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6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06 1

 숙소에서 맥주를 한 잔 마신 트레이너는 달력을 보았다. 훈련 졸업한 티나가 죽을 날이 3일 정도 남았다. 그녀는 훈련을 수료한 뒤에 유니온 정식 클로저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부장이 몇번이나 교관을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흠, 놀라운 걸."

 그가 가르친 훈련생들이 지금은 정식 클로저가 되어 차원종 섬멸에 기여했다. B급 이하의 차원종들이 나타나면 그들이 처리했고, A급 이상이면 정예 클로저들이 나섰다. 그가 수료한 클로저들 외에도 다른 교관들이 배출해낸 훈련생들도 전부 클로저로서 활약하고 있었다. 트레이너의 방식이 우수하다는 건 그들도 인정한 수준이었으니까.

 미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희망을 찾는 시기가 빨라졌다. 당시에는 미숙했지만, 지금은 우수한 교관으로서 처음으로 클로저들을 배출해냈기에 가능했던 일. 이제 3일 후에 티나가 만나게 될 인간형 차원종을 조심하면 되는 일이었다. 티나는 현재 신서울 지부 클로저로 일하고 있었다. 수료 이후에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 

 유니온 사이트를 열어 클로저들의 소식을 보았다. 티나가 최전선에서 은근히 활약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리자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의 미소를 드러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지하에 있는 훈련장으로 가서 몸을 움직였다. 아직 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대기만 하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곧 있으면 실전 요원으로 배속될 예정이었으니까.

 남은 기간 이틀, 트레이너는 지부장의 부름을 받았다. 현우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사람을 소개했다. 트레이너는 그가 누군지 알았다. 한국 유니온 본부장인 소진혁이었다.

"인사드리게. 한국을 총괄하는 본부장님이시다."

"김한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네. 본부장인 소진혁이네. 자네의 활약은 보고서로 듣고 있었어. 아직 어린애인 애들도 있는데 강한 클로저를 배출해낸 자네의 공적을 높게 사고 있네."

 전국에서 구명활동을 하는 클로저들도 대단했지만, 그들의 능력을 이끌어내게 한 트레이너도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처음에 위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차원종을 상대로 무서워하는 클로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트레이너가 가르친 100명은 전부 제 실력을 발휘한 자들이었다.

"먼저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네. 한국은 지금 희망을 찾아가고 있어. 자네가 가르친 클로저들 덕분이지."

"과찬이십니다."

"실전에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들었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건 적절하지 않아. 가능하면 교관으로서 남아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강한 차원종은 아직 그들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강한 차원종보다 더 급한 건,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클로저 수가 모자란다는 점이네. 교관들도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그래서 자네가 필요하네. 앞으로 한국 클로저의 발전을 위해 훈련 책임자가 되어주는 게 어떻겠나?"

 트레이너는 이런 제안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부장 말고도 본부장까지 나서서 교관을 맡아달라고 말했다. 확실히 지금은 싸울 수 있는 클로저의 수가 더 필요한 법이었다. 이제 막 각성자가 된 사람들은 아직도 차원종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는 법을 모르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차원 전쟁 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도 다 이런 이유였다. 부산으로 클로저들이 지원가지 못한 이유도 인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트레이너는 고민했다. 앞으로 이틀 뒤에 티나는 인간형 차원종과 맞서게 되어 죽게 된다. 교관입장이 되면 함부로 나갈 수 없는 일.

 그래도 교관 일이 나쁜 건 아니었다. 전생에 구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클로저들이 지원가지 못한 부산을 이번 기회에 구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수도 만이 아니야. 대한민국 전체야. 자네와 함께한 교관이 있긴 하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그건 자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네."

 트레이너와 함께한 교관들도 그의 방식대로 할 수는 있지만, 트레이너처럼 전투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기에 훈련생들에게 얕보일 수 있다는 거였다. 그는 티나와 교관 사이에서 갈등했다.

"3일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고민할 필요가 있나?"

"전 실전으로 나가서 직접 구명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힘을 지금도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니까요."

 민간인 뿐만 아니라 클로저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차원종을 상대하려면 강한 클로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게 훈련을 막 졸업한 클로저들에게 필요한 것.

