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 환영의 검 - 中(2)

Probe 2019-03-21 0

*스토리 시작 시기는 검은양팀 기준으로 유니온 임시본부 ep.47 진정한 클로저들 이후 시점이오니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제가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해본 것이 아니라서 원작의 스토리 고증이 제대로 안 된 부분이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전편 내용이 거의 없어서 굳이 안 보셔도 이해 가능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간단 줄거리: 유니온에서 나가겠다고 선언한 이세하. 알파퀸의 전우라고 밝혀온 사람의 편지를 받고 구로역 인근 백화점에 도착했다. 거기서 기다린 것은 차원종의 기운이 느껴지는 파이 윈체스터였다. 이세하는 암흑의 광휘를 두른 파이와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실종된다. 이에 검은양과 늑대개 팀은 세하를 찾기 위해 나서는데.....



"이게 마지막 장면인가요?"

"그렇소. 이세하 요원이 초신성을 시전한 다음은 복원할 수 없었소."

"방금 그 장면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왜 그래? 슬비야. 뭔가 이상하니?"

"파이 씨의 주변을 봐 주세요."

다시 그 시점을 돌려보니 파이 윈체스터의 주위에서 무언가가 돌고 있는 장면이 관측되었다.

"이건... 마치 용이 승천하고 있는 모습 같군."

"사냥터지기 팀에 문의해봐야 할까요?"

"그러는게 좋겠소. 하지만 답변이 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는 수만은 없소. 한시라도 빨리 단서를 찾지않으면...... 송장을 치우게 될지도 모르오."

지금 상황에서 예견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아무도 반론을 하지 못했다. 처참하게 부러진 건블레이드와 피 웅덩이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하형...... 무사하겠죠?"

"너까지 왜 그래 테인아. 그 게임 바보는 언제나 그랬듯이 멍청한 얼굴로 돌아올 거야. 그죠~? 제이 아저씨."

"......"

침체된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서유리의 말에도 제이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선글라스에 의해 눈동자가 가려져 자세한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불끈 쥔 주먹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반증이었다.

`이럴 때, 리더라면 어떻게 해야 하지?`

팀원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자 이슬비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죽음의 위기를 여러 번 겪어왔지만 그건 검은 양 팀이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었다. 

<여기는 티나, 북서쪽 방향 300m 인근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했다.>

<여기는 트레이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티나.>

<차원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금 차원종의 존재를 추격 중.>

<큭. 하필 이럴 때...... 알았다. 곧 가겠다.>

"미안하지만 늑대개 팀은 잠시 이탈해야겠소. 해결하는 대로 바로 합류할 테니-"

"아니요!"

"슬비야?"

이슬비가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하자, 주위의 이목이 한곳으로 쏠린다.

"우리 검은양 팀도 함께 갑니다."

---------------------------------------


<다시 생각해 주세요. 볼프. 상부에 이야기를 잘만 하면 명령이 철회될지도 몰라요.>

<아니, 유니온이라는 조직은 내가 잘 알고 있어.>

<이세하 군은 그분의 아드님이라고요. 분명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예요.>

<상관없어.>

<하지만......>

<알파퀸이 오던 검은양 팀이 오던 내가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아. 다만 저 상태의 저 녀석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내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는 건 알아줬으면 해.>

<볼프......>

<꼬맹이들을 잘 부탁해. 그게 관리요원이 해야 할 일이잖아? 그럼...... 끊는다.>

눈송이가 잔뜩 쌓인 이계의 언덕에 서 있는 볼프강 앞에 한 마리의 늑대가 서성인다.

"차원문은 함부로 넘는 게 아니라고 유니온 아카데미에서 배우지 않았나?"

"어이. 꺽다리. 너 버러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눈치인데 썰어버리기 전에 빨리 불어."

"네가 그 늑대개팀의...... 소문대로 정말 개처럼 짖어대는 군."

"뭐야?! 진짜 죽여버린다!"

"자, 거기까지."

트레이너가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으르렁거리는 나타를 제지한다.

"결례를 저질러서 미안하오. 사냥터지기 팀의 볼프강 슈나이더. 우리는 이 근방에서 실종된 클로저를 찾고 있소. 협조해 줄 수 있겠소?"

"알파퀸의 아들이라면 저쪽에 있다."

