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3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25 2

타타타탕-


 유리의 선제 사격이 시작됨으로서 교전이 시작되었다. 가면의 남자는 양 팔을 들어서 머리를 보호하는 자세를 유지한 채 달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 정면에는 여러 군데에 총탄이 박혔다가 튕겨나갔는데 멀리서 보면 조그마한 폭죽이 터진 것처럼 작은 불꽃이 튀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리는 곧바로 왼쪽으로 구르기를 해서 녀석의 돌진을 피한 뒤에 두 다리를 모은 채로 바닥에 착지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은 뒤, 다시 자세를 잡았다.


 가면의 남자는 이번에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그녀의 총탄을 피해내고 있었다. 유리는 권총만으로 안 되겠다고 판단했기에 잠시 권총집에 넣은 뒤 양 손으로 검을 쥐면서 두 눈알을 굴렸다. 상대의 움직임을 눈으로 파악하면서 반격하기 위함이었다.


카앙!


 일정 거리 수준에 도달했을 때 유리의 검이 수평으로 휘둘러졌고, 사내의 주먹이 정면에서 뻗어나가 그녀의 검과 충돌했다. 유리는 예전에 검도 연습을 할 때 묵직한 콘크리트를 죽도로 때렸을 때 느껴진 아픔을 떠올렸다. 지금 그의 주먹이 베기가 힘든 단단한 콘크리트 그 이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불꽃이 튐과 동시에 충격파고 잠시나마 발생했다. 하지만 오히려 힘에서 일어내는 건 사내의 주먹이었다.


"우웃!"


 위험하다 싶어서 검을 뒤로 뺌과 동시에 상체를 그대로 뒤로 젖혔다. 완벽한 유연력으로 몸을 반쯤 뒤로 넘어가게 해서 사내가 휘두르는 주먹 하나를 피했다. 천장으로 얼굴 시선이 향한 채로 자신의 상체쪽으로 지나가는 그의 주먹에서 검붉은 스파크가 느껴지는 것을 보았다. 제대로 맞으면 최소 치명상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서 나머지 주먹 하나로 유리의 하체를 노리는 사내, 그녀는 곧바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면서 하체를 뒤로 뺀 채로 점프하여 간발의 차로 피했고, 나아간 주먹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아서 옥상 지면에 균열을 일으켰다. 공중에 떠오른 유리의 몸이 거꾸로 뒤집히듯이 날아오르면서 공중 제비를 돌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 시야에 그의 정수리 부분이 보이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권총을 재빨리 꺼내 난사한다.


타다다당-


 반사신경을 이용해서 두 팔을 들어서 총알을 막아낸다. 유리는 5발 정도 쏜 다음에 자신의 다리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그대로 착지할 준비를 했다. 위에서 보면 그녀의 팬티가 다 보일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사내는 그녀가 몸을 회전하면서 착지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왼쪽 주먹에 검붉은 위상력을 넣어서 그대로 정권지르기를 시도했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는 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유리에게는 아직 비장의 수단이 있었다. 미리 허리춤에 아껴놨었던 세 발의 잔탄에 위상력을 실어서 그대로 던지자 달려오던 사내의 움직임은 곧바로 방어자세를 갖추었고, 총알 3발이 순차적으로 얼굴만한 크기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 틈에 유리는 두 발로 착지한 뒤에 권총을 꺼내 연발사격을 했다.


팅팅팅팅!


 양 팔로 아까처럼 방어하고 있다가 빠르게 돌진해서 이번에는 돌려차기로 유리가 든 권총을 쳐냈다. 방어하면서 갑작스러운 기습 돌진에 그녀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당황한 나머지 작은 빈틈을 만든 결과였다. 권총이 나가떨어졌지만 아직 검이 남아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위상력을 검에 주입하자 푸른색 빛을 이루고 있었다.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다가 격투자세를 취했다.


펑!


 싸우는 도중에 사내가 드론으로 날린 빌딩 건물 옥상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사내는 씨익 웃고 있었고, 유리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하늘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무슨 짓을 한 거에요?"

"차원종의 대침략의 길을 인도해준 거 뿐이다. 위상 억제기가 파괴되었으니 곧 A급 차원종이 나올 것이다. 뭐, 너희 유니온이 파괴된 위상 억제기를 다시 복구하려고 하겠지만,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다."

"그렇게도 도시를 파괴하고 싶으신 거에요? 인간이 미워서!?"

"밉다? 그건 오래 전에 느낀 감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좋은 일만 기억하려고 하고, 나쁜 일은 잊으려고 하는 편이지. 난 지금 사람들을 미워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쁨의 감정이 느껴지는 법이지."

