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21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4-16 0

 다음 날, 준혁이 울프팩 팀 사무실에 오지 않았다. 트레이너는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자신에게 서운한 감정때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지수와 지나 그레이스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했다.

내 연락을 받지 않는 건 이해하지만, 왜 지수와 지나 그레이스의 연락까지 안 받는 거지?

 트레이너는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친근하게 잘 따르던 두 사람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는 건 틀림없이 뭔가 무슨 일이 생긴 거다. 안 그래도 그 일로 인해 유니온 요원을 보냈던 데이비드가 통화를 끝내며 말했다.

"알았네. 트레이너. 어젯밤에 준혁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 숙소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

"난 어디까지나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오. 차원종이 되어버린 인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지 않소?"

"그렇긴 해도 아직 순수한 어린 아이잖나?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데이비드가 안쓰러운 얼굴로 말을 걸자 트레이너는 코웃음을 쳤다. 나중에 배신할 사람이 지금 불쌍한 척 연기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트레이너는 전생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히 준혁과 몇 번 어색한 관계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두 사람 과는 친했다. 데이비드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오?"

 데이비드가 심각한 얼굴을 드러내는 걸 보며 트레이너가 관심을 가졌다. 클로저들도 궁금해하자 데이비드가 답했다.

"준혁이 차원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 자신을 위협하는 클로저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고 하더군."

"뭐라고요?"

 지수가 가장 먼저 놀란 반응을 드러냈다. 트레이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는 준혁이 차원종으로 변한 일은 없었는데 이번 생에서는 달랐다. 준혁은 이 시기에 마음 약한 건 사실이었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성장했는데 그걸 망쳐버린 뭔가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준혁이가 차원종이 되어버렸다니."

"상부에서 그렇게 전달한 거네. 서울 도심에서 준혁이 차원종으로 변한 걸 직접 목격했다더군. 지금 바로 출동해주도록 하게."

 데이비드의 말을 들은 울프팩 요원들은 군말없이 밖으로 나갔지만, 트레이너는 양팔로 가슴을 끌어안은 채 생각에 잠겼다. 왜 그가 차원종으로 변해버렸을까? 이미 그 전에도 똑같은 행동을 하긴 했지만, 준혁은 그 당시에 차원종이 되지 않았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 트레이너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어디로 가는 건가?"

 교관인 그가 상황을 ** 않고 나가는 걸 본 데이비드가 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 * *


 서울 광장에 수많은 클로저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준혁은 두 주먹에 검은 위상력을 주입한 채로 숨을 헐떡였다. 살구색 피부에 검은색 문신, 검붉은 눈동자는 뒤에서 지켜보던 더스트의 마음에 쏙 들 정도였다. 

"꺄하하핫! 그거야. 그렇게 하는 거야. 깨닫지도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는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거야. 그리고 너는 우리 이름없는 군단의 일원이 되는 거지."

 더스트는 그의 등 뒤에서 그의 몸을 안아주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준혁의 눈동자는 본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붉게 변했다. 더스트는 아직 흔들리고 있는 준혁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시간이 없어. 그 재수없는 벌레들이 세력을 키우기 전에 네가 완전히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어줘야 해."

 상냥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준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주먹에 위상력을 끌어올렸다. 

"이 괴물."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클로저 한 명이 검을 든 채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더스트는 귀찮다는 듯이 검지를 가리켰다.

피잉!

 몸을 관통한 분홍색 레이저였다. 클로저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죽어갔다. 준혁은 클로저가 죽는 걸 보고 동공지진을 일으켰지만, 이내 진정되었다.

"준혁아!"

 뒤늦게 도착한 울프팩 대원들은 변해버린 준혁의 모습에 경악했다. 더스트는 마침내 그들이 나타났다는 걸 보며 씩 웃었다.

"어머, 너희들 왔네. 마침 잘 되었어. 너희들도 우리 이름없는 군단의 일원이 되어줘야겠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동생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 같아?"

 서지수가 가장 먼저 발끈하며 건 블레이드로 더스트를 노렸다. 공격은 빗나갔다. 더스트는 그녀와 자연스럽게 거리를 벌린 뒤에 능글맞은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어머,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 난 그저 이 애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했을 뿐이야."

"무슨 헛소리야!"

"인간이 우리 군단으로 변한 건 쉽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어."

"설마."

