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14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25 0

 티나의 저격 소총에서 불이 뿜어져나왔다. 푸른 위상력이 섞인 총알은 포구 안으로 정확히 들어갔고, 안에 있던 붉은 핵에 정확히 명중했다. 

퍼펑!

 포대는 그대로 파괴되었다. 트레이너는 다스 병사들이 왜 자신들을 막으러 오지 않는 건지 의아했지만,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는 생각에 티나를 올려다보았다.

"내려와라. 티나. 다시 잠수한다."

"네! 교관님."

 이제는 마음 놓고 교관에게 몸을 맡긴 그녀였다. 트레이너는 다시 한 번 빠르게 헤엄쳐서 조종사가 있는 무인도로 되돌아갔다. 

 수면 위로 떠오른 다스 병사들은 트레이너가 헤엄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병사가 검지 손가락으로 귀에 대며 누군가에게 말했다.

"군단장님. 아까운 포대를 하나 잃었습니다. 정말로 이걸로 된 겁니까?"

[그래. 이걸로 인간들은 당분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을 거다. 부대는 즉시 이름없는 군단과 교전을 치를 준비를 해라. 놈들의 세력이 갈수록 커져가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알겠습니다."

 지휘관 다스 병사는 차원문을 열어 부하들과 함께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인간을 상대로 선전포고했지만, 이름없는 군단이 난입하는 바람에 허사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지휘관은 아쉬워하며 외부차원으로 돌아와 이름없는 군단과 마주했다.

"어머, 벌레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네."

 긴 장발머리를 늘어놓는 소녀의 모습을 한 차원종이 다스 군단을 보며 비웃었다.


* * *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트레이너는 기분이 찝찝했다. 다스 군단이 처음에는 포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다음에 왔을 때는 너무나 처참할 정도로 경비가 허술했다. 마치 일부로 파괴하게 둔 거처럼. 그는 지부장실로 들어가서 임무 성공 보고를 했다.

"그래. 수고했네. 자네가 대한민국을 구한 거야. 그런데, 어째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나?"

"네. 지부장님. 실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트레이너는 현우에게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의 설명을 들은 그도 마음에 걸리는 건 마찬가지였는지 깊이 생각에 잠긴 다음에 입을 열었다.

"확실히 자네 말대로 너무 이상하군. 차원종 군단이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해놓고 너무 쉽게 당해버렸어. 일단 경계는 해야할 거 같군."

"그럼 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나머지는 우리가 조사하도록 할게."

 현우의 말에 트레이너는 거수 경례하고 나서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난 뒤에 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서울 지부장입니다. 급히 보고드려야 할 게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 * *


 트레이너는 울프팩 팀을 계속 훈련했다. 이제 그들이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하고 있었다. 특히 전준혁이 제일 빠르게 적응해나갔지만, 훗날 알파퀸이라고 불리는 서지수는 아직 적응이 덜 되었는지 위험한 수준의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하, 정말이지. 저만 안 되고 다른 팀원들이 되는 군요."

"원래 강력한 위상력을 가졌으면 그만큼 컨트롤하는 것도 힘든 법이다."

"힘 조절하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라고요."

 지수는 불만을 드러냈지만, 트레이너는 여전히 냉정하게 굴었다. 다른 대원들이 힘조절을 할 수 있다면, 그녀도 가능할 거라 여겼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트레이너는 그녀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너무나 강력한 힘은 차원종들을 물리치는 데 가장 커다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인류 멸망을 앞당길 수 있는 재앙의 힘이 될 수 있었다. 클로저에게 가장 어려운 건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차원종을 쓰러뜨리는 거였다. 트레이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티나처럼 적당한 위상력을 사용하는 수준이라면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싸울 수 있지만, 울프팩팀은 예외였다. 너무나 강력한 힘은 파멸을 앞당길 수도 있으니.

"서지수. 넌 힘을 조절할 때까지 클로저 임무는 하지 못할 것이다. 나머지 인원은 내일부터 정식 임무가 주어질 테니 남은 훈련 마저하고 들어가도록 해라."

"네!"