 남자의 말에 유리는 이를 뿌득 갈았다. 하늘 위에서 거대한 붉은 트룹이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이어폰용 무전기에서 연락이 왔다. 아저씨같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연락에 따르면 미성년자 클로저는 이만 후퇴하라는 말이었다. A급 차원종은 복귀 클로저들이 맡겠다면서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미성년자 클로저들은 지금 당장 본부로 철수해! 이후에 원활한 싸움을 위해 교신을 끊겠다. 이상!]

"잠깐만요. 저도 싸우러 갈게요."


 유리는 뒤늦게 도우러 간다고 말했지만 이미 무전이 끊어진 뒤였다. 무슨 내용인지 알겠다는 듯이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보이고 있는 그는 가면에 손을 대면서 약간 흐트러진 부분을 바로 세운 뒤에 그녀에게 말한다.


"지금쯤 정예 클로저들이 와야 될 텐데 왜 안 오는지 혹시 궁금하지 않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에요? 설마 정예 요원들을 미리 처리하고 오셨다는 말은 아니겠죠?"

"잘 아는 군. 이제 막 출동한 정예 클로저 나머지 한 명을 박살내버렸거든. 전부 즉사시키고 싶은데 내 위상력도 그렇게 무한한 편이 아니라서 말이야. 최소한 팔 다리 정도는 부러뜨려주었지."

 유리는 그의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 자신과 싸우고 있는데 이제 막 출동한 정예 클로저를 박살냈다는 말에 뭔가 맘에 걸렸다. 일단 검을 들어서 위상력을 실린 채로 정면으로 달려가서 검을 휘두른다.


캉- 카캉- 챙!


 유리의 검과 사내의 주먹이 정면에서 합을 이루었다. 주먹과 검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사내가 팔을 세워서 수평으로 휘두르는 그녀의 검을 방어하는 횟수가 더 많았다. 그녀의 검에 위상력이 실려서 위력이 더 증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리는 허리춤에 달린 3발의 잔탄 하나를 또 꺼내서 그의 얼굴을 겨냥해서 던졌다. 사내는 양 팔을 들어서 얼굴을 방어했다. 시야가 잠시 새카매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지기 때문에 별로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유리가 갑자기 전광석화된 스피드로 뭔가를 하는 게 보였다.


끼이이이익-


 검을 지면에 꽂은 채로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일직선으로 이어진 조그마한 구멍이 이어지고 있었다.


"뭐하는 거냐?"


 그녀가 하는 짓을 알 리가 없는 사내는 혹시 옥상을 무너뜨리려고 지면을 그어버리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바닥을 자세히 보니 무슨 모양으로 보이는 거 같았다.


"음?"

"이미 늦었어! 유리 스페셜!"

 마지막 일직선으로 땅마커를 완성한 뒤에 푸른 위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일직선으로 만들어낸 구멍에서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사내는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거대한 별 모양의 땅마커로 보이는 구멍에서 불길이 위로 치솟아오르고 있었고, 하나의 불기둥을 생성해내어 사내는 그 불기둥 안에 갇힌 채 위로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헉, 헉......"


 두 손으로 검을 지팡이로 삼듯이 잡으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한 채 숨을 헐떡였다. 위상력을 너무 많이 불어넣은 탓이었다. 사내는 누운 자세로 공중으로 떠오르다가 서 있던 그곳으로 다시 추락한다. 옥상의 지면이 많이 파헤졌다. 다행히 아직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유리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잠시 후에 스파크를 일으키는 그의 몸이었다. 유리는 그가 사람이 아닌 로봇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에는 다쳤을 때 스파크가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의 웃는 가면이 금이가면서 산산조각이 나는 게 보였다. 그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판단했지만 가면 속의 얼굴은 정 사각형인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또 다른 웃는 가면을 쓴 사내의 모습이 비춰졌다.


[제법이군. 설마 내 시험작인 안드로이드를 쓰러뜨릴 줄은 몰랐다.]

"저를 너무 얕보셨어요. 이래봬도 매일 훈련을 받아서 강하거든요."

[저번보다 조금 성장한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건 해봐야 아는 법이에요. 어디있는 거에요? 나와요!"


 유리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지만 화면 속의 사내는 씨익 한 번 웃으면서 전원이 꺼졌다. 유리는 이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연락하려고 했지만 로봇의 오른손이 움직이면서 뭔가를 꺼내는 걸 보았다. 붉은색 원형 버튼이 들어있는 리모콘 장치, 그것을 누르자 녀석의 몸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고, 유리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꺄아아악!"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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