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3장 1화, 천사 (수정)

AI미스틱 2021-03-02 0






 수정사항 ) 연하은의 개체명이 라파엘이 아닌 우리엘로 정정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유니온 한국 지부, 지하 10층.
 외부인은 물론이요 유니온의 특수 요원조차도 여러 허가를 받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그곳은 통칭 ‘허무의 관’. A급 이상으로 판정된 차원종들을 안전하게 격리하고 연구하기 위한 시설로, 차원 전쟁 시절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었으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시설이었다.
 허나, 지금 이곳 허무의 관에는 불빛이 환하게 비추어들고 있었으니.
 수많은 기구들이 인간의 살갗처럼 여겨지는 것을 찌르고, 피를 뽑고, 채취하며, 연구한다.
 창 너머에 있는 수십명 이상의 연구원들은, 그것이 원한다면 이곳, 허무의 관을 무너트릴지도 모른다고 여겨지는 특S급 이상의 차원종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절반조차도 채 가동되지 않는 허무의 관의 ‘위상력 억압 기능’이 최대치로 발휘되고 있었으며, 대상을 가둔 채 억압하기 위한 ‘부유 억제기’ 역시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부유 억제기, 그리고 대상을 붙잡아두고 있는 수많은 철의 기구들. 자력으로 서로를 밀쳐두면서 허공에 가련히 떠 있는 그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인류 최대최악의 재해.

 ─한때 ‘연하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특S급 차원종 ‘우리엘’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런 허무의 관 아래에, ‘금지된 영역’이라 불리우는.
 허무의 관 내부로 통하는 복도를 걷는 두 남성이 있었으니.
 한 명은 재해를 일으킨 ‘라파엘’을 붙잡는데 큰 공헌을 한 사람이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엘로 변화한 연하은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자.

 유 주와, 프레이 아델 로였다.

 한 발자국 넘어갈 때마다 유주와 프레이 아델 로 사이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되돌릴 수 있다는거야, 없다는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되돌릴 수는 있다.”
 “결론부터라면… 그 외에 어떤 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건가?”
 “물론.”

 프레이 아델 로의 정밀 검사는 생명공학의 정수인 호프만이나, 의료기술의 천재인 마나와는 격을 달리하는, 말 그대로 현대 의학을 뒷받침하는 절대적인 영역.
 그것만큼은 호프만도, 메리 셀리 브리지스톤도 따라 하지 못할 수준.
 과학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벗어나, 위상력의 힘까지 빌어낸 그 정밀 검사에서조차, 프레이 아델 로는….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녀의 의지에 달렸겠지.”

 ─‘법칙’이라 불리우는 군주급 개체와의 의식 분리.
 그것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현재의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한 말임을 각인시키듯, 유주를 곁눈질하곤 말했다.

 “우선 그녀에게 주어진 위상력을 뿌리째 뽑아내야만 하겠지. …자네는 모르겠지만, 우리 유니온은 위상력의 전이에 대해 꽤 신경을 썼었네. 위상력을 계속해서 넘기고, 넘겨서, 언젠가 무한한 위상력의 힘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그래서?”
 “결과적으론 실패했지. 죽은 사람은 당연하고, 산 사람의 위상력조차 모두 뽑아내지 못했으니. 그 표본은 …자네도 알만한 사람이야. ‘알파 나이트’라고… 지금은 검은양 팀의 일원이지.”
 “당신네는 그런 것까지 자행해온 건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네. 그리고, 지금마저도….”

 콰앙!
 지나치게 기나긴 통로는, 분명 허무의 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두께로 만들어져 있었을 터인 통로였다.
 그런 통로에, 프레이 아델 로의 멱살을 붙잡아 내치니, 합금으로 되어있는 벽은 멀쩡할지언정 그 충격은 흘려넘길만한 것이 아니었는지 프레이 아델 로의 목소리에서 살짝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 ‘미래’라는게 도대체 얼마나 멀리서 다가오는 거지?”
 “언젠가, 우리 인류의 적이 찾아올 때….”
 “언제 다가올지도 모르고,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를 빌어먹을 미래 하나를 위해 몇 명을 희생해야지만 당신들은…!”

