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15)

건삼군 2019-01-01 0

-한 남자는 바랬다. 딸의 행복을.

-한 소녀는 바랬다. 부모의 보살핌을.

---------------------------------------------------------------------------

어릴적에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밖에  곁에 없었던  시절부터, 나는 알고있었다.

 

가족이, 부모의 존재가 아이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엄마.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자 언제나  곁을 지켜주시며 든든하게 문제들을 해결해 주셨던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결심했었다. 엄마같은 부모가 되자고.

 

자식을 지켜주고, 아껴주고, 돌봐주며, 좋은 부모가 되었다, 라고 생각할  있을 정도의 사람이 되자고. 엄마보다는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자고.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기만에 불과했다.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

 

길거리에는,  소녀가 달리고 있었다. 새까만 하늘과 구름아래, 흐릿하게 비춰지는 달빛 아래에서, 소녀는  품에 지니고 있던 팬던트를 쥐어잡고는 방황하며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녀를 신경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그저, 다들  갈길을 걸어갈 .

 

그렇게 달리던 소녀는, 결국 힘이 다했는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팬던트를 놓지 않았다.

 

넘어졌던 탓일까, 바닥에 쓰러져 팬던트를 쥐고있던 소녀는 그제서야 달리는 것을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둘러보아도, 소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다.

 

새까만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떨어뜨릴  같이 소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냥  부숴버리는게 어떄?

 

영혼없는 목소리가, 건조하게 소녀의 귀에 들려왔다.

 

소녀의 눈빛에는,  이상 초점이 비춰지지 않았다.

 

- 부숴버리는 거야.  괴롭힌 세상도,  버린 부모님도.

 

하하하...”

 

-어떄? 그게 네가 원하는  아니야?

 

하하하하하하하!!”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들은 소녀는 대답 대신, **듯이 웃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소녀는 생각하였다. 자신이 **건지, 아니면 목소리가 **건지.

 

새까만 구름이 울음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칠흑같은 하늘에서, 차가운 물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주저 앉은채로 거리에서 가만히 있는 소녀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거리를 걷고있지 않았다.

 

차디 차가운 빗물이 소녀의 몸에 부딫히며 체온을 앗아가기 시작한다.

 

-세상은  괴롭혔고, 부모님은  버렸어.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는거야?

 

그래...”

 

-고민할 것도 없이 정해져 있는데.

고민할 것도 없이 정해져 있는데.”

-----------------------------------------------------------------------------------

 

신서울의 지하 구석에 존재하는 탐사구간, 플레인즈게이트 에서, 정확히는  안의 외부차원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어야할 존재의 웃음이 울려퍼졌다.

 

매우 잠시동안 이였지만 위상력 관측기의 표시기가 잠시  숫자를 0에서 ERROR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기계의 고장인 탓일까, 아니면 너무 짧은 시간동안만 감지되어서 일까,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아무도  사실을 모르는 가운데, 악마가. 울부짖었다.

 

환희에 젖은듯이.

----------------------------------------------------------------------------------------

 

그래서,  내가 댁이랑 같이 가줘야 하는건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은 거리에서, 푸른 머리의 소녀가 까칠한 말투로 불평을 꺼내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런 소녀의 모습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부로 들릴만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듯이 말하였다.

 

“...누가 나타  아니랄까봐,  ...”

 

?!  임마!  시비터는거냐?!”

 

그러자 뒤에서 같이 걷고있던 소녀랑 닮은 모습을 하고있는 푸른머리의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소년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대답하였다.

 

어쨰서 내가 나타샤와 나타랑 같이 길을 걷고있냐고 묻는다면 설명하기가  복잡해 진다.

 

오늘, 제이 아저씨의 충고를 듣고 세리에 대해서 알기 위해 나타샤를 찾아가 물어본 나는 한가지 의문을 품게되었고,  떄문에 직접 화해할겸, 세리 본인에게 물어보러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냥 가면 세리가  피할지도 모르기 떄문에 혹시나 몰라서 똑같이 미래에서  세리의 친구인 나타샤를 데려온 것이고.

