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22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5-28 0


다스 군단 지휘관이 이름없는 군단과 싸우는 걸 본 트레이너는 자기가 운명을 바꾸긴 바꾸었다고 판단했다. 티나의 목숨을 노린 인간형 차원종 파이몬을 쓰러뜨린 덕에 다스 군단이 이름 없는 군단과 대적할 수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눈앞에서 강자들이 싸우는 걸 보니 궁금해 지는 게 있다.


파이몬이 그렇게 위협적이었나?


힘겹게 쓰러뜨리긴 해도 차원종 군단 하나를 위협할 수준으로 안 느껴졌다. 이유는 차츰 알아가면 되는 일. 트레이너는 멍하니 있는 울프팩 팀을 지나쳐 곧바로 위상력을 발현했다.


"교관!"


교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울프팩 팀원이 동시에 외쳤다. 트레이너는 두 차원종이 치열하게 싸우는 현장에 뛰어들었고, 푸른 위상력이 담긴 주먹을 이용해 더스트를 공격했다.


"큭, 이 벌레 같은 인간이 어디서 끼어드는, 큭!"


더스트는 레이스 공격을 피해 거리를 벌렸다. 다스 군단의 지휘관은 트레이너가 갑자기 끼어드는 걸 보며 의아해하다가 문득 보고받은 일을 떠올렸다. 태평양에서 군단이 지닌 전쟁병기를 박살낸 장본인.


"무슨 꿍꿍이냐? 인간."


"다스 군단의 지휘관. 너에게 할 말이 있다. 함께 이름없는 군단을 쓰러뜨리는 데 협력하지 않겠나?"


"무슨 농담하는 거냐? 하찮은 인간따위와 손을 잡으라고? 가소롭군."


서로 적대 관계에 있는데 갑자기 손을 잡자고 말하는 건 누구라도 황당할 일. 트레이너는 최근, 다스 군단 병기를 하나 파괴한 장본인이기에 더더욱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레이스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누었지만, 트레이너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답했다.


"이름없는 군단에 속한 파이몬이라는 군단장을 아나?"


"파이몬이라고? 그게 너희 인간들과 무슨 상관이냐?"

"내가 그 파이몬을 쓰러뜨렸다면?"

 트레이너의 말을 들은 레이스의 눈이 커졌다. 다스 종족을 멸망시킬 뻔했던 이름없는 군단장 파이몬이 인간의 손에 쓰러졌다. 더스트 만큼 강한 군단장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위협이 된 차원종.

"지금 농담하는 거냐? 군단장이 인간의 손에 쓰러졌다고? 확실히 저기 있는 군단장 참모만큼이나 강한 건 아니었지만."

"뭐야? 너희들. 나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거리를 벌린 더스트가 다가왔다. 트레이너는 대기하던 울프팩 요원들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콰쾅!

"얘기를 계속하지."

 울프팩 팀이 더스트와 싸우는 동안 트레이너는 레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검을 거둔 그는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확실히 파이몬 군단장이 인간과 싸우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 그 덕분에 우리 종족은 멸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 설마 너같은 인간의 손에 쓰러졌을 줄이야."

"차원종 레이스. 난 너희 종족의 은인이나 다름없다. 은혜를 입었으면 받아야하는 게 도리인 게 인간의 법이지."

"나더러 인간의 방식에 따르라는 것이냐?"

 트레이너의 말을 들은 레이스는 다시 발끈했다. 인간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단지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그들 방식을 따르는 건 맘에 안들었으니까. 트레이너는 피식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래를 하나 하지. 너희 군단을 위협하는 이름없는 군단에 대해서는 내가 너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너희들을 도와주도록 하지. 그 대신에, 너희도 내게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이름없는 군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지금 내 대원들이 싸우고 있는 저 차원종은 불사속성을 가진 군단장 참모다. 총사령관 아자젤 밑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간형 차원종이지. 전투력만큼이나 교활한 지능을 가진 녀석이라 너희가 상대하기 까다로울 거다."

 레이스는 자기가 몰랐던 이름없는 군단에 대한 정보를 폭로하는 트레이너를 잠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총사령관이 누군지 모른 채 이름없는 군단과 싸웠다. 군단장이었던 파이몬은 참모급 정도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다스 군단을 위협하는 강한 적. 그걸 제거한 게 바로 트레이너였다.

"너도 싸우면서 깨달았을 거다. 저 차원종은 불사 속성이 있다는 걸. 어떻게 할 거냐? 이름없는 군단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 나와 거래를 할 거냐? 아니면 적을 늘려서 동족의 희생을 늘릴 거냐?"

 트레이너가 손을 내밀며 물었다. 레이스는 도끼눈으로 그를 경계했다. 인간은 군단의 적. 단 한 번도 그들과 손을 잡는 걸 원한 적 없다. 차원종만 보면 공격하려고 하는 야만적인 종족이라고 여기던 레이스에게는 충격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군. 인간이 내게 손을 내밀다니."