볼프강은 얼음으로 지어진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와 동시에 검은 양 팀은 저택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으나 빠른 속도로 그 앞을 가로막는다.

"어째서 막으시는 거죠?"

"여긴 아무도 지나갈 수 없다. 설령 그 녀석에 다가갈 수 있다 하더라도 너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저흰 소중한 동료를 구해야만 해요!"

이슬비가 절박한 심정으로 볼프강을 쏘아보며 외쳤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자그마한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서 어쩔 셈이지? 파이 윈체스터로부터 알파퀸의 아들을 구출해낸 다음은? 그 녀석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그게 무슨 뜻이오?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혹시 파이 윈체스터 요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소?"

""암흑의 광휘"라고 들어본 적 있나?"

순간 모두가 멍한 상태가 되었다.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괴담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차원 전쟁에 참여했었지만 그건 특경대원 사이에서 돌던 루머일 뿐이야."

제이가 바로 반박했다. 사실 이건 민간인들에게도 많이 퍼진 이야기다. 클로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퍼뜨리기 위한 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나도 그런 줄 알았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바로 데이비드가 클로저들로부터 위상력을 흡수하기 시작할 때 말이야."

"데이비드와 뭔가 관련이?"

"아니,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 하지만 이 위상력은 일반적인 위상력과는 차이가 있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이동한다는 점이지. 데이비드에 흡수당할 것을 우려해 숙주를 찾고 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이 파이 윈체스터 씨군요."

"그래. 암흑의 광휘가 왜 이 녀석을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신이 불안정한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사진을 봤다면 알겠지만, 그 녀석은 오드아이를 하고 있다. 하나의 육체에 두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적으로 무리가 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영상으로 봤을 때는 오드아이를 하고 있지 않았어요. 양쪽 눈 전부 연보라색을 띠고 있었던 거로 알고 있었는데......"

볼프강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들고 있던 봉인서를 다른 손으로 옮기며 말한다.

"눈동자 색이 변하자, 슈에가 어디 있느냐며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녔다. 아마 위상력의 영향을 받은 탓이겠지. 그 녀석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되려 나를 죽이려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꼬맹이들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여기까지 유도하게 되었지.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그 사람이 세하에게 반응했다는 뜻이군요."

"그래. 알파퀸의 아들이 그 녀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알파퀸의 제자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 구로역 인근으로 유인했지."

"어째서 검은 양 팀에 미리 알리지 않으신 거죠? 그런 문제가 있다면 분명 협조했을 텐데요."

이슬비가 따지듯이 말한다.

"너희에게는 확보해달라고만 전파가 되었지만, 실제 상부의 명령은 통제하기 어려울 경우, 피해가 생기기 전에 처분하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유니온 상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다. 명령은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적이지."

"......"

주변에 싸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또다시 유니온의 어두운 민낯에 마주했기 때문이리라.

"너무해요. 그렇지만 동료잖아요. 그래서는 절대 정의로운 조직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없어요!"

"슬비야......"

"지금 정의로운 조직이라고 했나? 잘 들어. 이 세상에 정의로운 조직은 존재하지 않아. 정의라는 것은 그것들로부터 방해하는 사념을 배제해야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지. 그런데 사념 없는 정의는 존재하지 않아. 결국, 모순이지. 너희는 이미 데이비드의 사례를 겪어왔을 텐데?"

"분명 흑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차원종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킨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요."

"맞아. 그래서 내가 알파퀸을 존경하지."

"그럼......"

"클로저들에게 정의감을 고취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그건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행위가 정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인지시키기 위해서다. 선과 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조직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개가 되지. 뭐, 나도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 대화를 듣고 있던 트레이너가 앞으로 나선다.

"당신의 생각에 딱히 반론하려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정의가 뭔지에 대해 토론을 하러 온 게 아니오. 시간이 더 지체되다간 이세하 요원이 위험해질지 모르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파퀸의 아드님은 내가 충분히 치료해두었거든. 내가 듣고 싶은 건 단 하나, 파이 윈체스터를 어떻게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지 방법에 대해 내가 수긍할 수 있다면 들여보내 주지."

"......"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변에 무거운 공기만이 흐른다.

"왜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 정말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테니까. 일단 이야기나 꺼내 보라고."

