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51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4-07 1
"큭, 이렇게 강한 인간이 있을 줄이야. 그 분 외에 나를 이렇게 다치게 한 놈은 네가 처음이다."
"그분이라면 너희가 말하는 미스터 블랙인가 뭔가하는 자인가?"
"그렇다."
릭스마이너의 말에 트레이너는 눈살을 찌푸렸다. 놈은 정예 클로저가 감당하지 못한 차원종, 자신도 전력을 다해야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적어도 미스터 블랙은 호각이거나 그 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 녀석이 얼마나 강하든 상관없다. 확실한 건, 넌 여기서 죽는다는 거다. 차원종."
"크크큭. 그럴 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지상은 어떨까?"
"지상이라고?"
"인간들은 나약하다. 우리 군단은 쉴틈없이 싸울 수 있지만, 너희 인간에게는 휴식이 필요하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져도 시간이 지나면 지쳐가는 법이다.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인간들은 나약하다. 우리 군단은 쉴틈없이 싸울 수 있지만, 너희 인간에게는 휴식이 필요하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져도 시간이 지나면 지쳐가는 법이다.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얼굴을 구겼다. 지상에는 한석봉이 그들과 합세해서 싸우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정예 클로저들이 있어도, 지상에 착륙한 수십만 대군을 상대한 건 그들이었다. 자신은 이들과 함께 지하를 지키고 있을 뿐이라 지친 기색은 없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네 녀석의 속셈은 뻔히 보이는 군."
트레이너는 주먹을 날려 릭스마이너의 복부를 뚫었다. 릭스마이너의 복부에 구멍이 생겼다. 이야기 하는 틈에 상처를 조금이라도 회복하려고 했지만, 트레이너에게는 뻔한 수였다. 녀석은 그렇게 사망했다. 트레이너는 피묻은 손을 가볍게 털고, 지상으로 날아올랐다.
* * *
한 손으로 복부를 감싸쥐고,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물러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으려나? 탄창도 아직 남았으니 더 싸울 수 있었지만, 통증 때문에 정면에서 싸우지는 못하겠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먼거리에서 엄호사격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클로저들이 CKT 요원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으니까.
콰쾅! 캉! 캉! 캉!
멀리서는 바이올렛 아가씨와 배원형이 합을 이루는 게 보였다. 이런 아수라장일 때 아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뭔가를 이용해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UN건물 옥상이 눈에 갔다. 저기로 올라가면 엄호사격이 가능할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겠지.
퍼펑!
갑자기 내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누군가 올라왔다. 트레이너 씨였다. 뒤따르던 정예 클로저들도 모습을 드러내 전투에 합류했다. 트레이너 씨는 나를 찾더니 와서 물었다.
"다친 덴 없는 거냐?"
"네. 괜찮습니다."
"안전한 지하로 피해라. 거기라면 녀석들이 몰려오지 않을 거다."
트레이너 씨 말씀대로 지하로 피했다. 지금 그들을 걱정시키는 것보다는 낫겠지. 막상 지하로 들어가려는데 녀석들이 갑자기 후퇴하는 게 보였다. 클로저들이 뒤쫓았지만, 하늘에서 나타난 검은색으로 물든 대규모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콰콰콰쾅!
"큭! 녀석들이 전투기를 소유하고 있었을 줄이야. 보통 테러집단이 아닌 거 같군."
클로저들의 움직임이 멈칫했을 때 CKT부대 요원들은 대부분 헬기에 탑승하여 후퇴하기 시작했다. 곡선을 그리며 위로 날아가는 전투기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미국에는 저런 전투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CKT부대가 탄 헬기는 유유히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전투기들이 다시 한 번 이쪽으로 날아왔다.
"피해라!"
트레이너 씨에게 잡혀 지하로 내려갔다. 하늘에서 빗발치는 총알세례소리에 클로저 다수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무래도 위상력 관통 탄환인 모양이었다. 헬기를 쫓지 못하게 저지른 짓인 모양이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소리가 멎었다.
