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2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02 0

 대학교 그만둔 지 한 달이 지났다. 트레이너는 매일 밤마다 혼자 수련을 쌓으며 운동을 했다. 고등학교 이전에 배운 태권도와 합기도를 꾸준히 반복 연습했다. 공부하는 시간에 운동에 더 시간을 투자했다. 각성했을 때보다 몸이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C급 차원종도 아직 잡기 어려울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몸이 너무 굳어있군. 이 정도는 어림도 없겠어.

 웬만하면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머리는 성인이었기에 자신의 수준이 어떤지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예전보다 더 나아진 몸으로 위상력에 각성하겠지만,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확신했다. 

 위상력이 체내에 깃들게 되면 거기에 견딜 수 있는 육체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냉정한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냉정한 판단력은 이미 가지고 있기에 그에게 필요한 건 좀 더 강인한 육체였다.

"후욱, 훅."

 팔굽혀펴기를 100회 정도 했는데도 힘들 정도였다. 아직 멀었다는 뜻. 아무도 없는 공원을 시작으로 학교 주변을 10바퀴 정도 뛰었다. 한 바퀴가 150M 정도 되었다. 20바퀴 정도는 돌아야 하지만, 신체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법이었다. 조금씩 강도를 늘리는 거야말로 좋은 훈련이었다.

 훈련 일과를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와 몸을 씻었다. 근육이 붙었던 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예전 그 단련된 몸으로 가기 위해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씻고 나온 뒤에는 병기본 한 줄을 읽었다. 클로저의 교관이나 팀을 이끄는 대장이 되려면 군대에서 가르치는 전략전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했으니까. 총을 쏘는 군부대의 전술이었지만,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건 있었다.

"참호."

 땅을 파서 참호를 만드는 거야 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차원전쟁이 일어날 때 폭발이 주로 많이 일어났다. 차원종의 위상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클로저들이 위상력을 내뿜는 강도가 너무 강하면 주변 일대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팀으로 활동하면 클로저 한 명은 아군 피해를 걱정해서 제실력을 낼 수 없는 법이었다. 트레이너는 울프팩 팀이 처음 결성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는 팀은 아니었다. 클로저 한 명이 커다란 기술을 사용하려는데 다른 클로저가 끼어들어 오폭하는 일이 있었다.

 위상력 능력자가 된다면 신체적으로 일반인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다. 그 말은 즉, 땅에 구멍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굳이 삽으로 땅을 파지 않아도 된다. 위상력을 충분히 모아서 지면에 가벼운 충돌을 일으켜 구멍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 당시에는 아무도 응용을 하지 않았었다. 당연한 일이다. 클로저로 각성한 자들 중에서 군대 안갔다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유니온이 한국에 온 지도 얼마 되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클로저를 소집해서 전장에 보내는 일 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군필자도 존재했지만, 전시 상황을 겪지 않은 군인 출신은 차원종과 싸울 때 두려움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 밖에 사주 경계나 각개전투 교본도 읽었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게 클로저는 아니지만, 이 전술도 중요했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차원종을 상대로 근접할 때 후방에서 지원 사격을 해주는 팀원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트레이너는 그 밖에도 다른 전술 교본을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피곤한 얼굴로 3개월을 더 보냈다. 돈이 슬슬 모이고 있었고,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전투 식량도 꾸준히 모았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전투식량 중에서 유효기간이 5년이 되는 걸 골랐다. 가격은 다른 거에 비해서 비쌌지만, 구매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50일 정도 되는 전투식량을 구했지만, 더 구하기로 했다.

 몸에 근육이 조금 붙었지만, 아직 멀었다고 판단한 트레이너는 조금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보냈다. 자퇴한지 4개월이었지만, 아직 학교를 떠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몸이 조금 쑤시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원래 사람은 아프면서 일하는 법이라는 걸 이미 아는 나이였으니까. 오늘도 힘내자고 다짐하면서 직장에 출근했다.

"한수야. 너 요즘 운동한다면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그가 일하는 곳은 고깃집 알바였다. 최저임금이 안 오른 시대였지만, 지출을 줄이니 그나마 돈이 모이는 편이었다. 그는 고깃집에서 서빙을 하면서 손님을 위해 고기를 열심히 구워주기도 했다. 일을 잘하는 트레이너를 사장도 좋아하면서 아끼려고 했다.

"괜찮습니다. 원래 남자라면 몸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 그래야 여자 친구도 생길 테니까."

"네. 여자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무리를 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이니까."

 얼버무리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트레이너는 이성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1년 후에 전쟁이 일어나는데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어디있겠는가? 전쟁이 한 번 발생하게 된다면 이***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법이었다. 사장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사장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말을 했다. 살짝 웃음을 지은 뒤에 문 열고 들어오는 여성 손님들을 맞이했다.

