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21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16 2

 Union 신서울 지부 본부건물, 이곳은 신서울 지부 소속 클로저들이 훈련을 받거나 임무를 하달받는 곳이다. 그곳에 각 분야를 맡은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데이비드는 이번에 신서울 지부장에게 그간에 있었던 일을 보고했고, 보고 자료를 읽던 지부장은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그에게 말한다.


"그녀의 아들은 결국 클로저가 되었단 말이지?"
"네. 지부장님. 현재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만, 곧 현장으로 투입이 가능합니다."

"그래. 그렇겠지. 지금은 비상 사태나 다름없으니까 가능하면 많은 클로저들이 필요해.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건 유감이군."


 신서울 지부장 차재욱, 중년 신사의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 회색 정장을 입은 채로 업무를 하고 있었고, 얼굴에 주름이 조금 잡히게 생겼다. 신서울 지부장을 3년 째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데이비드에게 영문으로 써져 있는 자료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총본부에서 보내온 이번 클로저들 손실인원이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영향을 ** 모양이군. 하지만 동시에 일어난 시간대가 아니었어.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세 시간 정도 주기적으로 습격을 당하는 거 같아. 총본부측에서는 범인이 한명일 거라고 단정짓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습격을 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최근에 미성년자 클로저 하나가 증언해준 결과로 알게 된 사실이야. 녀석은 분명히 위상력 능력자다. 사이킥 무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겠지. 그리고 공군 레이더에 괴비행물체가 감지되어서 전투기가 출격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하지."


 데이비드는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 손으로 입가에 손을 댄 채 생각에 잠겼다. 클로저를 습격한 자는 거대한 비행물체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클로저들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한국에 지금 클로저 습격이 잔잔한 이유가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설명이 된다.


"지부장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또 있습니다. 차원종을 토벌하고 나서 잔해를 회수하러 요원들이 출동했는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없었다니?"

"사실입니다. 실례지만 공군 레이더에 괴비행물체가 발견된 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의 말에 지부장이 공군 레이더 사진을 보여주었다. 감지된 시각까지 정확히 적혀 있었다. 데이비드는 그것을 유심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챘다. 김유정 요원에게서 보고 받은 차원종 퇴치 보고서를 꺼내들어 보고가 들어온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공군 레이더에 찍힌 괴비행물체의 발견 시간과 번갈아서 보면 클로저들이 처리하고 난 뒤에 잔해를 회수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녀석은 클로저만 사냥하는 게 목적은 아닌 거 같습니다. 차원종의 잔해를 동시에 수집하고 있습니다."

"클로저를 습격해서 재기불능으로 만들더니, 차원종 잔해 수집까지 한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군."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잔해를 가지고,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려는 게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잔해를 수집해서 할 수 있는 건 현재, 연구 밖에 없을텐데, 그 사람이 없는 지금, 잔해를 이용해서 위험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


 차재욱 지부장은 팔꿈치를 자리에 올려놓은 채 주먹을 쥐어서 볼을 받치면서 말했다. 굳이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논의하는 이유가 있었다. 데이비드는 지부장이 신뢰하는 브레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18년 전, 차원 전쟁때부터 일해왔던 자였기에 경력이 많은 사람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는 최정예 클로저 조차도 혼자서는 당해내기 힘든 상대인 모양이군. 그런데 그 사람의 아들을 보고 후퇴한 건 맘에 걸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감찰국에 가서 물어본 결과 이세진 박사의 주변인물은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네. 그렇습니다."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지개를 한 번 펴고 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업무에 자리에 오래 앉아있으면 엉덩이와 허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나가면서 데이비드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시간 되면 퇴근하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데이비드는 그가 오늘 일찍 퇴근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빈틈없이 일에 집중하지만 정작 퇴근 시간이 된다면 곧바로 퇴근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으니까.


"사모님이 오늘 저녁에 뭘 준비하셨답니까?"

"훗, 그걸 알아서 뭐하려고 그러나? 또 식사라도 한 번 하자고 할 텐가? 어림 없네."


 서로 미소를 교환한 뒤에 지부장이 먼저 손을 흔들고 돌아간다. 데이비드는 휴대폰을 들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부장이 남겨준 과제가 남아있기에 아직 그는 퇴근할 수 없었다. 웃는 가면을 쓴 남자, 그자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유추하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게 많았고, 치안 상태도 안 좋으니 미성년자 클로저들 중에 새로 모집할 만한 인재를 찾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  *  *



 기다리던 주말이 다가와서 엄마와 같이 공원으로 왔다. 훈련은 잘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상훈련과 실전은 느낌이 다른 게 있었다. 위화감이 조금 사라지긴 하지만 가상훈련은 실제의 70% 정도 느껴질 수준이라고 누나가 설명했었다. 그러니 실전에서는 훈련 때보다 더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실제로 우주 유영을 하기 전에 지구에서 물속에서 훈련을 사전에 받지만 실제 느낌과 80% 비슷할 뿐이었기에 더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것과 같은 경우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실전에서 실수는 커다란 부상부터 시작해서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결국에는 실전 경험을 많이 해봐야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세하야. 저기 봐. 꽃이 피었네."

