

 마치 생명줄이라는 양, 녹색 가스가 뒤덮였던 지역이 푸른 가스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팔이 뼈를 드러내고, 머리없는 파리가 시체를 이끌고 날아다닐 정도로 처참했다. 그리고, 저런 일이 되풀이되기를 막기 위해서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정말 옳은 일인걸까.
 가지기만 할 수 있는 의문만을 되풀이하여 새겨본다.
 하지만, 역시….

 “내겐 이게 옳은 거야.”

 자국민 1억의 목숨을 두고, 무엇을 고민할까.
 그들은 지금 이곳에, 그 대표 중 하나로서 나서있는 것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가진 의문을, 이제 접어 넣어두라는 듯 차가운 빗소리를 가르며 찰박거리는 발소리가 울린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로 포장된 도로를 걷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겪어본 이들이라면 알겠건만, 촉각조차 없다는 듯 무성의하게 걸어 ‘붉은 여우’에게 다가간 작은 소녀, ‘우리엘’이 말했다.

 “이제 움직이지.”

 몸을 옭아매던 기이한 검은 힘을 처리한다고 꽤 오랫동안 쉴 수밖에 없었다.
 특이한 ‘불합리’ 속에 갇힌 ‘정의되지 않은 법칙’. 불합리과 법칙 사이에서 비틀렸던 우리엘이라는 존재는 그 안에서 벗어났으나, 너무 오래 사이에서 비틀려있던 탓에 이 세계의 법칙에서 살짝 벗어나 버렸던 탓이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법칙에 다시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돌아온 지금, 움직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 인간은 둘로 쪼개져서 서로 싸우기 바쁜 모양이었으니, 지키는 쪽은 지키는 쪽 나름대로 힘들 것이며, 나머지 한쪽은 이쪽이 움직이는 대로 끌려오느라 힘들 테니까.
 하지만.

 “그 녀석은 역시 성가셔.”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고, 이상할 정도로 비틀려있는 그 능력은, 어디선가 많이 느껴본 듯한 것이었으며, 또한 공간이라는 능력 자체가 상대하기 까다로웠기 때문에 우리엘로선 그를 상대할 때, 단기 결전일수록 더 좋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팀 이자나미의 실력이 출중한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겠지.’

 유주의 속력과 화력, 하얀의 기술과 센스.
 둘 중 하나를 묶어두는 것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둘 다 상대하는 것은 여우도 벅찰 것이며, 그렇다고 둘을 찢어두자니 한 명을 억제할만한 힘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검은 힘을 가지고 있는 세이지가 이전처럼 일부 팀원을 데리고 전황을 이탈한다면….

 ─아무래도 좋나.

 어차피 언젠가 끝내야 할 일을 조금 더 번거롭고 일찍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을.
 하지만, 그들에게 아군이 생겼다는 것은 그리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올 것이라면 나머지는 활동 불가로 만들건 뭘 어떻게 발을 묶어두건 해야 했을 텐데, 마치 도망치듯 날아온 것에 대해서는 총장에게 실망이 꽤 컸다.

 “어쩔 수 없나.”

 계약이라도 허점은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엘이 해야 할 일은, 그 거래가 끝날 때까지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뭐, 그쪽 안전은 알아서 하겠지.

 “자, 출격할 시간이야.”

 ─일어나라, 여우들아.


*   *   *


 “…위상력 고형화?”
 “보통의 위상력은 고체 물질의 특성을 띄지 않아요. 대부분 파동이나 빛, 열의 형상, 혹은 염동력 등의 특이 현상을 일으키죠.”

 그리고 그런 위상력을 고체 형상으로 고정하기 위해 벌처스에서 연구한 게 바로 이 ‘위상력 고형화’라는 거죠.

 “수천억대를 상회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가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프로토타입. 다시 말해 시제품조차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요. …불안정한 무기라는 거죠.”

 ─전장 78cm에 육박하는 길이와 위상력을 크게 증폭시키는 증폭 기관이 들어있고, 그런 증폭 기관을 스쳐 지나가게 만들어진 총구.
 관통을 담당하는 탄환은 위상력 고형화를 통한 ‘완전위상탄’.

 “위상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탄환이라는 거죠. 평범한 탄환에 위상력을 두른다거나 위상관통탄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 나올 거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었죠.”

