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3화 흔적

DianBurned 2021-04-25 0

"자,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을 시작합시다. 두 분, 핸드폰은 반금련씨에게 받으셨죠?"

"그 휴대폰 빚 때문에 열심히 삽질 중인데 말이죠..."

"자온 씨도 그러고 계셨군요... 저도 대금 마련하려고 한참 뛰어다녔어요."

반금련에게서 받아든 휴대폰을 꺼내 보이며 자그만 불평이 오고 갔다.

"대금 마련하시느냐 수고하십니다. 예전의 저라면 금방 준비해드렸을 텐데 말이죠... 루시 양과 자온 씨가 대금 마련하시는 동안 저와 은하 씨는 1차로 예배시설의 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꽝이더군요.. 증거를 인멸하려고 불을 질렀는지 다 타버렸더군요."

"우울해지는 이야기네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그래. 그딴 시설이 하나는 아닐 테니까요."

"맞습니다. 제가 들은 예배 시설 위치는 몇 군데 더 있으니까요."

"그럼 또 불지르고 튀기 전에 얼른 가봐요. 다음 시설은 어디예요?"

"네, 다음 위치는 차원전쟁 시절에 파괴되어 있던 쇼핑몰입니다."

"특경대나 클로저들이 가끔씩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걸 제외하면 완벽하게 출입이 봉쇄된 지역이지만.... 비밀 문을 통해 만든 예배당이라 훈련 중인 클로저나 특경대 대원들도 눈치 못 챈 곳인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유니온이나 특경대 내부에도 내통자가 있을 거 같군요."

"내통자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한속통이였거나."

"그 부분은...조사를 좀 더 해보면 알게 되겠죠. 그럼 예배당은 제가 들어갈 테니 차원종 유인,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재가 직접 들어간다고? 위험하지 않겠어?"

"핫핫, 걱정하실거 없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몰래 들어간 적이 있던 곳이거든요. 그 때는 참 좋았는데.....에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현재와 미래를 보면서 가야지, 과거에만 집착하면 더 힘들어요. 자, 힘내자고요, 아재."

"하핫...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시작해 주세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며 먼저 쇼핑몰로 진입하였다. 
위상능력자 셋이 난동을 피우니 차원종들이 몰려왔지만, 수월하게 처치한 후 거점으로 복귀했다.


********



"어서 오십시오. 저도 막 돌아온 참입니다."

"이번엔 뭐 좀 나왔어요, 아저씨?"

"네. 쇼핑몰이 특경대나 클로저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 그런지 불을 질러 증거 인멸은 못했더군요. 물론 중요한 서류나 컴퓨터는 전부 파기하고 튄 거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걸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하드디스크를요."

"겉만 보면 심하게 망가진 걸로 보이지만.... 제 손에 걸리면 이정돈 간단하죠. 핫핫.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데이터를 복구할 테니."

심하게 훼손되어 보이는 하드디스크를 능숙히 분해해 보이더니, 여러 부품을 다시 조립하고 연결하며 분석을 시작했다.

"어디보자......흠. 허어....오호!"

이내 곧 분석이 끝난 파일의 내용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꽤 유용한 정보입니다! 이 예배 시설에서 거둬들인 헌금 납부자의 데이터가 하드에 들어있었습니다! 지불한 사람의 이름, 직업, 핸드폰 번호까지 있습니다."
"이걸로 저희는 종교단체의 신도의 정보를 입수한 거죠. 신도들을 찾아 심문하면 교단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순순히 불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요.."

"걱정 마요. 입이 무거운 사람을 수다스럽게 만드는거, 내 특기니까."

은하의 눈빛이 사냥감을 노리는 매마냥 날카롭게 변했다.

"으, 은하 씨의 눈이 또 무섭게 변했어요. 믿음직스럽지만, 가끔씩은 좀 무서워지신단 말이요..."

"나도 저 눈빛에 당한 기억이 있어서 생각만 하면.....어후."

약간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루시와 자온 살짝 몸을 떨었다. 한기남도 살짝 쫄은 듯 보였지만, 가볍게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일단 명단의 사람들을 은밀히 수소문하죠. 여러분은 세 번째 예배시설 쪽으로 먼저 가서 차원종을 처치해 주세요. 그곳은 특히나 차원종이 많은 곳이거든요."

"어디길래 그래요?"

