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6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8-03 2

 데이비드는 휴대폰으로 도착한 녹음파일을 들었다. 제이가 보낸 것이다. 조재현과 전광 그룹의 회장과 대면하면서 나누게 된 대화내용을 녹음했던 것, 그것을 듣게 된 데이비드는 두 눈을 감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증거만 찾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금은 그를 잡고 싶어도 못잡는 상황이었다.


"국장님!"


 김유정 요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느 때보다 흥분한 얼굴이었고, 급히 달려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녀도 진실을 알고 있었다. 유니온 본부장이 이번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을, 일부로 수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공조하여 전광 그룹의 행동을 막지 못하게 했었다. 증거가 있는데도 검찰총장이 권력으로 막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녀가 부르는 데도 데이비드는 무슨 질문인지 알겠다는 듯이 그냥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창가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국장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본부장님께서 해외로 출국할 예정이십니다. 지금 해외로 나가시면 그 사람을 체포할 수가 없어요."

"지금 안 그래도 체포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억지로라도 못 나가게 막겠어요. 그리고 증거들을 전부 언론으로 내보내겠어요."

"이봐. 유정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니온 신뢰가 저버리게 되면 우리 다 불이익을 얻게 될 거라고."


 유니온에는 선한 사람도 일하고 있다. 이번 일이 폭로되어서 사람들에게 신뢰가 추락하게 되기라도 한다면 전체적으로 유니온 직원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가 있다는 얘기였다. 원래 조직이라는 게 그거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조직의 이미지가 망가진다면 멀쩡하게 일하던 사람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도 저대로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저 사람 때문에 애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유정씨.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

"그럼 저 혼자라도 막아보겠습니다. 본부장님이 관여한 전광그룹과 조재현의 계획을 전국에 알릴 겁니다. 아이들은 진실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나서는데 어른인 제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슬비 요원 때문인가? 그렇군."


 슬비는 유리와 함께 조재현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냈었다. 조재현에 관한 유니온 자료와 이세진 박사의 자료, 그리고 전광 그룹의 사유지로 보이는 토지와 동일한 부분을 찾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본부장도 알고 있는 장소, 이세진 박사가 타임머신을 만든 장소, 전광그룹의 사유지로 알려진 토지까지. 그곳을 찾아내서 조사하던 중 실종되었다. 김유정 요원은 그들이 습격을 당했다고 확신했고, 행방을 추적했지만 찾아내지 못했었다. 


"그들이 어디있는지는 알아냈네. 지금 구조팀들을 보냈어. 그 친구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상대는 순순히 내보낼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야."

"제이 씨가 가신 건가요?"
"그래. 맞네."

"그럼 저희가 할 일은 정해지지 않았습니까? 본부장을 잡아야 됩니다. 지금 해외로 나가면 체포할 기회가 없어집니다."

 

 그녀의 말에 데이비드는 눈을 감은 채 의자를 뒤로 젖혔다. 아까와 똑같은 대답의 의미이기도 했다. 김유정 요원은 이대로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상의에 달린 명찰을 떼어내 그의 책상 앞에 내려놓았다.


"지금 뭐하는 건가?"

"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고통을 준 악당과 손을 잡은 사람을 체포하지 못한다는 건 참을 수가 없습니다. 클로저라고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을 체포하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봐. 유정씨. 진정해."

"죄송합니다. 국장님. 시간이 없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거수 경례를 하면서 나가자 데이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이름을 불러댔지만 돌아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결단을 내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손에 들고 있는 그녀의 명찰을 들어올리면서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  *  *



 세하는 숨을 헐떡이면서 하늘 구경을 하고 있었다. 계속 그와 싸우다가 먼저 힘이 다한 건 이 쪽이었기 때문이다. 싸움이 오래 지속되면서 양 팔이 버티기가 어려워서 가드가 흐트러진 탓에 발차기로 복부를 제대로 맞아버린 것이었다. 세하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그가 주먹 공격한 것보다 발차기의 위력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왜 발차기 공격만 위력이 약한 건지 몰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처음부터 찌그러져 있었으면 좋았잖아. 이제 알겠지? 너는 내 상대가 안 돼." 

"쿨럭!"


 상체를 먼저 일으키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일어서서 자세를 잡았다. 아직도 일어나는 그의 모습에 조재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일어나는 거지? 너는 내 상대가 되지 않아. 과거를 바꾸면 네 녀석만큼은 행복하게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왜 거부하는 거야!? 그 몸으로 나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타임머신을 그 두 사람이 파괴하기를 기대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그 타임머신은 파괴하기 어려울 걸. 위상력으로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아. 그만 쓰러지라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퍼억!