"잘 생각해봐라. 차원종. 두 종족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보다는 한 종족씩 상대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결정해라. 나와 거래를 하면서 이름없는 군단을 섬멸하는 데 앞장설 테냐? 아니면 나를 적으로 두면서 저들의 정보를 얻을 기회를 놓칠 것이냐?"

 과거로 돌아온 트레이너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름없는 군단 정보가 다 들어있는 거나 다름없다. 방금 총사령관 아자젤의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의심할 여지는 없다. 더스트가 불사 속성이라는 건 이미 싸우면서 짐작한 일이었고.

"좋다. 그럼 네놈이 저들의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에 뭘 해주기를 바라느냐?"

"우선 더스트를 쓰러뜨려서 조종당하는 내 대원을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식은 죽 먹기지."

 레이스는 피식 웃으며 트레이너를 지나쳐 혼란스러워하는 준혁의 앞에 다가가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준혁의 비명을 들은 지나 그레이스는 깜짝 놀라며 창을 들고 레이스에게 달려오지만, 트레이너가 그녀 앞을 막았다.

"교관님. 왜 막는 겁니까?"

"진정해라. 지나 그레이스. 저 한심한 녀석을 구해주는 거니까."

 지나 그레이스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교관이 준혁을 구하는 걸 차원종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차원종이 인류의 적이라고 알려진 이 상황에 클로저를 가르친 교관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콜록, 콜록."

 준혁은 기침을 하면서 자리에서 원래 눈동자 색으로 돌아왔다. 가장 먼저 보인 건 처음 보는 차원종이었다.

"차원종!"

"진정해라. 전준혁. 그 녀석이 널 구해준 거다."

"네? 차원종이 저를요?"

 준혁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더스트에게 당한 걸 마지막으로 기억하는데 잠들어있다가 깨어나고 나서 듣게 된 게 차원종이 자기를 구해줬다는 것.

"착각하지 마라.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아니니까. 너와 참모를 잇는 연결고리를 끊었다. 군단이여! 지금부터 참모를 집중 공격한다."

"오오오!"

 멀리서 지켜봤던 다스 군단이 지휘관 명을 받아 더스트를 집중 공격했다. 트레이너는 울프팩 팀에게 물러나라고 명령했다. 더스트는 예상못한 상황에 당황해하며 검은 선풍을 날렸다.

"이런 교활한 놈들! 저런 버러지 같은 인간과 손을 잡아?"

"착각하지 말고 죽어라! 참모장!"

"흥! 한번 해보던가? 날 죽일 수 있다면."

 더스트와 레이스가 또 한 번 접전을 벌였다. 울프팩 팀 전원을 상대로 체력이 조금 빠진 상황이라 힘겨워했다. 트레이너 앞에 돌아온 울프팩 요원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드러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죠?"

"차원종이랑 손을 잡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교관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모범을 안 보여서야 되겠어요? 자기가 가르친 클로저들에게 차원종과 싸우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자기가 차원종과 손을 잡다니."

 지수가 마지막으로 불만을 얘기했지만, 트레이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단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준혁을 구할 다른 방법이 있었나? 만약 더스트가 저 녀석을 인질로 삼았다면?"

 아무도 답변하지 못했다. 조종당하고 있는 팀원을 두고 어떻게 공격할 수 있을까? 그런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 교관에게 반발하던 지수도 이번만큼은 할 말이 없다. 자기가 가진 힘이 강력한 나머지 주변 피해를 야기하는 일이 많으니까. 트레이너는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차원종과 손을 잡는 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맘바와 손을 잡다보니 얻는 이익도 있었다. 그리고 레비아라는 차원종을 통해 모든 차원종이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 아프잖아! 안 그래도 저기 있는 성가신 여자와 싸우느라 힘을 다 썼는데."

"그럼 계속 고통받게 해주겠다."

 더스트는 상황이 불리함을 직감하며 검은 선풍을 주변에 흩뿌렸다. 레이스는 그걸 무시하고 들어가 더스트를 베려고 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쳇. 도망갔군."

 레이스는 혀를 차며 트레이너 일행을 바라보았다. 다스 군단 한 마리가 와서 공격하냐고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 인간은 적이지만, 우리 종족의 위협을 없애준 녀석이다. 저 인간만큼은 건드리지 마라. 이름없는 군단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니까."

"지휘관 레이스. 우리와 손을 잡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어디까지나 거래에 응하면 되는 일이니까."

"이름없는 군단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알려줄 수 있겠나?"

"그걸 알려줄 때마다 내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할 것이다. 지금은 요구사항이 없으니 다음에 만날 때 잘 부탁하도록 하지."

"좋다."

 레이스는 짧게 답변한 뒤에 부하들과 함께 차원문 안으로 사라졌다. 울프팩 요원은 전부 트레이너를 말 없이 쳐다봤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철수한다."

To Be Continued......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최근들어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위협되어 지금까지 연재를 계속 미루고 또 미루었습니다. 바쁜 사회일 때문에 몇몇 작품은 포기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 작품만큼은 끝까지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4-10-24 23:36: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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