"한......가지"

"응? 뭐라고?"

"예상하는 게 맞는다면 가능할지도 몰라요."

"좋아. 들어나 **. 검은 양의 리더님은 얼마나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야."

"제가 암흑의 광휘를 두르겠습니다."

------------------------------------

추워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여기는 어디일까? 신서울 아니면 뉴욕? 그것도 아니면 어딘가의 장소?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다. 병 속에 갇힌 벼룩은 뚜껑을 치우더라도 높게 뛰지 못한다고.

여기서 탈출하기를 시도한 지 수차례. 그럴 때마다, 그런 발악을 단죄라도 하듯 얼음처럼 차가운 혀로 나의 입안을 지배해갔다.

그녀의 끈적한 타액과 나의 체액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나서야 체념하기로 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일반적인 폭력 앞에서 의식은 한계를 멋대로 규정하고 있었다.

"아! 사랑스러운 나의 그대여. 부디 제 곁을 떠나지 말아 주세요."

광기에 홀린 집착.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만든 걸까?

끊임없이 강해지길 요구하는 과학자의 욕심? 아니면 도저히 이 세상에서 제정신인 상태로는 견디기 힘들어서 저항의 한 형태로 이렇게 변한 걸까?

어느 쪽이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당장은 힘들지만, 동료들이 구하러 와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주변의 얼음보다 더 차가운 눈빛을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으로 허리춤을 감싼 후, 품으로 상냥하게 안았다.

"어떻게든 누나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구해내 보일게요. 반드시!"

그런 나의 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단지 흡족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

"만약을 위해 그 녀석의 위상력을 확보해둔 것은 잘했지만, 돌이키려면 지금밖에 없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네. 물론입니다."

암흑의 광휘를 받아들인 이슬비는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색되어 있었고 왼쪽 눈동자는 이미 연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야, 범생이. 정신은 멀쩡하냐? 괜찮은 척하는 거면 재미없으니까, 하기 힘들면 때려치워."

"슬비야......"

나타와 서유리를 포함한 전원은 이슬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슬비만은 결연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빠르게 브리핑할게요. 나타와 유리는 파이 씨의 움직임을 내 쪽으로 유도해주고 제이 아저씨는 세하의 구출을 맡아주세요. 그리고 테인이는 트레이너 씨를 엄호해줘."

"너의 의식은 내가 보호하면 되는 건가. 재차 이야기하지만 해** 않은 일이라 확실히 장담할 수 없어. 잠식을 어느 정도 선까지만 되도록 조절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야."

"괜찮습니다. 예상한 대로 제가 입고 있는 의상에서 상당한 위상력이 느껴져요. 분명 통할 겁니다."

"티나, 하피, 바이올렛, 레비아도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필요하면-"

"아니요. 차원이 닫힐 경우를 대비해 어느 정도 잔여 인원은 필요합니다. 단지,"

"그래. 뭐지?"

"이 일은 유정 언니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분명 마음 졸이고 계실 테니까요."

"......약속하겠다."

"그럼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지시한 대로 위치해주세요. 큭!"

"슬비 누나!"

`차원종에게 복수하고 싶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얌전히 나를 받아들여.'

"저...... 저는 괜찮으니까요. 빨리 출발하죠."

"**! 어이, 바보 제자. 내 발목이나 잡지 마라."

"제이 아저씨, 그건 뭐에요?"

제이는 상자를 오른팔에 끼며 붕대를 감고 있었다.

"세하 동생의 새로운 건블레이드. 필요할까 봐 가져왔지."

---------------------------------

얼음 저택의 정문. 서유리와 나타가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승, 어떻게 주의를 끌면 좋을까?"

"아직도 모르는 거냐? 집주인이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안됐을 땐 말이지."

쾅!

오른발에 위상력을 가득 실어 힘껏 걷어차자, 얼음 문이 힘없이 산산조각이 난다.

"이렇게 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되는 거라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쐐기들이 나타를 향해 날아온다. 이에 나타는 가볍게 좌측으로 구르면서 피했다.

`쳇, 이미 알고 있었나.`

"스승! 조심해!"

파이가 나타의 위로 순식간에 도약해 발로 오른팔을 찍어누른다.

"크악!"

