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56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4-15 1

 감시관 님을 따라 중앙 통제실로 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헤카톤 케일을 조종하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바이러스를 심어놔서 그걸 처리하는 데만 시간이 걸렸다. 

"김시환, 그 놈 짓이군."

 감시관님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그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 전장에 있어봐야 나는 방해만 될 뿐이니까. 그건 그렇고, 벌쳐스가 의외로 빠르게 움직였다. 정상회담 이후에 늑대개 팀을 헤카톤 케일의 소재로 사용하려는 게 갑작스러웠다. CKT부대가 계획을 알고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한 건가?

"최대한 빨리 헤카톤 케일의 소유권을 되찾으세요."
"네!"

 직원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임했다. 이렇게 당황하는 감시관 님은 처음 봤다. 예정에도 없던 일이 일어났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조사한 결과 CKT부대는 이 사태와 관련 없었다. 전부 김시환의 호스트 서버로 이루어진 것들 뿐이었다. CKT부대와 손을 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만, 꼭 그렇다고 볼 수 없었다. 그가 말한대로 헤카톤 케일 자체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놈들이 알아낸 이상, 병기를 빨리 완성시켜야 하는데, 하필이면 내부에 배신자가 나올 줄이야. 위장이 아플 지경이군요."
"감시관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그냥 얌전히 여기 계세요.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요."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다른 이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는데, 헤카톤 케일이 이대로 날 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저도 나가서 싸우고 싶습니다."
"미쳤어요? 당신같은 사람은 나가봤자 방해만 될 뿐이에요. 그냥 가만히 계세요."

 허락하지 않았다. 감시관 명령에 따라야할까 생각했지만, 늑대개 팀이 걱정이었다. 그리고 바이올렛 아가씨도 마찬가지다. 정예 클로저도 상대하기 어려운 S급 차원종을 그들이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내가 참여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승패를 떠나서 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게임에서도 주인공이 약점 없는 최종보스를 상대할 때도 도망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지금 가서 할 일이 정말로 없을까? 아니, 만들면 되는 거다. 난 클로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조직에 들어온 거다. 지금 굳이 감시관님의 명령에 따를 필요가 있을까?

"아무것도 안하는 거보다는 낫습니다."
"이봐요. 지금까지 공적을 좀 세웠다고 해서 자신만만한 모양인데, 헤카톤 케일은 차원이 다르다고요. 당신이 나설 필요는 없어요. 다음 할 일이 주어질 때까지 그냥 대기하세요."

 감시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따를 생각 없었다. 그림자가 말했던 거처럼, 이제 더는 조직의 방침에 따르기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죄송합니다. 감시관님. 전 바로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늑대개 팀이 위험하니까요."
"뭐라고요? 이제 늑대개 팀 감시 요원도 아니면서 무슨...... 기다려요!"

 말보다는 행동이었다. 내 본래 목적을 잊어버릴 생각은 없었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여기 있는 벌쳐스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  *  *

 헤카톤 케일을 상대로 클로저들이 용감히 싸우지만 전부 나가 떨어질 뿐이었다. 벌꿀 오소리 팀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놈을 향해 덤벼들었다. 늑대개 팀도 가세했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뒤집어 쓴 채로 있었다.

역시 위험한 상대야.

 바이올렛은 대검을 든 채로 숨을 헐떡이며 상처 하나도 없는 헤카톤 케일을 올려다봤다. 나타는 피를 흘리면서 헤카톤 케일을 향해 뛰어들었지만, 거대한 손짓 한 번으로 나가떨어졌다.

"저 바보가, 무턱대고 돌격하면 당할 뿐인데......"

 정면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벌꿀 오소리 팀 리더인 한영수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으며 산탄총으로 놈의 얼굴을 조준했다. 헤카톤 케일은 클로저들이 귀찮았는지 입을 크게 벌리자, 그 안에서 하얀 에너지 덩어리가 모여들었다. 위험을 감지한 클로저들은 각자 흩어졌고, 헤카톤 케일은 하얀 빔을 뱉어내어 머리를 움직였다.

삐이이이이-

 하얀 빔이 클로저들을 한 명씩 노렸다. 빔에 닿자마자 클로저들의 몸이 녹아내렸다. 한영수 요원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클로저들이 전부 빔에 사라진 걸 보고 분노하며 녀석의 머리에 연사했지만, 그 빔이 곧 자신에게 다가왔다.

부우욱-

 한영수의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그가 사용했던 산탄총이 남아있었다. 정예 클로저 다수가 죽음에 이렀다. 남아있는 클로저들이 얼마 되지 않자, 늑대개 팀은 당혹스러웠다. 이대로 헤카톤 케일을 막을 수 없다면 시내가 쑥대밭이 되니까. 

