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 11화

초코파이가나파이애플파이 2018-12-13 0

"자... 그럼 간다!"

레아의 꼬리가 길게 늘어났다가 공기를 찢는 매서운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그 파이의 정수리에서부터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 파이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레아의 꼬리를 피한 뒤, 또 다시 레아의 시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신속한 몸놀림으로 레아의 몸의 급소를 여러 번 타격하였다. 그런데,

"?!"
'피부가 단단해...!'

어째서인지 레아가 고위급 차원종을 흡수하기 전보다 몸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단단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 파이의 공격은 레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경상에 그치는 정도의 피해만을 입혔다. 다시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레아는 그 파이를 보며 여유로운 표정을 보이며 말하였다.

"아까 흡수한 녀석들 중에는 피부를 경화시켜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녀석이 있었거든. 그리고 나는 흡수를 통해서 그 능력을 얻었어. 비록 일부에 그치기 때문에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내 시간이 멈춘 동안에 너의 공격을 버텨내기에는 충분하지. 지금 보다시피 말이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이번에는 간단하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시간 조작 능력을 자유자재로 발휘할 수 있는 그 파이의 전투능력은 놀랍기는 했으나 주 공격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시간을 멈춘 뒤 급소를 공격해 피해를 입히는 타격 계열이었다. 그래서 지금 레아처럼 피부를 단단히 만들 수 있는 능력에는 공격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을 조작한다는 능력은 확실히 놀라워. 하지만 아무리 어떤 능력이라도 구멍이 있기 마련이지."

그렇게 말하고 레아는 그 파이를 향해 달려가서 주먹을 내질렀다. 레아의 주먹이 닿기 전에 이번에도 그 파이는 다시 레아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그 틈에 공격을 퍼부었다. 허나 예상했던 것처럼 그 파이의 공격은 레아에게 좀처럼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치잇...!"

그 파이는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려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 정지가 해제되고 다시 레아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레아는 빠르게 몸을 틀어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그 파이의 눈앞까지 이동하였다.

"!!!"

(퍼어억-!!)

그리고 레아는 양손으로 깍지를 끼고 그 파이의 옆구리를 후려쳐 날려버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날려버린 파이를 단숨에 쫓아가서 발을 들어올려 발꿈치로 그 파이의 등을 내리찍었다.

"아윽!"

"이상하게 생각했거든. 시간을 정지할 수 있다면 계속 나의 시간을 정지시킨 그대로 완전히 내 숨통을 끊을 수 있었을텐데 왜 그러지 않은 걸까... 하고 말이야.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던 거겠지. 어때, 내 말이 맞지?"

레아의 말은 정확했다. 비록 시간 조작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제약이 없을 뿐,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많은 힘을 소모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물론 연속해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길게 시간을 정지하지 못하여 레아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지 못한 것이었다.

"약점을 확실하게 안 이상, 전세는 역전되었다고 봐야겠네. 네가 아무리 시간을 정지시켜 그 사이에 공격을 한다 해도 더 이상 나한테는 치명타를 입힐 수 없게 되었고, 시간 정지가 해제된 사이에 너를 몰아붙이면 그만이니까."

"크읏...!"

"그럼 이제 끝장을 볼까?"

레아는 양손바닥을 펼쳐 한 손가락씩 끝에서 위상력을 압축시킨 고밀도의 광선을 발사하였다. 그 파이는 빠르게 몸을 움직여 레아가 발사한 광선을 전부 피해냈다. 그러나 광선은 유도탄처럼 다시 방향을 꺾어 그 파이를 바짝 뒤쫓아왔다. 

하는 수 없이 시간을 정지시킨 다음 모든 광선들을 쳐내 격추시켰으나, 그 직후에 시간 정지가 해제되자마자 레아는 그때를 노려 꼬리로 그 파이의 다리를 붙잡아 여러 번 땅바닥에 내리쳤다. 

'저대로 두었다가는... 무슨 방법이...'

전세가 역전되어 레아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파이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무심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얼음의 사검을 보더니 문득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받으십시오!"

"!?"

파이는 얼음의 사검을 그 파이에게로 던졌고, 그 파이는 반사적으로 손이 움직여 파이가 던진 얼음의 사검을 붙잡았다. 

본래 그 얼음의 사검은 주인이 아닌 자가 붙잡으면 주인이었던 자를 얼음 속에 가두지만, 각자 다른 평행세계의 인간에 다른 역사를 걸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두 사람은 똑같은 동일인물인 파이였기 때문인지 그 파이가 얼음의 사검을 붙잡아도 파이가 얼음에 갇히게 되버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덧붙여 그 파이를 똑같이 자신의 주인인 파이라 인식하고 힘을 빌려주기 시작하였다. 파이는 이러리란 것을 예상하고 자신의 얼음의 사검을 그 파이에게 던졌던 것이었다.