 뿌득!
 이빨을 갈았다.
 결국 대화는 일직선상을 걸어갈 뿐, 결코 그와 함께 나아갈 수 없다는 것쯤은, 유주도 잘 알고 있었다.
 허나, 그래도… 그래도 최소한의 회개만큼은 하게 해줄 수 있으리라 믿었건만.
 그마저도, 단순한 꿈에 불과했던 모양이었다.
 손에서 힘을 풀자, 콜록거리며 비틀거린 프레이 아델 로가 ‘그럼에도’ 라며 말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는 것을 알텐데, 유주….”
 “당신들의 그 썩을 가치관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거야.”
 “그렇겠지. 한없이 머나먼 미래보다, 당장 눈앞의 현실만을 바라보는 자네에겐….”
 “한없이 머나먼 미래에 있어, 다가오지 않을 미래보단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는게… 훨씬 인간다우니까.”

 인간답기를 포기한 괴물과, 인간답기를 원하는 괴물,
 대척점에 있기에, 이해하지 못할 뿐이었다.
 툭툭, 백의를 털어낸 프레이 아델 로가 유주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네는 만약, 내게 더 이상의 방도가 없다면 어떻게 할건가.”
 “…무슨 의도인진 모르겠는데. ‘더 이상’….”
 “그만큼 심각하게 진행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일세.”

 프레이 아델 로의 정밀 검사는 유니온 내부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다.
 허나, 처음 연하은을… ‘우리엘’을 보았을 때, 프레이 아델 로는 어쩌면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이해할 수 없는 구조와, 구해낼 방도조차 찾지 못할 형상.
 설령 구한다고 할지언정, 그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도 어려운 일.
 아니….

 “도시의 부자가, 아사할만한 확률일 정도로, 이 수술은 위험할지도 몰라.”

 위상력 축출, 그것은 어쩌면 한 인간의 인생에 있어서, ‘죽음’을 의미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과연….

 “…뭐, 그 순간부터… 우리 모두 알고 있었잖아.”

 ‘우리엘’로 변해버린, 하은을 만났던 그 시점부터….



‡     ‡     ‡



 몇 주 전이었을까.
 서둘러 고아원을 비우기를 요청한 유주의 연락과 함께 시작된 ‘천사’의 급습은.
 한국에서 또다시 날뛰기 시작한 개체, ‘연하은’과 비롯해서….

 “일본의 베테랑 클로저 팀, ‘이자나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건 좀 안좋은 소식인데.”

 이자나미.
 일본의 유니온 팀은 실적에 따라 제 1석부터 10석까지, 단 10명의 클로저를 S급 클로저로 나누는 특이한 제도가 존재한다.
 당연히 이 10명은 S급 클로저로 등록되어 있으며, 일본에선 이 10명을 제외하면 국내엔 S급 클로저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차원 전쟁으로부터 살아남은 전설적인 괴물들임과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참극이 얼마나 공포스럽고, 괴로운지 알고있는 자들이기에, 적이 설령 C급 차원종이라 할지언정 방심조차 하지 않는 10명을 일컫는다.
 이 10명은 각자가 팀을 이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난폭하다 여겨지는 팀이 ‘스사노오’, 그리고 가장 온화하다 여겨지는 팀이 ‘이자나미’이건만….

 “적이 되면 가장 무서운 건 스사노오가 아니라 이자나미, 라는 이야기가 있었지.”

 단독 활동을 할 시절의 유주는 그 이자나미의 일원을 만난 적이 있었다.
 특수한 팀이기에 여섯 명으로 이루어져있는 팀이나, 그중 셋이 혈연관계이며, 나머지 셋의 경우, 아직 A급 심사를 받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굳이 여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으니.

