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5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23 2
유니온에서 무기를 챙긴 다음에 아저씨의 뒤를 따라서 전광 그룹 건물 앞까지 왔다. 엄마가 걱정하시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만약 알린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말씀하실 게 뻔했으니까. 제이 아저씨의 말대로 엄마가 의심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도 알아야 된다고 확신했으니까.
"어이, 동생. 정말로 후회 안할 자신 있어?"
"빨리 가자고요. 아저씨. 자식이 된 도리로서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셨는지 알아야 될 이유가 있으니까요."
"못 말리겠군."
유니온 본부장과 전광 그룹 회장과 친분관계라면 당연히 수사가 제대로 안된다. 무슨 일 때문에 진실을 밝히려는 건지는 몰라도 일단 아저씨의 뒤를 따라가면서 건물 안으로 숨어들어갈 준비를 했다.
"야간인데도 경비가 삼엄하군."
"저 검은 양복 입은 경호원들 전부 위상력 능력자인가요?"
"맞아. 본부장에게서 받은 거겠지. 강화약물로 인해 강제로 위상력을 가지게 된 것이야."
"강제로 위상력을 가졌다고요? 위상능력자는 차원문 생성으로 인해서 각성된 게 아니었어요? 그 외에는 부모가 위상능력자라면 자손에게 물려지는 경우도 있다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맞아. 예전에는 그렇게 되었지. 그런데 과학 기술 개발로 인위적으로 위상력을 각성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어. 총본부에서 처음으로 실행되고 있다고 알고 있거든."
갑자기 들은 새로운 사실로 내 머릿속이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위상 능력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어져서 그런 거 같았다. 위상력을 인위적으로 각성한 사람들이 지금 저 건물의 경비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서 고용된 인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뭔가를 지키고 싶어서 그런 조치를 취한 거라고 아저씨는 보는 거 같았다.
계속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광 그룹 회사원들이 대부분 퇴근하고 밤이 깊어간다. 회장으로 보이는 백발 노인도 정장을 입은 채로 리무진 차량에 탑승해서 퇴근하는 게 보였다. 경비병들은 회사 입구를 지키면서 서 있는 상황이었다.
"어이, 동생. 지금부터 숨어들어가는 거야. 저 녀석들은 위상력 기운을 느낄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시려고요?"
"그냥 정면돌파야."
"네?"
아니, 정면 돌파라니, 상대는 위상능력자인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작전을 조금이라도 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고민도 할 틈도 없이 아저씨가 경호원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으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물러가주십시오."
"좋은 말로 할 때 비키는 게 좋아. 너희들에게는 원한같은 거 없으니까."
"물러가주십시오. 이번이 마지막 경고입니다. 더 행동하려고 하신다면 무력이라도 행사하겠습니다."
"어디 해봐."
정말로 정면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가세해야겠다는 생각에 건 블레이드를 쪼개서 톤파를 든 채로 난입하려고 했다.
퍽! 퍼퍼퍽!
어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막상 그 장소로 뛰어들었는데 이미 상황은 싱겁게 정리 되었다. 경호원들이 전부 기절한 채로 쓰러졌다. 내가 본 것은 아저씨가 주먹과 발차기를 빠르게 날린 것 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설마 공격 한방만으로 다 기절시킬 정도의 위력을 가진 건가?
"아저씨."
"너무 놀랄 거 없어. 경험이 많으면 누구나 가능하니까."
맞아. 이 사람은 18년 전 엄마와 같이 차원전쟁에 참여했던 베테랑 요원이다. 경호원들은 아마 실전 경험이 모자란 탓에 제이 아저씨에게 당해내지 못한 것이겠지. 정말로 아저씨 혼자서 와도 될 정도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 번 결정한 것을 바꿀 생각은 없다. 아직 입구를 통과했을 뿐이니까.
"자, 들어가자고. 동생."
"네. 아저씨."
우리는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방범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었다. 들어가다가 경보라도 울리게 된다면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저씨는 벽에 붙은 건물 안내도를 보면서 경비실을 찾았다. 그곳을 먼저 제압해야 카메라가 노출 되어도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
"경비실로 다녀오지. 동생은 여기서 기다려."
"네."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낫겠다. 사각지대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면서 경비실 방향으로 사라졌다. 예전에 첩보원 출신이셨나? 뭐 저렇게 전문적인 일을 할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여기에 몰래 들어온 사실을 유니온이 알게 되면 징계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게임기나 가져올 걸 그랬나?"
