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

절멸이란바로이일격 2020-01-11 5

옥모듈에 나오는 배반의 ???이 D백작이 언급한 새벽녘 가장 빛나는 별하고
동일인물일거 같아서 써본 팬픽입니다. 걍 휘리릭 써본거

모든 것은 태초부터 정해져 있다. 힘의 격차도 그 힘의 격차로 인한 자신의 운명도 모든 것이 결정된 상태로 태어나 예정된 대로 끝을 맞이한다. 기억하기 힘든 먼 옛날 언제인가 부터 갖게 된 당연한 상식. 자신이 가진 압도적인 힘도 그 힘에 의해 도륙된 적의 죽음도 전부 태초부터 결정된 당연한 것. 자신은 그저 위대한 존재의 명령을 수행할 뿐인 수족 그것은 위대한 존재의 강인함을 따를 뿐인 자연스러운 무언가. 언제부터 인가 기억도 나지 않는 먼 옛날부터 지켜온 당연한 굴레.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새롭다는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명을 받들어 적을 살육하고 피를 뒤집어쓰고 단말마를 듣는 것을 기나긴 시간 동안 반복해야만 했다 그것이 당연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회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은 예정된 수순대로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가니 자신은 그저 위대한 존재의 명령에 순응할 뿐, 그 외에 언어를 내뱉는다는 행동과 의사를 표현한다는 행위가 무슨 의미를 갖는가. 어느 순간부터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위대한 존재의 명령대로 행동 할 뿐인 내게 감정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기나긴 영겁의 시간 동안 반복된 광경을 보며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기에 감정이 무엇인지 잊게 되었기에. 그리고 느낀다 한들 그것은 아무 의미를 갖지 못했기에.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조차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다. 회화도 하지 않고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눈앞에 있는 적의 시체와 다른 게 무엇인가, 자신은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겁의 시간 동안 같은 광경 만을 보여줄 뿐인 눈을 보인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둠만 보이는 장님과 똑같은 광경밖에 보이지 않는 자신은 무엇이 다른가. 어느 순간부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위대한 분의 명과 적의 비명만 들리는 자신이 공허 만을 들리는 귀머거리와 무엇이 다른가.그저 빈 궤짝 처럼 공허하게 좌 를 지키고 있을 뿐. 설령 바위가 좌 위에 있다 한들 자신과 무엇이 다른가.


위대한 존재께서 가로되, ???여 내 너에게 날개를 내리노니 반란을 일으킨 배교의 왕을 토벌하되 심연 속에 봉인하여라, 영겁의 세월동안 반복해온 것처럼 위대한 존재께 머리를 조아리며 그 은총에 대한 예를 올렸다. 


위대한 존재의 수족은 배교의 왕에 속해있던 적을 감지했고 그 즉시 날개를 펼쳐 전장으로 이동했다. 공허한 날갯짓을 반복하며 강하했고 위대한 존재의 수족은 무기를 들어 배교의 왕이었던 적을 베었다. 일 초의 시간 동안 수백 번 수천 번 합을 주고 받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교의 왕이었던 적은 약해져 갔으나 위대한 존재의 수족은 그저 변함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배교의 왕의 몸에 상처를 새기기 시작했다. 배교의 왕이었던 적의 몸에서 상처를 입은 부분의 면적이 상처를 입지 않은 면적의 두 배가 될 때 쯤 배교의 왕이었던 적은 무릎을 꿇었다. 무릎 꿇은 것을 보며 무기를 거두고 깊고 긴 심연 속에 봉인하려 할때쯤 감겨있던 눈이 조금 띄였다. 먹통이 된 귀에 조금이나마 잡음이 들렸다. 무릎 꿇은 것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 너는 또 다시 나를 베는구나, 허나 심연 속에 봉인 당하는 나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공허속에 갇혀있는 네놈 중에 어느 쪽이 패배자인지 실로 궁금하구나.”