 “이번 활동에 그 ‘7번째’가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군.”
 “공감입니다. …그 ‘붉은 여우’가 움직이면, 전황이 뒤틀릴 테니까요.”

 이자나미에 있는 단 한명의 S급 클로저.
 활동조차 하지 않는 클로저지만, 차원 전쟁 시절의 공적─알파나이트처럼 군단과 동시에 군단장을 처치하는 수준은 아니나, 몰려오는 군단 하나를 불태웠다는 전설이 있으니까.

 “리미트가 걸린 상황에서 S급과 싸우는 건 사양이야.”

 유주라면 리미트가 서로 없다는 가정 하에, S급과의 전투가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유주는 일전… ‘주인’과의 격전에서 상층부의 허락 없이 리미트를 해제했던 탓에 일시적으로 리미트 해제가 금기시되고 있었다.
 그 탓에 전력을 낼 수 없음은 물론이요, ‘뇌제’ 역시 2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몰려있었다.
 그렇지만, 만약 지금 이곳에 있는 그 일본의 클로저가 예의 그 ‘S급’이 아니라 그 대행이라면, 그나마 대응할 수 있겠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노라니, 현장에서 전달된 정보가 있다며 화면을 띄어올린 리르의 안색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불꽃의 여우, 그리고 천지를 뒤엎는 흑색의 전율.
 클로저끼리의 대화도, 인간끼리의 대화도 없이 시작되는 전투 속에서, 그것은 S급이건 S급 대행이건, 어느 쪽이건 S라는 명칭을 달고있음을 과시하듯, 궤적 한 번에 붉은 파도를 일으키며, 클로저를 불태운다.
 비록 베테랑끼리의 싸움은 아니라지만, S라는 작위를 임의로나마 달고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의 차이는 실로 거대하기 그지없었고, 무엇보다 그 곁에 있는 연하은의 모습은 그저 ‘절망’일 뿐이었다.
 빌딩을 들어올리고, 지형을 변화시키며, 도로를 갈라내고, 인간의 육체를 한 차례 밀쳐냈을 뿐인데 저 멀리 날아간다.

 “…싸우면 죽겠군.”

 어느쪽이 죽을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겠지만 이미 유주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이대로 싸우게 된다면 지는 것은 반드시 하늘새의 몫이라는 것을.
 날아갈 날개조차 뜯기고, 저항할 발톱도, 부리도 뜯어진 채, 몰골로 죽어버리리라.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 구간에서.

 “이곳으로 날아와… 그분의 뜻을, 너희에게 보여줄게. 유주, 하얀….”

 하늘에 있는 드론에 손을 뻗으며, 순금에 가까우나, 심연을 비치는 눈동자를 빛내며 말하는 그 모습은.
 어째서인지 위화감 이전에, ‘의도적인’ 무언가를 풍기고 있었다.
 이윽고 드론의 카메라마저 부숴버렸는지, 노이즈만이 남아버린 곳에서 리르는 천천히 정정된 사안을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 해당 개체─연하은의 개체명을 ‘우리엘’로 정정. 특S급 차원종으로 격상합니다.”
 “…특S급 차원종….”
 “네. …엄연한, 군단장급 개체…라는거죠.”

 그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뭘까.
 그리고, 일본에선 무엇이 일어나고 있기에 일본의 클로저가 하은과 함께하는 것일까.
 의문 투성이였지만, 의문만으로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았다.
 뿌득, 이빨을 갈아내자니 곁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빨을 그렇게 자주 갈면 치아 건강에 좋지 않네, 유주 요원.”
 “…프레이 아델 로….”

 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나, 인질이 넷이나 있는 와중 그럴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알 바인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이미 이 시점에서, 프레이 아델 로는 알고있었다.
 연하은이 하고자 하는 선택이 무엇이고.
 우리가 해야 하는 선택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녀가 가게 될 곳마저.

