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14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2-11 1
울릉도로 출발하는 건 연습없이 바로 이루어졌다. 벌쳐스가 제공한 헬리콥터를 타고 울릉도로 이동중이다. 최재성 팀장이 말한 도구를 아직 시험해** 않았는데 잘 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적어도 연습할 시간은 필요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사용법은 알았으니 그곳에서 여유가 있을 때 한 번쯤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한석봉 씨. 그 가방과 신발은 뭔가요?"
"네. 이건, 최재성 팀장님께서 만들어주신 건데요."
"네. 이건, 최재성 팀장님께서 만들어주신 건데요."
"벌쳐스 기술 개발부에서요?"
"네."
바이올렛 아가씨는 심기가 불편했는지 표정이 갑자기 안좋아지더니 한 손으로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며 뭔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원래 나같은 사람은 아직 그곳에 들어가는 건 허용되지 않은 곳인데 이루어진 게 놀라운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하 아버지도 그랬다고 들었다. 그 사람도 비능력자 요원이 사용할만한 무기로 차원종을 상대한 적이 있었다고.
"야, 비실이. 이번에 우리가 싸우면 절대로 끼어들지 마. 네가 용감한 건 인정하겠는데 저번처럼 짐덩이가 될 뿐이야. 알아들었어!?"
"노력은 해볼게."
"노력은 해볼게."
나타가 저렇게 투덜대도 실은 걱정해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싸움에 임할 때는 광기 웃음소리를 내지만 사실은 좋은 녀석일 거라고 믿었다. 저렇게 화를 내는 거처럼 보이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 저러는 거라고. 게임 내에 나타난 캐릭터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었다.
<분노 속에는 반드시 슬픔이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대사에 불과하지만 그 말이 마음에 와닿을 때도 있다. 크게 분노하는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저 기분이 나빠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정말로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된 일도 있으니까. 분명히 이 늑대개 팀에게는 어둠이 있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서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바이올렛 아가씨도 마찬가지다. 가질 건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뭔가 만족하지 못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거 같으니까.
"한석봉 씨. 그 기술부에서 뭘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돌아가면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그 팀장을 처벌하겠어요. 벌쳐스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소년에게 그런 걸 순순히 넘기다니.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요."
"저, 죄송한데요. 이건 사장님 허락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뭐라고요!?"
으악, 귀를 막을 정도로 엄청난 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렇게나 깜짝 놀랄 만한 일인가? 날 특별히 싫어하시는 분도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이런 걸 가지고 있는 게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었다.
"하이드, 전화 걸어줘요. 직접 아버지와 연락하겠어요."
"네. 아가씨."
하이드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난 뒤에 바이올렛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뭐라고 항의하는 듯 했지만 표정이 더 창백해진 모습이었다. 뭔가 잘못되기라도 했나? 그러고는 무거운 한숨을 내뱉으면서 통화를 끝냈다.
"저, 아가씨."
"한석봉 씨. 절대로 그 장비를 사용하지 마세요.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았는데 실전에서 사용한다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 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표정이 무서웠다. 그래도 한 번 더 사용하고 싶은데 지금은 참고 감시 요원 일이나 똑바로 하면 되겠지.
* * *
잠시 후에 울릉도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모두 피난했고, 그곳에는 특경대가 와서 지키고 있었다. 바이올렛이 나서서 명찰을 드러내자 특경대 대장은 늑대개 팀을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바이올렛은 이를 뿌득 갈면서 중얼거렸다. 한석봉은 자신이 점찍은 인재다. 그런 그가 이번 전장에서 죽을 위험이 있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는데 쓸만한 인재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어서 굉장히 불쾌해했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찾아다닌 인재인데.
그런 그를 이 자리에서 놓칠 수는 없었다. 추후에 자신이 사장자리에 오르게 되면 반드시 중요한 인물이 될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하이드는 그녀에게 다가와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그녀의 귀에 대고 말한다.
"저, 아가씨. 아무리 그래도 감시 요원의 임무는 어쩔 수 없습니다. 늑대개 팀의 활약성을 보고하기 위해서는 근처에서 직접 목격해야 하니까요."
"나도 알고 있어요. 하이드.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처음에 한석봉이 차워종을 상대로 싸웠을 때 클로저 도움이 아니었으면 반드시 죽었다. 그리고 이번에 모스페어 차원종 무리가 이 섬을 점령하고 있다.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이곳에 그가 발을 들이댄 이상 반드시 지켜주면 안 되겠다고 확신했다.
"야! 저기 한 마리 보이는데? 놀아줄까?"