탕탕

그걸 본 서유리는 파이를 향해 응사했지만 이미 그 위치에서 벗어난 뒤였다.

`뭐야? 완전 괴물이잖아. 이 나타 님이 반응하지 못했다고?`

"나의 사랑을 방해하지 마!"

파이의 주변에서 폭풍이 분다. 바닥에 얼음 조각이 휘날려 둘을 위협하고 있었다.

"피해!"

이에 나타는 낙법을 쳐서 거리를 벌렸고 서유리는 슬라이딩하면서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 다 지면에 몸을 밀착시킨 채로.

"야. 바보 제자. 내가 저 ** 여자의 시선을 끌 테니까. 그 틈을 노려 공격해."

"하지만 스승...... 상대가 너무 빨라서 공격이 닿지를 않는걸."

"일섬은 장식이냐! 상대가 빠르게 피하면 너는 더 빠르게 공격하면 되잖아! 이 몸이 함께 싸워주는데 징징거리지 마라. 짜증 나니까."

"알았어. 어떻게든 해볼게."

서유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타는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녀석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

얼음 저택의 후문.

정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맞춰 제이가 돌입한다.

`아무리 인공적으로 지어졌다고 해도 창문 하나 없다니. 이래서는 마치 얼음 감옥 같군. 방도 큰 방 하나만 달랑 있어. 빠르게 찾을 수 있겠군.`

"제이 아저씨!"

이세하는 얼음 쐐기에 박혀있는 수갑을 찬 채,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동생!"

흐읍!

땅에 깊숙이 박혀있는 얼음 쐐기를 뽑아낸다.

"고마워요. 제이 아저씨. 그런데 파이 씨는요?"

"지금 나타와 유리가 시선을 끌고 있어. 이 틈에 서둘러야 해."

"잠깐만요! 아저씨. 저도 그곳으로 보내주세요."

"미안하지만 동생, 그건 어렵겠는걸. 리더의 명령이라서 말이야."

이세하는 제이의 눈가를 강하게 응시하였다.

"저는 파이 씨와 약속했어요! 반드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주기로. 그러니까 제가 가지 않으면 안 돼요!"

"......"

제이는 안고 있던 상자를 열어 건블레이드를 꺼낸 뒤, 수갑에 있는 체인을 끊었다.

"아저씨......"

"동생, 이제 제법 남자다운 얼굴도 할 줄 알고. 많이 컸어. 누님이 이 모습을 보시면 기뻐하시겠군."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슬비는 염동력을 이용해 하늘에 커다란 검은색 구체를 만들고 있었다.

"아직 괜찮으신가요?"

"어. 덕분에 죽을 맛이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위상력이 소진됐어."

"빨리 끝낼게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그나저나 위상력으로 같은 성질의 위상력을 씻어낸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거지? 이런 스킬은 듣도 보도 못했어. 하긴 시전 시간이 이렇게 기니까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어렵겠군. 그래서? 이 스킬의 이름은 뭐지?"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이름이야 아무렴 어때. 어쨌거나 이 한방으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면 좋겠군."

400m 전방에서 나타와 서유리의 모습이 보인다. 유인하고 있다기보다는 쫓기는 뉘앙스가 가득 풍긴다.

"이봐,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벌써 저 녀석이 코앞까지 와 있다고."

"일분 정도만....... 버텨주세요."

"** 이쪽을 ** 않았으면 좋겠는데."

비록 제대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나타의 미끼 역할로 일섬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었다. 카타나로 인해 생긴 상흔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타를 쫓던 시선을 거두고 반사적으로 이슬비가 있는 방향을 응시한다.

"찾.았.어.요.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자를.”

“슬비야 위험해!”

서유리의 일섬을 사검으로 가볍게 받아낸 뒤, 그대로 검기를 쏘아 나무가 있는 방향으로 날려버린다.

“바보 제자!”

나타가 서유리와 나무 사이를 파고들어 충격을 완화시킨다.

“크악!”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파이는 공중으로 도약하여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자세를 취한다. 그녀의 주위에서 용이 돌다가 승천하는 모습이 보인다.

“안돼! 무방비상태로 저걸 맞으면 몸이 두 동강 나는 걸로 안 끝난다고!”

“조금만, 조금만.”

