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7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8-07 1

 조재현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다 끝나서 체념한 사람처럼 보인다. 세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그도 자신과 같이 아버지를 잃은 남자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올 정도다.


"조재현."

"쿠쿠쿠쿡. 그렇군. 아버지에 대해서는 자식이 제일 잘 안다는 건가? 내가 이세진 박사님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군."


 입가는 웃고 있지만 소리를 들으니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녀석에게서 위상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장갑이 타버렸을 뿐인데 위상력이 안 느껴졌다.


"이제야 알았어. 그래서 발차기의 위력이 약했던 거구나. 그 장갑이 위상력을 발생시킨 거였나?"

"그래. 나는 사실 위상력 능력자가 아니야. 그렇게 보인 것은 바로 장갑 때문이었지. 그건 '태상 장갑' 이다. 태양열을 위상력으로 변환시키지. 하지만 그 건블레이드에서 발생한 파장 때문에 내 힘이 다 사라졌다."

"그 검은색 기운은 뭐야? 대체 그건 위상력이 아니지?"

"맞아. 나는 본래 위상력 능력자가 아니라 카오스 힘의 능력자였어. 카오스, 그건 이세진 박사님의 목숨을 앗아가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지."

"뭐라고!?"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오스 힘. 이름만 들어도 어둠의 영역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 그도 카오스 힘에 각성했지만 지금은 없다는 얘기인가? 겉 모습으로만 봐도 그는 평범한 인간처럼 보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내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난 아버지를 잃은 뒤, 그 사람에게서 길러졌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박사님을 찾아와서 계획을 듣게 되었지. 물론 그 선택지라는 것을 몰랐지만. 그러던 중에 카오스 힘에 대해서 연구하시던 박사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 연구자는 진실을 알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끊임없이 연구하여 밝혀내려는 습성이 있는 법이지. 하지만 그 힘을 연구하시면서 박사님은 그 힘에 노출되어서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셨지. 그럼에도 연구를 포기하지 않으셨어. 한 번 시작한 것은 끝을 내려고 하셨으니까."


 정말 바보 같은 아버지다. 그런 위험한 연구를 하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혹시 그러한 힘에 각성한 사람이 나타날 거라는 것도 미리 예상하신 것인지도 모르겠다. 카오스 힘이 대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자 그는 씨익 한 번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차원문 너머의 세상에 대해서 알고 있나? 차원종들의 세계 말이야."

"차원종의 세계라고?"

"그래. 우주는 빅뱅 폭발로 인해 생성되었다. 그러듯이, 차원종의 세계도 본래는 검은색 배경이었다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래. 카오스 힘은 위상력의 원시적인 힘이라고 볼 수 있지. 이걸 읽어봐라. 너희 아버지가 카오스 힘에 대해서 조사하신 것에 대해서 다 씌여져 있으니까."


 녀석이 수첩을 하나 꺼냈다. 필체는 틀림없이 아버지가 쓰신 거와 동일했다. 그 내용을 훑어보면서 카오스 힘에 대한 연구 일지를 읽었다. 그 힘에 노출된 순간부터 몸이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그 힘에 노출된 조재현도 멀쩡한데 아버지만 몸이 쇠약해진 건지 모르겠다. 그건 아버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왜 너만 멀쩡하고 아버지는 쇠약해진 거야?"

"글쎄. 적성이라고 해야 될까? 실은 그 이유는 나도 몰라. 내가 카오스 힘에 각성 된 건 그 사람 덕분이었으니까."

"그 사람이 대체 누구야?"

"너 같은 사람은 절대로 상대하지 못할 사람이야. 알려주지. 그 사람의 이름은... 미스터 블랙."


 미스터 블랙? 코드네임 이름처럼 들린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여자애들은 물론이고 제이 아저씨도 모른다고 답했다. 아버지는 그 힘을 연구하다가 마침내 그 힘을 제압할 수단을 건 블레이드에 집어 넣으신 것이었다. 하지만 왜 그것 때문에 자신의 몸이 쇠약해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 다음의 일은 우리가 직접 밝혀야 되는 거 같았다.


"이세하. 네가 직접 나와 싸우려고 한 것은, 나와 너, 우리 둘 만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 알고 있었구나."

"불쌍한 눈으로 나를 ** 마라. 내 목적은 실패했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 다시 한 번 내게 기회가 주어지면 난 몇 번이고 시도할 거야."

"조재현. 이제 그만 정신차리는 게 어때? 현실에서 도망치기만 할 뿐이잖아."
"그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지? 현실에서 도망치는 게 어쨌다고? 무서우면 도망칠 수 있는 거 아닌가? 크흐흐흐! 이세하. 넌 아직 세상이 얼마나 잔혹한지 아직 몰라. 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


 확실히 그럴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당해온 고통이 있기 때문에 이겨낼 자신이 있다. 조재현은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계획 실패, 힘도 잃고, 이제 목적도 없어졌으니 될 때로 되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나저나 조재현을 챙겨줬다는 그 미스터 블랙, 그 사람이 카오스 힘의 각성자였다는 건 처음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의 수첩에는 그 힘에 휘말린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줄 수 있어?"

"말 안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될 거야. 가능하면 그 사람과 대적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지. 미스터 블랙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잠시 후에 경찰이 도착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모양이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여기서 조재현은 현장 체포되는 거다. 순경들이 와서 그의 손목에 수갑을 걸었고, 조재현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연행된다. 양 손에 흉측한 화상이 있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피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말라비틀어진 고구마처럼 보일 정도다. 화상이 아니라 그냥 수분 부족으로 미라가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동생."