 하지만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탄환을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위상력을 가진 위상능력자였으니, 아직 시험조차 채 끝나지 않은 프로토타입인 이 무기는 자료가 모자라 지금까지도 선별에 애를 먹고 있다.

 “그래서?”
 “제가 이 무기와 관련해서 유주 요원님께 부탁드릴 건 단 하나밖에 없어요. …이 무기의 성능과 데이터를 누적시키는 것뿐이에요. …부산도, 지켜주시고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총은….

 “사실, 이 무기를 공수해오긴 했지만, 정말 이런 무기를 드려도 될까 싶기도 하고요.”

 ─초전자 관통포….

 “레일건, No.7….”

 무식하게 방대한 양의 위상력을 필요로 하나, 모듈 넘버 666과는 다르게 인간을 죽이는 기능이 없기에 생산 자체는 허가되어 있다.
 한 발에 담기는 위상력이 보통의 위상능력자가 감당하지 못해 보조용 위상증폭기가 필요하며, 단일 개체가 백업 없이 사용했다는 정보가 없어, 전쟁 이후 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여겨졌던 무기.

 ‘레일건 No.7…’

 “…흉성凶星, ‘레드스타’.”

 이후 개조에 개조를 거듭해, 내구성을 높여 연거푸 재사용이 가능하게 했으며, 총신이 녹아내리는 경우를 줄였고, 총 자체에 소형 위상증폭기를 단, 현재는 몇몇 위상능력자가 실전에서 쓰고 있는 무기.
 램스키퍼의 앞을 딴 듯, 잎이 벌려져있는 총구와, 괴물을 닮은 총신.

 “탄환은 전력만 있으면 발생되는 ‘전자탄’. 하지만 요원님의 자료에 따르면….”

 ─단순한 탄환이 아닌, 번개줄기가 날아가겠죠.

 “그래서 망설였습니다. 아무리 무기라고 해도, 도심에서 큰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요원님이 임의로 위력을 증감할 수 있겠지만….”
 “최대한 안 쓸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문제가 될 정도로 방전할 생각은 없으니까.
 무기를 받아든 유주는, 금새 내려온 출격 요청에 따라 전장을 한 발자국 내디뎠다.

 푸른 전뇌가 빗발치는 마천루의 옥상 위.
 인간을 벗어난 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그 위에서 푸른 전기와 자색의 불길이 일었다.
 전장을 누비는 귀신처럼, 옥상과 옥상을 거닐며 뛰어다니는 그들의 빛은 아침에도 밤에도 그칠 줄을 몰랐으니, 지금 현재 부산이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주는 듯싶었다.
 그리고.

 “…정말, 많기도 하군.”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원종만으로는 무리라는 것을 알게 된걸까. 인간을 방패로 내세우는 그 치졸함에는 인간의 사악함을 많이 들여다보았던 유주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무기나 방어구가 좋으면 뭣하리.
 이쪽은 그런 것 없이도 그만한 위력을 낼 수 있는 인간인 것을.

 “일곱 명 정도인가. 데리고 가기엔 조금 많나?”
 “…상관… 없어….”

 어쩐지 이전 결전 후로 급작스레 말이 없어진 하얀이 네 명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그런 하얀이 어딘가 달라졌다는 것을 인지한 유주였건만, 마음 내킬 때가 되면, 어련히 알려주겠지. 라고 생각하며 남은 세 명을 들어 올렸다.

 이내 거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상당히 많은 전투 데이터가 쌓였는지 데이터 파일을 보고 고민하는 김도윤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오셨군요, 요원님.”
 “…저건 누구지?”

 그의 곁에 있는, 눈에 띌 정도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을 가리키니, 그 손가락을 따라본 앨리스가 답했다.

 “장미숙 요원님이십니다. …뭐랄까,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질 수 있겠습니다만….”
 “적인지 아군인지만 알려주면 돼.”
 “아군입니다. …지금은요.”

 지금은 아군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기울이니, 나중에 자세한 것을 알려주겠다고 답한 앨리스가 다음 구역의 출격을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은 유주가 하얀을 이끌고 출발했다.
 차원종의 처리, 언터처블의 추적, 그리고 차원종의 처리, 처리, 처리.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부산 전역을 돌아다니며 차원종을 쓸어담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유주가 광역범위임과 동시에 핀포인트 저격이 가능해, 다른 클로저의 피로도가 덜하다는 것 뿐.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큰 문제가 벌어졌다.