모스페어 차원종 한마리가 주변을 서성거리는 게 보였다. 나타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먼저 달려들자 다른 대원들도 그를 따라갔다. 한석봉은 나타 말대로 조금 거리를 벌린 채 그 싸움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직은 한 마리니까 위험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땅이 흔들린다.
"어어어?"
콰아아-
한석봉이 중심을 잡으려고 몸을 비틀거리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모스페어 차원종 무리가 땅 속에서 솟아나와 세 사람을 포위했다. 바이올렛은 놀란 눈으로 검을 들어보였다.
"함정이었군요."
"아가씨. 조심하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댄 채로 대치했고, 석봉도 재빨리 권총을 꺼내 한 마리에게 조준한다. 양손이 떨리고 있지만 심호흡을 한 번 하니 진정되었다. 바이올렛은 한석봉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늑대개 팀도 곧 다른 모스페어에게 둘러싸인 채였다. 바이올렛은 눈을 반쯤 감으면서 위상력 기운을 느낀다.
"이 느낌은, 전에 처음 봤던 모스페어보다는 약하군요."
"네. 아가씨. 이 느낌은 아마도 C급, 전에 봤던 모스페어는 A급입니다.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빨리 처리하죠."
재빨리 수를 줄여서 한석봉이 위험에 처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모스페어 무리가 네 개의 팔로 덮치려고 하지만 두 사람의 무쌍으로 그들은 순식간에 전멸해나갔다. 석봉도 심호흡을 바로 한 뒤에 권총으로 조준사격했다.
탕!
녀석의 머리에 관통했다. 생각 이상으로 나온 위력으로 한 녀석이 쓰러지자 그는 해맑게 웃어보였다. 자신감을 얻었다. 차원종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물론 민첩한 움직임을 가진 차원종을 따라잡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멈춰 있는 적이라면 조준사격이 가능했다.
탕! 탕! 탕!
최재성 팀장이 만들어준 발명품은 아직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바이올렛에게 경고를 받았으니까. 차원종을 한 마리씩 쏴서 쓰러뜨렸지만 심장의 떨림이 오히려 심해졌다. 아직까지는 몸이 완전히 적응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뭐야!? 이런 약해빠진 녀석들로 잘도 우리에게 매복 공격을 했군."
나타가 시시하다는 듯이 혀를 차면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한석봉은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이 살았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른 대원들도 큰 상처없이 돌아온 게 보였다. 각자 무용담으로 상대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또 다시 땅울림이 들렸다. 또 그들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땅 속이 아닌 그들의 정면에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모스페어 무리였다.
"A급 차원종 5마리나 되다니."
이번에는 A급 무리들이었다. 이번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마리를 상대로 다같이 덤벼도 상처 없이 처치하지 못했던 녀석이었으니까. 바이올렛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설마 우리 만으로 쓰러뜨리라는 건 아니겠죠? 지원은 언제 오는 거죠?"
모스페어 무리는 높은 등급의 차원종이 존재하기에 유니온 클로저가 합류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은 게 뭔가 이상했다. 바이올렛은 휴대폰을 들어 통화를 시도하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아서 곧바로 끊어버렸다. 한석봉은 침을 꿀꺽 삼키며 탄창을 교체한다.
* * *
사장은 최재성 팀장이 내린 결정에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해도 시험작을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소년에게 시험해보게 하는 건 조금 방식이 잘못된 거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 소년이 확실히 아군이 될 지는 잘 모르는 상황이라 신경 쓰이긴 하지만 울릉도 지역에 보냈으니 그걸로 잘 해결될 거라 믿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홍시영 감시관. 그 소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름대로 자신의 의지가 강한 거 같아요. 지금은 조직의 방식에 따르고 있지만 사장님의 따님이 특히나 마음에 들어하시는 거 같던데요."
홍시영이 눈웃음을 보이면서 말하자 사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벌쳐스의 기밀 정보를 알고 있을 지도 모르는 소년을 그녀가 마음에 들어한다는 게 좋지 않았다. 그 소년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벌쳐스 기밀을 폭로해버려 매스컴에 집중조명받게 되는 건 사양하고 싶어했다.
"그 소년이 왜 기억소거가 안 되는지 아는가?"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습니까? 사장님. 어차피 그 소년은 그곳에서 죽게 될 텐데요. 지시하신 대로 유니온 클로저의 출동을 막았습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습니까? 사장님. 어차피 그 소년은 그곳에서 죽게 될 텐데요. 지시하신 대로 유니온 클로저의 출동을 막았습니다."
"훗. 그런가? 뭐, 거기서 죽어준다면야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지. 그 범죄자 찌그레기들도 죽어주면 고맙지."
"하지만 사장님의 따님도 거기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홍시영이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자 사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씩 웃어보이며 답한다.
"어차피 내 친딸도 아니잖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