"엄청난 세력이네요."
"아, 맞다. 전투기 하나는 너무나 비싼 금액인데 저걸 6대 정도 보유하고 있었어. 어떻게 그런 테러조직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군."
"아, 맞다. 전투기 하나는 너무나 비싼 금액인데 저걸 6대 정도 보유하고 있었어. 어떻게 그런 테러조직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군."
"전투기를 탈취한 게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자금을 가졌다는 게 말이 안 돼요."
"어느 나라도 전투기를 탈취당했다는 보고는 없었다. 스스로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어느 나라도 전투기를 탈취당했다는 보고는 없었다. 스스로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은폐한 게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다른 나라에게 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로 그 사실을 숨겼을 수도 있었다. 특히 미국이라면 초강대국이라는 칭호가 있기에 테러조직에게 전투기를 탈취당했다면 다른 나라에게 비웃음을 당할 수 있었다. 그 외에 강대국들도 미국과 똑같이 행동할 게 뻔했다.
"이유야 어찌되든 위상력 탄환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거로 봐서 대규모 조직인 건 확실해. 릭스마이너 녀석이 말한 미스터 블랙이라는 자가 점점 궁금해지는 군."
트레이너 씨는 강한 상대를 만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는 듯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건 안 좋게 느껴지는 데 말이다. 트레이너 씨 도움으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는 일부 클로저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게 보였다. 많은 사람이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정예 클로저 이름값 하듯이 알아서 총알세례를 피했던 거였으니까.
녀석들은 사라졌다. 도대체 뭐하러 온 거지? 이 회담을 습격하러 온 건 사실인데 도중에 갑자기 돌아가다니, 뭔가 이상했다. 애초에 경비가 삼엄한 이곳을 정면으로 공격해오는 것도 이상했고, 정상들을 노린 거라면 UN건물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야 옳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너무 이상했다.
"놈들의 목적이 뭐였을까요?"
"나도 잘 모르겠다. 정상을 노리고 공격할 거라는 건 예측했지만, 전투기가 늦은 타이밍에 나타난 게 이상해. 정상을 노린 거라면 UN본사를 집중 폭격하면 보호막이 뚫려서 충분히 파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정상을 노리고 공격할 거라는 건 예측했지만, 전투기가 늦은 타이밍에 나타난 게 이상해. 정상을 노린 거라면 UN본사를 집중 폭격하면 보호막이 뚫려서 충분히 파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지."
정상을 노린 게 아니라고 가정하면 뭘까? 클로저 전력을 줄이는 거? 겨우 그런 거라면 정상회담이 아니라, 지금처럼 정예 요원들이 자국을 비운 사이에 그곳을 침략하면 더 쉬운 일이었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 주변 시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다. 민간인 지역을 폭파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면?
"트레이너 씨. CKT부대는 보통 녀석들이 아니에요. 녀석들이 노리는 건 정상도 클로저도 아니에요. 유니온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거였어요."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저 멀리 폭발이 일어났었어요. 저쪽은 민간인이 사는 도시에요. CKT부대 대부분 전력이 사실은 본래 목적을 위한 미끼였다면 설명이 가능해요. 녀석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헬기를 타고 도망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지만, 트레이너 씨는 심각한 얼굴을 보였다. 민간인 피해를 많이 내서 유니온 신뢰를 깎아내리려는 거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지금까지 행동이 다 들어맞게 된다. 트레이너 씨는 곧바로 도시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말한 뒤에 싸이킥 무브로 뛰어올랐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타이밍에 바이올렛 아가씨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달려왔다.
"한석봉 씨. 괜찮아요?"
"네. 아까는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사 인사를 먼저 했다. 배원형이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고 했을 때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난 끝났을 거다. 아가씨 옷이 조금 찢어졌는데 다행히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이에요. 그건 그렇고, 트레이너 대장님이 급하게 어디 가시는 거 같던데 혹시 아시나요?"
