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8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28 0

 나타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는 혀를 찼다. 늑대개 팀의 전투력은 이미 상부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그라도 여러 명을 상대로 혼자 이긴다는 건 장담하지 못한다. 나타는 씩 웃어보이면서 양 손에 든 쿠크리를 들고 먼저 달려들었다.

"어이, 당신! 보아하니 제법 강해보이는데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흐흐흐."
"허,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군. 얼굴에 광기가 보여.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자냐?"
"자세나 잡기나 해. 넌 지금부터 이 나타님이 상대해줄 테니까!"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레이는 나타도 단번에 쓰러뜨릴 생각이었지만 그의 공격은 예상 외로 빨라서인지 눈을 크게 뜨면서 두 개의 장검으로 그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었다.

빠르고 정확한 칼날이군. 클로저를 많이 상대한 녀석 같아.

캉! 카카캉!

 나타는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쿠크리를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검을 맞대다가 쇠사슬에 달린 줄을 이용해 상대방을 가격한다. 마치 뱀이 허리를 세워서 먹잇감을 재빨리 물어뜯으려고 몸을 앞으로 내미는 거처럼. 검술 뿐만 아니라 원거리 능력까지 갖춘 모습을 본 레이는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애송이 녀석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는 걸? 사람을 평소에 많이 죽인 건가? 아, 맞아. 그렇지. 너희 벌쳐스 처리부대는 범죄자들이 모인 집단, 너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겠지. 그리고 뒤에 있는 여성들도 각자 무슨 죄를 지어서 그렇게 된 거겠지?"

 레이의 지적에 두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 가슴에 박힌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서였다. 바이올렛은 나타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이 전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세 명이서 한꺼번에 덤벼드는 게 나을 텐데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저, 안 도와줘도 되는 건가요?"
"괜찮아요. 나타는 혼자 싸울 때 전력을 낼 수 있으니까요."

 하피는 가슴을 끌어안으면서 해맑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 틈에 하이드는 간단한 지혈제로 상처를 막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도망치고 싶지만 그녀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게 집사 일이니까. 바이올렛은 나타의 검술이 레이와 호각을 이루는 걸 보고 조금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벌쳐스 사장의 딸인 제가 처리부대 요원에게 뒤지다니."
"어머,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타가 강한 이유는 실전을 그만큼 많이 겪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인간과 인간의 싸움을 우리 중 가장 많이 한 녀석이니까요."

 하피의 차가운 말투에 바이올렛은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실전을 자신보다 많이 했던 베테랑, 그의 광기의 미소가 나오는 얼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바이올렛은 침을 꿀꺽 삼키며 두 사람이 합을 이루는 순간을 계속 보았다.

카앙!

 강력한 공격이 서로 충돌하여 불꽃을 일으킨다. 두 사람이 서로 밀려난 뒤에 숨을 헐떡이고 있다. 레이는 상대가 맘에 들었는지 씩 웃어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이군. 뭐, 좋아. 아무래도 데려가기는 어려울 거 같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지."
"앙? 설마 도망치려는 거야? 왜? 이 나타님과 오래 싸우는 데에는 자신이 없어? 체력이 거기밖에 안 돼? CKT인지 뭔지하는 것도 약해빠진 체력을 가진 애들만 존재하는 모양이지?"
"이 자식이... 죽인다!"

 그 말을 들은 레이의 미간이 찌푸려짐과 동시에 위상력이 방출되었다. 나타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푸른 위상력을 방출한다. 도발에 넘어온 레이가 맘에 들어서 호쾌하게 웃는다.

"끼햐하하하하. 그래. 그거야. 그런 식으로 전력을 내란 말이야. 오늘 우리 둘 중 누가 죽는지 한 번 해보자고. 앙!"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날려 접전을 이룬다. 강력한 충격파가 인근 건물 유리창을 깨뜨린다. 전보다 더한 위력, 이러다가 도시 피해가 커지게 생겼다. 그런 두 사람 앞에 깡통같은 물건이 떨어졌다.

"어?"
"응?"

쾅! 삐이이이이-

 섬광탄이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섬광탄에 제대로 당해버렸고, 인근에 있던 늑대개 팀도 팔로 눈을 가렸다. 눈부심은 얼마 안 가서 끝났지만 나타와 교전하던 레이라는 인물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뭐야? 이 자식이 어디로 내뺀 거야?"
"도망친 거가요? 재빠르네요."

 주변을 둘러**만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나타는 혀를 차면서 결판을 내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렸고, 마침내 그 사람이 왔다. 

"저, 여러분. 괜찮으신가요?"
"야! 비실이. 여긴 뭐하러 왔어?"
"에? 나는 감시 요원이니까. 그나저나 클로저 따라가는 거 어렵네."

 위치를 확인하면서 평범한 방법으로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감시 요원이 원래 이런 직업이었다. 클로저 팀이 어디로 출동하더라도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 처리부대 팀도 감시 요원에게 자신의 활동을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하피가 나서서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여기에 나타났던 차원종은 바이올렛 아가씨와 집사 분이 처리해주셨지만 CKT라는 조직원이 나타나서 아가씨를 위협했어요. 그러자 나타가 나서서 교전하다가 상대방이 철수했죠."