 “하지만 한 가지 말해줄 게 있다면… 최근 뉴스를 자세히 보는데 좋을걸세. …일본 쪽 뉴스를.”
 “…그게 이자나미 팀의 행적을 가를 정도로 커다란 일인가?”
 “국가 하나를 인질로 삼았는데, 당연하겠지. …리-르 앙골라 관리요원, 담배를 피울 수 있겠나?”
 “유감이지만 전체 금연 구역입니다. …아니, 그 이전에 담배도 안 피우시는 분이….”
 “수십 년도 전에 끊었지. …이 상황을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말일세.”

 일본 상층부가 어비스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SNS로 잔뜩 퍼진 이야기이기에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결과로 움직이는 팀이 다른 팀도 아닌, ‘이자나미’일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자나미 팀이 있다고는 해도 한국에서 활동을 하다니….
 한국에는 아직도 클로저가 많다. ─재해복구라는 것이, 1~2년만에 뚝딱 이루어질 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데에는 필시 이유가 있으리라.
 그리 판단한 프레이 아델 로가 말하기를.

 “적의 다음 수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그렇다 해서 우리에게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 …가만히 서서 한국의 몰락을 지켜보던가, 아니면 싸우던가. 두 개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아니.”

 프레이 아델 로가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인지 그의 눈에는 무의미할 정도의 비장함이 깃들어있었고, 침을 삼킨 그가 이내 말하기를.

 “…‘우리엘’이나 ‘샘플’, 둘 중 하나라도 회수할 수 있다면… 아니, 설령 무리라 해도 세이지 군이라면, 기적을 재현해낼 수 있겠지.”
 “그놈의 기적, 도대체 몇 명에게 고통을 안겨줘야 완성이 되고, 끝이 날 수 있는 거지? 프레이 아델 로, 당신 논리나 이상은 이제 지겹다고.”
 “하지만 이제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그것밖에 남지 않았다는걸 자네도 잘 알텐데.”
 “그건 당신이 판단할게 아니지.”

 둘의 대화 사이에, 하얀이 끼어들었다.
 ─묘하게 느껴졌던 위화감.
 처음 만났을 적의 위화감보다 더 짙은 그것은, 변화했을 때가 아닌, 그녀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였다
 사람을 붙잡아, 자신과 같은 곳으로 끌어내리는 ‘절망’.
 그것은 사람에게 있어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그녀가 가진, ‘포용’적인 감각의 위상력이, 악독한 형태로 구현화 된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하얀이 느낀 것이 진실이고, 또한 거짓 하나 없는 절망이라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겠지.”

 그대로 입을 꾹 다무니, 프레이 아델 로가 답했다.

 “그 무의미한 희망과, 없을지도 모를 승산을 믿는 자네들의 모습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아직도 모르는건가….”

 고개를 저은 프레이 아델 로는, 더 확실한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자리를 떴고, 그곳에 남은 나머지 이들은 침묵에 휩싸인 채, 그 누구 하나, 쉬이 말문을 열지 못했다.



‡     ‡     ‡



 부산, 고아원이 있는 주변의 산기슭에서.
 두 무릎을 끌어안은 채, 툭 튀어나온 암반에 고개를 파묻고있는 소녀에게, 마치 누운 상태로 허공에 떠오른 듯한 여성이 말했다.

 “저곳인가요? 당신이 자란 곳이….”
 “…그래,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어린 아이였던 곳.
 전란에 휩싸인 아이들의 마음엔 희망도, 뜻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며, 살아갈 이유도, 의지도 잃어버린 채, 그렇게 전쟁이 끝났다.
 돌아갈 곳도, 나아갈 곳도 잃은 우리에게 유니온은 손을 내밀었지만.

 “내게 내어진 것은 손이 아닌 차가운 철의 칼.”