"아저씨. 그리고 너희들. 고생 많이 했구나."

"세하 네가 제일 고생많이 했잖아."

"바보, 우리한테는 도움을 청하라고 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혼자 무모하게 나서다니, 정신이 있는 거야?"


 정작 슬비만 내 행동을 지적했다. 분위기에 안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서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조재현은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나 혼자서라도 쓰러뜨려야 될 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 녀석과 나는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세하야!!"


쿠르르릉-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알았기에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자 엄마가 그대로 지면에 슬라이딩을 했다. 흙먼지로 뒤집어 쓰면서 울상을 보인 채로 일어서서 따지듯이 말한다.


"히잉! 너무해! 엄마의 사랑을 피하다니."

"엄마,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 자제 좀 하세요."

"어머, 흐음. 거기 너희 둘! 우리 세하에게 접근하지 마."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고, 내가 못 살아.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그 회장도 경찰에게 체포된 모양이었다. 일이 다 해결되고 나니까 엄마는 도로 바보가 되어버렸다.


"엄마. 타임머신은 어떻게 되었어요?"

"파괴 되었어. 갑자기 저절로 폭파하더라고. 보안 뭐시기라고 감지되었다고 들었는데."

"누님의 남편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 죽어서도 동생의 앞길을 결정하시다니, 놀라웠어. 그렇지만 누님. 잘 알고 있겠지?"

"응. 알고 있어. 죗값을 치러야겠지."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끌어올리며 냉정하게 말하자 씁쓸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는 우리 엄마였다. 조재현의 계획을 알고도 방치했고, 협**지 해주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협조하지 않았다면 클로저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엄마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니 분명히 자수하실 거라고 믿는다. 어찌되었든 죄는 죄니까.


"세하야. 당분간 엄마를 못보게 될 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왜 그런 바보 짓을 하신 거냐고요!!"

"네 아버지도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야.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 법이란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두 눈에서 눈물이 고인다. 하긴 그렇겠지. 나도 나중에 부모 입장이 되면 자식을 위한 바보가 될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런 분위기를 꺠워주듯이 엄마가 박수를 한 번 치면서 말했다.


"자, 중요한 문제가 있지. 거기 너희 둘. 미리 말해두겠는데 세하를 남편으로 삼을 조건이 하나 있어. 바로 나를 쓰러뜨리는 거야."

"아하하... 그건 좀 어려울 거 같네요."

"저희가 어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엄마. 농담은 그만두세요. 저 두 사람이 곤란해하잖아요."


 억지 웃음을 보이면서 말하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쟤내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다. 왜냐고? 겨우 몇 번 도와준 거 가지고 쉽게 연애감정을 가질 리가 없지 않는가? 게임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도 엄마와 처음부터 가까운 사이도 아니셨고, 오랜 시간 교제하면서 서서히 가까워진 걸로 알고 있으니까. 거기다가 쟤내들은 교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어이, 동생. 설마 눈치 못챈 거야?"

"무슨 말이에요? 아저씨? 겨우 그런 일로 쟤들이 저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동생. 여자에 대해서 너무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나."


 아저씨가 갑자기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한숨을 내쉬셨다. 왜 저러는 거야? 내가 여자에 대해서 한참 모른다고? 나는 사실을 얘기한 거 뿐이다. 어라? 두 사람이 왜 나를 도끼눈으로 쳐다보는 건지 모르겠네. 엄마도 마찬가지다.


딱콩!


"아야! 왜 꿀밤을 때려요?"
"어휴, 어쩌면 하는 짓이 그이랑 똑같니?"
"아니, 아빠가 어쨌는데요?"

"저 반응을 봐도 모르겠니?"

 여자애들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신다. 나는 그녀들의 얼굴을 보았지만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하는 게 보였다. 왜 저러는 거지? 얼굴도 조금 빨간 거 같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는데.


"자세히 봐도 모르겠니?"

"아, 알았어요."

"뭣!?"


 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움찔거리며 놀란 눈으로 반응했다. 뭐야? 여자의 비밀이 밝혀지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건가? 딱히 감춰줘야 될 비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자신있게 말한다.


"일단 빨리 집으로 가서 쉬어야 되잖아요. 조재현에게 당한 것도 있어서 많이 지쳤을 테니까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은데 우리 눈치 때문에 쉽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을 못 꺼낸 거잖아요. 슬비야. 유리야. 미안해. 본의아니게 오래 잡아둔 거 같아서. 어서 병원으로 가자."


콰당!


 어라? 왜 다들 뒤로 넘어가는데? 내가 뭐 이상한 말을 했나? 아니, 지금 이 싸움 때문에 많이 지쳤을 거 아니야? 지금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엄마와 제이 아저씨는 동시에 커다란 한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다른 두 사람은 두 주먹을 쥐면서 내게 다가온다. 어라? 왜 갑자기 살기를 드러내는 거지? 두 주먹을 쥐며 불타오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무서웠다.


"저기, 엄마?"

"왜 부르니? 이런 일은 네가 책임지려구나."

"나도 몰라. 동생."

"아니, 뭔데요? 대체 뭐냐고요! 으아아악!"


 영문도 모른 체로 여자애들에게 얻어맞는 신세가 되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비명이 안 터녀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아픔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4: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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