'이거라면...!'

그 파이는 다시 시간을 정지시키고 이번에는 파이에게서 건네받은 얼음의 사검을 휘둘러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는 레아의 꼬리를 베어버린 뒤 레아를 포위하듯이 무수히 많은 얼음 송곳을 만들어 발사하였다. 그 순간 다시 시간 정지가 해제되며 레아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파이가 미리 발사하였던 얼음 송곳들이 단단한 레아의 피부를 뚫고 몸 곳곳을 꿰뚫었다.

"끄악!! 이... 이 녀석이!"

"피부를 단단히 만들었다고는 해도 내부는 그러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레아의 몸에 꽂혀있는 얼음 송곳들의 표면에서 날카로운 얼음 가시들을 돋아나게 만들어 레아의 체내를 인정사정 없이 파고들었다. 제 아무리 피부를 단단히 경화시킬 수 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부만 해당하였고 몸 속까지는 경화시킬 수 없었기에 레아는 내부에서 파고드는 얼음 가시들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까짓 거...! 하아아아!!"

레아는 몸 전체에서 위상력을 충격파처럼 발산시켜 몸에 꽂혀있는 얼음 송곳들을 체내에서 돋아난 얼음 가시들과 함께 흔적도 없이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까 그 파이에게 베였던 꼬리를 다시 재생하고 얼음 가시들에 의해 엉망이 된 체내를 빠르게 수복하였다.

"하아... 하아... 하하, 제법이네... 이건 예상치 못했어."

얼음의 사검을 사용하게 되어 레아의 단단해진 피부를 뚫고 다시 유효타를 입힐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레아는 아직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아직까지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래도 넌 지금의 나를 못 이겨."

레아는 양손을 위로 뻗더니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하늘로 커다란 에너지탄 두 개를 쏘아올렸다. 그런 의아한 행동에 그 파이가 잠시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레아가 팔을 넓게 한 번 휘젓자 작은 크기의 수많은 에너지탄이 생성되더니 기관총처럼 날려졌다.

그 파이는 다시 시간을 정지시키고 날아오는 작은 에너지탄들을 전부 피해낸 다음 뛰어올라 사검을 레아의 정수리부터 내려휘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커다란 두 개의 물체가 빠르게 낙하하여 그 파이에게 직격하였다.

"아악!"

하늘에서 낙하한 것은 바로 아까 전에 레아가 쏘아올렸던 두 개의 에너지탄이었다. 그것들은 단순히 그 파이의 시선을 끌려고 쏘아올린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 파이가 시간을 정지하는 것은 일정 범위 한에서만 작용하며 그 범위 밖으로는 작용되지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던 레아가 한 수 앞을 생각하고 그 파이의 허를 찌르기 위해 쏘아올린 것이다. 그렇게 레아의 생각대로 그 파이가 자신에게 공격을 하는 사이 미리 쏘아올렸던 두 개의 에너지탄이 낙하하여 그 파이에게 정확히 명중시킨 것이다.

에너지탄에 직격당해 피해를 입은 틈에 시간 정지는 다시 해제되었고 다시 움직이게 된 레아가 그 파이의 머리채를 붙잡고는 무릎으로 그 파이의 배를 강하게 타격하였다. 

"케엑...!"

"이걸로 내장이 망가졌겠... 응?"

무릎으로 타격한 파이의 배에 이상한 감각이 들어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레아의 무릎이 꽂히는 순간에 그 파이는 얼음을 갑옷처럼 배에 감싸서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켰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 파이는 상당한 충격을 받고 기침과 동시에 몇 번씩 구역질을 하면서 땅에 주저앉았다.

"헤에~ 제법이네. 하지만 끝이야!"

"큿!"

(콰직-!)

"!"

레아가 주저앉아있는 파이의 머리에 에너지탄을 발사하여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 순간 레아의 발 밑에서 끝이 날카로운 얼음 기둥이 솟아나왔다. 레아는 에너지탄을 발사하려는 손을 거두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 솟아오른 얼음 기둥을 피해냈다.

"후우, 조금 위험했어. 하마터면 꼬챙이 신세가 될 뻔했는걸?"

얼음 기둥이 솟아오르면서 약간 스친 오른쪽 볼에서 조금씩 흐르고 있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하였다. 

"그 질긴 근성은 칭찬해주겠지만, 이제 슬슬 포기하는 게 어때? 그러면 특별히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단숨에 죽여줄게."