 하피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석봉은 메모장을 꺼내 그걸 기록하면서 의문을 가졌다. 차원종이 나타난 건 이상한 일은 아닌데 CKT 조직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했다. 

"저, 상대방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도류 검사였어요. A급 실력자인 하이드도 이기지 못한 수준이더군요. 마침 나타가 있어서 살았어요."

 A급 클로저도 이기지 못한 수준인데 나타가 쓰러뜨렸다는 얘기다. 그 말은 즉, 나타는 전력을 다하면 A급 차원종을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상대는 A급 클로저에서 S급 클로저 사이라고 추측했다.

*  *  *

 이도류 검사, 그리고 A급 클로저를 능가할 수준, CKT는 반 유니온 단체라고만 알고 있지만 실력도 뛰어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상대방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아니었다. 전에 조재현이 유니온에 자백한 정보에는 CKT부대의 우두머리는 미스터 블랙이라는 말로 들렸다.

"미스터 블랙. 그 사람이 조직의 우두머리에요. 레이라는 사람이 상관으로 모시는 인물이겠죠."
"아, 미스터 블랙이요? 그 사람 이야기는 아버지에게서 들었어요. 이름은 알려졌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죠. 타임머신 일을 벌인 조재현이 말한 강적이라고만 아는데 나머지는 복잡해서 모르겠더군요."

 바이올렛 아가씨가 한 손으로 이마에 손을 댄 채로 말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어서 머리가 아프신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지. 아니, 하이드 씨는 괜찮으신 건가? 아까부터 피가 나는 거 같았는데.

"저, 집사님, 괜찮으세요? 다치신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유니온 가서 치료하면 다 나을 일입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혀 아픈 티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서 있었다. 물론 얼굴에 드러난 땀은 숨기기 어렵겠지만. 바이올렛 아가씨도 그걸 봤는지 하이드에게 말했다.

"하이드, 유니온으로 가요. 급한 일이 생겼으니까요."
"네. 아가씨."

 차량은 없었기에 점프해서 나아간다.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한 뒤에 이도류 검사라는 걸 떠올린다. 이도류 검술은 대검을 쥔 바이올렛 아가씨가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였다. 이도류가 무서운 건 힘이 아니라 스피드, 대검은 이도류 검보다 무겁기 때문에 양 손으로 들어서 휘두르는 형식이다. 이도류 검술에 대항하는 방법은 아가씨도 잘 알고 있겠지.

"야, 비실이. 우린 이제 가도 되냐?"
"아, 네. 가도 되요."
"어머, 저희만 가도 되는 건가요? 혼자 또 먼 길을 와야 할 텐데. 괜찮으면 이 누나가 안아서 데려다 드릴까요?"
"아니요. 사양하겠습니다."

 저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가? 분명히 하피 누나는 몸매가 좋은 누나라 다른 남자들이 빠져들 법하지만 품에 안기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부드러운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이유는 고소공포증 때문이다. 높은 곳을 계속 뛰어다니다가 구역질을 할 거 같으니 그건 사양하고 싶었다. 평소처럼 하면 되는 거겠지.

"후후, 그럼 다음 기회에."

 늑대개 팀은 그렇게 떠났다. 나도 빨리 사격 실력을 발휘해서 그 분들을 지원하고 싶었다. 나도 운전 면허증을 따야겠지? 감시관님께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셨으니까. 오늘은 벌쳐스 직원의 도움으로 왔지만 언제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  *  *

 레이는 투덜거리면서 지금은 아무도 안 살고 있는 폐건물에 들어왔다. 후드를 뒤집은 여성은 레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아야!"
"이 멍청아. 교전 확대는 피하라고 했잖아. 그렇게 되면 우리 계획이 조금 물거품 될 수 있는 거 몰라?"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자 레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나타와 결판을 내지 못해 매우 아쉬웠는데 하필이면 맘에 안 드는 동료의 잔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아니, 에리스, 왜 화를 내는 거야? 그 아가씨를 잡아야 하는 건 미스터 블랙 님의 지시였잖아. 난 그걸 충실히 따르려고 하는 거 뿐이라고. 단지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거부한 게 바로 그 쪽이었잖아."
"그냥 정중히 물러나면 다음에 왔을 때도 일이 커지지 않지. 너는 그런 상식도 몰라?"

 에리스는 그저 조용히 해결하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싸움을 걸어버리면 다음에 만날 때도 무기를 꺼내 상대방이 덤벼들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레이는 혀를 차면서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잔소리를 흘려들었다. 그러던 중에 에리스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재빨리 확인하니 문자메시지였다.

"미스터 블랙님께서 지시가 내려왔어. 다음에는 반드시 그 아가씨를 데려오라는 지시야. 상처 하나 없이."
"알았어. 하면 되잖아."

 레이는 입술을 삐죽이면서 고개를 돌렸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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