"봉쇄구역....구로입니다. 차원종이 많은 곳이니 여러번 걸쳐서 처치 후 진입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이 조금 고생해주세요."

"그렇다는데, 일단은 나눠서 처치하죠."

"그럼 저는 이쪽 방면의 마물들을 맡을께요."

"그러면 난 이쪽으로 가는 게 좋겠네. 처리하고 다시 모이자고."

"그럼, 이따들 봐요."

"다치지 말고 다녀와요!"

세 사람은 흩어져 차원종 처리를 하러 구로를 향했다.

으음... 오케이, 이상없고.

구로를 향해 가려다 잠시 장비를 확인하고 이동하려는 도중,

"안녕? 많이 바쁜가봐?"

반금련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일하면서 빚 갚으려니 말이죠."

"그 정도면 싸게 해준거거든. 아, 그리고 휴대폰 이제 개통해 놨으니까 통화 같은 거 다 돼. 이상한 결제 많이 하지 마라?"

"그런 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안 해요. .....됐다. 그럼 다시 일하러..."

"야, 잠깐 가기 전에 얘기 좀 하자."

나가려는 자온을 불러세웠다.

"뭐를요?"

"미안한데 네 행색이나 행동이 독특하다보니 호기심이 생겼거든. 그래서 네 뒤를 좀 캐봤어."

"풋. 캐봐도 소용 없었을 걸요? 나는 이 곳 자체에 존재하질 않았었으니까요."

뒤를 캤다는 말을 당당하게 해 조금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되려 살짝 비웃으며 말했다.

"아, 그건 인정. 자온이라는 사람 자체는 아무리 캐봐도 못 찾겠더라? 죽은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런데 우연히 정보 제공자 중 하나가 활을 본 적 있다고 해서 그 방면으로 캐봤지."

세 줄의 활시위를 걸 수 있는 자온의 독특한 활을 가르키며 이어 말했다.

"금방 정보가 나오더라. 클로저 이매, 비운이 쓰던 활이랑 똑같다고."

한 클로저의 이름을 듣자마자 자온의 표정이 굳었다.

"클로저 비운. 붉은 두루마기를 걸치고 이매 탈을 쓰고 다니는 걸로 유명했던 클로저라지? 거기에 기물 파손률 0%에 가까운, 차원종만 정확히 노리는 신들린 활기술 때문에 시민들이 붙여준 별명은 신궁 이매. 게다가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팬덤도 제법 있던 유망주였다더라."

"10년 전 차원종의 습격으로 사망하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유명무실한 클로저가 되었을꺼라고 가끔 추모 영상도 돈다고 하고."

"그리고 비운에겐 나이 차 나는 어린 동생이 있었다더라. 그 동생은 비운이 사망한 이후로 지금까지 생사불명이라고 하고 이름이 비..."



후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거기까지 하시죠, 반금련씨. 그 이상 말하신다면.....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구현한 박도의 서슬퍼런 날이 반금련의 목을 닿을락말락한 거리를 두었다.

자온은 눈에 띄게 격앙한 채 살기를 거침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금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자신의 목에 들어온 박도를 살짝 밀어내면서 이어 말했다.

"워, 워. 진정해. 이걸로 뭐 협박하거나 시비걸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궁금한게 좀 있어서 말이지."

"정보 제공자는 비운의 사망에는 의문점이 몇 가지 있다고 했어. 궁사지만 근접전도 완벽히 대응하던 클로저가 얼마되지도 않던 차원종의 습격으로 사망했다는거. 지역 외곽이라고 해도 위상력 억제기 가동 중인 곳에 차원종들이, 그것도 정확히 그가 거주하던 곳으로 노려서 공격한 것."
"그리고..... 유니온에서 그의 사망 확정을 너무 빨리 확정 지었던 것. 아무리 처리 과정을 간략화한다 해도 시신이나 사망한 흔적이 남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마치 비운의 흔적을 빠르게 지우려고 했달까? "

"아무리 그 이상을 캐낼려 해도 제공자들도 이 이상은 더 못 찾았다고 해서 물어보고 싶어. 비운이 사망하던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한시도 잊은 적은 없지만, 그 날의 기억이 더욱 생생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불타버리는 집.

나를 내려보는 차가운 눈빛들.

귓가에 여전히 생생히 들려오는 차원종의 괴성.

그 괴성 속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광신도들의 기도문.