 서지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수는 무서운 살의를 드러내면서 불쾌해했다. 처음에 위상력 각성했을 때 차워종들을 불태워버리는 걸 보며 짜릿한 경험을 했다. 강력한 위상력을 뽐내면서 차원종들을 박살내면서 클로저 활동을 즐겁게 했는데 트레이너가 교관으로 들어온 뒤에는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그 점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일과가 끝난 시간인데도 서지수는 홀로 남아서 위상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위상력을 한 번이라도 드러낼 때마다 주택 1가구는 쉽게 파괴할 정도로 막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넓은 장소라서 건물이 무너질 일은 없었지만, 트레이너 방식에 점점 인내력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트레이너에게 당장이라도 대들고 싶었지만, 유니온에 영향력이 큰 그를 때려눕히는 건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한국 유니온 간부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답답한 건가? 서지수."

 트레이너의 목소리에 그녀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불만이에요. 전 원래 힘조절같은 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원래 전쟁이라는 건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게 자연스럽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힘조절을 하라고요? 나중에 차원종 대군이 몰려올 때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런 말을 하시죠?"

"전에도 말했지만, 네 미래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서지수. 그렇게 답답하면, 내가 차원종 대신 상대해주겠다."

"진심이세요? 전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지금은 이겨버릴 지도 모르는데요?"

"승패는 따지지 않는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본래 힘을 발휘해서 내게 진심으로 덤벼봐라."

 트레이너는 손을 까딱하면서 도발했다. 지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건 블레이드를 들어 괴성을 지르며 힘껏 내리쳤다.

쾅!

 주택 3가구 정도 덮을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넓은 훈련장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트레이너는 괜히 받아줬나 생각했지만, 남자가 한 입에 두 말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지수는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괴성을 지르며 그에게 **듯이 달려들었다. 그냥 나가서 차원종과 싸우고 싶은데 계속 못하게 하는 게 불만이었다. 트레이너는 그녀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건 블레이드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펑!

 트레이너의 주먹과 건 블레이드가 충돌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둘 다 자동차 브레이크를 밟듯이 지면을 쓸면서 밀려났다. 트레이너는 주먹에 통증이 있는 걸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미래의 알파퀸이라고 불리는 최강의 클로저였다. 곧 있으면 자신을 넘어서는 순간이 다가올 거라고 확신했다. 

"하압!"

 지수는 아직 멀었다는 듯이 트레이너에게 다시 한 번 돌격했다. 한 번 내려친 뒤에 곧바로 발포모드로 전환해 물러나는 트레이너를 노렸다. 푸른 불꽃에 뒤덮인 트레이너는 짧은 신음을 내다가 주먹을 지면에 꽂으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켜 지수를 물러나게 했다.

"실력이 많이 늘었군. 서지수."

"헉, 헉. 교관. 제대로 하시는 게 어때요? 겨우 이 정도가 아니잖아요."

"오늘 티나가 태평양에 있는 문제의 전쟁병기를 격파한 사실을 알고 있나?"

"네. 들어서 잘 알고 있죠."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나? 티나는 너보다 위상력이 더 약할텐데."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지수는 그 일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태평양에 있는 차원종의 병기를 제거하는 것보다 본인이 출전하지 못한 게 더 분했으니까. 트레이너를 그만큼 신뢰하고 있었던 한국 유니온이었기에 별다른 소동은 없을 정도.

"최소한의 힘으로 약점을 관통해서 파괴했다. 그 결과 약간의 파도가 있었지만, 한국을 위협할 수준의 해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네, 네. 잘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티나인가 뭔가하는 클로저처럼 힘조절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게 맘에 안 든다고!!"

쾅!

 건성으로 받아들인 척 하다가 바로 발끈해버리는 지수였다. 트레이너는 방금 전보다 더 위력이 늘어난 공격에 식은땀을 흘렸다. 훈련장의 벽이 심하게 금이 갔다. 트레이너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트레이너는 어떻게 해야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놈의 힘조절! 힘조절! 지긋지긋하다고!"

"그럼 증명해주마. 위상력이 강한 것만으로도 다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트레이너도 전력으로 싸우겠다는 듯이 체내에 있는 위상력을 크게 방출했다. 지수는 그 모습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씩 웃으며 위상력을 더욱 크게 방출했다.

"그렇게 나오셔야지. 교관. 이제야 좀 전력을 발휘할 수 있겠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 ~ 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 ~ 10화)

Chapter.2 울프팩편(11화~)
2024-10-24 23:36:1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