쾅!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헤카톤 케일의 머리를 가격하여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트레이너였다. 상부의 지시를 받고 어쩔 수 없이 헤카톤 케일을 파괴하러 온 거였다. 그렇지만 상대는 S급 차원종이였기에 트레이너라해도 쉽게 녀석을 격파하지 못했다.

"전력으로 날렸는데 흠집이 나지 않았군. 역시 S급 차원종이야."
"트레이너 대장."
"꼰대......"

 나타가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따지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트레이너는 살짝 미소를 보이며 그를 비웃었다.

"이게 무슨 꼴이냐? 큰소리 떵떵치더니, 고작 이 정도였나? 그런 식으로 금방 뻗어서 복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
"시끄러워! 저놈은 내가 쓰러뜨릴 거니까 꼰대는 빠져!"

 아직 싸울 수 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비아와 하피도 다시 의욕을 보이며 덤벼들었다. 바이올렛과 하이드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너는 상황을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다. 유니온 정예 클로저들이 출동했지만, 헤카톤 케일의 공격에 전부 당했다. 늑대개 팀은 운 좋게 살아남았고, 녀석은 지금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저 놈을 이길 수 있을 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 녀석은 벌쳐스가 만들어낸 최강 병기다. 저걸 파괴해야만 너희가 살 수 있을 거다."
"트레이너 씨. 당신은 알고 계시나요? 왜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이런 짓을 한 건지......"
"모른다."

 바로 나오는 대답이었다. 늑대개 팀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헤카톤 케일 입에서 또 한 번 에너지 덩어리가 모여들었다. 한 번 더 빔을 발사하려는 기세였다. 또 한 번 필사적으로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헤카톤 케일의 에너지 덩어리에 뭔가가 날아와 폭발을 일으켰다.

콰쾅! 쇄애**-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폭격기 2대가 놈을 지나쳤다. 공군이 갑작스럽게 출격할 줄은 몰랐는데 그들의 뒤로 누군가가 착지했다. 이어피스에 손을 얹은 채로 그들 앞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한석봉이 반가운 얼굴로 섰다.

"다들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한석봉 씨."
"여긴 뭐하러 온 거지?"

 늑대개 팀은 그를 반겨줬지만, 나타와 트레이너는 도끼눈으로 그를 무섭게 노려봤다. 석봉은 하늘 위를 가리키며 폭격기들을 부른 게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미 오면서 상황 모니터링하고 있었기에 놈이 어떻게 공격하는지 사전에 알게 되어 조치를 취했던 거였다.

"모여든 에너지 덩어리에 자극적인 공격무기를 발사하면 폭발을 일으켜요. 차원종에게 잘 통하지 않는 무기라도 마찬가지거든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을 텐데."
"게임에서 나왔어요."

 당연하듯이 대답하자, 트레이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원전쟁에 인생을 살아왔던 그가 게임이라는 단어를 전혀 몰랐다. 오직 전쟁이라는 단어만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크아아아아!"

 헤카톤 케일이 아까보다 더 흥분한 얼굴을 보이며 거대한 손으로 찍어 누르려고 하자, 클로저들은 흩어져 피했지만, 트레이너를 제외하고는 전부 풍압에 나가떨어졌다.

"피해도 문제에요. 저걸 어떻게 없애죠?"

 레비아가 물었지만, 아무도 답변하지 못했다. 한석봉은 거대한 몸집을 가진 녀석을 올려다보다가 이어피스를 이용해 다시 한 번 요청했다.

"벌쳐스 요원입니다. 폭격기를 다시 한 번 요청합니다."

 한석봉은 사이클 슈즈를 이용해 날아올랐다. 폭격기는 얼마 후에 다시 날아와 헤카톤 케일을 집중적으로 폭격했고, 한석봉은 녀석의 머리에 가까이 접근했다.

"한석봉 씨! 뭘 하시려고 그러시는 거죠?"
"놔둬라. 뭔가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 거일 거다."

 바이올렛이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트레이너가 팔을 들어 제지했다. 이미 그의 활약을 직접 봤었던 트레이너는 뭔가 저지를 거라는 걸 느꼈다. 한석봉은 사이클 슈즈로 날아올라 폭격으로 연기가 자욱한 순간에 권총으로 조준했다. 헤카톤 케일은 분노하여 석봉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사용법을 마스터한 그가 공중제비를 돌며 한 번 피했다. 그 뒤에 팔에 올라타 미끄럼틀 내려가듯이 앞으로 나아가 녀석의 머리에 근접했다.

 헤카톤 케일은 다른 손으로 석봉을 잡으려고 했지만, 사이클 슈즈로 있는 힘껏 작동시킨 석봉은 그대로 녀석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뭐, 뭐하는 거야! 저 녀석!"

 상상도 못한 행동에 늑대개 팀이 전부 놀랐다. 헤카톤 케일은 그가 입안에 들어갔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다시 늑대개 팀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비틀거렸다.

"크아아아아!"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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