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이의 휴가

티나엔젤초 2019-06-29 0

"후...... 이번엔 부산인가."

탁 타닥.

[게임 클리어!]

게임기를 두드리던 소년이 게임 클리어 화면과 동시에 게임기에서 손을 떼며 땀을 닦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소녀가 소년을 나무랐다.

"이세하! 게임 좀 그만하랬잖아."
"뭐 어때. 아직 차원종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지, 마음가짐이. 이건 압수야."

쏙- 세하의 손에 있던 게임기가 손을 빠져나가 허공에 둥실 날아갔다.

"안 돼! 아직 클리어하고 저장 안 했단 말이야!"
"그래도 안 돼. 작전 끝나고 돌려줄 테니 그렇게 알아."
"하다못해 저장만! 저장마아아안!!!"

세하가 절망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그 모습이 익숙한 소녀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때였다.

"에잇."
"앗......"

허공을 떠다니던 게임기를 누군가 낚아챘다.

"유리야!"
"아무리 그래도 저장은 시켜주자 슬비야."

게임기를 압수한 소녀, 슬비의 또 다른 동료이자 친구인 서유리였다.

"하지만......"
"오오!! 유리 땡큐!"

슬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위상력까지 써서 날아온 세하는 그야말로 전력으로 몸을 움직여 저장을 완료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은근슬쩍 주머니에 게임기를 넣었다.

"어딜."
"쳇."

하지만 슬비가 재빠르게 염동력으로 게임기를 빼갔다. 세하가 혀를 차자 슬비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저장을 인질로 삼으면 작전 중에 더 집중할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유리는 너무 착하다니까."
"사람이냐......"

세하가 괴물을 보듯 슬비를 쳐다보자 유리가 히히 웃으며 둘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뭐 어때! 세하도 양심이 있으면 작전 중에 열심히 하겠지!"
"윽......"

세하가 싫다는 표정을 짓자 슬비가 재차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그들이 왁**껄 시끄럽게 잡답을 떠들자 한 남성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여전히 너희는 긴장감이 없구나?"
"제이 아저씨?"
"제이씨?"
"아저씨 이번에 아파서 못 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유리가 의아하다는 듯 묻자 제이가 하하 웃었다.

"내가 왜 검은양팀에 있는데. 아파도 약 먹으면서 너희를 보호해줘야...... 쿨럭!!!"

왈칵! 제이가 피를 토하자 그들이 기겁하며 그를 근처 응급실로 데려갔다.

"으으......"
"아저씨 평소보다 몸이 안 좋다면서요. 그냥 쉬시지......"
"하하. 내가 여기서 너희만 보냈다가는 언젠가 누님에게 혼날 거...... 쿨럭!!"

털썩.
제이는 재차 각혈을 하고는 그대로 혼절했다. 병원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제이의 끈질긴 생명력을 아는 그들은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제이씨도 정말 못 말리겠네요. 제이씨 가방에 약이 있을 텐데......"

둥실. 허공을 날아온 제이의 가방을 침대 옆에 둔 슬비가 약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나중에 제이씨가 깨어나면 약 여기있다고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병원 측에 말을 끝낸 슬비가 돌아오자 세하와 유리가 다가갔다.

"이제 슬슬 작전 지역으로 가자."
"이세하. 네가 웬일이야? 먼저 작전 지역으로 가자는 말이 나오고."
"생각해보니 오늘 저녁에 핫타임 이벤트가 있더라고. 빨리 작전 끝내고 집에 가서 게임해야해."
"......그럼 그렇지."

한숨을 쉰 슬비와 유리, 세하가 작전 지역으로 향하자 먼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가 손을 흔들었다.

"여기에요!"
"미스틸. 기다렸어?"
"아뇨? 여기가 바다라 그런지 볼 게 많아서 좋았어요!"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슬비가 말끝을 흐리자 테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슬비 대신 유리가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테인아! 근데 왜 수영복 차림인 거야?"

유리의 말대로 테인의 옷차림은 평소 요원복이 아닌 반바지와 점퍼를 입은 수영복 차림이었다.
이제 곧 차원종과 싸울 텐데 수영복? 그들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테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의 관리 요원인 김유정을 바라보았다.

"유정이 누나가 입으라고 해서 입은 건데요? 이번 작전은 이게 요원복이래요!"
"그래......?"

그들이 눈을 작게 뜨며 유정을 바라보자 유정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리더인 슬비가 유정에게 뭐라고 하려는 찰나. 테인이 폭탄을 터트렸다.

"그러니까 형 누나들도 빨리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요!"
"어......?"

갑작스런 테인의 말에 그들이 당황하여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유정은 본부에서 날아온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피한 이후였다.
......도망친 것이 분명했다.
후. 한숨을 쉰 슬비가 테인에게 다가갔다.

"테인아 잘 들어. 사실 수영복이 이번 요원복이라는 건 유정 언니의 거짓말......"
"거짓말이요?"

테인이 순수한 눈빛으로 묻자 슬비가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기에 단호하게 말을......

"저 유정이 누나한테 속은 거예요?"

글썽. 테인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슬비의 말문이 막혔다.
그때.
턱.
턱.
그녀의 양쪽 어깨 위로 두 개의 손이 올라왔다.

"슬비야."
"슬비야."
"......"

