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end)

건삼군 2019-02-19 0

하지만 아무리 후회하고 절망하더라도, 이제의 내게는 돌아갈 곳도, 잃어버릴 것도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복수는 이뤄야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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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풍이 있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끝에는 재와 먼지만을 남기던 열풍에게는 자아가 있었고, 자아를 지닌 열풍은 다른 생명들이 자신의 힘에 재와 먼지로 변할 때 마다 쾌락을 느꼈다. 


그렇게 쾌락을 느끼기 위해 생명을 빼앗아가던 열풍은, 어느날 한 인간의 손에 둘로 나눠져 버렸고, 동시에 자아 또한 둘로 나뉘어 버렸다. 


재의 애쉬, 먼지의 더스트. 그게 바로 나뉘어진 그들의 명칭이였다.


둘로 나뉘어 버린 그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생명에 대한 존중감 따위는 알지 못했고, 계속해서 살육을 거듭하며 쾌락을 추구하였다. 누나가 더스트, 동생이 애쉬인 그들은 그렇게 쾌학을 추구하며 자신들의 야망을 하나 둘씩 이루어냈고, 다른 이들을 마치 체스판의 말처럼 써먹으며 그 행위를 즐겼다.


그런 그들의 본성은 얼마나 시간이 흐르든 바뀌지 않았고, 심지어 동생인 애쉬가 목숨을 잃어 누나인 더스트에게도 돌아가던 그 순간에도, 누나인 더스트는 쾌락을 느꼈다.


자신의 동생의 죽음을 바라보던 더스트에게는 슬픔 따위의 감정은 없었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 조차 그녀에게는 없었다.


그랬기에, 먼지를 뜻하는 이름을 지닌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바뀔 일은 절대로 없을거라 자만하였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했던 인간 소년이 인간들에게 등을 돌리고 유니온 이라는 이름의 조직에 단신으로 쳐들어갔던 그 순간까지는.


먼지의 소녀가 소년에게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은 '재밌다' 였다. 자신의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고, 고집이 쎈 소년을 본 더스트는 이세하 라는 소년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든다면, 지금까지 느껴왔던 그 어떠한 쾌락보다도 더욱 기분 좋은 감정을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소년을 회유했다.


그러나 이세하는 더스트가 권유한 힘을 받아들인 적은 없었고, 억지로 소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 있었던 더스트는 그저 그러면 재미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소년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비록 장난감이 되지 않는 소년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년은 더스트를 즐겁게 해주었다. 인간 으로써 어떻게든 발버둥치며, 유니온이라는 조직의 실태를 안 뒤에도 차마 선을 넘을 수 없어 갈등하는 소년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소녀를 즐겁게 해주었다.


하지만 어느날, 소년이 지녔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린 어느날, 소년이 선을 넘었던 그 어느날, 더스트는 이번에야 말로 소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기쁨과 함께 소년에게 자신의 힘을 권유하였다. 자신의 힘을 받아들인다면 소년은 아주 쉽게 유니온을 부숴버릴 수 있을거라고 말하면서. 


소년이 자신의 힘을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하던 더스트 였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에도 소년은 더스트의 권유를 거절하였다. 분명 더 이상 잃을게 없으니 자신의 힘을 받아들일거라 생각 한 것과는 다르게.


하지만 더스트는 결국 소년이 자신의 힘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며 일단은 소년을 지켜보기로 했다. 


소년의 모습은 처절했다. 동료도, 도움도 없이 단신으로 유니온의 본부에 쳐들어간 소년은 자신의 목숨을 깍아 내리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 탓에 소년의 몸은 본인의 피와 다른 이들의 피로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더스트는 생각했다. 목숨이 위험해진다면 그는 분명 자신의 힘을 받아 들일 거라고. 


그러나 그는 자신의 피부가 찢겨 나가도, 옆구리가 베어져도, 뼈가 부러져도 그녀의 힘을 계속해서 거부했다. 


더스트는 마치 죽기를 바라는 듯한 소년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있어서, 목숨을 내다 버리는 행위는 그 무엇보다도 어리석은 짓이였기 때문에. 


소년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던 더스트지만, 그럼에도 소녀는 계속해서 소년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지켜보자,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소년의 모습이, 점점 알지 못하는 감정으로 뒤덮혀갔고, 이내 더스트는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고 생각할 정도로 바뀌었다. 