오래 기다리는 건 잘 못하는 편이다. 그 동안에 게임기를 켜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 때 안 가져온 게 아쉬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저씨가 멀리서 달려오시는 게 보였다. 경비실 직원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이제 맘 놓고 카메라가 노출 되어도 그냥 갈 수도 있었다. 경보를 울릴 사람이 없으니까.
"혹시 여기 새콤구역은 아닌가요?"
"경호원들이 회사 내에 경비를 맡고 있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튼 계속 들어가자고."
일단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아저씨의 뒤를 따라가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으니까. 그나저나 여기는 깔끔한 벽지로 되어있다. 역시 재벌 그룹 회사라서 그런가? 근무 환경도 깔끔하게 느껴지는 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커다란 보람을 느낄 거 같았다. 화분도 보이고, 예술품들도 많이 보인다. 부자가 따로없네.
"잠깐 기다려. 뭔가가 오고 있어."
"네? 뭔가가 오다뇨?"
"조용히 하고 무기를 들어."
잠시 후에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제서야 나도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복도 정면에서 뭔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가만, 저 그림자는 내가 아는 차원종같은데? 내 생각이 맞는다면 녀석은 분명히 스캐빈저다.
"아니, 스캐빈저들 아니야? 저 녀석들이 왜 여기있는 거지? 위상 억제기가 또 망가졌나?"
스캐빈저 6마리였다. 위상력이 느껴진다는 건 알겠는데 왜 여기 회사에 있는 거지? 의문점이었다. 어쨌든 녀석들을 토벌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카캉!
늘 하던대로 톤파를 이용해 찌르기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녀석들 중 3마리가 포위공격을 한다. 지능이 저렇게 뛰어났던가? 기존에 알려진 스캐빈저와는 다르게 뭔가 변화된 모습이었다. 검을 막아냈을 뿐인데도 전보다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게임에서 말하면 스캐빈저가 레벨 1에서 5의 몬스터가 된 모습이었다. 그래도 내 상대는 되지 않는다.
쾅! 콰지직!
톤파 하나를 이용해 한 녀석을 찌른 부위에 푸른색 스파크가 발생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다른 두 마리의 검을 각각 톤파로 동시에 막아낸 다음에 힘으로 밀어냈다.
"아저씨! 이것들은 차원종이 아니에요. 마치, 로봇 같아요."
"그래. 나도 동감이라고 생각해. 동생. 기존에 알려진 스캐빈저보다 더 강한 스캐빈저군. 거기다가 이 스파크, 아무리 봐도 로봇이야. 안드로이드로 개조된 거 같아."
아저씨 주변에는 3마리의 스캐빈저가 스파크를 일으킨 채로 쓰러져 있었다. 속 내에서 기계부품이 노출된 것으로 보아 이 녀석들은 확실히 안드로이드였다. 나머지 두 녀석을 찔러서 마저 쓰러뜨린 뒤에 아저씨를 보았다.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쓰러진 안드로이드를 유심히 살펴보는 아저씨, 잠시 후에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일어나 내게 말했다.
"이 녀석들, 차원종 잔해로 만들어졌어. 잔해와 고철덩어리가 합한 거지. 이 그룹의 회장은 단단히 ** 짓을 하고 있었어. 차원종 군단을 만들어내서 통제하려고 할 생각인 거 같아."
"차원종 군단이라고요?"
"그래. 이것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면 세계정복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차원종 잔해를 통해 인위적으로 차원종 위상력을 불어넣은 채로 기존 차원종보다 더 강력한 차원종 군단을 만들어낸다면 세계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어."
충격적이었다. 설마 인간이 차원종 군단을 만드려고 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모르겠다. 이 차원종 군단을 만들어서까지 세계를 정복하고 싶은가? 아니, 그건 확실히 모른다. 전광 그룹 회장이 주도한 것은 틀림없을 거 같지만 차원종 잔해라고 하니, 그 흑백 가면 녀석이 한 짓이 떠올랐다. 차원종 군단을 만들기 위해 잔해를 수집, 그리고 회장과 손을 잡아서 차원종 군단을 만들었다. 어디까지나 추리지만 정황상 그렇게 보인다.
"확실한 계획을 알아야겠어. 분명히 무슨 계획이 있을 지도 몰라. 여기서 14층에 연구동이 있으니 거기로 가보자고. 엘리베이터는 안 되니까, 계단으로 가자."
비상문은 잠겨 있었지만 제이 아저씨가 발로 한 번 걷어차자 문이 쉽게 열어젖혔다. 우리는 그 계단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