 지나 그레이스는 더스트가 하는 말의 의미를 가장 먼저 깨달았는지 경악했다. 준혁은 차원종으로 변해버린 사람을 안타까워 한 걸 떠올렸다. 그 마음을 이용한 더스트가 끌어들인 거라는 사실에 분노했다.

"용서 못해. 차원종!"

 지나 그레이스도 창에 위상력을 불어넣어 더스트에게 덤벼들었지만, 그녀는 가볍게 한 손을 들어 창 끝을 막았다.

"약해. 약하다고. 겨우 이 정도야?"

"저리 비켜!"

"이크!"

 지나 그레이스의 공격을 여유롭게 막아내던 더스트는 서지수의 공격은 피했다. 전에 이미 한 번 겨뤄봤을 때 호각을 이루는 수준이라 대충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으니까. 더스트는 다시 그녀와 거리를 두며 말했다.

"어머,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난 저 애의 소원을 들어준 거라고. 인간은 원래 소원을 들어준 착한 존재를 공격하는 야만인인가?"

"입 다물어!"

 지수는 계속해서 그녀를 베려고 했지만, 더스트는 그 때마다 피해다녔다. 주변 건물이 하나 둘씩 무너져 내릴 정도로 엄청난 여파였다. 준혁은 넋이 나간 얼굴로 조용히 두 주먹에 위상력을 불어넣었다.

"전준혁. 뭐하고 있어? 어서 저 어리석은 놈들을 없애버려."

 더스트의 명령을 받은 준혁의 눈동자가 더욱 붉게 빛났다. 

"준혁아! 정신 차려. 나야. 누나라고."

쾅!

 준혁의 주먹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 지나 그레이스는 상으로 가까스로 막아내며 힘겨워했다. 그녀가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본 베로니카가 가세했다.

"지나, 저 애는 조종당하고 있어."

"응."

 준혁은 괴성을 지르며 두 사람에게 주먹을 날렸다.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이 힘겨워했다. 

쿵!

 지수는 지면에 박힌 건 블레이드를 뽑아 준혁이 두 사람과 싸우는 걸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평소에 팀원 내에서 귀여움을 차지한 소년이었기에 두 사람이 전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더스트는 한눈 팔지 말라는 듯이 곧바로 그녀에게 레이저를 발사했다.

쾅!

"쳇. 성가시게 구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아까 군단의 일원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나를 끌어들이려고 해야지. 왜 저 애를 고른 거야?"

"군단의 일원이 되는 데는 자격을 안 따지거든. 서지수, 너도 우리 이름없는 군단으로 들어와주면 고맙겠어."

"거절하겠어. 더러운 냄새가 나는 차원종따위와 손을 잡을까보냐?"

"어머, 그래?"

 더스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검은 위상력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돌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컸다. 

콰콰콰쾅!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사람들을 제외하고 두 사람은 서로 합을 이루었다. 검은 위상력과 푸른 위상력이 끊임없는 충돌을 일으킬 때마다 땅이 세차게 흔들렸다. 정신을 못차리던 준혁의 눈동자는 검은색과 붉은색이 교차해서 변해갔다.

"음?"

 위상력이 실린 건 블레이드로 더스트에게 가격하려는 참에 차원문 3개가 열렸다. 그 안에서는 하얀 가면을 쓴 인간형 차원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태평양에서 발견되었다는 다스 군단. 더스트도 하던 일을 멈추며 혀를 찼다.

"쳇. 그 벌레들이 훼방을 놓으러 나타난 건가?"

 다스 군단은 대부분 에너지를 발사하는 바주카 포로 무장했지만, 단 한 명만이 검을 들고 있었다. 다스 군단 지휘관 레이스, 그는 더스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름없는 군단의 참모장, 여기 있었군. 너를 찾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성가신 놈이 나타났네."

 레이스는 기합을 지르며 더스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서지수는 거리를 벌리며 두 차원종이 싸우는 걸 보았다. 차원종끼리 싸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레이스의 검에 깃든 회색빛의 위상력이 더스트의 검은 소용돌이를 서서히 잠식했다.

"벌레놈들은 벌레답게 찌그러지셔."

"과연 누가 벌레라고 생각하나? 어리석은 놈."

 울프팩 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워했다. 준혁은 눈동자 색깔이 지속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다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는지 어지러움을 느꼈다. 검은 눈동자로 본 그의 눈에는 다스 군단의 지휘관인 레이스와 더스트가 서로 싸우는 모습이었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 ~ 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10화)





Chapter.2 울프팩편(11화~)
2024-10-24 23:36: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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