 살며시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베여나갈 정도로 날카로운 메스와, 산채로 몸을 가르는 격통.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흑색의 절망 속에서 수 년을 보내며, 살아갈 희망마저 빼앗은 채, 잘려나간 팔다리를 휘두르고, 뛰지 않아도 좋을 심장을 쿵쿵거리며.
 그런 세상에서도, 살아가기를 무의미하게 염원했다.

 “봐, 이 세상을.”

 전쟁이 끝난 세상. 불길 하나조차 남지 않은 이곳에는 이제 생명이 피어오르고,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샘솟는다.

 “질투나지 않아? 짜증나지 않아? ─괴롭지 않아?”
 “…글쎄요.”

 자신에 대한 질문을, 무의미하게끔 울리는 것에 여성이 답하니, 손을 움켜쥔 소녀, 하은─우리엘이 몸을 일으켰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제 이거 하나 뿐. …20년 전부터 지속되어오던 전쟁을… 끝내는 것 뿐이야.”
 “…….”

 무엇을 말하고 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나, 어쩐지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본 여성에게 두 다리를 펴며 허공에 떠오른 라파엘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도, 그걸 위해 이곳에 있겠지.”

 ─붉은 여우….

 “예, 뭐… 발목의 힘줄이 기능을 잃고, 몸 역시, 옛적에 비하면 한없이 나빠지기만 할 뿐이지만, 그래도… 인류를 위해, 아직까진 싸울 수 있겠죠.”

 움직이지 않을 몸을 억지르 일으켜세우며 싸운다.
 그것이, ‘클로저’임과 동시에 자신이 이곳에 서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니까.

 “그럼, 영상 편지도 보내셨으니 슬슬 움직이실 시간이신가요?”
 “움직여야겠지. 우선… 부산부터 망가트릴까? 아니면─다시금 강남으로 올라가, 재해를 일으킬까.”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이루어진다면, 아직도 혼란스러운 이 한국 사회에는 커다란 파급을 일으키겠군요.”
 “그래. …그럼….”

 ─부산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지진조차 없던 한국 대륙에 10m를 뛰어넘는 유례없을 규모의 해일이 몰려오며.
 ‘우리엘’의 강림을 알린다.
 하지만, 그런 요란스러움과는 무관하게도, 항상 차원종이나 재해에 대비하고 있던 부산의 약 ‘15미터’에 달하는 해일 방지벽이 작동함으로 인해, 신고식은 시원찮게 마쳤으니.
 현 부산 시장의 대처 속도와 능력에 약간의 감복을 한 우리엘이, 지상에 내려섰다.



‡     ‡     ‡



 부산에 나타난 새로운 재해, ‘특S급 차원종’, 통칭 우리엘.
 그 소식을 들은 부산 시장 민수호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아직 20년 전에 일어난 대 재해, 아바돈의 공포가 아직 완전히 낫지도 않았건만, 또다시 그와 동격, 혹은 그와 비슷할 정도의 재해가 몰려온단 말인가.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적은 단 한 개체. …그리고 가장 절망적인 점은, 그 한 개체와 동행하는 ‘일본’의 클로저 팀 ‘이자나미’.

 “설마 그 ‘붉은 여우’가 움직이는건가….”

 아머드 특경대의 완성도는 완벽한 클로저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S급 클로저’가 속해있는 일본 최강의 팀 중 하나, 이자나미가 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절망적인 이야기나 다름이 없었다.
 이내 연락을 통해 다가오는 해일을 매뉴얼에 따라 막았다는 소식을 듣고선 한 시름을 놓았건만, 그저 다행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게, 이런 거창한 신고식을 한다는 이유는 그들이 노리는 다음 목표가 다름 아닌 이곳, 부산이라는 암시일테니까.

 “…여기에 또다시, 차원종이 내려앉게 둘 수는 없다. 아직 부산 시민들은… 공포를 극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다!”

 클로저따위, 믿지도 않았건만 이제는 적이 되어서 나타나겠다는건가.
 한심하고 한심해서, 말이 채 나오지 않았다.
 유니온에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기에 일본의 독주를 막지 못하고 있는건가! ─그렇다고 해서, 국내의 클로저들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적은 단 하나. 움직임에 제한이 있을 터. …잘만 한다면, 몰아넣어서 억압할 수 있을 터였다.