무릎 꿇은 것의 마지막 말은 고요한 물가였던, 물가였는지 조차 알 수 없던 나 라는 존재의 인지에 자그마한 파동이 되었다. 그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던 내가 조금이나마 의문을 품게 되었다. 만약 위대한 존재께서 이들을 진정으로 지배하셨다면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위대한 존재께서 군단의 모두에게 무한한 힘을 내렸다면 전쟁은 순식간에 끝났을 것을, 위대한 존재께서 무한한 힘이 있다면 다른 군주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을. 이러한 모순들을 속에 표류한 나는 답을 얻게 되었다. 위대한 존재도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그 사실을 자각하고 조금 이나마 눈을 뜬 상태로 살아가며 또 다시 기나긴 시간을 보낸 후 에 나는 보았다. 폭식의 좌 가 바뀌는 것을, 강인하고 무한한 군단을 자랑하던, 폭식의 왕 이었던 것이 자신의 병사에게 패배하여 무릎 꿇는 것을. 모든 힘의 격차가 정해져 있다 여겨오던 내 안의 바다 속에 또 다른 폭풍우가 찾아왔다. 새로이 폭식의 좌 에 앉은 애송이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피조물이라 한들 자신을 창조한 존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새로이 폭식의 좌 에 앉은 애송이를 본 나는 세 가지를 느꼈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그중 첫 번째는 부러움이란 것을, 그중 두 번째는 변혁 이란 것을, 그중 세 번째는 살아있다 라는 자각 이란 것을.


그 후에 늙은 용이 부하의 배신으로 미물들의 차원에서 사망한 것을 보며 나는 느꼈다. 아무리 강인하다 한들 이렇게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을, 땅을 드리운 날개도 심장의 박동이 멈추면 무력하게 추락한다는 것을. 용을 죽인 배신자가 군단을 배신하고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각했다. 위대하다 여겨지는 존재하는 존재에게도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늙은 용의 장례식을 보며 느꼈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력하기 짝이 없다고.


위대하다며 여겨져 온 존재가 내게 말했다 ???여, 내 너에게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내리노니 이 무기로 늙은 용을 죽인 배신자를 처단하라. 무기를 건네받은 나는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이 무기가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다면, 위대한 존재시여 그대의 생명 또한 끊는 것이 가능 하오리까?”


나의 말을 들은 파리가 분노에 차 외쳤다.


“더러운 것! 감히 위대한 존재께 무슨 망발 이냐! 내 너의 무례함을 벌하고 네 고깃덩이를 구더기가 들끓는 호수에 쳐넣으리라!”


“나는 너에게 입을 열 권리를 하사 한 적 없다 벌레를 이끄는 벌레여.”


그리고 나는 위대하다 자칭하는 존재를 보며 물어보았다.


“당신이 그렇게나 강력하다면 어찌하여 당신이 배신자를 토벌하지 않는 것이오? 당신이 그렇게나 전능하고 강인하다면 어째서 당신이 직접 적들을 짓밟지 않고 저 미물들에게 하명이나 하는 것이오? 네가 그렇게나 강인하다면 어찌하여 미물들의 배신조차 막지 못하는 것인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벌레가 주제를 모르고 내게 소리쳤다. 


“네놈이 무엇이라도 된 줄 알고 위대한 존재 께 그런 저주스러운 망발을 퍼붓는 것이냐! 내 너를 찢어 죽일것 이다! 내장을 파헤쳐 네놈의 목을 조를 것이다! 네놈을 죽이고 네놈의 군단을 멸하는 것을 수만 번 수억 번 반복한다 해도 네놈의 죄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 망발을 들은 나는 파리에게 하언했다.


“위대하다 자칭하는 자의 거처에 머무르는 파리에게 물어보마, 어찌 미물이 나에게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이냐? 어찌하여 자신과 동등한 아니 자신보다 나약한 존재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말이냐? 어찌하여 진상받은 무기의 성능을 묻는 것이 죄가 된다는 말이냐?”


위대하다 망상하는 것이 내게 질문했다, 네놈은 누구냐고.


“나는 ???, 새벽녘 가장 빛나는 별이자.”


“배반의 왕이다.”


2024-10-24 23:35: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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