"제 생각이지만, CKT부대의 목적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 쳐들어온 본대가 사실 미끼였고, 게릴라부대로 민간인 도시를 파괴한 게 진짜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CKT부대 대부분병력을 미끼로 썼다고요? 조금 황당하게 느껴지네요."
"제 생각이지만, CKT부대의 목적은 신뢰를 떨어뜨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 쳐들어온 본대가 사실 미끼였고, 게릴라부대로 민간인 도시를 파괴한 게 진짜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CKT부대 대부분병력을 미끼로 썼다고요? 조금 황당하게 느껴지네요."
그렇게 느끼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트레이너 씨는 순순히 내 말을 믿어주셨다. 어째선지 몰라도 트레이너 씨도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잠시 후에 트레이너 씨가 돌아와서 심각한 얼굴을 보이며 우리에게 말했다.
"한석봉, 네 말이 맞는 거 같다. 지금 뉴욕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었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어. 이건 매스컴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유니온의 신뢰가 추락하게 될 거다."
정황상 그렇게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정확한 답은 녀석들에게 직접 물어봐야했다. 난 어디까지나 게임을 한 경험으로 이렇게 주장한 거 뿐이었다. 배트맨 영화에서 나온 조커라는 숙적이 돈이나 명예를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는 듯이.
"트레이너 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녀석들이 이곳에 전력을 집중시켰는데 사실 그게 미끼였다고요?"
"그렇다. 녀석들은 정상을 노린 것도 아니고, 클로저 전력을 줄이려는 목적도 아니었다. 전투기가 그 이유다. 수십만 차원종이 나타났을 때 전투기도 가세해서 본사 건물에 쳐진 보호막을 집중 공격했다면 충분히 뚫렸을 거야. 그런데 전투기는 이상하게도 녀석들이 후퇴하는 타이밍에 나타났지."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였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녀석들이 정상을 노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녀석들의 목적을 추측하는 건 좋았지만, 맞은 부위가 아직 통증이 남아있었다. 병원가서 진단이라도 받아야 겠네.
* * *
정상회담은 무사히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집에서 뉴스를 틀어봤다. 유니온에 대한 비난 보도가 터졌다. 국민들의 신뢰도가 추락하여 유니온 총본부장이 전세계 인을 상대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중요 전력을 UN본사에 집중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점이었다.
CKT부대, 그들은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다. 누군가를 납치해 금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니온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일만 했었다. 녀석들은 바이올렛 아가씨를 납치했지만, 금전적 요구 대신, 다른 걸 제안했었다. 그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내가 가장 궁금한 건, 미스터 블랙이라는 인물이었다. 자꾸 그 단어가 내 머릿속을 지배한 기분이었다. 세하가 해결했던 타임머신 사건을 일으킨 조재현의 배후이자 CKT부대를 이끄는 수장. 조재현도 힘을 되찾은 채로 다시 한 번 싸우는 듯 했었다.
-미국 시민들은 대통령 하야와 유니온 총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정예 클로저들이 민간인을 막지 못한 나머지 국내 시민들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거다. 국가 하나가 아니고, 전세계에 있는 수많은 S급 클로저가 포함된 전력이었는데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나는 벌쳐스 소속이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의 엄마가 손을 떨면서 찢어진 옷을 바느질로 꿰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세하는 아직인가? 언제까지 아프리카에 있는 걸까? 그 친구가 와준다면 해결될 거 같은데. 이런 상황이라면 해외로 파견된 클로저들도 귀국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띠리리-
휴대폰 벨이 울렸다. 발신번호 제한, 어디서 온 거지? 일단 받아보니 변조된 기계음성이 내게 들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벌쳐스 감시 요원 한석봉 씨. 저는 CKT부대를 이끄는 미스터 블랙이라고 합니다.
"미스터 블랙이라고요?"
깜짝 놀랐다. 설마 그곳의 수장이 직접 내게 전화를 걸어올 줄이야. 두근 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그의 용건을 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