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12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19 1

 울프팩 팀 3일 째, 이번에도 힘을 제어하는 훈련을 했다. 지수는 강대한 위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은데 적은 위상력을 사용하는 훈련만 해서 불만이 가득했다. 강한 위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차원종과 싸우고 싶었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훈련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왜 내가 이런 짓을."

 지금도 차원종은 민간인을 위협하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출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너가 못 나가게 막았다. 그가 수료한 수많은 클로저들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인원 부족한 곳이 있을 정도였다. 

"아직 멀었다. 그 정도 위력이면 고층 빌딩 하나를 손쉽게 박살낼 거다."

"교관님. 너무 어려워요. 적당히 발휘하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요."

 준혁은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강대한 위상력을 가진 클로저들은 자기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다. 전생에서는 가르치지 않았던 부분, 트레이너는 이번에야말로 그들이 진정한 사람들의 영웅으로 칭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훈련을 실시했다.

"교관! 힘 조절은 제 성미에 맞지 않아요. 강력한 차원종이 나타나면 강력한 위상력으로 섬멸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물론이다. 강한 적에게는 강한 힘이 필요하지. 하지만, 클로저는 전쟁광이 아니다. 사람들을 지키는 걸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앞 뒤를 돌아** 않고 커다란 기술만 사용해서 피해를 더 확대시킨다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찍히는 법이다."

 트레이너는 서지수의 미래를 떠올리며 말했다. 차원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그녀는 임신을 해서 세하를 낳았다. 그 뒤로 몇 년 뒤에 이세하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기만 한다. 이유는 바로 그의 어머니 서지수의 영향 때문이었다. 18년 후에도 위상력 각성자가 다른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이유도 그녀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원종들을 섬멸하는 건 사람들이 바라는 일이지만, 그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클로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공포를 주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알았나? 서지수."

"그러다가 살아남은 차원종들이 힘없는 사람을 죽인다면요?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런 걸 생각하면서 힘을 적당히 사용하다가 차원종에게 살해당하는 클로저도 있다는 거 알아요?"

"물론 알고 있다."

"그런데도 속 편한 소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만약 정말로 강력한 차원종이 나타났는데 사람들 피해를 생각해서 힘 조절해서 쓰러뜨리라는 어려운 명령이 통할 거 같아요?"

 지수는 당당하게 트레이너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라는 걸 트레이너도 인정했다. 고위급 차원종이 나타난다면 당연히 강력한 위상력으로 쓰러뜨려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터전이 파괴된다면 민간인들은 오히려 클로저들을 무섭게 여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트레이너는 쿨하게 답변했다.

"네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다. 확실히 강력한 차원종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강한 위상력이 필요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원종들에게도 급소가 있다고 알려졌다. 급소만 잘 노린다면 강력한 위상력 없이도 충분히 차원종을 쓰러뜨릴 수 있다."

 트레이너는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에 알던 서지수의 모습이라 마음이 놓였다. 그녀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강력한 차원종을 쓰러뜨리고 세계를 구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냈다는 거였다. 당시 위상력 억제기가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차원종을 섬멸해나가는 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누구보다도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그녀였기에 다른 클로저들보다 더 많은 차원종을 섬멸했다.

"급소라고요?"

"그래. 왜 내가 경기도 두 개의 도시를 구해낼 수 있었는지 아느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힘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살았던 대학로 근처 사람들은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었다. 최소한의 위상력을 사용해서 차원종을 전부 쓰러뜨렸으니까. 꼭 강력한 위상력만이 차원종을 쓰러뜨린다는 법은 없었다.

"서지수, 내가 말한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건 알고 있다. 이것만은 알아둬라. 이건 네 미래를 위해서이기도 한다. 네가 만약 내 충고를 무시하고 파괴를 당연하듯이 여긴다면,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세하를 두고 한 말이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지수는 불행하다는 말에 눈동자가 떨렸다. 교관이라는 이유로 건방지게 말하는 듯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빈말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여기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노려보면서 대치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분위기를 깨듯이 방긋 웃으며 등장했다. 데이비드 리, 울프팩 팀의 관리요원이자 미래의 검은양 팀 창설자, 혹은 베리타 여단의 단장으로 활동하여 지고의 원반을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세상을 심판하려고 했던 인물이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데이비드 리라고 합니다."