세하와 유리의 짧은 말에 잠시 침묵하던 슬비는 조용히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저 멀리 김유정의 임시 탁자 위에 있던 물건들이 날아왔다.

"유정 언니......"

그 내용물에 슬비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가져온 것인지 제이의 것을 제외한 그들의 수영복이 이곳에 있었다.

"난 우리 엄마가 범인이라는 것에 이번 게임 이벤트를 건다......"

자신의 수영복을 확인한 세하가 중얼거렸다. 자기도 어디에 두었는지 까먹은 수영복이 있다는 것은 필히 그의 어머니의 조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으으......"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슬비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녀의 수영복은 과감하게 몸을 드러낸 비키니였다. 과거 수영복 화보를 찍기 위해 입었던 수영복인데, 어째서 자신의 집에 있는 원피스 수영복이 아닌 이 수영복이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됐다.

"꺄악! 슬비 너무 예쁘다!"

그런 그녀의 몸을 유리가 꽈악 껴안았다. 그녀의 수영복 역시 슬비와 마찬가지인 비키니였지만, 가슴골이 가려져 슬비보다 노출도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

슬비는 조용히 아래를 쳐다보았다. 분명 유리보다 그녀가 노출도가 높을 터이다. 그런데......
더 이상 생각하기가 싫어진 슬비는 고개를 저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온 세하와 눈이 마주쳤다.

"......"
"......"

잠시 말문이 막힌 두 사람이었지만, 이내 세하가 먼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슬비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가슴을 가렸다.
......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세하와 슬비는 차마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유리는 갑작스런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짖궂은 미소와 함께 테인을 데리고 자리를 비켰다.
그렇게 세하와 슬비 둘만이 남게 되자 세하가 입을 열었다.

"그...... 수영복 예쁘네. 잘 어울린다."
"......으으."

얼굴이 더욱 붉어진 그녀가 무심코 세하를 바라보았다. 세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상태였기에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지도 몰랐다.
순간 그녀의 눈이 세하의 복부를 향했다.
반바지에 후드 점퍼를 입은 세하는 점퍼를 잠그지 않아 그대로 복부가 드러난 상태였다. 자연스레 슬비의 눈 또한 세하의 복부를 바라보게 되었다.
평소 게임을 자주해서 그렇지, 차원종을 때려잡으며 임무를 수행하는 세하의 운동량은 최상위 수준이었기에 세하의 몸 또한 매우 튼튼했다. 자주 남성을 접하지 못한 슬비는 그 복근을 보는 것만으로 얼굴이 절로 화끈해졌다.
슬비가 입을 열었다.

"너도...... 수영복 잘 어울려."

개미만한 목소리였지만 위상력을 각성하여 신체 능력이 높아진 세하의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고마워."
"......"

또 다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때.

위잉-! 위잉-!

경고 사이렌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차원종이 나타났다는 의미.
둘은 침묵이 어색하게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사이킥 무브를 시전하여 작전 지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며칠 간은. 세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못 할 것 같아.'
'아, 핫타임 이벤트 집중 못 할 것 같은데.'

그들은 여전히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였다.
본능적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였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그들의 얼굴은 마치 화산처럼 폭발할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을 발견한 유리는 히히 웃음을 흘리며 옆에 있던 테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리 누나. 세하 형이랑 슬비 누나 왜 저렇게 얼굴이 빨개?"
"음. 우리 테인이가 누나만큼 나이를 먹으면 알려줄게."
"응! 나도 빨리 형이나 누나처럼 쑥쑥 크고 싶어!"

헤헤. 테인이 해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유리가 재차 웃음을 흘리며 테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우리 테인이가 크면...... 누나가 잔뜩 알려줄게.

핥짝. 유리가 입술을 핥았다.




후담.

"정말, 제이씨도 참...... 상부의 전화인 척 하고 전화를 하시면 어떡해요.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 하지만."

제이가 유정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모처럼 휴가를 받았는데. 유정씨가 없으면 아쉽잖아? 이제는 그녀석들도 많이 컸으니 괜찮다고."
"제이씨도 참......"

쪽. 유정이 제이의 볼에 뽀뽀를 하자 제이가 왈칵! 각혈을 했다.

"제, 제이씨. 괜찮아요?"
"으으...... 이게 다 유정씨 때문이야."
"네?"

제이는 옆에 있던 특수 입냄새 제거 가글로 입을 행구고 쓰레기통에 가글을 뱉었다. 그리고 말했다.

"입이 아닌 볼에 해주니까 내가 각혈을 한 거 아니야."
"네?"
"즉 이런 거지."
"읍?!"

제이가 유정의 뒷머리를 잡고 그대로 입술에 입을 포갰다.
그에 놀란 유정이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아무리 제이가 약해졌더라도 제이는 위상능력자. 유정이 그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결국 유정은 저항을 포기한 채 그대로 제이에게 안겨 입술의 감촉을 느꼈다.

"하......"

꽤 오랜 시간 동안 키스를 이은 제이가 입을 떼였다. 그러자 유정이 힘이 풀린 얼굴로 제이를 바라보았다.
제이는 그런 유정의 얼굴을 보며 씩 웃고는 말했다.

"오늘은 집에 안 보내줄 거야, 유정씨."
"......바보."

제이를 제외한 검은양 팀이 바다에 나타난 고위 차원종을 상대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2024-10-24 23:23: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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