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Line-마지막 선(9)
건삼군 2019-01-20 0
끝없이 달려드는 클로저들을, 한명씩 베고, 날려버리고, 태워버리고, 폭발시키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따금 붉은 피가 튀며, 떄로는 타버린 누군가의 살점이 떨어지며 참혹하게 한 생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죄책감을 느낄 틈 조차 없다. 이쪽이 먼저 죽이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 단지 그 뿐이다.
“상대는 애송이 한명이다! 일제히 공격하자!”
팀의 대장으로 보이는 클로저가 그렇게 외치자 열명정도 되는 다른 클로저들이 호흡을 맞추며 일제히 내게 덤벼들었다.
“타올라라.”
한꺼번에 모두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건 블레이드를 바닥에 꽂아넣어 화염을 불어넣었고 그러자 이내 푸른화염이 바닥을 분쇄시키며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 용암처럼 퍼져나가는 푸른화염이 지면을 타고 일제히 덤벼들던 클로저들을 집어 삼켰고, 그러자 클로저들은 비명을 지르며 화염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까스로 화염을 피하고 내게 돌진하는 클로저 한명이 있었고 나는 빠르게 반응해 돌진하며 휘둘러진 클로저의 대검을 막아내었다.
“죽어라! 배신자!”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대검으로 내 건 블레이드를 밀어낸 클로저는 위협적인 거대한 금속 날붙이를 내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 대검이 내게 닿기보다 한발 빠르게, 내 손에서 날아간 푸른 화염들이 흩날리며 클로저의 대검을 멀리 밀쳐냈다.
“배신한건 유니온이야.”
그렇게 나지막히 말하며 건 블레이드를 클로저의 복부에 겨눈 나는 그대로 위상력을 방출했다. 그러자 푸른 화염이 클로저의 등을 뚫고 배에 커다란 구멍을 내었고 또 하나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렇게 마지막 클로저를 처치하자 더 이상 덤벼드는 것들은 없었고, 이내 나는 내가 저지른 참상을 둘러보았다.
타거나 폭발에 의해 찟겨버린 시체가 수를 셀 수도 없을만큼 바닥에 널부려져 있었다.
-선은 넘지 마.
그런 참상을 둘러본 나는 다시한번 귓가에 들려오는 제이 아저씨의 목소리를 떨쳐내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수없이 많은 클로저, 그리고 안드로이드들을 해치우고 올라오기를 반복하자, 나는 어느새 99층까지 도달해 있었다.
이제 한 층만 더 올라가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엘레베이터로 향한 나는 엘레베이터에 올라타고 100층이라고 쓰여져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약간의 진동음과 함께 엘레베이터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내 100이라는 숫자를 표시하며 문을 열었다.
엘레베이터에서 나와 앞으로 향한 나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복도를 지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눈부신 조명과 카펫, 그리고 화사한 샹들리에가 놓여진 파티장 가운데에서 검은 책을 든 채로 서있는 장발의 남성이 날 맞이하였다.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본 남성은 이내 책을 거칠게 닫고는 짧막하게 자신을 소개하며 단도진입적으로 내게 말했다.
“내 이름은 볼프강 슈나이더다. 여기까지 왔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자, 덤벼. 죽을각오로 말이지.”
“바라는대로.”
“말이 잘 통해서 좋군. 이쪽은 제자 몇명하고 여자 한명의 목숨이 걸려있다고. 너나 나, 둘중 한명이라도 죽어야해서 말이지. 그러니...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그렇게 검은 책을 펼쳐 든 남성은 이내 나지막하게 말하며 무언가를 책에서 뽑아내 듯이 소환했다. 지옥에서 온 악마들을.
“날뛰어라. 벨리알, 엘리고스.”
검은 책에서 뽑혀 나온 검은 사념체가 이내 두 자루의 마검을 지닌 검투사와 거대한 덩치, 그리고 갑옷과 도끼를 지닌 악마의 형태를 이루며 내게 덤벼들었다.