절체절명의 위기. 구름조차 베어버릴 정도로 광범위로 날아오는 검기가 이슬비 앞을 덮친다. 하지만.

“꼬맹이...... “

“그렇게 부르지 말아 줄래요? 저는 완전무결한 클로저니까요.”

루나 아이기스의 방패가 파이를 막아선다.

“도대체, 도대체 왜! 방해하는 거야? 제발 나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가지 마.”

“선생님......”

하늘에서 9m 정도 길이의 얼음 쐐기가 떨어지자, 루나는 슬비 곁으로 다가가 방패를 땅에 찍어 보호막을 생성했다.

“오래 버틸 수 없어요! 서두르셔야 해요!”

검은색 구체가 지면에 커다란 그림자를 남길 정도로 팽창한 뒤, 급속도로 작은 크기로 나뉘기 시작한다.

“결전기! 이슬비.”

상당한 양의 검은 비가 주위에 내린다.


————————

“동생, 저기!”

하늘에서 파이 윈체스터가 날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제이 아저씨! 부탁이 있어요. 저를 파이 씨가 있는 곳까지 던져주세요.”

“진심이야 동생? 내 허리가 망가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유정이 누나에게 병가 일주일 달라고 이야기 드려볼게요!”

“좋아. 그렇게까지 한다면야.”

제이는 세하를 들어 올리기 위해 손으로 허리를 받친다.

“제이 아저씨.”

“왜 그래 동생, 벌써 무서워졌어?”

“이번에는 파이 씨에게 제 초신성이 닿을 수 있을까요?”

제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아니, 닿지 못해.”

“그런-“

“단, 혼자였을 경우에는 말이지.”

“아저씨......”

“너의 주위에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누님, 유정씨, 검은양팀, 늑대개 팀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사람까지.
설령 검은양에서 나가는 선택을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클로저로 활동하면서 드는 죄책감, 회의감. 혼자 떠안지 마. 스스로가 더 고립되고 힘들어질 뿐이니까. 중요한 건 네가 지금 동료들과 함께 함으로써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그게 중요해.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뭐지?”

“파이 윈체스터라는...... 클로저를 구하고 싶어요.”

“좋아. 그럼 간다. 동생! 우리가 너의 꿈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으라차!”

이세하는 제이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파이가 있는 근처까지 도약했다. 파이의 머리카락과 의상은 검은 비에 의해 녹고 있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아! 아직 나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그때,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파이는 애절한 눈빛을 하고 있던 것과 대조적으로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른손에서 시작되는 푸른색 섬광이 주변을 밝게 비춘다.

“——-“

파이는 왼쪽 팔을 이세하 쪽으로 향한 채, 무언가 속삭이지만, 소리는 미처 도달하지 못하고 별빛에 잠겨버린다. 어둠을 머금은 사검이 땅바닥에 힘없이 떨어지는 소리를 끝으로 이 싸움의 종말을 알렸다.


2일 뒤, 신서울 인근 병원.

1층 로비에서 이슬비와 볼프강이 마주친다.

“지난번에는 감사했습니다. 볼프강 씨가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고마운 건 이쪽이지. 그 녀석이 깨어났을 때, 꼬맹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파퀸의 아드님은 아직인가?”

“네. 하지만 조만간 의식을 되찾을 거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무리하게 위상력을 짜내면 기절하기도 한다고.”

“그래. 빨리 깨어나길 기원하지. 그나저나 검은 양의 리더는 작명 센스가 없다는 것 빼고는 우수한걸.”

“그...그건 급하니까.”

이슬비는 홍조를 띠며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결전기 이슬비가 뭐야. 하하. 완전 장대비처럼 내렸는데. 뭐 그건 됐고. 검은양과 늑대개가 함께 움직이게 됐다면서?”

“네. 작전 자체는 그전에도 함께 투입되었지만 이번에 정식으로 편성되게 되었네요.”

“노파심에 이야기하는 거지만 조심해라. 두 팀은 성향 자체가 너무 달라. 조금만 생각이 틀어져도 목숨을 담보로 싸우는 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니까. 가까운 시일 내에 분명 큰 충돌이 있겠지. 그걸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분수령이 될 거야.”