 

물론, 나타는 덤이다. 소위 1+1 같은 .  성깔에 아빠는 아빠라는 걸까? 이렇게 나타샤를 따라온 것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웃음이 밀려온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계속해서 걸었다. 나타에게 웃고있는 것을 들키면  일이 골치아파질게 뻔하기에 숨기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참고있던 웃음은 몇초도 되지 않아 사라졌고  대신, 아까 나타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머리속에서 흩어지며 다시한번 내게 묻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미래의 나는 그런 선택을 하였는가.

 

클로저 같은거,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결혼하고 모든게 안정되면 그만  생각이었다.

 

애초에 엄마가 시켜서 봉사활동 하듯이 시작한게 클로저다. 미련 같은건 별로 없다. 클로저를 그만 두더라도 클로저로 활동하며 알게된 사람들하고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게 있어서는 계속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런 영웅같은 일도 아직 부담스럽다.

 

그런 내가 어쨰서, 미래에서 딸을 떠난다는 선택을 한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미래의  본인에게 물어** 않는 이상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클로저를 그만 두라는 세리의 말에 이유도 모른채 울컥해서 언성을 높이던 나지만 나타샤에게서 미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난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내가 클로저를 그만 두는 것으로 미래의  딸이 평범한 일상을 지낼  있다면,  기꺼이 클로저를 그만  것이다. 아직 부모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서라면 똑같은 결정을 내리겠지.

그렇게 속으로 마음을 굳히며 걷던 도중, 갑자기  앞을 걷고있던 나타가 발걸음을 멈췄다.  탓에 생각에 빠져 걸어가고 있던 나는 나타의 뒤통수에 머리를 박았고 아파하며 나타에게 따졌다.

 

! 갑자기  멈춰서고 그래?”

 

“...”

 

“...? 뭔데?  그래?”

 

멈춰선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나타를  나는 뭔가 불길한 예감에 나타의  너머를 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저게 뭐야...?”

 

주변이, 마치 용암에 닿은 듯이 녹아있다. 엄청난 열기가 바람에 실려 느껴졌고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녹아있던 아**트, 시멘트들을 굳히기 시작하였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며 다급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행히도 주변에는  누구도 없었다. 아니, 혹시 있었는데 녹아내려버린건 아닐까.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다시 불길해지며 심장박동에 가속을 가했다.

 

불길한 마음과 함께 나타를 옆으로 밀어내고 녹아버린 주변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녹아버린 길거리 한가운데에서,  소녀가. 포니테일에 검은 흑발을 지닌 소녀가 등을 돌린채 서있었다.

 

 뒷모습은  적이 있다.

 

“...이세리..?”

 

 적이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순간,  뒤에 서있던 나타샤가 불안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길거리에 서있던 소녀는 이쪽으로 돌아보며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이내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향해 손을 펼쳤다.

 

“!!”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몸이 먼저 반응하며 옆으로 피한다.

 

푸른 화염이 모든것을 태워버릴 기세로  옆을 스쳐 지나가며 일직선상에 놓여져 있던 모든 것들을 휩쓸었다.

 

위험하다. 라고 직감이 본능적으로 내게 경고해 왔다.

 

“-좋을텐데.”

 

멀리 떨어져 있어 들리지 않던 세리의 목소리가 세리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조금씩 들려온다.

 

없어져 버리면, 좋을텐데.”

 

  없는 감정의 압박감 때문에 숨이 막혀온다.

 

원망인지, 분노인지, 애절함인지 모를 감정이 목소리 사이에 베여있다.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바쳐버린, 혹은 빼앗긴 듯한 소녀의  비어버린 눈동자가 허무감을 한층  강하게 더하며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

 

아니, 저건.  모습은...

 

그저 헤메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일 뿐이다.

 

한걸음을, 앞으로 내딘다. 동시에 세상을 녹여버릴 것만 같은 열기가 나를 거부한다.

 

 이세하!!  임마, 미쳤어?!  가면 죽어!!”

 

그렇게 한걸음을 앞으로 내딛자 나타가 급하게 나를 멈춰 세우며 제지한다. 하지만  그런 나타를 밀어내며 다시 한번,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

2024-10-24 23:21: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