 “나타의 일반인 폭행 사건?”
 “네, 자의는 아니었지만….”

 다른 구역에 출격 되어 있던 시간대에, 언터처블이라 생각한 검은 아머를 입은 이와 조우, 격전을 펼쳤는데 결국 안에 있던 것은 일반인이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조금 어색한 점이 있군….”

 어째서인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터처블에게 있어서 아머는 생명줄이었다. 자신의 도주에 관련된 최고의 도구이자, 방어구이기도 했다. 시민으로 변장하여 거리에 섞여 있겠지만, 아무래도 꺼림칙한 것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일반인에게 아머를 입히고, 그걸 또 차원종 사이에 집어넣는다. 좋건 싫건 본인은 차원종에게 발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물며 아머를 입었다고 한들 일반인이 차원종의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면 계획마저 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은 현실이었다. 나타가 일반인을 폭행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일반인들이 클로저를 더욱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큰일이군.”

 클로저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 그건 부산 시장인 민수호도 다를 바 없다. 결국, 이건 자신들에 대한 행동 억제…겠지.

 ‘낚인 건가.’

 낚시에 꼼짝없이 걸려든 대어라….
 자신이 그곳에 없었다는 게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였다. …차라리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면, 나타 요원의 일시적인 억압 요소가 될 수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논란은 불씨가 되어 부산 전역을 휩쓸었고, 유주를 포함한 요원들은 이전의 배가 되는 숫자를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어비스와의 공동 전선이라도 만든 것인지, 어비스가 나타날 땐 차원종이 잠잠했고 차원종이 나타날땐 어비스가 잠잠했다. …서로 견제하는 세력 구도였다면, 이제는 아예 시민까지 가세해서 4:1로 두들겨 패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 시장 민수호가 그렇게나 바보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영상의 어색한 점을 짚어낸 그는 도리어 클로저인 세 팀에게 사과를 했다고 하며, 오히려 언터처블을 잡을 이유가 더 늘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출격 도중 몇가지 변화한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건… 우리가 통상적으로 봐왔던 마스테마와는 전혀 다른 개체에요.”
 “무슨 소리지? 종족 자체가… 다르다는 건가?”

 사냥터지기 팀의 관리요원, 김재리가 몇몇 특경대에게 들어있던 마스테마의 성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점이었다.

 “아뇨, 종족은 비슷해요. 하지만 뭔가 다른 거에요. …변이, 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특이해요.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했기에 여태껏 위상력 쪽으로 접근했었는데 이건… 위상력조차 통용되지 않는 쪽이에요.”
 “…….”

 재리의 연구가 맞는다면, 지금 있는 마스테마는 이론상 절대 빼낼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완벽한 생물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기생종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더라도, 기생종을 뛰어넘어 그 기생영역을 침투할 수 있는 약점이 있기 마련. 이건…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점이었다.

 “저는 계속해서 연구해볼게요. 지금, 이 마스테마는 위상능력자에게조차 통용될 정도로 위협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이걸 해석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될 거에요.”
 “제가 도울게요. …괜찮죠? 재리 요원님.”

 마나가 손을 들며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밝히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재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나의 실력이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

 “요원님들은 다른 특경대분들을 더 빨리 모셔와주세요. …지금도, 위태로운 분들이 꽤 많을테니까요.”
 “알겠어.”

 그렇게, 이번에는 신종 마스테마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또 고생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한 점이 있다면 한 가지뿐이겠지.

 ─장미숙 요원의 폭주….


*   *   *


 “정말 그거면 되겠어?”
 “그래, 그거면 돼. …이번에 만들어준 신형 마스테마… 아니, 이번에 탄생한 마스테마를 이용하기만 하면, 너희는 최고의 전력을 얻을 수도 있을 거야.”
 “최고의 전력이라. 어느 정도로?”
 변조된 목소리의 질문에, 가냘픈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태껏 너희가 가져본 적 없는… 커다란 힘.”

 ─아마 힘의 크기만 따지면 군단장에게조차 다가설 수 있을 정도로.