생명의 죽음에 쾌락을 느끼던 그녀가, 하나의 생명에 불과한 인간 소년 하나가 피를 흘릴 때 마다 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 본인은 스스로에게 저 소년은 그저 장난감일 뿐이라고 되뇌이며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도, 소년이 죽음의 문턱 앞에 다다르자 자신도 모르게 소년을 치료해줬다. 그리고 소년의 피투성이가 된 몸을 치유하며, 소녀는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깨달았다. 


그 때 부터였다. 먼지인 그녀가 소년의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고 생각한게. 


더스트는 소년에게 권유했다. 자신의 것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라고. 그러면 죽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러나 소년은 그 또한 거절하였다. 소녀가 행해왔던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평생동안 자신이 해왔던 행동들에 대해서 후회를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소녀는, 그 순간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들을 후회했다. 


죄책감, 같은 건 아니였다. 생명을 빼앗으며 쾌락만을 느꼈던 소녀에게 죄책감 같은게 지금와서 생길 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소녀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소년은 자신의 힘을 꺼림없이 받아 들였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뿐.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소녀에게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감정은, 처음으로 소녀가 한 인간을 위해 움직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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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총본부 빌딩의 옥상에서,  남자가 헬리콥터의 바람을 손으로 막아내며 헬리콥터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늙은 남성이 헬리콥터 가까이에 다가가자 몇명의 클로저들이 헬리콥터의 문을 열고 나왔고, 이내 남성은 클로저들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기폭장치는 제대로 작동했나?”

 

 총장님. 3 이내로 탈출하셔야 합니다. 어서 헬기에 타시죠.”

 

그러도록 하지. 그나저나 매우 아쉽군. 이세하 군의 최후를   눈으로 감상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총장이라고 불리는 남성은 이내 아쉽다 듯이 헬리콥터에 올라타 헤드셋을 착용하였고 이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멀어져가는 유니온 총본부 빌등을 바라보고는 말하였다.

 

이거, 꽤나 마음에 드는 건물이였는데 말이지...”

 

그렇게 말한 남성은 이내 헬리콥터의 문을 닫기 위해 손을 뻗었고 그와 동시에,  어린 여성의 목소리가 거칠게 회전하는 헬기의 로터 소리 가운데 울려퍼졌다.

 

어머, 벌써 가는거야 총장?”

 

“!!”

 

소녀의 목소리에 놀란 남성은 이내 헬리콥터의 이륙장에 서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를 보고는 경각하였고 당황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말했다.

 

더스트...! **이 어째서...”

 

미안한데,  아무데도 못가.”

 

***! 파일럿! 최대한 빨리 고도를 높혀!”

 

소녀의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오한을 느낀 남성은 조종사에게 황급히 소리치며 명령하였지만 그보다 빠르게, 소녀가 일으킨 열풍이 남성이 타고있던 헬리콥터의 고도를 강제로 낮추며 추락시켰다.

 

내가 말했잖아? 아무데도 못간다고.”

 

소녀에 의해 추락한 헬리콥터는 이내 빌딩의 옥상에 위치한 이륙장의 바닥과 충돌해 타고있던 남성을 문과 함께 바닥으로 내동댕이 쳤고 이내 파편을 튀기며 고철로 전락하였다.

 

크으윽... 더스트...  이년... 대체 ... 너와  협력관계...!”

 

그렇긴 한데  소중한... 장난감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어차피 너도 언젠가는 똑같이 뒤통수를  생각이였잖아? 그러니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나머지는  ... 세하가 알아서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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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게 눈을 감은 슬비를 뒤로하고 만신창이가  몸으로 총장이 나갔던 탈출구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자 옥상에 위치한 헬리콥터 이륙장에 추락해 있는 헬기와 그런 잔해들 사이에서 쓰러져 있는 총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더스트가  짓이라고 생각한 나는 천천히 총장에게 다가갔고 이내 바닥에 쓰러진  피투성이로 숨을 가쁘게 쉬고있는 총장을 내려다 보며  블레이드를 그의 머리에 겨눴다. 그러자 총장은 이내 피가 섞인 기침을 하며 우습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말해 보게나 이세하 . 지금 여기서 나를 죽인다고 해서 얻어지는게 무엇이지? 내가 죽으면 유니온이 바뀌기라도 하는가? 아니, 천만에. 유니온의 상층부는  뿐만이 아니라네. 내가 죽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할거라네.”