"흠, 가능하면 지금부터라도 해야 하는 일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원하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네."

 트레이너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본부장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가능하면 티나가 죽을 예정인 날 뒤로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도움을 바라는 걸 떠올리며 졌다는 듯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하겠습니다. 다만, 훈련 2일차에는 자리를 좀 비우겠습니다."

"뭐, 그 정도라면 상관없네. 아무튼 고맙네. 유니온에는 자네같은 인재가 필요해."

 트레이너는 자신의 능력을 너무 보여준 게 실책이었다는 걸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구명활동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2일 차에 티나가 임무 수행하러 가는 날. 그 때야말로 직접 나서야 할 일이었다. 

"그럼 난 그런 줄 알고 가보겠네. 훈련장은 이미 준비되어있으니 내일 본부로 오면 되네."

 이미 그것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진혁은 방긋 웃으며 돌아갔고, 지부장과 단둘이 남은 트레이너는 그에게 말했다.

"지부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인가? 말하게."

"티나 요원에게 전해주십시요. 아니, 이제 막 수료한 정식 클로저들 전부에게 말입니다. 인간형 차원종을 마주하게 된다면 곧바로 후퇴하라고 전해주십시오."

"인간형 차원종? 그게 무슨 말인가?"

"전에 실전 훈련을 하다가 인간형 차원종을 본 적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대한 차원종들에 비해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오, 그런가? 알았네. 전달하도록 하지."

 지부장 신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이너는 지부장에게 인사한 뒤에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것만으로 안심하지 않았다. 티나는 사명감이 강하기에 아무리 명령이 내려져도 끝까지 싸우려고 할 것이다. 지켜야 할 사람이 등 뒤에 있다면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노릇이니까.

띠리리-

 전화벨이 울렸다. 고깃집 사장님이다. 그는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몸은 괜찮은 거지?]

"네. 괜찮습니다. 이번에 교관을 또 한 번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사장님은 건강하시죠? 거기에 차원종이 나타나거나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괜찮네. 클로저들이 지켜주고 있으니까.]

 경기도는 서울과 가까웠기에 그가 가르친 클로저 일부가 경기도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국은 아직도 공황상태였다. 이번에 수료한 클로저 만이라도 모자라는 상황, 사람들은 여전히 차원종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구하러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

"몸 건강하십시오. 전 이만 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래. 몸 조심하게.]

 좋은 사람이었다. 차원종과 싸우는 입장이었고, 한 때 아들처럼 여겼던 사장이었으니 그를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 트레이너는 피식 웃으며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커다란 건물에 붙은 대형 스크린에서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번에 유니온 총본부에 총장으로 취임한 미하엘 폰 키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클로저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군부대와 경찰은 클로저에게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하엘이 마이크에 대고 연설하는 모습이 중계되었다. 트레이너는 그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모든 악의 근원이 된 사람이나 다름 없는 인물이었다. 데이비드 리가 배신한 이유도 그의 내막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강대국이 지배하는 제국주의를 주장한 탓에 베리타 여단이 생겨났고, 수많은 인체실험으로 유니온에 반기를 든 사람이 많이 나오기도 할 정도였다. 울프팩 동료들을 대부분 클론으로 제작하고, 자기 입맛대로 숙청해버린 인물, 그의 얼굴만 볼 때마다 치가 떨렸다. 

 차원전쟁 1년 전으로 회귀했지만, 미하엘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모자란 시간이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만 바빴으니까. 이번에 그는 목표를 잡았다. 티나를 구한 뒤에는 미하엘을 조금이나마 견제할 수단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보다 더 세력을 넓히기 전에 그를 총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궁리를 했다.

분명히 그 사람이 있었지. 루드비히 크로이처, 총장파에서 인체 실험을 반대하다가 숙청당한 인물.

 유니온의 실상을 고발하려다가 숙청당한 루드비히 크로이처, 검은양 팀의 미스틸 레인을 아낀 인물이었다. 

"후."

 그를 구하는 건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티나를 구할 생각부터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 기회에 그녀를 죽인 인간형 차원종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 (Pro~3화)

Chapter.1 차원전쟁편 (4화~) 
2024-10-24 23:36: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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