멈출 줄 모르는 뜨거운 눈물로 데워도, 식어만 가는 형님의 온기.

불타버린 그날의 감정이 마음을 어지럽혀 들었다.

빠득...빠득....빠드득.....

부서질 것만 같이 이를 악물며 반금련을 노려보다가,

".......후우..."

마음을 가라앉이고, 검의 구현을 해제시켰다.

"알려드리죠. 그 전에 여기 없는 세 사람 불러서 같이 듣기, 그리고 다른 곳에서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말이죠."
"마음의 준비 좀 하고 올 테니까 당신이 세 사람한테 지금 미리 설명해 놓으세요."

활을 바로 잡고 구로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와중,

"그리고....또 이딴 식으로 내 뒤를 캐다 걸리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겁니다. 반드시."

살기를 담아 한 마디 하곤 구로를 향해 떠나갔다.
완전히 떠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반금련이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어휴...생각보다 반응은 알기 쉬운데 그 수금원 꼬마보다 훨씬 위험한 느낌을 팍팍 뿜어대니..."



*******



여기저기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 패어진 도로와 여러 기물의 잔해가 사람과 다른 생명이 쉬이 살 만한 곳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이곳, 구로에 차원종들이 정처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와라. 첫번째 검, 흉터."

끼긱?

캬하아아악?

저 멀리서 들려온 목소리에 차원종이 고개를 돌렸다.
인간이 보였다. 나약해 보이는 붉은 인간.
본능이 말했다. 인간은, 모두 죽여라. 라고.

캬하아아아아!!!!

본능을 따라, 그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약한 인간의 목숨을 찢어 ** 그 흉악한 이빨과 발톱을 들이 밀었다.

쿠득, 촤아아아아악!!!!

그러나 찢겨진 것은 인간의 살점이 아니였다. 인간과는 다른 빛깔을 띄는 피와 체액. 흩뿌리는 고깃덩이가 된 쪽은 차원종이였다.
검에 묻은 체액과 피를 휘둘러 털어낸 자온은 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구현을 해제하며 다음 무기를 구현시켰다.

"와라, 두번째 창, 관통."

작살처럼 얇고 긴 도신의 예리한 창들이 주위에 구현되었다. 그 중 하나를 집어서 던진다.


솨아아아아아아---------


기....기끽....?

쏜살같이 창이 지나거고, 지나간 그 자리에 있던 차원종의 몸엔 공허하게 뻥 뚫린 구멍만이 남았다.
자신의 몸에 난 구멍을 보고서야 차원종이 옅은 단말마를 내며 쓰러졌다. 그제야 그 자리의 차원종들은 눈치채었다.

저 인간은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임을.

늦게나마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었다. 

"두번째 창 오의, 눈물 쏟기."

주위에 구현되어 있던 창들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며 더 얇고 예리해진 창으로 재구성되며 허공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자온이 차원종들을 향해 손짓하자, 그에 맞춰 창들이 그 방향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샤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이이!!!!!!

갸아아야야아아악!!!

도주하는 차원종들의 몸에 창들이 수없이 꽂히고, 뚫었다. 어느 차원종을 건물 파편 뒤로 엄폐했지만, 창은 무심한듯 무참히 파편도, 차원종도 꿰뚫고 나아갔다.

도망치는 것도, 달려드는 것도, 숨는 것도 허용치 않고 집요히 꿰뚫었다. 차원종들 모두가 구멍난 고깃덩이가 되는 순간까지 계속 쏟아져 내렸다.
손으로 막아도 눈물이 새어나와 쏟아지는 것처럼 무정하게 틈을 비집으며, 꿰뚫었다.

죽어가는 차원종들을 보는 눈엔 짙은 공허와 분노, 그리고 약간의 슬픔이 비쳐 보였다.
그 감정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 고깃덩어리가 된, 될 차원종은 그 슬픔을 전혀 모르고,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니 그는 그저 차원종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창과 검, 칼날을 거느리면서.

그 날, 구로에는 차원종의 고통스런 단달마가 울려퍼졌다.
오랫동안, 그가 검을 휘두르고 창으로 꿰뚫으며, 칼날로 도륙내는 것을 끝내는 그 순간까지.

TO BE CONTINUE......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현생 일이 늘어서 요즘 작업이 더 더디네요(엉엉) 그래도 침식의 계승자, 자온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4-10-24 23:36: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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