 

“...”

 

 자네의 모든 것을 부숴버렸지. 하지만 자네는 어떤가? 자네가 나한테서 빠앗아간 것이 뭐가 있지?”

 

목숨.”

 

[!]

 

무미건조한  블레이드의 발포음이 하늘에 울려퍼진다.

 

이미 한계 이상으로 다뤄왔던  블레이드는 마치 자신의 일을 모두 끝냈다는 듯이 발포 이후에 도신에 금을 내며 깨져버렸고  또한 한계가 찾아온 몸상태에 의해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건물의 진동과 함께 멀리서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하였고 이내 먹구름이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폭발음과 진동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렇게 이대로 가만히 쓰러져 폭발이 옥상에 도달하기 까지를 기다리던 , 더스트가 내게 다가와  내려다 보며 내게 물어보았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살고싶은 마음은 있어?”

 

없어.”

 

“...그래. 그럼 너와 만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네.”

 

“...”

 

더스트의 표정이 왠지 슬퍼 보이는 것은 기분  이였을까.

 

 항상 궁금했지. 어째서 인간들은 어리석은 감정들에 휘둘리는지 말이야. 그런데 이제서야, 조금은 알게   같네.”

 

그러냐.”

 

건물의 진동과 폭발음이 서서히 가까워진다.

 

인간들은 사후세계 라는  믿는다지?  믿지 않지만  위해 빌어줄게. 좋은 곳에 가라고. 그럼... 안녕, 이세하.”

 

그렇게 작별을 고한 더스트는 이내 먼지처럼 모습을 감추며 사라졌다. 더스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끝까지 제멋대로인 차원종이라고 생각한 나는 이내 천천히 눈을 감고는 그토록 원하고도 갈망했던 끝을 기다렸다.

 

저세상에 간다면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까,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모두들 나를 어떻게 맞이해 줄까. 웃는 얼굴로 따스하게 맞이해 줄까, 아니면 모두들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까.

 

아니. 아마 나는 모두가 있는 곳으로는 갈 수 없겠지. 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만날 수만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네..."

 

어느 비가 내리는 회색 구름 아래, 무너져가는 거대한 인간의 창조물 위에서, 나는 끝을 맞이했다. 조용하고도, 쓸쓸하고도, 초라한 ‘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x x분경, 유니온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센트럴 유니온 타워가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재 구조대가 생존자들을 수색하고 있는  입니다.”

 

 다른 속보입니다. 현장에서 입수된 블랙박스에 따르면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직전,  클로저가 건물에 침입했었던 걸로 밝혀져 경찰은 현재 붕괴원인과 연관이 있는지 조사중입니다.”

 

긴급 속보 입니다. 오늘 오후 x ,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고발된 유니온의 치부들이 언론에 드러났습니다. 제보자의 정보에 의하면 유니온은 지금껏 비인도적인 실험들을 일삼았다고 밝혀졌고, 이로인해 UN 현재 유니온에 철저한 내부감사를 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수많은 지부장과 비인도적인 실험에 얽힌 과학자들이 구속되어 조사중 입니다.”

 

새로운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x x, 20xx x x, UN 의회의 안건 결과 유니온이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고 합니다. UNSC, 안전보장이사회는...." 

 

어느 도시 한가운데에서 전광판과 라디오 방송으로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가운에  잿빛 머리칼의 소녀가 빌딩의 옥상에 걸터앉아 도시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히 말하였다.

 

소란스럽네.”

 

그렇게 짧막한 한마디를 내뱉은 소녀는 약간 쌀쌀해진 하늘위에서 새하얀 눈송이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떨어지는 눈송이를 손으로 받아내었다.

 

뭐야, 눈은 차갑다고 들었는데 하나도  차갑잖아?”

 

자신의 체온이 비상식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모른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어린아이처럼 불평을 늘어놓았고, 이내 물방울로 변한 눈송이를 자신의 열기로 증발시키고는 조용히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거리에는 많은 인간들이 시끌벅적하게  갈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소녀는 그런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소녀는 이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주변 일대에 소녀의 능력인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새하얗게 내리던 눈송이를 투명한 빗줄기로 바꿔버렸다.

 

갑작스럽게 눈에서 비로 바꿔버린 날씨에 당황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소녀는 아이처럼 웃기 시작하였고, 이내 혼잣말과 함께 먼지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조금 춥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2: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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