"크악!"


 분노의 주먹, 이번에는 세하도 피하지 못했다. 정확히 복부에 맞고 나가 떨어졌다. 정통으로 맞았으니 이제 두 번 다시 못 일어날 거라고 판단한 그였다. 뒤로 돌아서 타임머신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천천히 다시 일어나는 세하의 모습을 감지하고 천천히 뒤로 돌면서 이를 악문 채 두 주먹을 쥐었다.


"이 자식!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서 나를 이기겠다고 하는 거냐? 멍청한 녀석이군. 네놈은 나를 절대로 못 이겨. 잘 알텐데? 제대로 서기도 힘든 주제에 뭘 하겠다는 거야? 너는 그냥 괴로운 기억을 잊고 새로운 기억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도 왜 거부하는 거야?"

"쿨럭. 후우... 못 이긴다고? 쓰러지라고? 모든 것을 없는 것으로 하고 과거를 되돌린다는 게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부모를 잃고 홀로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힘든 일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힘든 티를 내지 않고, 항상 밝은 표정으로 남에게 드러내지. 괴로운 속마음도 감추면서 말이야."


 천천히 걸어오면서 말하자 조재현은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눈이 크게 떠졌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들어**도 못했으니까. 세하는 말을 더 이었다.


"부모님들이 전부 차원종에게 죽임을 당해 고아로 지내오면서 홀로 외롭게 살아오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는데도 꿋꿋이 인생을 살아가고 자신의 직업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 열정적인 사람도 있어. 그런 사람들은 너보다도 힘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너는 뭐야? 너는 힘이 강하면서 왜 굳이 과거로 돌려서 없는 것처럼 만들려는 거야? 너는 스스로 강한 자기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잖아!!"

"크읏."

"너에게는 다른 장애도 없고, 남들보다 힘들게 살아온 것도 아니야. 과학적인 재능을 보여서 여러가지를 만들어서 클로저들을 넘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잖아.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졌으면서, 왜 굳이 과거로 돌아가 네가 이룬 것들을 다 부정하려고 하는 건데!? 그렇게도 네 자신이 싫었던 거냐? 조세훈 박사님이 너를 지금까지 소중히 여겼던 게 다 헛짓거리라는 거냐고!!"
"**."

"못 이긴다고? 나는 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게 뭐 어쨌다고? 이기지 못하면 싸워야 될 상황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냐?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고!! 이런 짓을 하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진실을 밝혀내면 되잖아.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조세훈 박사님에게서 물려받은 재주가 있다면 그걸 밝혀내는데 필요한 수사도구라도 만들어서 세상에 알릴 수도 있었잖아. 만약 너에게 힘이 없어서 한 일이라면 지금 하는 짓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이해했어. 하지만 지금의 너를 보니,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


 세하의 말에 조재현의 미간이 또 한 번 일그러지면서 양 손에 검붉은 위상력을 끌어올렸다. 아까보다 규모가 3배 이상 커진 위상력이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괴성을 지르면서 주먹을 날리려고 했지만 세하는 허공을 가르면서 자신의 얼굴에 접근해오는 주먹을 보다가 타이밍에 맞춰서 머리를 아래로 숙여 피한 뒤에 왼팔을 움직여서 그대로 톤파로 올려쳤다.


팍!


 조재현은 턱을 얻어맞고 공중체험을 하다가 포물선을 이루면서 추락했다. 처음으로 맞았다. 동그랗게 뜬 눈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조용히 한 손을 움직여서 자신의 턱에 대며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아팠다. 분명히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을 텐데 이런 힘을 보인 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한 대 얻어맞았다고? 이세하... 너 이자식!!"


 자리에서 일어나며 검붉은 위상력을 두 손에 다시 한 번 집중시킨 뒤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세하는 톤파에 위상력을 주입한 뒤에 두 눈을 반쯤 감으면서 그가 내지르는 주먹을 보고 몸을 움직여서 피해낸다. 이미 수 차례 맞았기 때문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에는 패턴이 존재한다. 조재현은 원래 무술 수련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래 버티면 패턴을 조금씩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


부웅! 붕!


 주먹을 조금씩 피하면서 막는 모습을 보이자 조재현은 초조해졌다. 세하가 마치 각성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멱살을 한 손으로 붙잡아서 들어올린 세하는 하나로 합쳐진 건 블레이드로 겨눈 뒤에 곧바로 발포했다.


펑!


"크아악!"

 푸른 불꽃에 휩싸이면서 또 다시 포물선을 이루면서 추락하는 조재현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4: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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