“차원종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섬멸하기전까지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 그런가? 검은양 팀은 보기와는 달리 호전적인 부분이 있는 모양이군. 하긴 우리 팀이나 똑바로 관리해야겠어. 잘 지내라. 기회가 있으면 다시 만날 기회가 있겠지.”

“네, 안녕히 가세요.”

첫인상과는 달리 다소 딱딱해진 인상에도 볼프강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뒤를 돌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이슬비는 병원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대신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검은색 서클렌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 시각, 이세하의 병실

“오. 동생 깨어났어? 의식을 되찾아서 다행이야."

"제이... 아저씨? 여긴 어디죠?"

"병원이야. 너 이틀이나 기절해 있었다고."

"이틀... 참! 파이 씨는 어떻게 됐죠?"

"남의 걱정부터 하는 게 동생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건강부터 챙기는 게 좋을 거야. 그 클로저는 이미 의식을 찾았고 오늘 퇴원 예정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보고 싶으면 406호에 가면 돼."

"아니, 아니에요. 무사하시다면 그걸로 됐어요. 그런데 이건?"

이세하는 탁자 위에 올려진 검은 양 그림, 카레 도시락, 게임기, 정체불명의 음료를 가리키며 물었다.

"다들 네가 낫기를 기다리고 있어. 슬비는 밤새 간호하다가 방금 돌아갔다고. 나 참, 리더도 무리하면 안 되는데."

"고마워요..."

"사내 녀석이 얼굴 붉히지 마라. 징그러우니까."

"하하.."

이세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제이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제 가 봐야겠다. 기쁜 소식은 유정 씨에게 먼저 전해줘야겠지. 빨리 나아서 병가 처리해준다는 약속 지켜라."

"네. 고마워요. 아저씨."

"요즘 애들은 귀염성이 없구먼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아무도 형이나 오빠라고 안 부르니 원."

탁.

제이는 구시렁거리며 방을 떠났다. 주위가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윽? 눈이 따가운데. 설마 서클렌즈를 계속 끼고 있었던 거야?`

이세하는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렌즈 케이스를 집는다.

눈에 있던 렌즈를 빼네 케이스 안에 집어넣다가

흠칫.

`이상하네. 렌즈 한 쌍이 없어졌어. 기존에 쓰던 렌즈는 버려진 걸까?`

똑똑

"네. 열려있어요."

-------------------------

같은 시각, 늑대개 팀.

나타는 바이올렛과 함께 독서를 하고 있다가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대화를 걸었다.

"어이.부잣집 여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뭔가요? 나타씨?"

"재수 없는 꺽다리 자식이 암흑의 광휘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이상하다고. 그건 발견되지 않은 힘인데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지?"

"나타씨 답지 않는 예리한 지적이지만, 위상력에는 말이죠.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 많답니다."

"잠깐만."

나타는 늑대개 팀 소유의 태블릿 pc를 꺼내 구로역 인근에서 이세하와 파이가 전투를 벌인 영상을 돌려보더니 이내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혹시 이때, 버러지가 어디에 상처 났었는지 기억하고 있냐?"

"등 쪽에 커다란 상흔이 발견되었다고 했어요.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들었고요."

"역시 이상해."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 여자와 싸울 때, 한 번도 검기가 휘어져서 날라온 적이 없어. 이 위치를 보라고! 도저히 등 뒤를 노려 검기를 맞출 수 있는 구도가 아니야!"

"설마..."

"버러지를 꾀어낸 게 재수 없는 선생 놈이라면 분명 싸움도 지켜보고 있었을 거다. 그 자식이 만약 꿍꿍이가 있다면-"

나타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범생이가 위험해......"

"뭐라고요?"

"당장 차 대기시켜! 서둘러야 해!"

"뭔데요? 뭔가 알아냈어요? 말해줘야 알죠."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해! 송충이 눈썹!"

"소...송충이... 하이드, 밖에 차 대기시키세요."

"네. 아가씨."

"범생이... 아니, 검은양이 위험해."



후기- 너무나도 성의가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력이 안 좋아서 대화 스크립트처럼 작성해봤는데 더 안 좋아진듯한 느낌도 듭니다. ㅜㅜ 개인적으로 A급 클로저 김기태를 넣고 싶었는데 설정상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편도 올리고 싶네요! 질책과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2024-10-24 23:22:5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