 ‘클로저가 필요없는 도시’, 그것이 민수호 시장이 원했던 부산의 모습임과 동시에.
 ‘어비스’라는 개체가 가지는, 차원종과의 다른 점을 이해하지 못한 그의 최악의 오판이었다.

 아니, 그걸 알게된 것에는 딱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일반탄이라고는 하나 비상 대공포가 있는 부산 시내를 마음껏 활공한 이후, 특수 가공된 유리로 되어있는 부산 시청의 유리를 가볍게 깨부순 채, ‘적’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아오츠키 아오이가 곧장 총을 꺼내들어 응전했으나, 총탄이 닿기는커녕 마치 철판에 부딪힌 듯, 찌그러지며 멈춰선 채 허망하게 떨어지고, 그 아주 약간의 응전─총알 몇 발조차 나가지 않은 시간 사이에 이미 칼날에 목이 노려지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부산 시장…님.”
 “…부산 시장 민수호다. 너는 누구지?”

 새하얀 백색으로 통일한 의복, 그리고 그와 동조되는, 달빛보다도 하얀 머리카락에 절망을 비추는 듯한 검은 눈동자. ─‘죽음’을 암시하듯 펼쳐진 손바닥 속에는 블랙홀같은 어둠만이 느껴지고 있었으며, 단지 마주하고 있는 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분출되는 위상력에 몸이 짓눌려, 으깨지는 감각.
 간신히 버텨내며 민수호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녀에게 묻자니, 부산을 휘저은 채 곧장 시청으로 충돌한 소녀가 말했다.

 “어비스 13번째 주인, ‘우리엘’.”
 “그렇…군. 주인이라, ‘특S급’으로 등재된… 그 개체들을 의미하는건가?”
 “이번엔 인사치레삼아 가볍게 와 봤어. …대충 찝어서 날아와봤는데, 이곳이 시장이 일하는 곳이구나.”

 두리번거리며 우리엘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민수호가 물었다.

 “신기하군. 사전 조사가 철저했나? 이곳에 시청이 있다는 걸… 미리 알고 들어온 것 같군.”
 “당당하게 시청이라 써놓으면 스쳐지나가다가도 알겠는걸.”
 “…….”

 ─아까 전에 일어난 해일만 해도, 이곳 시청과 한없이 동떨어진 곳일텐데, 어떻게 이 시청을 곧장 찾아냈느냐. 그렇게 질문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익숙해보이는 그 모습에 민수호가 입을 꾹 다무니, 손을 들어올려 검은 색의, 보기만 해도 이질적이기만 한 무언가를 만들어낸 라파엘이 말했다.

 “아까 전의 선물로 조금 생각을 해봤는데─”

 ─여기서 당신을 죽이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아.
 우리엘의 차갑기 그지없는 말에 아오츠키 아오이가 순간 반응하고자 했으나, 그 곁을 맴도는 ‘여우’의 불꽃이 일렁인다.

 “움직이면 당신도 죽어.”

 귓가에 울리는 청소년기 즈음, 남성의 목소리.
 총이 발사되는 순간, 뱀처럼 움직인 그 모습이 떠오른다. ─시야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고는 하나, 그 순간의 무방비함을 뚫은 채 뒤로 돌아가기까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클로저라곤 하나 공포 그 자체였다.
 아니, 그 이전에… 평범한 일반인이나 군인이 아무리 만전을 가한다 해도 클로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팔을 떨며 총을 떨어트리니,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는 ‘여우’의 모습은 귀신마냥 섬뜩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민수호는.

 “…하지만….”