"삼겹살 10인분이요. 직접 구워주시는 거 맞죠?"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트레이너는 불판을 준비하고 정성스럽게 고기를 구워주웠다. 그가 고깃집 알바를 한 이유가 있었다. 전쟁이 일어난 당시에 그는 교관으로서 전투 방법만 가르치는 재주만 있을 뿐, 일상과 관련된 일은 하나도 할 줄 몰랐었다. 이번 기회에 조금씩 배워서 이제 막 클로저가 된 어린애들을 조금이나마 보살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우와, 맛있다. 여기 진짜 고기 잘 구워주네."

"여기 갈색 부분 봐봐. 전부 다 뒤덮였어."

 고기를 많이 굽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신선한 국내산 고기와 가성비가 좋은 가격, 고기굽는 서비스까지 더해주니 손님들이 대단히 만족해했다. 처음에는 몇 번 태워먹었지만, 반복하다보니 숙달했던 거였다. 손님이 떠나면 그 자리를 빈틈없이 청소하는 것도 기본이었기에 청결 상태도 좋아서 좋은 평점을 받는 가게였다.

"호오, 여기가 그 소문난 맛집인가?"

 트레이너는 이어서 들어온 손님 두 명을 맞이했다. 한 남자의 얼굴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차원전쟁 당시에 유니온 신서울 지부장을 맡은 초대 지부장 신현우, 대기업에서 부장자리를 하다가 은퇴한 뒤에 유니온 신서울지부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2011년까지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사내, 그가 바로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트레이너의 기억으로 볼 때 나쁜 인물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신서울 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부산처럼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었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유니온 총본부에서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인물. 그 뒤로 신서울 지부장이 바뀌어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었다.

 현우는 트레이너가 고기를 굽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트레이너는 전쟁 당시에 그와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평소에 삼겹살 구이를 즐겼고, 고기를 굽는 직원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가 학교 다니고 있을 당시에 여기에 한 번 찾아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오, 고기를 잘 굽는군요. 학생.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트레이너가 구워준 고기를 만족한 현우는 활짝 웃었다. 트레이너는 그가 좋아하는 맥주를 하나 가져다주었다. 

"음? 제가 이 맥주를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나요?"

"왠지 그럴 거 같았습니다. 손님을 하도 많이 상대해봐서 감으로 그만."

"하하하, 재미있는 사람이네."

 현우는 수많은 고깃집을 다녀왔지만, 대부분 함께 온 일행이 고기를 구워주거나 자신이 직접 굽는 게 대부분이었다. 트레이너가 구운 고기를 보며 감탄했다.

"사장님. 여기 진짜 마음에 드네요. 고기도 잘 구운 알바가 있고, 서비스도 좋네요. 하하하."

"아, 네.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장도 기분이 좋아했다. 트레이너는 이번 기회에 그와 좀 더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능하면 절대 잊지 못할 말을 통해서.

"감사합니다."

"알바생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김한수입니다."

"대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

"자퇴했습니다."

"자퇴?"

 현우는 깜짝 놀랐다. 대학생이 자퇴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상당수가 등록금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고 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가 자퇴한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등록금 문제도 있지만, 실은 전쟁이 일어날 거 같다고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해서요."

"전쟁? 확실히 우리는 아직 분단 국가라 언제 전쟁이 날지는 모르지만, 북한과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말은 믿지 말게. 가능하면 대학교 과정은 다 마치는 게 더 나을텐데 말이야. 안타까워."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아쉬워했다. 요즘은 고졸이 아닌 대졸을 입사시키는 게 대부분이었다. 현우도 대기업 부장인 만큼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며 말했다.

"우리 대기업은 자네처럼 성심성의껏 남을 위해 봉사하고 열심히 일하는 인재를 원하네. 만약 생각이 있다면 여기 있는 번호로 연락해주게. 그럼 대학 학비를 4년제 전액을 전부 지원해주겠네."

"생각해보겠습니다."

 트레이너는 관심없었지만, 예의상 받아들였다. 이걸로 미래의 신서울 지부장과 안면을 텄다. 조금은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고기 잘 먹고 갑니다. 사장님."

"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트레이너는 현우가 건네준 명함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원래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다. 그가 신서울 지부장 자리를 물러날 때, 미래 강남 사태를 일으킨 신서울 지부장이 될 사람을 보며 조만간 일을 저지를 거 같다고 예언했던 인물이었다. 그 예언은 현실이 되었고,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이유가 되었다. 

운이 좋았군.

 미래의 지부장이 자신을 기억했다. 차원전쟁이 일어난다면 더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또한, 자신의 권한도 높아져서 다른 클로저들이 희생하는 걸 사전에 막을 수도 있을 거라 확신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6: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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