거의 동시에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도끼와 마검을 본 나는 보다 조금 먼저 휘둘러진 마검을 건 블레이드로 튕겨냈지만 그보다 반박자 늦게 휘둘러진 도끼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재빨리 위상력을 온몸에 두텁게 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어차인 돌맹이처럼 멀리 밀려나 파티장에 있던 식탁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컥...”
온몸에 느껴지는 충격에 단마디의 비명을 내지른 나는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검투사의 마검을 보고는 재빨리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했고, 그와 동시에 재빨리 일어나 건 블레이드를 검투사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거대한 위상력이 충격파를 일으키며 검투사를 붙잡아두었고 그 틈을 탄 나는 건 블레이드레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날을 씌워 그대로 휘둘렀다.
하지만 내 건 블레이드가 닿기보다 먼저 움직인 거대한 몸집을 지닌 악마가 나를 향해 도끼를 내리쳤고 나는 그 탓에 건 블레이드의 궤적을 비틀어 거대한 도끼를 막아내었다.
“큭...”
날 아래로 내리치려는 도끼를 간신히 막아내며 버티자 마검을 든 검투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마검을 휘둘렀고, 내 목덜미를 향해 날아오는 마검을 본 나는 재빠르게 도끼를 밀쳐내고는 자세를 무너뜨리며 몸을 격하게 비틀었다.
그러자 검투사의 마검이 종이 한장 차이로 내 목덜미를 스쳐지나갔고, 나는 간신히 피할 수 있었지만 그 탓에 자세가 무너져 바닥에 구르며 넘어졌다.
그렇게 넘어지자 이번에는 도끼가 나를 향해 바람을 가르며 바닥을 내리쳤고, 그 탓에 나는 충격에 휩쓸려 천장으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간신히 자세를 붙잡으며 천장으로 날아간 나는 이대로 싸우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천장에 그대로 건 블레이드를 꽂아넣어 매달렸고, 이내 천장을 박차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사서를 향해 돌진했다.
무방비로 서있는 사서에게 돌진한 나는 건 블레이드로 사서의 몸을 찢어버리려 하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서의 책에서 소환된 마검이 내 건 블레이드를 튕겨낸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당황한 나는 재빨리 거리를 벌리려고 하였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사서의 손이 내 머리를 붙잡았다.
“조금 기분이 더러울거야.”
“?!”
내 머리를 붙잡은 사서는 이내 책에서 무언가를 뽑아내 내 머리속에 불어넣었다.
마치 토할 것만 같은, 두렵고, 잔혹하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피비린내와 함께 사방에 쓰러져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 몇명은 내가 잘 알고있는 가까운 사람들이였고, 나머지는 가끔가다 만나는 사람들이였다. 각자 다 모습도 다르고, 복장도 다른 채로 쓰러져 있었지만 한가지는 모두 같았다.
모두 죽어있었다.
“크악...!”
단마디의 비명과 함께 정신을 차리자 나는 이미 사서의 사념 덩어리에 의해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뒤로 밀려 날아가자 나는 또 다시 테이블과 의자들에 부딫치며 바닥에 쓰러졌고, 이내 비틀거리며 일어서며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섞인 식은땀을 닦아내었다.
충격으로 떨리는 몸을 간신히 붙잡고 일어나자 검투사와 악마가 내게 다가왔고,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원거리 공격을 날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피해봐.”
“!”
어느샌가 사서가 들고있던 활에서 당겨진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내 어깨에 박혔다.
화살이 박혔다는 걸 꺠닫자 뒤늦게 고통이 어깨를 엄습해왔고 그 탓에 잠시 움직이지 못한 나를 향해 휘둘러진 검투사의 마검이 내 옆구리를 스치며 나를 박살난 의자와 테이블들이 널부려져 있는 바닥으로 날려버렸다.
"크헉!"
널부려져 있는 의자들과 테이블에 이리저리 부딫치며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나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온 몸에서 감각이 점점 멀어져갔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점점 시야가 어두워진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동료들의 얼굴들이 하나씩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눈앞에 보인다고 착각한 동료들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점점 어둠이 내 시야를 덮어갈 뿐.
그렇게 어두워진 시야에, 내가 그토록 바라고, 피해왔던 죽음이라는 이름의 미래가, 서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