"사양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그 파이는 사검의 능력으로 거대한 한 마리의 빙룡을 만들어냈다. 빙룡은 날카로운 얼음 이빨을 드러내며 레아에게 날아가 그대로 집어삼키려 하였다. 레아는 양손으로 빙룡의 이빨을 붙잡아 빙룡을 멈춰세우고 그대로 들어올려 땅바닥에 패대기 쳐버렸다.

"이런 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아직입니다..."

그때 빙룡은 다시 입을 벌리더니 눈앞에 있는 레아를 향해 무언가를 가득 내뿜었다. 레아는 순간적으로 양팔을 교차시켜 방어 자세를 취했는데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빙룡이 내뿜은 것은 레아의 몸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빙룡이 내뿜은 것은 바로 닿은 것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빙결시켜버리는 차가운 냉기였다.

"치잇, 하찮은 잔재주를...!"

몸이 빙결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기는 했지만 레아가 힘을 좀 더 발산하여 빙결을 깨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허나 그런 짧은 틈을 그 파이는 놓치지 않았다. 레아가 빙결을 깨뜨리기 직전에 시간 정지를 걸었고 그 파이는 사검에 위상력과 얼음을 합쳐서 만든 거대한 얼음의 대검을 만들어 레아를 향해 내리쳤다. 

"끝입니... 헉?!"

그 일격으로 레아를 끝장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순간 갑자기 레아의 앞으로 누군가가 날아들어왔다. 날아들어온 것은 바로 그 파이의 동생인 슈에였다. 슈에가 갑자기 그 사이로 날아들어온 것은 레아가 몸이 빙결된 사이에 그 파이가 시간을 정지시켜 공격을 할 것이라 예상했고, 빙룡이 냉기를 내뿜을 때 몸 뒷편에 있어서 가까스로 빙결되지 않은 꼬리를 길게 늘려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그 슈에를 붙잡아 있는 힘껏 자신이 있는 쪽으로 날렸던 것이었다.

그대로 얼음의 대검을 내리치면 동생인 그 슈에까지 함께 베어버리게 될 것이었기 때문에 당황한 그 파이는 이미 기세를 타서 멈출 수 없게 된 얼음의 대검을 깨뜨려 없애는 것으로 그 슈에를 레아와 함께 베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시간 정지가 해제되어 움직이게 된 레아가 즉시 빙결을 깨뜨린 다음 한순간에 그 파이의 등 뒤로 이동하였고,

(푸우욱-!)

"... 쿨럭..."

손톱을 바짝 세운 손으로 등 뒤에서부터 그 파이의 가슴을 단번에 꿰뚫었다. 레아는 천천히 그 파이의 가슴을 꿰뚫은 손을 뽑아 거두었고, 그 파이는 꿰뚫린 가슴에서 피가 흘러넘치며 곧 의식을 잃고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어... 언니이이이!!!"

레아의 꼬리에 붙잡혀 날려져왔던 그 슈에가 쓰러진 언니 곁으로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였다. 그러한 광경을 레아는 비웃듯이 콧방귀를 낄 뿐이었다.
 
"흥,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줄래? 확 죽여버리고 싶어지니까. 아, 원래 그럴 참이었지만."

"이... 비겁한 차원종!"

"너희들 같은 인간한테 비겁하느니 뭐니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따위는 없거든? 됐으니까 언니를 따라서 너도 죽어."

레아는 손에 위상력을 집속시킨 집속검을 만들고 그 슈에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으읏...!"

그 슈에는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자 그 슈에는 이상함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눈을 뜨자 집속검을 휘두르던 레아의 팔을 누군가가 붙잡아 멈춰세우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레아의 팔을 멈춰세운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하였다.

그 사람은 바로 방금 막 몽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온 이세하였다.

"당신은..."

"적당히 해."

(뿌드득-!)

"으윽!"

이세하는 낮지만 위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하며 붙잡고 있는 레아의 팔을 악력으로 조금씩 짓이겼다. 이에 당황한 레아는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이세하의 손을 뿌리치고선 뒤로 물러났다.

"당신은 분명 저쪽 세계의 왕자님이시군요."

레아는 다른 인간들에게 대한 것과는 180도 다른 정중하게 예를 갖춘 태도로 이세하에게 말하였다. 비록 다른 세계의 인간이기는 하나 자신이 섬기는 왕과 동족의 은인인 서지수의 아들인 그 이세하와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레아는 비록 적이라는 입장이기는 해도 자신의 손으로 이세하를 처치하고 싶지는 않다며 간섭하지 말고 이곳을 떠나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세하의 대답은 단호하였다.

"너야말로 사라져. 날 화나게 만들지 말고."

"그렇게 나오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내키지는 않지만 당신을 처치하겠습니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게 되어 레아는 다시 전투 태세에 돌입하였다. 반면에 이세하는 레아를 신경조차 안 쓰고 그 슈에에게 어서 그 파이를 데리고 물러나 있어라고 하였다. 그 슈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파이의 꿰뚫린 부분을 지혈하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앗!"