 소녀의 말에 휘파람을 불어낸 변조된 목소리, 언터처블은 줌인 카메라로 대상을 확인하더니 숨을 쓰읍 들이키고선 말했다.

 “가능할까? …장미숙 녀석은 빈틈이 많아서 좋았는데, 저건….”

 접근조차도 용이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을 흐리니, 소녀의 형상을 한 ‘천사’가 답했다.

 “인간에게는 약하니까. …알아서 처리해. 내가 너희를 도와준 만큼… 너희도 내게 줘야만 할거야.”
 “알겠어, 알겠어. …천사라느니 뭐라느니 울부짖더니, 이게 어딜 봐서 천사인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전쟁광에게 듣고 싶지 않아.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너 따위보다야.”

 비꼬듯이 알겠다며 답한 언터처블이 ‘STELTH’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그곳에 남은 것은 한때 ‘천사’였지만, 모든 날개를 잃어버린. 이제는 떨어진 천사가 된 ‘우리엘’ 뿐이었다.

 “…그래.”

 이런 망가진 세상이고, 이런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면…. 차라리 이딴 세상따위 없애버리고, 우리만 행복해지면 되는거야.
 그래, 이런 두렵고 무서운 세상따위….

 “차라리 없어져 버리는 게 나아.”

 저 멀리, 불빛이 반짝이는 부산을 한 손에 쥐어본다.
 한때 이 손으로 도시마저 지워버릴 만큼 커다란 힘을 가졌건만, 이제는 날개마저 잃어버려 손에 잡히는 것은 그저 허망한 공기뿐. 손을 풀어내니 바람이 그사이를 쌩 지나가 버린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언터처블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총장과의 거래가 모두 끝난다면 이제 이 세상과는 작별. …그들과는 새롭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고, 셋이서 행복해지면 되는 것이다.
 혼탁해진 금색은 새까만 욕망으로 가득 차, 이제는 뭐가 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공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의 의식을 빼앗고, 심하면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어둠을 내포한 그녀는 프레이 아델 로가 들어가있던 연구실에 들어가, 그와 만났다.

 “…진행 상황은 어떻지? 그릇은?”
 “그릇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진행 상황이 영 좋지 않습니다. 어느 누군가가 이 현상에 대해 저항하고 있어요.”

 ─검은 위상력 추출.
 네 명의 위상력을 한곳으로 모으는 이 작업은, 인간의 생명력마저 위상력으로 치환해버릴 정도로 위험한 작용이었기에 실제로 아이들의 키는 크고있어도, 몸무게는 2년 전보다 오히려 적어진 상황이었다.

 “한계까지 추출하고 있는데, 한 사람분이 제대로 메꿔지지 않았어요.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릇의 완성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장난치지 마.”

 콰직!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머리 옆의 벽이 완전히 부서져 그 너머가 드러났다.
 단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임의의 가정을 말했을 뿐인데도 이 정도의 살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네 명의 위상력이 모두 같은 1인분의 형태로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면… 그릇은 완성될 수 없습니다.”

 원래 하나였던 ‘기적’은, 세이지를 포함한 다섯의 힘으로 쪼개져 흩어졌다.
 세이지의 것은 회수하여, 이제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껍데기뿐인 검은 위상력이었지만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니, ‘검은 위상력’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이질적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적’은 달랐다.
 5개로 나누어진 것이 온전히 하나로 합쳐지지 않으면, 기적은 탄생하지 않는다. 즉, 5명 개인이 한 명분의 위상력을 쏟아내지 않는 이상, 이 프로젝트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다.

 “…역시, 2분대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 않으면 안 되겠군요.”
 “…무슨….”

 2분대를 잘 아는 사람들. 그것은 아마 같은 하늘새….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하늘새 1분대, 혹은… 현단아에게서 하늘새 2분대에 관한 자료를 얻어와 주십시오. …리-르 앙골라의 개인 자료여도 좋습니다.”
 “네놈…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거냐?”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위치는 명확히 ‘갑’에 있다는 것을.

 “이 연구, 제가 아니면 완성하지 못할 텐데요.”

 움찔, 피어의 손끝이 흔들렸다.
 확실히 이 연구는 그가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 파일로부터 시작된 것. 그의 능력 없이 완성되기란 힘들었다. 그리고 또한, 지금 완성에 가장 가까운 것 역시 프레이 아델 로….