 엄마와 지금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사진 찍는 게 조금 거슬렸지만 이 정도는 별로 특종감이 아니라서 많이 찍지는 않는 듯 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나뭇잎들이 조금씩 떨어진다. 엄마는 고개를 들어올리며 두 눈을 감은 채 자연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평범한 여성으로 보였다.


"아들과 데이트 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다음 번에는 여자친구와 해보는 게 어떻겠니?"

"생긴다면 할 생각이에요. 이 자연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다 클로저들의 활약 덕분이겠죠?"

"그래. 엄마는 클로저 일을 하면서 너희 아버지에게 배웠단다. 클로저 활동으로 사람들이 환영해주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숲을 구경할 수 있어. 그게 클로저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것에 대한 보상이야.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클로저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거란다. 라고 네 아빠가 그러셨어."


 원래대로라면 엄마는 그저 전투광에 불과한 사람이었고, 어두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엄마를 바꾸셨다고 한다. 무슨 수로 바꾸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짐작이 되니까 굳이 들을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여기 숲 속이 아니더라도, 내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지금 많이 나와서 즐기는 것도 클로저로서 보람이 느껴지는 거라고 볼 수도 있다. 누가 알아주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나는 내 의지로 클로저가 되기로 마음 먹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뿐이었으니까.


 다람쥐들이 돌아다닌다. 그들이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차원종에게서 세상을 구해낸 것 때문이겠지. 엄마의 환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다람쥐의 짝들이 서로 달리는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났는지 눈가에 눈물을 흘리려고 하시는 게 보였다.


"엄마, 저기 호수를 보세요.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어요."
"그렇구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오리를 보며 좋아하고 있는 게 보인다. 특히 아이들이 오리를 보며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지른다. 나도 어렸을 때는 저렇게 놀 수도 있었을 텐데, 어두운 기억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저들이 내 대신 기뻐해주는 걸 보니, 내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이라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슴에 손을 얹으면서 생각해본다. 저 아이들과 같이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면 나도 아마 저렇게 지냈을 거라고 판단한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상상하는 것은 인생의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가 있다고 말이다.


"저기 곤충 생태원으로 가볼까?"

"네. 엄마."


 이번에는 그곳으로 가본다. 곤충들을 구경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다. 그들은 사람과는 다르게 의미심장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곳에는 위험한 곤충도 있지만 우리 안에 갇혀 있으니 위험할 일은 거의 없다. 인간의 세계가 냉혹하듯이 곤충의 세계도 냉혹한 거라고 알고 있다. 어느 세계관이더라도 편안한 환경만 있을 수는 없다. 그게 게임 속이라도 말이다.


 게임을 함으로서 플레이어는 즐거워하며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하지만 게임 속에 있는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꼭두각시가 되어서 조종당하게 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와 엄마는 지금 유니온의 감시 내에 있다. 그들이 뜻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의 입장은 이해한다. 우리가 가진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걸. 나라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문제점이었다.


 말벌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장수말벌이 우리에 갇힌 채로 날아다니는 걸 보았다. 녀석은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말벌의 집을 습격한다. 지금은 우리 안에서 먹이나 받아먹고 있는 신세다. 예전에는 그냥 죽어있는 채로 전시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안에서 살아서 날아다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차원종도 아마, 살기 위해서 우리를 공격한 거겠죠?"

 내 질문에 엄마가 조금 놀라셨는지 눈을 조금 더 크게 뜨시면서 입을 약간 벌어지게 했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질문을 했나? 하긴, 전투광인 엄마가 그런 걸 생각할 리가 없다. 차원종이 왜 인간세상에 들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는다. 단지 쳐들어와서 피해를 주면, 위상력으로 퇴치할 뿐이었으니까.


"훗. 그 이와 똑같은 질문을 하네. 역시 세하 너는 내 아들이야."


 웃는 미소를 보이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하신다. 아버지도 이런 질문을 하셨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궁금증을 가지시고 많은 말씀을 하신 거야? 과학 분야 말고도 철학적인 것도 공부하셨다고 하니, 여러 가지 주장을 하시는 것도 당연한 거겠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는다. 지금은 엄마와 데이트를 나와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느끼면 그걸로 충분한 거니까. 곧 있으면 훈련이 끝나고 실전 배치 된다. 많은 싸움이 벌어지겠지만,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사실과, 지금처럼 자연의 신비를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하니까.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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