 ‘자의’에 따라 인간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기에는, 우리엘에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나도 적다.
 이곳에서 민수호를 죽인다면 분명 부산은 붕괴할테지만, 부산의 붕괴로부터 이어질 그 이후의 사태까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무리가 있었기에, 손을 거둔 우리엘이 조금씩 멀어지자 ‘여우’가 묻기를.

 “끝내지 않는건가요?”
 “…내 일이 아니야.”
 “그렇군요.”

 약간의 대화만으로도 알겠다는 듯, 천천히 칼을 거두고 우리엘 쪽으로 물러선 ‘여우’가 말했다.

 “다음에는… 봐주지 않는다.”
 “물론, 우리에게 지령이 내려졌다면, 말이야.”

 그리 말하며 떠나는 ‘우리엘’과 ‘여우’의 뒷모습에는, 어쩌면 아바돈 이상의 재해가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민수호의 괴로움만 심화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우린 그저 평화로운 부산을 원할 뿐인데 놈들은 왜 부산을 내버려두지 않는거야!”

 콰앙! 책상을 치며 자조하듯 말하는 그 모습은 괴로움 이상으로 아픔이 깃들어 있었다.
 20년 전의 전쟁,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의 재해. 20년동안 부산을 지키려고 했던… 노력들.
 그 모든 것을 부정한 채 다가오는 현실은, 목을 옥죄는 족쇄나 다름이 없었다.

 “도대체… 왜….”

 평화를 원하는 것도 원하는만치 되지 않는다는 것쯤, 이미 알고 있었지만.
 20년간의 평화가, 이런 재해로 돌아오는 것만큼은, 도저히 원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머리를 싸안고 괴롭고 하고있자니, 그 곁에 다가온 아오츠키 아오이가 말하길.

 “고뇌하시는 중에 죄송합니다만, 클로저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유니온이 아니라?”
 “네. 부산 안에서의 체류 허가를 내어달라고 합니다.”

 빠득!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나같이 부산을 내버려두지를 않았다.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전해!”
 “…그것에 대해서는 연락을 하고싶다고….”
 “뭐?”

 민수호가 짜증을 드러내며 반응하더니, 이윽고 화를 억지로 삭히고는 아오이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녀석들과는 아무 관계 없는 너에게… 쓸데없는 화풀이를 했구나.”
 “괜찮습니다, 시장님. …해당 클로저 팀에는, 유니온 총본부의 ‘의료기술부’ 총괄 팀장이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어비스를 쫓아 부산까지 왔다고 합니다.”
 “…우선 들어는 보도록 하지.”

 끝내 연결된 화면 너머에서 보이는 것은, 유니온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의료기술부 총괄 팀장, ‘프레이 아델 로’가 아닌, 생소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서양풍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그녀는 잠시 자료를 정리하더니 시간을 지체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입을 열었다.

 “유니온 국가차원관리부 징계위원회 산하 하늘새 팀 관리요원, 리-르 앙골라입니다.”
 “부산 시장 민수호다. …부산에 체류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들었다만, 우리 부산에는 클로저가 필요없어. 너희의 도움도… 역시 필요없다.”
 “민수호 시장님. 현재 부산에 내려앉은 재해, ‘특S급’ 차원종 ‘우리엘’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특S급 차원종. 국가 한두개에 커다란 재해를 벌일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개체. …잘 알고 있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 부산이 클로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특S급 차원종의 경우, 토벌대를 꾸리지 않는 이상 베테랑 클로저 팀으로도 대적이 불가능합니다. …민수호 시장님은, 그런 재해를 부산에 내버려둘 생각이십니까?”
 “자네가 알 바가 아니야. 우리 부산은… 20년 전의 그 재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 왔어.”
 “노력을 한 것과, 그 노력에 따른 ‘결과’는 자르다는 것쯤, 시장님께서는 아실텐데요.”

 대화가 계속해서 수평선을 그리고 있으니, 민수호가 끝내 책상을 치며 반응했다.