 “쓰레기가.”
 “뭐라고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한 것이니까요.
 프레이 아델 로의 말에, 끝내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린 피어가 말했다.

 “그래, 네놈의 광대놀음에 조금이라도 놀아주지. 하지만 잘 알아둬라. …네가 하는 일이, 모두 인류를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너희 인간은 항상 오류를 범한다. 자신이 하는 행위의 근본이 인간을 위하는 것에 있다면, 자신이 하는 행동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그 오만함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죄악이 인간을 옭아매고 목조이는 행동임을 너희는 모르고 있지. 참으로 어리석게도.

 “원한다면 가져다주마. …가능하다면 말이지.”
 “네, 부탁드립니다.”

 프레이 아델 로의 요구에 응하기로 한 피어는, 이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세이지였나… 그 녀석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닌가? 저 꼬마들의 목숨을 붙잡고 있다면 다루기 쉬울 텐데.”
 “그건… 안됩니다.”

 세이지는 하늘새 2분대 아이들을 위해 이미 많은 희생을 하고 있었다. 이 이상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면….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무서운 건가? …한심하긴.”

 피식, 웃으며 그를 비하한 피어를 바라본 프레이 아델 로는, 문득 든 생각에 섣불리 말문을 열었다.

 “오늘따라 말이 많으시군요.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

 그리 묻자, 급작스레 말이 없어진 피어는, 더는 묻지 말라는 듯 발을 한 차례 휘둘렀다.
 프레이 아델 로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발은, 저 너머에 있던 시계를 반쪽 내버린 채 지면을 걷기 시작했다.
 시계의 잘려나간 단면은 매끄럽기 그지없어, 발톱이라기보다는 단분자 칼날에 베인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은 지난다.
 언터처블, 어비스의 주인, 차원종, 부산 특경대, 클로저, 그리고… 인간.
 수많은 세력이 한데 모여 이루어진 혼돈의 전장 속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은 언제나 강자였으니, 지금 이 전장에서 선택권을,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면.

 ─부산에 체류한 네 팀의 클로저들은, 전멸을 면치 못하리라.



 네, AI미스틱입니다.

 ‘4월 30일, 행복이 오늘에 가득 차기를’, 슬비 생일 이후 1개월하고도 3일.
 어비스의 주인 3장 7화, 고통 편으로부터 1개월하고도 13일만에 다시 뵙습니다.
 그간 무엇을 했느냐면… …네, 종강이 너무 그립습니다. 그저 그것 뿐입니다.

 사실 대학 생활이라는 건 핑계기도 합니다. 힘들고 어렵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연재하시는 분들은 많이 계시니까요.
 하지만 언제나 도피처는 필요하기에….

 진짜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작성하고 있는 문서가 약 두 개 있습니다.
 두 개 모두 클로저스와는 무관하고요, 오롯이 제 관심과 흥미로 시작된 것이 지금은 아주 많이, 이야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1달동안 시간을 으적으적 씹어먹었으면 그만큼 구축돼야 하겠지만요.

 어쨋튼, 이번 3장 8화 ‘폭풍전야’.
 말 그대로 폭풍 전개를 이었습니다만… 유주에게 주어진 무기 ‘레드스타’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언젠가 알게 되겠죠.
 인간의 두 세력, 어비스, 차원종. 네 개 세력이 충돌하기 직전의 상황.
 이만큼이나 폭풍전야라는 이름이 걸맞은 상황이 어디 있을까요.
 언터처블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어비스가 어떻게 활동하느냐.
 총장 측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 하늘새를 비롯한 부산 일행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어우러지느냐에 따라서, 이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하게 흘러갈지.

 사실상 이 부산 사태가 가장 중요한 절정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부산 사태에 대해서 가장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동안 손을 놓아버리고 다른 작품으로 도망치는 최악의 선택지를 택하고 말았죠.
 그래도… 결말까지 달리겠다고 한 이상,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럼, 3장 8화 ‘폭풍전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접하기 그지없는 글솜씨,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충고나 비판,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번 2021년 6월 여름, 더위가 한창일텐데 이 작품 보시는 모든 분들, 부디 건강하시길 바라며.
 물러가겠습니다.

 저자 AI미스틱 올림.
2024-10-24 23:36: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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