 단정한 양복차림으로 정중하게 인사하는 데이비드 리, 전생과 마찬가지로 첫 인상이 매우 부드러운 이미지였다. 트레이너는 그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김한수라고 합니다. 울프팩 팀 교관입니다."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오늘 부로 관리 요원 직을 맡게 되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에 트레이너는 울프팩 팀 요원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한 명씩 인사를 나눈 뒤에 데이비드는 근엄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

"가능하면 여러분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상부에서 내린 명령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다스 군단이라고 밝힌 차원종 부대가 서울 시내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마 전달받아서 아시겠지만, 녀석들은 군부대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녀석들만의 전쟁병기도 보유하고 있고요."

"전쟁병기라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바로 화면을 보여줄 테니 보시죠."

 데이비드는 노트북과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거대한 스크린에 첩보사진을 띄었다. 거대한 포구를 지닌 다스 군단이 모여있는 사진이었다.

"미국 제 7함대가 전멸당한 거 아십니까?"

"들었습니다."

"저 포구가 바로 미국 제 7함대를 전멸시킨 장본인입니다. 한 번 보시죠."

 첩보위성이 찍은 동영상을 재생했다. 포구 안에 분홍색 에너지 덩어리가 하나로 모여 포구 앞에 모여들다가 일직선으로 발포되었다. 그 다음에 또다른 동영상은 미국 제 7함대 카메라였다. 차원종과 교전 직전, 분홍색 에너지 덩어리가 날아와 주변에 있는 함대를 삼켜버린 위력을 보여줌과 함께 화면이 끊겼다.

"엄청난 위력이군요."

 트레이너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원래 7함대는 전생에서도 파괴되는 일은 없었다. 수중 차원종이 있다고 하지만, 7함대 내에도 클로저들이 승선해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으니까.

**, 이렇게 될 줄이야.

 티나를 구해낸 대가였다. 전장에서 승리에 대한 대가가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의 결과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저 전쟁병기는 태평양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 한반도도 사정거리 안에 들었으니 저들이 발사하기 전에 파괴하라는 지시입니다."

"알겠소. 지시를 받들도록 하지. 단, 이들은 보낼 수는 없소."

"뭐라고요!"

 서지수가 발끈했지만, 트레이너의 다음 말이 그녀를 입다물게 했다.

"너의 그 강력한 위상력으로 파괴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 규모가 어떻게 될 거 같나? 엄청난 해일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는 아직 힘 조절을 제대로 하기에는 미속했다. 그녀의 강력한 공격으로 대형 해일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보다 좀 더 나은 위상력 능력자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교관, 다른 클로저들이 나서기에는 너무 위험할 거 같은데."

"걱정마시오. 내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이니. 관리 요원께서는 이들을 잘 감시해주시오. 어디로 가지 못하게."

"그러도록 하죠."

 데이비드는 순순히 뜻에 따랐다. 트레이너가 누군가? 차원전쟁 발발하자마자 가장 먼저 위상력을 깨닫고 피해확산을 막았으며 수많은 클로저들을 양성해 한반도를 지켜낸 위인이었다. 세계에서 한국이 제일 안전 국가라고 평가받을 정도였다. 물론 아직 차원종이 계속 출현해 클로저들이 출동하는 일은 많았지만. 

 트레이너는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티나를 불렀다. 평소에 옥상에서 주변 경계만 하던 그녀는 기지개를 펴며 드디어 돌아가는 거냐며 묻자, 트레이너는 답했다.

"간만에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티나, 넌 나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

"어떤 임무인가요? 교관님."

"한국을 구하는 일이다. 다스 군단이 거대한 전쟁병기를 이용해 이곳을 파괴하려고 한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태평양으로 갈 것이다."

"네! 교관님!"

 티나는 드디어 제대로 된 임무가 내려졌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트레이너의 경호원 역할이지만, 주변을 경계하기만 하는 것 뿐이라 슬슬 질려오던 참이었다. 언젠가는 교관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싶었는데 지금이 딱 기회가 찾아와서 진심으로 기뻐했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10화)

Chapter.2 울프팩 편(11화~)
2024-10-24 23:36: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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