곧장 레아가 이세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세하는 가볍게 손바닥으로 레아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공격이 간단히 막혀버리자 놀란 레아가 이번에는 꼬리를 이용해 이세하의 손목을 휘감으며 붙잡았다. 그리고 이세하를 들어올렸다가 내리찍을려고 하였다.

"어엇!?"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로 이세하가 자신의 손목을 휘감아 붙잡고 있는 레아를 꼬리째로 들어올려 그대로 레아를 땅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커윽!"

레아는 이세하의 손목을 휘감아 붙잡고 있는 꼬리를 다시 거두고 이번에는 빠르게 이세하의 등 뒤로 이동하여 에너지탄을 날렸다. 

(파앙-!)

이세하는 뒤를 돌아**도 않고 레아가 날린 에너지탄을 레아에게로 되돌려주듯이 손으로 쳐내었다.

"꺄아아악!!!"

자신이 날린 에너지탄에 정통으로 맞은 레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조금씩 몸을 비틀거렸고, 그러는 사이 이세하가 몸을 돌리면서 발로 레아의 복부를 걷어차서 멀리 날려버렸다. 

"커억!"
'이 힘은 대체...'

"... 너희들은 왜 이렇게까지 인간을 증오하는 거야?"

이세하가 대뜸 레아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레아는 몸을 일으키며 평소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것을 즉답으로 내놓았다.

"듣지 못하신 겁니까? 인간들은 서지수 님을 죽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종족들... 그런 인간들은 용서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그건 이 세계의 인류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엄마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우리 인간들도 각자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고 너희는 그런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지. 그게 과거에 너희들을 학살하고 외부차원으로 추방시켰던 군단의 차원종들하고 뭐가 달라? 너희는 그저 엄마를 죽게 만들었다고 하는 인류에게 원한을 갚는다는 허울뿐인 명목으로 무차별 학살을 저지르는 악당들일 뿐이야."

"그렇지 않아요! 저희들은... 저희들은...!"

"이제 됐다, 레아. 물러나라."

"! 왕이시여..."

레아가 이세하의 말에 반박하려고 하던 찰나, 생체전함 안에서 이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파우스트가 레아에게 이제 됐으니 물러나라고 명령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레아가 자신은 아직 더 싸울 수 있다고 말하였으나 파우스트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며 군말없이 물러나라고 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레아는 결국 파우스트의 명령에 따라 친위대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물러났고, 파우스트는 그 이세하에게 지상에 있는 이세하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들을 모조리 없애고 와라는 지시를 내렸다. 

"네, 아버지."

그 이세하는 파우스트의 지시를 받아들이고 생체전함에서 나와 이세하가 서있는 자리로 천천히 내려갔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동시에 친위대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물러나고 있는 레아가 내려오고 있는 그 이세하에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힘이 부족하여 왕자인 그 이세하가 직접 나서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였다.  

"......"

하지만 그 이세하는 그런 레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상으로 유유히 내려갔다. 레아는 자신에게 조금의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무시하고 지상에 내려가는 그 이세하의 등을 짠한 눈빛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곧 그 이세하가 지상에 있는 이세하의 앞에 당도하였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대면하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이 단지 대치하고 있을 뿐인데도 주변의 공기는 싸늘하고 무겁게 바뀌며 돌멩이가 구르는 소리조차 시끄럽게 들릴 정도의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대결에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인간들과 차원종들은 깊이 전율하고 있었다.

"... 우오오오오오오-!!!"

이러한 정적을 가장 먼저 깨버린 것은 바로 그 이세하였다. 그 이세하는 귀를 찢을 것만 같은 괴성과 함께 위상력을 개방하였다. 전신의 근육이 크게 팽창하여 어제와 마찬가지로 2m를 넘는 거한이 되며 눈매와 머리카락도 매섭고 날카롭게 곤두세워졌다. 

허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이세하는 머리카락이 어둡게 물든 짙은 녹색으로 변질되며 전신에서 칠흑색의 열기를 발산하는 각성 상태에 돌입하였다. 

"그렇게 나오는 건가... 그렇다면 나도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이에 대답하듯 이세하 또한 위상력을 개방함과 동시에 머리카락이 하얀 백발로 물들며 전신에서 투명한 하늘색의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는 각성 상태에 돌입하였다. 

"어제의 나랑은 조금 다를거야.'

"크으으... 하아아아!!!"

그리고 이 순간, 다시 한 번 인류의 명운을 건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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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기다리는 동안 썼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그때까지 뭐하지...
2024-10-24 23:21: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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