 “그렇다면 어쩌라는거지? 20년 전에도 그랬다. 유니온에서는 우리를 외면했어. 그 때 얻은 상처가, 이제와서 나을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나? …아니! 그 날 우리는 깨달았다.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힘이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텐데도, 아직까지도 클로저 없는 도시를 꿈꾸고 계시다는건가요?!”
 “자네는 몰라! 이곳으로 파견되었던 모든 요원들이 전황을 보고 도망치고, 돌아오지 않은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들의 심정을!”

 나라가 불타오른다.
 그렇게 여겨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황폐한 도시, 독기만이 가득 찬 죽음. 그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삶을 갈구한 부산 사람들의 부르짖음.
 그 모든 고통을 유니온은 외면한 채, 오직 한 소년. 알파나이트만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른단말이다!”
 “…그런, 가요….”

 그 말에, 리-르 앙골라가 고개를 떨구었다.
 결국 그들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이곳 부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한, 자그마한 소녀의 괴로움을, 그리고… 그 괴로움으로부터 비롯되어 탄생한 원념을, 절망을.
 결과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결과 이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들을 지키려다가, 몸을 잃고 괴물로 전락한 소녀마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자네는, 뭘 알고있는거지?”

 강하게 쥐어진 민수호의 주먹으로부터, 괴로운 감정이 묻어나왔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괴로움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장소에 있었다. ─그 목소리에, 문득 리-르 앙골라가 고개를 들었다.

 “자네는 뭘 알고있기에, 우리에게 염치없이 도움을 기대하는거지?”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민수호의 말에, 리-르 앙골라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과거, 이곳에 쳐들어왔을 적의 괴물, ‘아바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바돈으로 인해 인간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가련한 소녀의 이야기도.



‡     ‡     ‡



 부산이 내려다보이는 폐건물의 옥상.
 그곳에 걸터앉은 우리엘은, 밝게 비추어진 채 미래로 나아가는 부산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기고 있었다.

 “추억인가요? 아니면… 분노? 혹은 절망… 또는, 괴로움?”
 “피어….”

 어둠으로 모습을 감춘 채 모습을 드러낸 괴물, 피어의 기척을 인지한 우리엘이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질문을 받았다.

 “…모르, 겠어….”

 파도치는 바다의 소리, 살짝이나마 비린 냄새가 나는 바다향. …고향의, 냄새.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들은 저렇게 멀리까지 와버렸고, 이곳에 남은 채, 폐건물과 함께 멈추어버린 것은, 괴물이 되어버린 소녀 뿐.
 굳이 대답을 바라고 물은 질문은 아니겠건만, 고개를 살며시 돌려 피어를 쳐다보니, 그녀는 바로 곁에 앉은 채, 그 기이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자그마한 도시에, 특S급 차원종이 둘.
 이미 재해는 일어났으며, 폭탄에 불이 붙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끝나는 일 속에서, 우리엘이 감싸안은 무릎의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꾸욱, 구겨지는 주름의 모습에 근 몇 여년간 본 적 없는 감정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창백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이제 의미없는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을 뿐,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빛나보이기 그지없는 미래를, 그… 아름다운 도시를 향해 손을 뻗어낸 우리엘이, 눈물에 목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렇게 과거에 머문 채, 괴물이 되어버렸는데… 이젠 찬란한 빛을 뿜은 채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 이 부산이… …미워….”

 토옥, 하며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에,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래, 아무도 모르는 괴로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잊혀진 자의 부르짖음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

 ─그 사람들을, 미워할 수 없어….

 “그런가요.”

 그렇다 해도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다며 발길을 돌린 피어가 말하길,

 “…준비가 끝나기를 빌죠.”
 “…그래….”

 지금 이 부산에는, 전황이 드리우고 있었다.
 아니, 부산이 아닌, 한국 전체에.
 어쩌면 대 재해가 될지도 모르는 전황은, 주인이 적어도 둘 이상 있었으며.
 그 전황의 한가운데에는…

 …하늘의 새와 천사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2024-10-24 23:36: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